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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럽 오리진

[리뷰 오브 리뷰]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10월 첫 주의 주목할 만한 신간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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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탐구하고 타인을 이해하며
무엇보다 나를 알아가는 길
북클럽 오리진이 함께합니다

*북크럽 오리진 10월 Book# 주제는 '소크라테스의 앎과 잘남'입니다.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북클럽 오리진 북샵 안내

주목할 만한 신간들을 살펴보는 '리뷰 오브 리뷰'입니다.


책과 저자에 관련된 정보 중심으로 전해 드립니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자 생각의 디딤돌입니다. 애써 다가가야 할 이유입니다.


*소개할 만한 신간 추천도 받습니다. journey.jeon@gmail.com으로 알려주세요.

외상외과 의사 이국종의 에세이입니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중증외상센터에서 일하면서 겪은 일과 생각을 적었습니다.


2002년 지도교수 권유로 외상외과에 입문한 이래 2018년 상반기까지 각종 진료기록과 수술기록 등을 바탕으로 저자의 기억을 더듬어 두 권(1권 2002-2013년, 2권 2013-2018)으로 묶었습니다.


17년간 외상외과 의사로 일하며 체험한 냉혹한 현실, 고뇌와 사색, 의료 시스템에 대한 문제 의식 등을 기록한 '비망록’이자, 그런 현실 속에서도 생명을 지키려 애써온 사람들-의료진, 소방대원, 군인 등-의 기록입니다.


1권에서는 외상외과에 발을 들여놓은 후 마주친 척박한 의료 현실에 절망하고 미국과 영국의 외상센터에 연수하면서 비로소 국제 표준의 외상센터가 어떠해야 하는지 스스로 기준을 세워나가는 과정을 이야기합니다.


아덴만 여명 작전에서 부상당한 석 선장을 생환하고 소생시킨 석 선장 프로젝트의 전말을 비롯해 세월호, 귀순한 북한군 병사 등과 관련한 안타까운 우리 의료 현실을 토로합니다.


2권에서는 우여곡절 끝에 저자가 몸담은 대학병원이 권역별 외상센터로 지정된 후에도 국제 표준에 훨씬 못 미치는 의료 현실 속에서 고투하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이 '빠른 시간 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서 길에서 죽어나가고, 이런 죽음의 기록은 '예방 가능한 사망률'이라는 허망한 숫자로만 표기될 뿐이다. 외상외과 환자들은 대부분 가난한 노동자들이고, 정책의 스포트라이트는 없는 자들을 비추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 불빛은 외상외과에 닿지 않았다. 외상외과의 중요성에 공감하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미미하게나마 예산과 정책들이 만들어졌으나, 과거 수많은 국책사업들이 그러했듯 대부분 허망하게 날아갔다.

조선시대 문인들의 일본 인식과 이해를 깊이 파헤친 노작입니다.


저자 박상휘(1979년생)는 도쿄 태생의 재일교포 3세 학자입니다. 도쿄외국어대 중국어학과를 졸업하고, 도쿄대학에서 학사와 석사과정을 마친 후, 서울대 국문과에서 조선통신사 관련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 중국 중산대학(中山大學) 국제번역학원 특빙연구원으로 재직 중입니다.


이 책은 임진왜란 직전인 1590년부터 1764년까지 170여년간의 일본 견문기 35종을 바탕으로 조선 문인들의 일본 인식을 추적했습니다. ‘우월한 유교문명의 전파자’인 조선 대 ‘선진문물의 수용자’ 일본으로 봐오던 이분법적 통념을 깨고 이해와 교류의 상대였음을 보여줍니다.


문학 교류에 치중해온 기존 연구의 한계를 넘어 이념·제도·풍습·종교·문화·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일본 사회를 이루는 총체적 기반을 당대 조선의 눈을 빌려 조명합니다.


