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워런 버핏의 집중투자까지 읽은 이유는
북클럽 오리진이 궁금하다면
지금까지 소설가 김연수->'영혼의 슬픔' 저자 이종영->출판기획자 조원식->만화가 박흥용->임지훈 카카오 대표->이준익 감독->박정민 배우->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김봉진 '배달의 민족' 대표->에피톤 프로젝트의 차세정->김주환 연세대 교수->뮤지션 한희정->김대현 작가->서동원 바른세상병원 원장->이재민 그래픽 디자이너->재즈 보컬리스트 허소영->영화배우 안성기->북바이북의 김진양 대표->가수 김수철->임경선 작가->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장강명 작가->조성주 전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방송인 유정아->손아람 작가->황두진 건축가->정연순 민변 회장->홍수영 콘텐츠 큐레이터까지 이어졌습니다.
오늘은 정연순 민변 회장이 추천한 임순례 영화감독입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대표이기도 한 임순례 감독님. 아주 예전부터 제가 팬이기도 하지만,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더 나아가 동물권으로 인식과 활동의 지평을 넓히고 계시는데, 그런 인식의 확장을 더해주는 독서의 비밀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정연순 민변 회장 편 바로가기
임순례 감독과는 이메일로 연락이 닿았습니다. 대표를 맡고 있는 동물보호 시민단체 카라 일 말고도, 요즘 영화 작업까지 겹쳐 많이 바쁜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인터뷰에는 기꺼이 응해주었습니다. 책과 독서 문화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습니다. 문답 역시 이메일로 주고받았습니다.
-추천자인 정영순 님과는 어떤 인연이 있나요?
정연순 변호사님과는 2000년대 초반 여성영화인 모임 자문 변호사와 이사의 관계로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몇 년 후 제가 집을 지으면서 시공업자와 소송을 벌이는 일이 생겼고, 소액 소송이어서 나홀로 소송을 진행할 때 정변호사님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그 뒤로 자신도 까칠한 유기견을 키우고 있는 반려인으로 제가 대표로 있는 동물보호 시민단체 카라의 소송도 많이 도와주시고 하셨어요. 주로 제가 민폐를 끼치는 입장이긴 합니다만...
올봄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는 <여판사> 상영 전 사전 이벤트 행사의 연출자와 작가로 만나는 재미있는 경험도 함께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근황을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영화감독으로서는 촬영을 곧 앞둔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표를 맡고 있는 동물보호 시민단체 카라 업무에다, 몇 달 전부터는 인천영상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그곳 업무 등의 일정을 조율하면서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현재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 대표를 맡고 있지요. 혹시 모르는 분들을 위해 어떻게 그 일을 시작했고, 현황은 어떤지 소개해주시겠습니까?
2004년 가을에 카라의 운영자 한 분과 연이 닿아 명예이사직을 수락하게 되었습니다. 명예이사 역할은 그리 크지 않았는데 2007년 대표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대표직 제안까지 받았어요. 영화 일과 병행할 수 없다는 이유로 2년여를 고사하다가 결국은 맡게 되었습니다. 그게 2009년 여름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동물을 워낙 좋아했고 동물들의 열악한 처지를 계속 외면하기 힘들었습니다. 카라에서는 유기견 및 길고양이 등의 복지 개선 문제뿐만 아니라 농장동물, 실험동물, 야생동물, 동물원 동물 등 모든 종류의 동물 권리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현재 만여 명의 후원회원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홈페이지
-영화 일도 계속 하고 있지요? 혹시 진행 중인 거나 계획은?
영화는 내년 1월 중순에 촬영 들어가는 게 있습니다. 일본 영화가 원작인 <리틀 포레스트> 리메이크 작업을 준비 중입니다. 김태리-류준열씨가 캐스팅된 상태입니다. 예산은 그리 크지 않은데 4계절을 모두 담아야 하는... 현실적으로는 좀 어려운 프로젝트입니다.
하지만 촬영하는 동안에는 함께 작업하는 스태프들과, 촬영 후에는 영화를 보시는 관객들께 힐링을 주는 그런 영화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리틀 포레스트> 작업이 끝나면 이중섭 화백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를 계획 중입니다.
-어릴 적 책벌레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요즘은 어떤가요?
책벌레까지는 아니지만 책 읽는 것을 좋아한 것은 사실입니다. 요즘은 영화를 준비하는 중이다 보니 절대 시간이 부족해서 책을 거의 읽지 못하고 있습니다. <리틀 포레스트>가 요리 영화라서 요리-귀농 관련 책을 읽고 있긴 해요.ㅎㅎ
-평소에 책은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읽고 계시는지요?
