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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글쓰기나 독서 후엔 편히 잠듭니다"

조회수 2017. 3. 3. 08: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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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 뮤지션 김해원 "음악의 토대를 마련한 것 같은 느낌"

북클럽 오리진이 궁금하다면

남다르게 사는 사람 곁에는 책이 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냥 주어지는 대로가 아니라 내가 생각해서 살아보겠다는 뜻의 다른 말입니다.

그 사람은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을까. 다양한 사람들의 독서 근황을 알아보는 '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코너가 예측 불허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를 종횡무진 가로지르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일기 릴레이입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영역에서 뜻밖의 독서 취향을 발견하고 의외의 책과 조우하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소설가 김연수->'영혼의 슬픔' 저자 이종영->출판기획자 조원식->만화가 박흥용->임지훈 카카오 대표->이준익 감독->박정민 배우->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김봉진 '배달의 민족' 대표->에피톤 프로젝트의 차세정->김주환 연세대 교수->뮤지션 한희정->김대현 작가->서동원 바른세상병원 원장->이재민 그래픽 디자이너->재즈 보컬리스트 허소영->영화배우 안성기->북바이북의 김진양 대표->가수 김수철->임경선 작가->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장강명 작가->조성주 전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방송인 유정아->손아람 작가->황두진 건축가->정연순 민변 회장->홍수영 콘텐츠 큐레이터->임순례 영화감독->정지돈 작가->홍석재 감독->조선희 작가->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까지 이어졌습니다.


오늘은 홍석재 감독이 추천한 인디포크 뮤지션 김해원 편입니다.


*홍석재 감독의 첫 추천 인물은 웹툰 마사토끼의 양찬호 작가였습니다. 양 작가와는 이메일로 연락이 닿았습니다만 작품을 연재하는 동안에는 인터뷰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 고사했습니다. 그 다음으로 추천한 사람이 김해원 뮤지션입니다.

제가 추천하고 싶은 분은 김해원이라는 인디포크 뮤지션입니다.

저의 장편영화 <소셜 포비아>뿐 아니라 단편영화 시절부터 음악 작업을 맡아온 동료입니다. 동시에 같이 영화를 전공한 학부 동기 사이이기도 합니다. 학부 시절 해원 형의 작업실에 놀러갔을 때 본 페이지가 접힌 시집들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좋은 가사를 쓰기 위해 시를 읽기 시작했다더군요. 나중에 '김사월X김해원'이라는 듀엣 포크 그룹을 결성해서 발표한 곡들을 들으면서 예전의 노력들이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예컨대 <비밀> 같은 노래의 가사를 들어보신다면 제 말에 동의하실 거예요. 한 편의 시거든요.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 책은 어떻게 다가가고 어떻게 읽히는지 궁금합니다.

홍석재 감독 편 바로가기


김해원 뮤지션과는 전화 후 이메일로 문답을 주고받았습니다. 답글을 보니 곡을 쓰는 것과는 별개로 틈틈이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는 말이 실감이 났습니다. 한 줄 한 줄 허투루 쓴 게 없더군요.

책이나 음악 이야기 말고도 학창 시절 진로를 고민할 때나 방향을 결정하고 난 후에도 겪어야 했던 어려움 같은 것들은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는 분들께 참고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추천자인 홍석재 님과는 어떤 인연이 있나요?

홍석재 감독은 대학 시절을 함께 보낸 영화학과 동기입니다. 제가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했던 것은 졸업 이후였는데, 그때쯤 홍 감독이 자신의 졸업 작품의 음악을 맡아달라고 했어요.

제가 졸업 전부터 단편영화 음악을 조금씩 하고 있었거든요. 이전에 같은 과 동기의 단편영화 작업에서 홍 감독과 서로 조연출과 음악으로 만났던 적이 있어서 그때 작업을 기억하고는 음악을 부탁했던 것 같아요.

저희가 연출과 음악으로 처음 함께한 작품 제목은 <필름>이었어요. 헐리우드 스릴러나 미드 같은 긴장감과 빠른 편집이 특징인 작품이었죠. 그때 각종 영화제에 초청도 받았고 좋은 성과를 거뒀습니다.

