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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악의 꽃'을 반복해서 읽는 이유

외국어 공부 달인 조승연 작가 "어둠에서도 아름다움 찾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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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르게 사는 사람 곁에는 책이 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냥 주어지는 대로가 아니라 내가 생각해서 살아보겠다는 뜻의 다른 말입니다.

그 사람은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을까. 다양한 사람들의 독서 근황을 알아보는 '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코너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일기 릴레이입니다.

무작위 추천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영역에서 뜻밖의 독서 취향을 발견하고 의외의 책과 조우하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소설가 김연수->'영혼의 슬픔' 저자 이종영->출판기획자 조원식->만화가 박흥용->임지훈 카카오 대표->이준익 감독->박정민 배우->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김봉진 '배달의 민족' 대표->에피톤 프로젝트의 차세정->김주환 연세대 교수->뮤지션 한희정->김대현 작가->서동원 바른세상병원 원장->이재민 그래픽 디자이너->재즈 보컬리스트 허소영->영화배우 안성기->북바이북의 김진양 대표->가수 김수철->임경선 작가->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장강명 작가->조성주 전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방송인 유정아->손아람 작가->황두진 건축가->정연순 민변 회장->홍수영 콘텐츠 큐레이터->임순례 영화감독->정지돈 작가->홍석재 감독->조선희 작가->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김해원 뮤지션->방송인 알베르토 몬디 편까지 이어졌습니다.


오늘은 알베르토 몬디 씨가 추천한 조승연 작가입니다.

조승연 작가를 추천하고 싶어요. 형처럼 친하게 지내는데요. 프랑스에 오래 살아서 불어도 잘 하고 이탈리아말도 조금 하세요. 그러다 보니 한국 분인데도 유럽 문화를 잘 이해하는 편이어서 방송하다가 친하게 됐어요. 책도 쓰시고 많이 읽는 분이어서 인터뷰 내용과 잘 맞을 것 같아요.

/알베르토 몬디의 추천의 말

조승연 작가와는 전화로 연락이 닿았습니다. 인터뷰 답변 중에도 나옵니다만, 방송 출연에다 학위 과정 공부, 최근 새로 책을 낸후 이어지는 지방 강연 등으로 무척 바쁜 모양이었습니다. 인터뷰도 전화로 진행했습니다.

-추천자인 알베르토씨와는 어떤 인연이 있으신가요?

재작년쯤인가 겨울에 울산으로 강연을 갔다가 처음 만났어요. 그땐 알베르토 씨는 이미 유명했을 때죠. 저로서는 오랜만에 이탈리아어로 말을 걸어보고 대화를 나눌 기회였어요.

그 뒤로 jtbc에서 방영한 '차이나는 도올' 프로에 학생으로 참여하면서 12회를 같이 하게 됐어요. 가상 교실인데도 학우라는 인연이 독특해서 오랜만에 봐도 반가운 사이가 됐어요.

제가 두 살 정도 위일 뿐인데도 한국식으로 저보고 형이라고 불러요. 저는 오히려 좀 어색한 감이 있긴 한데.. 그래서 저는 그냥 존대말을 씁니다. (웃음)

-근황을 소개해 주시겠어요?

방송 몇 군데 나가는 게 있고요, 그 외 시간은 공부하느라 바빠요. 영국 노팅햄 대학의 원격 석사 과정을 신청해서 논문을 쓰고 있어요. 언어학이에요. 과제 논문과 자료들 읽고 데이터 정리해서 중간중간에 논문 써서 학점을 따는 식으로 진행되는데, 다른 일을 하는 중에 공부를 하려니 만만찮네요.

최근에 새 책도 출간해서 강연도 다니고 있어요. 이번 책은 암기식 공부를 문화적인 접근으로 바꾸라는 내용인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거의 서울에 없을 정도로 지방 강연을 많이 다녀요. 회사나 구청, 시골 학부모 들 상대로 한 강연까지... 언어 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건전한 인식 변화가 있어야 영어 공부가 바뀔 거라는 생각에서 열심히 다니고 있어요.

그리고 일본어 공부를 새로 시작했어요.

-이미 외국어를 많이 아는 것으로 아는데요. 일어를 새로 배우는 이유가 있나요?

그전까지 제가 알고 있던 언어들은 비교적 용도가 떨어지는 편이에요. 제가 자존심이 센 편인데, 친구들과 유럽을 가면 제가 주도하는데 아시아 쪽엘 가면 한문 때문에 끌려 다니는 신세가 돼서 좀 억울하고 서럽더군요. (웃음) 그래서 아시아 쪽 언어도 해야겠다 싶어서 시작했어요. 중국어는 이미 공부를 좀 해서 간단한 원서는 읽을 정도는 돼요.