영화를 찍지 않는 시즌에는 일주일에 한두 권 정도 읽는 것 같습니다. 주로 자기 전에 한두 시간쯤 시간을 내어 읽는 편인데... 너무 재미있다 싶으면 잠자는 시간을 줄여서라도 끝까지 읽기도 하구요.
-특별히 즐겨보는 장르나, 나름의 독서의 안배 방식이 있나요? 근래 들어 어떤 취향의 변화가 있나요?
책에 관해서는 딱히 체계나 계획은 없이 닥치는 대로 읽는... 잡식성이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데... 최근 10년 사이에는 아무래도 관심 영역인 동물-환경-불교 책을 자주 보게 되는군요.
-빼놓지 않고 보는 저자의 책이 있다면?
오르한 파묵, 폴 오스터, 파울로 코엘료, 바르가스 요사, 살만 루시디, 마루야마 겐지, 조정래, 성석제, 공선옥, 허수경...
-지금 읽고 있거나 최근에 인상 인상깊게 읽은 책은요?
최근에 인상 깊게 읽은 책은 안희경의 <문명,그 길을 묻다>와 공지영의 <시인의 밥상>. 현재 읽고 있는 책은 허수경의 <너 없이 걸었다>입니다.
-그 책을 읽게 된 계기나 동기는? 간단한 소개와 소감도 부탁합니다.
<문명, 그 길을 묻다>는 정연순 변호사를 통해 안희경 작가를 소개받았고, 안 작가가 이 책을 제게 보내주었습니다. 경향신문에 연재한 내용을 묶은 책인데, 연재 당시에는 보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석학들 중에는 제가 모르는 분도 많았지만, 세계적 지성들이 분석하고 예언하는 인류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통찰에 공감하고 배운 바가 많았습니다.
<시인의 밥상>은 요리 영화를 준비 중이기도 하고 박남준 시인과 공지영 작가의 글을 좋아해서 읽게 된 책인데 기대만큼 좋았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행복한 시간이 오래오래 남는 유기농 에세이입니다.
<너 없이 걸었다>는 작년에 나온 책이지만 놓치고 있다가 얼마 전 전숙희 문학상 시상식에 갔다가 알게 된 책입니다. 허수경 시인이,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뮌스터라는 독일의 한 작은 도시의 공간을 배경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문학인들, 평범한 사람들, 자신만의 감성과 기억을 강물에 물감 풀어 놓듯... 살며시 조근조근 풀어 놓은 책입니다. 아주 느리게 읽고 싶은 책입니다.
-여성을 좀더 잘 이해하려는 남성들에게 특별히 권하고 싶은 책이 있나요?
레베카 솔닛의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모던하면서도 도식적이지 않게 페미니즘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곁에 두고 오래 반복해서 보는 책이 있나요?
욘게이 밍규르 린포체의 <티베트의 즐거운 지혜>. 아무 쪽이나 펼쳐 읽어도 지혜와 성찰을 얻을 수 있는 책입니다.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달라이 라마는 언제나 진리입니다.
<스콧 니어링 자서전>. 그가 설계하고 실현한 삶이 제게는 가장 완벽해 보입니다.
-서가에 꽂힌 책 중에 사람들이 알면 깜짝 놀랄 만한 책이 있을까요?
<워런 버핏, 집중투자>. 제가 돈 욕심은 없는 편인데 가끔 낼 때가 있습니다. 동물애호가들은 아마 모두들 공감하실 텐데... 학대받는 동물들을 볼 때마다 로또를 맞거나 거액의 돈을 벌어서 유기견이나 길고양이 보호소를 차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몇 년 전에 이 책을 사서 읽은 후에 주식투자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교훈을 바로 깨닫기도 했지만, 워런 버핏이 단순한 주식투자의 대가가 아니라 자신의 철학과 주관이 뚜렷하고 자신의 장단점을 냉철히 파악하고 실천하는, 인간적으로 현명하고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게 해준 책입니다.
-앞으로 꼭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동물보호 운동과 영화의 접점에서 개식용을 근절하는 데 기여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은데, 원래 제가 잔인하고 폭력적인 상황을 잘 견디지 못합니다. 공포 영화를 좋아하지도 않고 액션 영화의 폭력적인 장면에서는 거의 눈을 감고 소리만 들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한 해에 200만 마리 이상이 희생되는 개식용 근절에 보탬이 되는 영화를 언젠가는 꼭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농장의 비참한 현실과 그들의 죽음까지도 다루는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내적인 힘을 키워야겠지요.
-그 다음 추천하고 싶은 사람은요? 이유는?
조선희 전 서울문화재단 대표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신문사 기자, 영화잡지 편집장, 소설가, 문화 관련 기관장을 거쳐 다시 소설가로 돌아간... 그리고 진짜로 책을 좋아하는 그녀의 독서지형도를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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