그 뒤에 홍 감독이 한국영화아카데미에 진학해서 찍은 단편 을 비롯해서, 저예산 영화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장편 <소셜포비아>까지 파트너로 작업을 해왔습니다.

-김사월X김해원 포크 듀오로 활동하고 있지요. 어떻게 결성되었고 무엇을 추구하고 어떤 활동을 해오셨는지 소개해 주시겠어요?

‘김사월X김해원’은 제가 이제까지 노력해온 창작 활동, 직업 활동을 통틀어서 가장 큰 성과를 거둔 프로젝트입니다. 지금도 가장 힘쓰고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시작은 2012년 무렵이었습니다. 그때 각자 홍대 라이브클럽을 중심으로 어쿠스틱 공연을 하면서 같은 무대에 오를 때가 많았습니다. 2013년 말쯤 제가 솔로 앨범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한 곡을 사월 씨와 함께 부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연락한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그전부터 사월 씨 공연을 보면서 그녀의 음악에 흥미가 있었습니다. 제가 가졌던 흥미의 중심에 비슷한 음악적 취향이나 레퍼런스(준거로 삼는 것)가 자리하고 있을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만나서 작업을 시작해보니 서로의 장점과 레퍼런스들이 합쳐지면서 상호보완적인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솔로였을 때보다 저희를 찾아주는 관객과 기획자들이 많아졌죠.
2014년 여름에 <레코드폐허>라는 언더그라운드 음악 공연/장터 무대에서 같이 공연을 하게 되었고, 그때 처음으로 저희 녹음물도 공개하고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그해 10월에 정식 앨범을 냈는데 생각보다 훨씬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이듬해 한국대중음악상에서 두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영광도 누렸고요. 처음엔 프로젝트라고 생각하고 시작했지만 이제는 서로에게 중요한 일이 되었고 지금까지 듀오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것과는 별도로 이전부터 사월 씨의 솔로 앨범도 프로듀싱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2015년 하반기에 실행에 옮기기도 했습니다. 김사월 솔로 1집 <수잔>인데 이 역시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요즘 근황은 어떤가요?

김사월X김해원은 작년 말 싱글 <허니 베이비>를 발표한 이후로 다음 앨범에 수록할 곡을 쓰는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2월 15일에는 창동플랫폼61에서 오랜만에 단독 공연으로 팬들과 만났습니다. 앞으로도 관객들과 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공연들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 솔로 앨범도 천천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참여했던 컴필레이션 앨범 <젠트리피케이션>이 이번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 앨범’ 부문에 후보로 선정됐고, 제 곡 <불길>이 같은 상 ‘최우수 포크 노래’ 부문에 후보로 올랐습니다.

-지금 모습이 원래 꿈이었나요? 언제부터 뮤지션이 될 생각을 했지요?

저는 영화 감독이 되고 싶었던 사람입니다. 예전부터 평소 음악을 폭넓게 듣고 곡을 쓰고 연주하는 것을 시도해보곤 했지만, 그것에 관련된 학업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대학 진학을 고민할 시점에 이르러서는 감독 중심의 종합 예술인 영화에 큰 흥미를 느꼈습니다. 기억하기로는 대학 진학을 앞둔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 시기가 한국 영화의 호황기였던 점도 기대감을 키웠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4년간 학문적으로 접한 영화는 제가 추상적으로 꿈꿨던 것과는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영화 특유의 협업 과정에 따라오는 여러 요소들, 작업 과정에서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거나 차선책을 택해야 하는 일들이 제 적성에는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졸업 작품을 만들 때 마지막으로 정말 열심히 영화에 몰두했었는데 결국 내가 이 분야에서 남들보다 뛰어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지 못한 것이 크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직업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한동안은 동시녹음, 편집 같은 영화 관련 기술 분야를 진로로 염두에 두고 노력하기도 했습니다.

그 와중에 어릴 적부터 꿈꿔온 음악에 대한 동경이 이런 결정들을 어렵게 만들고 고민하게 했습니다. 졸업 이후 사회로 나아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번은 시도해보자 했던 것이 결국 지금 음악을 직업으로 갖게 된 계기가 된 셈입니다.