조선 문인들의 에도(江戸)시대 견문기에는 호감과 반감, 동질성과 이질성이 교차합니다. 전란을 겪으며 적대와 혐오, 반감을 품고 시작한 교류는 낯선 땅에서 살아가는 인간애를 지닌 사람들을 만나면서 서서히 이해와 공감의 장으로 변합니다.


조선 문인들은 경탄과 경계의 시선으로 일본을 보면서도 문명세계의 일원으로서 공존공영을 소망했음을 보여줍니다.

조선 문인들이 일본에 대해 문화적 우월감만 가졌던 것은 아니다. 또한 적개심만을 가졌던 것도 아니며, 일본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한 것도 아니다. 그들의 일본인식에는 긍정과 부정, 친근감과 거부감, 칭찬과 혹평, 호감과 혐오감이 공존했다. 조선 문인들에게 일본은 양가적 감정을 품게 하는 나라였던 것이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극단주의 포퓰리스트 정치인이 집권하면서 민주주의 위기론이 다시 고조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선출 이후 미국에서 출간된 진단서들 중 주목받은 책입니다.


공저자인 스티븐 레비츠키(Steven Levitsky)와 대니얼 지블랫(Daniel Ziblatt)은  하버드대 정치학 교수들입니다.


트럼프 당선 직후, 뉴욕 타임스에 '트럼프는 민주주의에 위협이 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가 1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내용을 확대해 책으로 냈습니다.


독재 위험이 큰 극단주의 포퓰리스트들이 어떻게 집권하는지, 선출된 독재자들이 어떻게 합법적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지 세계 여러 나라 사례를 통해 보여줍니다. 


이들 나라에서 민주주의가 유사한 패턴으로 무너졌음에 주목합니다. 그 패턴으로 1)선거 전 후보를 검증하는 정당의 문지기(gatekeeper) 역할의 약화, 2)경쟁자를 적으로 간주하는 정치인, 3)선출된 지도자에 의한 언론 공격 등을 꼽습니다.


결국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은 잘 설계된 헌법 같은 제도가 아니라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와 같은 성문화되지 않은 규범임을 역설합니다.


원제 How Democracies Die. 2018년 1월 16일 출간.

경고신호를 인식하고 위험한 신호를 가려내기 위해 다른 나라에서 배워야 한다. 또한 다른 나라의 민주주의를 파멸로 몰아갔던 치명적인 실수를 인식하고, 다른 나라의 시민들은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기에 맞서 어떻게 저항했는지, 그리고 민주주의 붕괴를 막기 위해 어떻게 뿌리 깊은 양극화를 극복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물론 역사는 똑같이 반복되지 않는다. 하지만 거기에는 패턴이 있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저자 서점 강연 (영어 자막)


인간의 편견과 오해에 가려진 동물의 세계를 갖가지 일화와 함께 이야기한 책입니다.


저자 루시 쿡(Lucy Cooke)은 영국의 자연사를 연구하며 책도 쓰고 다큐멘터리도 제작하는 탐험가입니다.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동물학 석사학위를 받은 후 BBC, 내셔널지오그래픽, 디스커버리 등에 자연사 다큐를 제공해 왔습니다.


이 책에서는 정치적·사회적·도덕적 이유로 동물들에게 덧씌워진 갖가지 신화와 미신을 걷어내고 우리가 몰랐던 동물의 면면들을 소개합니다.


어쩌다 각인된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수모를 당하고 박해를 받았던 동물들(하이에나, 나무늘보, 독수리, 말코손바닥사슴)과 유별나게 사랑받았던 동물(하마, 판다, 펭귄)의 실체를 드러냅니다.


가령 진화의 '실수'처럼 보이는 무능한 대왕판다만 해도 인간보다 최소 3배는 오래 현재 모습으로 적응해온 훌륭한 생존자입니다. 나무늘보 역시 자연의 실패작이 아니라 검치호랑이보다도 오래 살아남는 데 성공한 동물입니다.


동물들의 숨은 진실을 찾기 위한 저자의 갖가지 모험담도 흥미롭습니다. 인간이 지식의 공백을 메우려고 만들어낸 미신과 실수들을 통해 과학적 발견이 이루어지는 지난한 과정과, 인간이 진리에 도달하기까지 무엇을 해왔는지 보여줍니다.