-책도 많이 냈고, 근래에는 방송으로도 많이 알려진 편이지요. 유명세를 실감하시나요?

제가 사교적인 사람이라면 실감을 할 것 같은데, 요즘 저의 외부 활동이라는 게 주로 강연이고, 그렇지 않으면 집에서 논문을 쓰고 있다 보니 일상에 큰 변화는 못 느낍니다. 일어도 해야 하고 전공서도 읽어야 해서 공부할 게 많아요. 이제는 좀 핫 스팟(사람들 몰리는 곳)도 다니고 그래야 할까봐요. (웃음)

-다방면의 활동이 혹시 벅차지는 않나요? 다 소화해내는 비결이 있나요?

저로서는 운이 좋은 게 제가 좋아하는 일만 하니까, 일 자체가 휴식처럼 느껴져요. 스트레스라는 게 하기 싫은 것 할 때 쌓이고 하고 싶은 것 하면 오히려 풀리잖아요. 물론 모든 일을 내 맘대로는 못 하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에서 하고 싶은 일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14살 때 첫 책을 냈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일찍 책을 내게 됐고 지금까지 어떤 책을 내오셨는지 소개해주시겠어요?

어릴 때부터 일기장처럼 틈틈이 뭔가를 쓰는 습관이 있었어요. 일찍 어머니를 따라 미국에 가게 됐을 때도 느낀 감상 같은 것들 적은 게 모여서 몇 백 쪽 됐어요. 어머니가 보시고는 출판사에 보냈는데 책으로까지 나오게 됐어요.

그 후에 미국 고교생들 일상에 대해서도 쓰고, 슬랭 같은 현지어의 유래와 용법에 대해 쓰기도 했어요. 그 뒤로 대학 갈 때까지는 평범하게 살다가 스물두세 살 때 IMF로 집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서 대학 학비를 벌 생각으로 '공부의 기술'을 쓴 게 좀 알려지는 계기가 됐어요.

-외국에서 계속 생활할 생각은 없었나요?

원래는 한국에 들어올 생각은 없었고, 경제 사정 때문에 프랑스로 넘어갔어요. 거긴 학비 지원이 되니까요. 한국에 오게 된 것은 이미 다른 곳에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정말 사랑했던 여자 친구와 헤어지면서 상심 끝에 모든 걸 정리하고 한국으로 들어오게 됐어요.

-책을 여러 권 내셨는데 가장 아끼는 책이나 대표 저서라면?

아무래도 가장 최근에 낸 '플루언트'입니다. 그동안 여러 언어를 배우면서 느낀 것들을 나름대로는 오래 품어서 나온 책이어서 특히 애착이 가요. 그전에 낸 책들은 아무래도 남의 이야기나 기존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 정도였다면, 이번 책은 내가 직접 느낀 것을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쓴 책이에요.

쓰는 데도 1년 반 정도 걸렸고. 그동안 언어를 익히고 쓰는 것은 감으로 해왔는데 그 감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무척 어려웠어요. 그런 어려움을 이번에 어느 정도 극복한 것 같아서 좋아요.

-공부의 기술, 생각의 기술 같은 제목의 책들을 썼습니다. '그물망 공부법'이라고 이름 붙인 것도 있더군요. 간략히 설명을 해주신다면?

'그물망 공부법'이라는 말은 제가 직접 붙인 겁니다. 공부법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쓰면서 여기에 일관성이랄까 나름의 철학이 뭘까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공부에는 어떤 사람이든지 자기 나름의 접근 방식이 있잖아요. 제 경우에 얻은 결론은 이래요. 우리는 음식이 싱거우면 소금을 쳐서 간을 맞춰 먹고, 옷을 사도 안 맞으면 크기를 줄여서 입는데, 공부라는 것은 그렇게 하지 않아요.

머리든 성격이든 개개인이 다양한데, 우리는 공부를 우리한테 맞추려 하지 않고 우리를 공부에 맞추려고 해요. 저는 공부의 내용과 방법도 내 인생 목표와 성향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학교도 이용하라"고 해요.

공부는 책으로도 경험으로도 학교로도 배울 수 있는 거니까요. 학교도 그 중 일부가 돼야지 학교에서 시키는 대로만 하면 안 된다는 거지요.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어떤 공부를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파악해서 내게 맞게 변형시켜서 하는 공부가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요.