-하고 싶은 일과 생계 사이에서 고민하거나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문제로 걱정이나 불안은 없나요? 어떻게 극복하거나 견뎌내지요?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음악으로 꼭 한번 성취해보자는 결심을 하고 난 후에도 몇 년 동안은 심각한 불안 속에서 지냈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제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많이 늦은 출발을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집안 사정이 어려웠기 때문에 경제적인 자립이 늦어지는 건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컸습니다.

그래서 매일 남들보다 어떻게든 더 노력해서 시간을 단축시키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시행착오들을 겪으며 점차 모든 일에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는 하루하루를 돌아보면서 그날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했고, 성실히 생활했다는 기분을 확인하면서 불안을 잠재우곤 했습니다. 그리고 제 장점이 무엇인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그리고 무엇은 잘 맞지 않는지에 대한 모색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요즘에도 주변에 음악가들, 그리고 전혀 다른 분야에 있는 친구들을 종종 만나면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떠나서 다들 불안과 고충을 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누군가는 지금 저의 상황을 동경할 수도 있고, 저는 또 다른 누군가를 동경하기 때문에 더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가사도 직접 쓰시나요? 글 쓸 때 습관이 있나요? 어떨 때 어떻게 쓰지요?

제가 만든 곡은 거의 모두 가사를 직접 씁니다. 가사 쓰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주로 저의 경험들을 재료 삼아 가사를 쓰는데, 일상의 파편이나 과거에 겪었던 일들입니다. 그것들을 되도록 시각적인 형태로 기억합니다.

곡 하나하나마다 쓰는 방식은 조금씩 다른 편이고요. 시작은 어떤 감정의 덩어리이거나, 머릿속에 남아있거나 그려지는 짧은 상황들입니다. 그것들을 가지고 사건을 만들고 누군가에 관한 이야기를 써내려가려고 합니다.

평소에 누군가와 대화를 했거나 할 때 떠오르는 순간적인 발화나 단어들도 잊어버리기 전에 핸드폰이나 노트에 꼭 기록합니다. 그러고 나서 나중에 그것에 살을 붙여나가 결국 이야기가 되도록 노력합니다.

추상적인 것으로부터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무언가를 향해 나아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대부분 아주 오래 걸리고 애를 먹는 편입니다. 만약 제가 가사를 쓰는 것이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거나 대화하는 것처럼 일상적이고 실제적인 것에서 출발하는 방식이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수월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일상적인 글쓰기가 평소에 이뤄지지 않으면 함축적인 표현을 목표로 하는 가사를 쓸 때 전혀 진척이 없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제가 얻을 수 있는 강렬한 경험의 양은 한정적인데, 평소에 인터넷 뉴스나 SNS, 시청각적 요소들에 끊임없이 노출되면서 저만의 경험을 온전한 사유로 남기는 것을 방해받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런 이유에서 최근에는 노래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닌 일상적인 글쓰기를 의식적으로 해나가고 있습니다. 또 일상은 아무래도 주거지를 주변으로 해서 반복되는 것이다 보니, 새로운 감정을 느끼고 그것을 정리하기 위해 종종 여행을 떠나고 있습니다.

-좋아하거나 존경하거나 닮고 싶은, 혹은 가장 의식하는 뮤지션은 누구지요?

뭐랄까, 길고 긴 작업에서 해결책이 더이상 보이지 않을 때에는 결국 비틀즈나 그 이전의 장르의 태동에 해당하는 음악을 찾긴 합니다.

특별히 의식하는 뮤지션은 없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당대의 모든 음악가들을 의식하고 있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음악을 창작하고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행위 아래에는 항상 시간이라는 축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담이지만, 최근 영화 <컨택트>를 보고 이 생각이 조금 바뀌긴 했습니다.)

다른 뮤지션들이 지금 어떤 음악을 하고 있는지, 어떤 이야기를 사람들과 나누고 있는지를 알아야 저도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는 일은 때로는 즐겁지 않은 것이 되기도 하고, 자존감을 흔들어 놓기도 합니다.

-가사를 중시하는 편인가요? 가사가 좋은 곡을 꼽아주실 수 있나요?