원제 The Unexpected Truth About Animals. 2017년 10월 출간.

동물에 대한 편견과 미신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이어진다. 이는 진실을 밝힐 과학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인간이 지극히 인간적인 눈으로 동물을 바라보는 것은 중세 우화집 작가가 살던 시절에서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세상에는 동물을 인간의 도구로 보는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능한 한 동물을 동물의 눈으로 보고, 동물을 인간과 독립적인 존재로 배워 나가려는 사람들이 이 책의 곳곳에서 소개된다... 이들이야말로 인간이 오해의 동물원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오해의 동물원' 저자가 말하는 판다 (영어 자막)


자연의 치유력에 관한 책입니다. 도시생활자가 일상 속에 자연을 담아야 하는 과학적인 이유를 제시합니다.


저자 플로렌스 윌리엄스(Florence Williams)는 미국의 환경 전문 저널리스트입니다. 첫 책 《가슴 이야기》로 주목받았고 국내에도 번역됐습니다.


저자는 콜로라도주 시골에서 워싱턴D.C.로 이사한 지 두 달 만에 우울증 약을 처방받고 스스로 ‘자연결핍장애’를 앓고 있다고 판단하고서 자연의 치유력을 알아보기 시작합니다.


한국, 일본, 핀란드, 스웨덴, 싱가포르, 캐나다, 미국, 영국 등 총 8개국을 다니며 최신 과학 연구를 조사하고 연구자들을 만나고 직접 실험에 참여한 과정을 이야기로 풀어냈습니다.


핀란드의 도심 속 공원 산책이 우울증을 치유하고, 일본의 삼림욕이 면연력을 키워준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소개합니다.


한국의 장성 치유의 숲에서 산림치유지도사들을 만나고 북한산국립공원에서 청소년 디지털 디톡스 프로그램에 참여한 체험도 소개됩니다.


원제 The Nature Fix: Why Nature Makes Us Happier, Healthier, and More Creative. 2017년 2월 출간.

인터넷이 출현하면서 많은 혜택을 봤지만, 전문가들은 인터넷 때문에 우리가 더 예민하고 사회성이 부족하고 자기중심적이고 산만하고 인지적으로 덜 영리한 사람으로 성장한다고 지적한다. 모든 문제의 원인을 자연과 멀어진 탓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요즘 사람들의 불평을 들어보면 심리적 회복력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알 수 있다. 누구나 지금보다 덜 예민하고 더 공감하고 더 집중하고 현실에 더 발을 딛고 살아갈 수 있다. 자연이 도움이 될 수 있고, 이 책을 쓰면서 만난 여러 연구자들은 자연의 효과를 입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연이 마음을 살린다' 북 트레일러


2016년 작고한 소설가 이호철의 2주기를 기념해 낸 유고집입니다. 말년(2015~2016)에 <월간 문학>에 연재했던 '우리 문단의 지난 60년 이야기'에다, 다른 매체에 실었던 글들을 묶어 정리했습니다.


1950년 6.25전쟁 와중에 혼자 월남해 60여 년 동안 실향민으로 살며 귀향과 통일을 염원했던 저자의 문학적 삶과 다른 문인과의 추억을 회고한 글들입니다.


저자는 휴전 후에도 박정희정권 시절 재야민주화운동, 이후 김대중내란음모사건에 연루된 옥고, 자유문인실천협의회 활동 등을 통해 현실 참여의 면모를 보이면서도 이념이나 학연, 지연, 연령에 매이지 않는 '마당발'로 유명했습니다.


글에서도 작가 자신의 진솔한 삶과 생각은 물론 우리 문단의 다채로운 풍경을 엿볼 수 있습니다.


본문 내용과 관련된 60~70년대 흑백 사진들도 함께 실어, 이제 고인이거나 원로가 된 이들의 옛 추억에 잠기게 합니다.