-일종의 자기주도 학습인가요?

꼭 들어맞는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제 생각은 기본적으로 가르치는 것보다 배우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거예요. 유명한 선생님 방식에 나를 맞추는 게 아니라, 나한테 잘 흡수되는 것 외에는 내 나름의 방식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거지요.

이건 제 경험에서 나온 생각이에요. 저는 학교의 학급이라는 교육 환경이 잘 안 맞았어요. 오히려 독학을 잘 하는 타입이었어요. 학교에서 배운 과목은 잘 못했어요. 국어 수업시간에 책을 읽으라고 하면 싫어지는데, 그게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스스로 읽으면 잘 읽혔어요.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내가 배우는 스타일이 학교에서 가르친 스타일과 안 맞았던 거예요.

제 성격이 아주 산만해서 꾸준히 앉아서 오래 보지 못해요. 5분 읽다가 놓고 다른 것 보고. 내가 찾아서 많이 해야 하는 스타일이에요. 우리나라는 야간자율학습이 있어서 꾸준히 한 자리에 앉아서 해야 잘한다고 하는데 저는 아니에요. 오히려 걸어가면서 책을 읽으면 이해가 더 잘될 정도예요.

-그러면 일반적인 학습법이라기보다 특별한 개인 성향에 맞는 학습법이라는 이야긴가요?

학교에서 시키는 대로 해도 공부가 잘되는 타입이라면 굳이 제 책을 사서 볼 필요가 없겠죠. 학교 방식이 도무지 안 맞는다고 생각될 때는 제 책이 도움이 될 거예요.

-혹시 학교 성적은 어땠나요?

고2까지는 안 좋았는데 그 후로 제 나름의 공부 방법을 찾고부터는 급격히 좋아졌어요.

-학교 공부가 재미없어지면 다른 길로 빠지기 쉬울 텐데 어떻게 그 뒤로도 공부에 계속 관심을 가질 수 있었지요?

제가 책을 쓴 이유이기도 해요. 학교가 안 맞았고, 교실이라는 세팅이나 수업 방식이 안 맞을 뿐이지, 공부는 얼마든지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제가 다른 길로 빠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당시외국에서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을 봤기 때문이에요. 거기에선 학교 성적이 공부의 절대시간량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가 있었어요.

잘하는 친구들도 자기 나름의 방식이 있어서 자기 스타일대로 하더군요. 모두에게 똑같은 걸 강요하지 않아요. 그리고 공부를 안 하고 다른 길로 빠지게 됐을 때는 어떻게 되는지를 주변에서 극명하게 봐서 알 수 있었어요.

-여러 외국어를 잘하면 좋은 것은 뭐지요?

한국어를 잘하면 오천만 명의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영어만 해도 십억 명이 정보를 올립니다. 그 차이만 생각해봐도 어마어마하지 않을까요. 한국은 비슷한 우리끼리만 정보를 나눕니다. 세계는 아프리카까지 영어를 씁니다. 인도만 해도 수백 개 부족이 영어를 공용어로 씁니다.

무엇보다 외국어를 할 줄 알면 여러가지 다양한 시각을 볼 수 있는 게 최고의 재미입니다. 사랑에 대해 어떻게들 생각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프랑스 사람들의 지혜나 지식은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언어는 자유입니다. 가령 제가 라틴어에 관심이 많아요. 하지만 한국에는 취미로 라틴어를 하는 사람이 정말 몇 명 안 돼요. 전 세계에서 모여든 영어 (라틴어 학습) 포럼에는 수십 만이 돼요. 그걸 취미로도 활용할 수 있고, 어떤 계기가 되면 서로 만날 수도 있고, 거기서 두각을 나타내면 자신의 커리어가 될 수도 있어요. 나랑 성향이 잘 맞는 사람을 거기서 찾을 수도 있어요.

내가 여기선 아무리 독특한 사람이라고 해도 세계를 상대로 하면 어딘가에는 나와 비슷하거나 지지해줄 사람이 많이 있어요. 거기서 오는 자유가 있어요. 잠재 지지자들이 오천 만에서 십억 명으로 커질 때 오는 자유. 국내에서는 굉장히 이상하게 여겨지는 것이 영어로 하면 동지가 많아요.

저는 컴퓨터로 작업할 때 구글을 네 가지 언어로 열어놓고 봅니다. 정보도 다르고 시각도 달라요. 인생이 얼마나 풍부해지는지 모릅니다.