음악을 들을 때 청자로서의 입장과 직접 만드는 작가로서의 입장이 조금 다른데요. 청자로서도 한글로 된 노래를 들을 때와 영어 또는 다른 외국어로 쓰여진 노래를 들을 때가 또 다릅니다.

한글로 된 노래를 듣고 좋아하기 위해서는 가사가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반대로 다른 언어로 쓰여진 노래는 청각 정보로 뜻을 바로 이해하지는 못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가사가 큰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음악가 입장에서는 가사가 음악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제가 전달하려고 하는 우선 순위의 첫번째가 청각 정보가 아닌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쓴 가사가 저 자신을 납득시키지 않으면 어려워집니다. 아마도 직접 노래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 그렇게 느끼지 않을까 싶습니다. 좋은 가사에 대해서는 저로서도 여러가지 주관적인 기준이 있기 때문에 어떤 곡을 딱 꼽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고 있는 음악 작업이나 일상과 책/독서는 어떤 관련이 있나요?

인터넷 상의 짧은 글을 읽는 것, 정확히 이야기해서 찾아서 읽는 글이 아니라 눈에 보여서 확인하는 정보들은 확실히 소모적입니다. 이것들은 나중에 제 생각과 상상으로 이어지기보다는 단순히 증발해버린 시간을 확인하게 할 뿐입니다.

문장의 구조를 제대로 갖춘 글쓰기와 책이라는 몇 십 쪽에서 몇 백 쪽 분량의 글을 읽어내려가는 독서는 그런 면에서 전혀 다른 경험을 선사하는 것 같습니다.

독서와 글쓰기에 시간을 할애한 날이면 다른 날보다 마음 편히 잠들 수 있습니다. 그 시간이 다음에 제가 음악으로 표현하려는 무언가의 토대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소 책은 얼마나 어떻게 읽나요?

어렸을 때부터 청소년기까지는 집에 서재가 따로 있을 정도로 책이 많았습니다. 심심할 때마다 그 방에서 책과 함께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책을 읽고 상상하던 나날들이 어쩌면 지금까지도 좋은 영향으로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책을 많이 못 읽고 있는데, 무엇보다 생활은 더 바빠졌는데 책을 읽는 속도는 예전처럼 느린 편이어서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정독해서 문장 하나하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기 어려워하는 성격입니다.

20대 중반 즈음부터 우연히 알게 돼 자주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 <라디오문학관>과 얼마 전부터 애청하고 있는 <소라소리>라는 팟캐스트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텍스트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즐겨보는 장르나, 나름의 독서의 안배 방식이 있나요? 근래 들어 어떤 취향의 변화가 있나요?

최근에는 주로 예술서나 문학서 위주로 읽는 것 같습니다. 일단 책을 조금이라도 더 읽는게 목표이기 때문에 안배 방식 같은 것은 따로 없고요. 최근에는 건조하고 짧은 문체를 지닌 작가들을 찾아보고 있고, 더불어 시집들을 읽어보려고 합니다. 제가 완성하지 못한 곡들의 가사를 쓰는데 힘을 쏟으면서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빼놓지 않고 보는 저자의 책이 있다면?

지금은 딱히 없는 것 같습니다. 20대 시절에 일본 작가들 소설을 많이 읽었습니다. 동세대 많은 분들이 그랬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김금희 작가의 소설을 <라디오문학관>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이 분의 책들을 찾아서 읽어보려고 합니다. 그 프로그램을 통해 <체스의 모든 것>, <너무 한낮의 연애>를 먼저 접했고, 그 뒤로 10인의 젊은 여성 작가들의 소설이 묶인 테마 소설집 <내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배운 말>에서 김 작가의 소설을 읽었습니다. 앞으로 그분의 다른 작품들을 읽어나갈 것입니다.

-지금 읽고 있거나 최근에 인상 깊게 읽은 책은요? 읽게 된 계기나 동기는? 간단한 소개와 소감도 부탁합니다.