스웨덴의 인기 할머니 작가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의 '메르타 할머니' 연작 세 번째 책이 번역돼 나왔습니다.


저자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Catharina Ingelman-Sundberg,

1948년생)는 수중고고학자 출신 작가로, 2012년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를 필두로, 『메르타 할머니, 라스베이거스로 가다』(2014), 『메르타 할머니의 우아한 강도 인생』(2016)가 차례로 인기를 끌며 통찰력과 유머 감각을 인정받았습니다.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는 70~80대 노인 다섯 명이 주인공인 유머러스한 범죄 소설입니다. 사회가 노년층을 취급하는 방식에 불만을 품은 노인들이 강도단을 꾸려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사회를 바꿔보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처음엔 답답하고 열악한 노인 요양소를 벗어나려고 범죄를 저질렀지만, 감옥도 그리 살 만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강도단을 만들어 세상을 바꾸기 위한 돈을 모으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라스베이거스에서 카지노를 털기도 하고, 지중해의 휴양 도시 생트로페로 가서 부호들의 초호화 요트를 훔치려다 상당수가 탈세와 사기로 돈을 모았다는 사실에 분노하기도 합니다.


돈을 모아서 노인들이 즐겁게 살 수 있는 마을을 만들겠다는 메르타 할머니의 꿈은 이루어질까요?


원제 Ran Och Inga Visor. 2016년 3월 출간.

그때 천재에게 문득 자신이 보잘것없는 노인네가 아니라는 느낌이 찾아왔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 보는 감정이었다. 천재는 사랑을 정의하고 싶어졌다. 〈사랑에는 완성이란 것이 없는 법, 정성을 들여 가꾸어야 하는 것이 사랑.〉 만일 메르타가 자신과 천재 사이의 모든 것이 다 완성되었다고 생각한다면, 그녀는 큰 실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랑은 마치 근육 같아서 관리하지 않으면 풀어지고 만다.

포르투갈의 천재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Fernando Pessoa)의 시선집 2권이 나란히 번역돼 나왔습니다.


페소아는 포르투갈의 모더니즘을 이끈 대표 시인으로 일생 동안 70개를 웃도는 이명(異名) 및 문학적 인물들을 창조하고 독창적인 글을 쓴 작가로 유명합니다.


무역 서신을 번역하며 생계를 잇는 가운데 여러 잡지와 신문을 통해 다양한 글들을 발표했지만, 생전에 출간한 포르투갈어 저서는 시집 『메시지』(1934)가 유일합니다.


오랫동안 틈틈이 적은 단상을 모은 『불안의 책』은 47세에 간경화로 사망한 후에 출간됐으며 국내에도 번역됐습니다.


1994년 그의 이명 중 하나인 알베르투 카에이루의 시집이 『양 치는 목동』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가 절판된 이래, 페소아의 시는 거의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시선집에는 국내 최초로 정식 소개되는 페소아 본명 및 그의 이명들의 시가 다수 실렸습니다. 생전에 본명으로 유일하게 출간했던 시집 『메시지』의 일부도 포함했습니다.


포르투갈 포르투대학교에서 페소아의 작품을 연구한 김한민이 번역하고, 시와 관련된 페소아의 텍스트, 전기적 정보, 해외 연구자들의 주요 의견들도 소개했습니다.

만약 내가 일찍 죽는다면,
책 한 권 출판되지 못하고,
내 시구들이 인쇄된 모양이 어떤 건지 보지도 못한다면,
내 사정을 염려하려는 이들에게 부탁한다,
염려 말라고.
그런 일이 생겼다면, 그게 맞는 거다.
나의 시가 출판되지 못하더라도,
그것들이 아름답다면, 아름다움은 거기 있으리.
하지만, 아름다우면서 인쇄되지 못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
뿌리들이야 땅 밑에 있을 수 있어도
꽃들은 공기 중에서 그리고 눈앞에서 피는 거니까.
필연적으로 그래야만 한다. 아무것도 그걸 막을 수 없다.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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