-독서의 기술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것이 있나요?

독서의 경우는 굉장히 느리게 하는 편이에요. 꾸준히 앉아서 읽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책은 지식의 미로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책을 읽으면서도 전체 그림이 그려지지 않으면 절대 그냥 못 넘어가요. 가령 역사책을 읽다가 모르는 사람 이름이 나오면 백과사전을 찾아서라도 알고 넘어가요. 그런 걸 다 이해하고 넘어가니까 무지하게 느릴 수밖에요.

또 책을 구분해서 읽는 편입니다. 지식을 위해 읽을 때와 감성적인 필요에서 읽을 때가 달라요. 시집이나 소설은 초반에 감흥이 오지 않으면 바로 덮습니다. 어떤 분야의 기초 지식을 갖추기 위해, 혹은 어떤 분야에 대한 저자의 독특한 시각을 알기 위해, 혹은 글귀가 예뻐서 읽는 경우를 구분합니다.

-'토털 인텔리'를 지향한다고 한 적도 있고, 이번 책에서는 ‘세계문화전문가’라고 소개했더군요? 무슨 뜻이죠?

'토털 인텔리'란 지식 그 자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을 뜻합니다. 특정 과목이 아니라. 가령 시에 관심이 있다고 하면 시인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가고 시인은 다시 그 시대로 확장되고, 그 시대는 역사와 문학에 대한 관심으로 가고, 그 시대의 발명품을 생각하다 보면 과학과의 관련성도 생각하게 되고...

어떤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 분야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모든 것을 전문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전체에 관심을 가진 사람을 저는 토털 인텔리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세계문화전문가'라는 말은 지금 공부하는 제 전공이 비교문화언어학인데, 방송에선 줄여야 해서 쓰는 말입니다. 비교언어문화라는 것은 언어 구조의 차이를 통해 각 나라 문화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걸 좀 더 알아듣기 쉽게 하려다 보니 세계문화전문가라고 붙이게 됐어요. 말 그대로 각 나라 문화를 비교해서 여러 사람들의 삶의 태도에서 배울 것을 소개하는 역할입니다.

-미국에서 유럽을 거쳐 다시 귀국해서 활동 중입니다. 글로벌 경험을 살려 외국에서 활동할 생각을 해본 적은 없나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것은 아니지만 일종의 전투력을 쌓고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에서만 많이 활동할 시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제는 글로벌 디지털 콘텐츠도 만들 수 있으니까. 하지만 너무 앞서가진 말자는 생각을 합니다.

5년 전만 해도 제가 지금처럼 방송하고 책 쓸고 있을 줄 몰랐으니까요.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입니다. 그 다음 단계로 글로벌을 어렴풋하게 생각한 적은 있고, 몇 번 경험도 해봤지만 아직은 아닌 것 같아요.

-5년 전에는 무슨 생각을 했지요?

이탈리아의 여자친구와 결혼해서 시골에 정착해서 포도 농사를 짓고 살 줄 알았겠죠. 뭐, 물론 그 사이에 사람의 생각도 바뀌니까 또 어떻게 됐을지는 모르죠. (웃음)

-평소 책은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읽나요?

많이 읽지는 않아요. 제가 아는 언어만 해도 안 쓰면 잊어버리니까 계속 시간을 들여 활용해줘야 해요. 그래서 여러 언어들 간에 리듬을 맞추는 것을 중시합니다. 영어와 프랑스어, 이태리어, 중국어 읽는 기간을 돌려가면서 읽어야 해요. 그런 언어 학습 사이클에 맞춰서 책을 읽곤 합니다. 이번 주에 영어 소설 읽었으면 다음주에는 프랑스 역사책, 이런 식으로. 같은 언어나 분야가 중복되지 않게 계획을 짜서 읽는 편입니다.

외국 책은 아마존으로 사는데, 배송비를 아끼기 위해 틈틈이 책을 봐뒀다가 일괄 구매합니다. 프랑스 신문 보다가 책이 눈에 띄면 장바구니에 담아두는 식으로 10권이 모이면 주문하고. 외국 신문은 언어를 안 잊기 위해 요일별로 읽어요.

-특별히 즐겨보는 장르나, 나름의 독서의 안배 방식이 있나요? 근래 들어 어떤 취향의 변화라면?

관심사에 대해 몰아 읽는 습관이 있습니다. 가령,
제가 기관지가 안 좋은데 환경 역사를 찾아 본다든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한국 정서와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한국 중고등학교 소설 이삼십 권을 몰아보기도 했어요.