류시화의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하이쿠 선집입니다. 오랫동안 만족스러운 가사가 잘 써지지 않던 참에 시집을 찾으러 도서관에 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라 일컬어지는 하이쿠는 5-7-5 형식의 정형시라고 합니다. 전부터 알고 있던 문학 장르지만 이렇게 모아서 읽어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함축적이어서 독자가 의미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매력은 있지만, 그 때문에 한 눈에 의미를 파악하기가 어려운데, 이 책에서는 선별해서 실은 하이쿠마다 역사적 배경과 자신의 해설을 덧붙여 놓아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무엇보다 책의 편집과 삽화, 전체적인 디자인이 매력적입니다.
칼럼리스트 곽정은의 <편견도, 두려움도 없이>

얼마 전 친구 권유로 읽었습니다. 책의 부제가 ‘한국에서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하여’인데요. 강남역 살인사건, 문화예술계 성폭력 사례 같은 일련의 여성 혐오 사건들을 접하면서 여성의 삶이나 여성 혐오에 대해 무지한 부분이 많다는 부끄러움이 있었습니다.

페미니즘에 관한 다른 책도 읽어본 적이 있는데, 이 책은 작가의 솔직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한국 사회를 이야기하고 있어서 보다 빠르고 절절하게 흡수할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께 보내는 편지로 이뤄진 마지막 장을 읽노라면 작가의 진실된 마음과 뚜렷한 의지가 파도처럼 밀려옵니다.

한국에서 남자로 살아가는 저에게 더 나은 남성이 돼야겠다는 강한 동기를 불러일으키더군요. 인터넷에서 작가에 대한 과도한 비판의 의견들을 접할 때가 있는데, 각자 마음의 노여움과 증오심을 잠시 내려놓고 이 책을 한번 읽어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오에 겐자부로의 <오에 겐자부로, 작가 자신을 말하다>

뒤이어 소개할 '오랫동안 반복해서 보는 책'이 오에 겐자부로 님의 소설인데, 정작 이 작가의 다른 책은 제대로 읽은 적이 없지 않았나 하는 마음에 초기부터 만년까지 저서들을 찾아보다가 그 흐름을 이해하고 싶어서 이 책을 먼저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다 못 읽어서 제가 받은 인상은 한정적인데요.

일단 창작 초기에 소설가로 등단하고 나서 차기작들을 써내려가는 동안 겪었던 창작의 어려움과 자기 반성에 대해 토로하는 부분이 현재 음악가로서의 제 모습과 겹쳐지면서 큰 응원이 되었습니다.

-곁에 두고 오래 반복해서 보는 책이 있나요?

오에 겐자부로의 <개인적 체험>입니다. 이 소설은 젊은 시절, 장애가 있는 아들의 출생과 성장을 경험한 작가가 그에 대한 자전적 이야기를 소재로 쓴 작품들 중 하나입니다. 극단적인 경험을 한 인간이 사실을 어떻게 인지하고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 과정을 온전히 겪어내 마침내 품을 수 있는지에 관한 상상의 세계를 보여줍니다.

저 역시 젊은 음악가로서 늘 저와 주변 사람들이 겪은 일들에서 삶의 어떤 진실을 발견할 수 있는지, 얼마나 창의적인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지 고민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은 늘 곁에 두고 문장들을 하나하나 되새겨보게 하는 특별한 작품입니다.

-앞으로 꼭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언제라도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도 살아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영화를 한 편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다음 추천하고 싶은 사람은요? 이유는?

제가 추천하고 싶은 사람은 서울 동교동에 위치한 카페 <한잔의 룰루랄라>의 이성민 대표입니다.

이 곳에 만화책이 많아서 만화 카페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만화가들도 자주 찾고요. 홍대 씬에서 활동하는 뮤지션들의 앨범도 판매되고 있고, 음악 공연도 꾸준히 열립니다. 카페에 오래 앉아 있다보면 사장님이나 일하시는 분들의 선곡을 통해 새로운 음악들을 들어볼 수도 있습니다.

뮤지션이자 카페를 자주 찾는 사람으로서 한잔의 룰루랄라는 항상 그 자리에 있었으면 하는 장소입니다. 그곳을 지켜온 분의 평소 생각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엿보고 싶다는 생각에 추천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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