'차이나는 도올' 방송 후부터는 한문을 배워서 동양 고전을 보고 있습니다. 그것도 한글 초판본 재출간된 것들을 봐요. 옛날 한글 철자를 보는 게 재미있어요. 아내를 '안혜'라고 한다든지. 이게 뭐지, 하면서 풀어보는 재미가 있고 언어학적인 도전이 있어서 좀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어요. 이런 게 짜증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윤동주 시집도 최대한 한문이 많이 나오는 걸 풀어가며 읽는 걸 즐겨요.

-빼놓지 않고 보는 저자의 책이 있다면?

스티븐 핑커 박사라든가, 사이먼 윈체스터 전기작가의 경우 무슨 책이 나왔나 보긴 하는데, 꼭 다 사서 읽진 않아요.

-지금 읽고 있거나 최근에 인상 인상깊게 읽은 책은요?

최근에는 한석정 교수가 쓴 '만주 모던'을 재미있게 읽었어요. 만주국이라는 게 한때 우리나라 바로 옆에 있었던 나라였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에서 우리 현대사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고 싶어서 보게 됐어요.
그리고 스티븐 핑커의 책 '생각의 재료(The Stuff of Thought: Language as a Window into Human Nature)'. 이 책은 언어에 대한 제 생각을 흔들어 놓은 책이에요.
그리고 피터 프랭코판의 '실크로드(The Silk Roads: A New History of the World)'. 지금까지 세계사는 유럽사 중심이었는데 이 책은 중앙아시아의 변화를 통해 세계사를 해석했어요. 지나가다가 눈에 띈 책이에요.

-곁에 두고 오래 반복해서 보는 책이 있나요?

방송에서도 말한 적이 있는데, 보들레르의 '악의 꽃'과 프랑스 극작가 장 라신의 희곡 작품을 반복해서 보는 편이에요.

'악의 꽃'은 어두운 곳에서 아름다움을 보게 하는 책인데, 그런 시각을 잃지 않기 위해서 읽습니다. 내 마음에 안 들고 안 좋은 것처럼 보이는 것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으려는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서, 선악의 관계는 분명치 않다는 것을 상기시키기 위해서 읽는 책이에요.
라신의 비극은 고대 그리스 로마를 소재로 한 것이 많은데 '메멘토 모리'의 메시지가 강한 책이에요. 결국은 모두 허무하게 죽는 것으로 끝이 나요. 굉장히 격렬한 사랑이고 야망을 추구하는데 결국엔 죽어요.

어차피 인생은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고, 스토리를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줘요. 오십 쪽 정도 분량에 두 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는 짧은 작품인데, 메멘토 모리의 필요성을 느낄 때 보곤 해요.

-서가에 꽂힌 책 중에 사람들이 알면 뜻밖이라고 생각할 만한 책이 있을까요?

'논어집주'가 아닐까 싶은데요. 방송에 나오는 제 이미지가 주로 서구 정서를 가진 사람으로 비춰질 텐데, 저도 아시아인이라는 발악(?) 같은 거죠, 뭐. (웃음) '차이나는 도올' 방송 끝난 후에 논어교실 여름 과정을 들었어요. 한국 고전반에 가서 한문을 배우면서 교과서로 샀던 책이에요.

-재미있던가요?

저랑은 안 맞는 것 같아요. 저는 궁금증이 날 때 치열하게 물어보고 답하고 아닌지 확인하는 식으로 지식을 추구하는 편인데, 논어는 그런 과정은 별로 없이 옳고 그름에 대해서 스승이 주입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토론도 맹렬히 하고 그랬으면 좋겠는데, 애매모호하게 스승이 화두를 던지고는 제자들을 헷갈리게 만드는 식으로... 좀 답답해요. (웃음)

-지금 집필 중이거나 구상 중인 책이 있나요?

이번 책 쓰느라 일년 반 정도를 혹사당했고 지금 논문도 써서 제출해야 해서 당장 새로 책을 쓸 계획은 없어요. 다음 책을 쓰게 되면 세계문화기행 같은 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오늘날 현지 문화가 어떤 인문학적 유래에서 나왔는지에 대한 현장감 있는 내용이 될 것 같아요. 일단 논문을 마치는 게 우선이에요.

-다음 추천하고 싶은 사람은?

배우 박철민님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차이나는 도올' 방송할 때 같은 학생이었는데 어떤 책을 읽고 계신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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