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책과의 우연한 만남도 인연"

조회수 2016. 10. 16. 11: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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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에서 배우로 변신한 유정아 "길고 오랜 장편에 눈떠"

북클럽 오리진이 궁금하다면

남다르게 사는 사람 곁에는 책이 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냥 주어지는 대로가 아니라 내가 생각해서 살아보겠다는 뜻의 다른 말입니다.

그 사람은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을까. 다양한 사람들의 독서 근황을 알아보는 '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코너가 예측 불허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를 종횡무진 가로지르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일기 릴레이입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영역에서 뜻밖의 독서 취향을 발견하고 의외의 책과 조우하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소설가 김연수->'영혼의 슬픔' 저자 이종영->출판기획자 조원식->만화가 박흥용->임지훈 카카오 대표->이준익 감독->박정민 배우->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김봉진 '배달의 민족' 대표->에피톤 프로젝트의 차세정->김주환 연세대 교수->뮤지션 한희정->김대현 작가->서동원 바른세상병원 원장->이재민 그래픽 디자이너->재즈 보컬리스트 허소영->영화배우 안성기->북바이북의 김진양 대표->가수 김수철->임경선 작가->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장강명 작가->조성주 전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 편까지 이어졌습니다.


오늘은 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가 추천한 방송인 유정아 씨입니다.

방송인 유정아 씨를 추천합니다. 유정아 씨는 책을 좋아하는 독서인으로 알고 있습니다. /도정일 명예교수의 추천의 말

도정일 명예교수 편 바로가기

유정아 씨는 유명 앵커에서 대선 캠프 대변인으로, 다시 배우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재작년 연극 무대에 선 데 이어 올 겨울 영화 출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전화 통화 후 이메일로 질문을 보냈고 답을 받았습니다.

-추천자인 도정일 교수님과는 어떤 인연이 있나요?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시민캠프 대변인으로 일했습니다. 그전에도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그때 도정일 선생님도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당시 어떤 자리에서 인사를 하게 됐습니다. 그 후로 제 책을 드리기도 했고,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특강과 책읽는사회 모임에 초대받기도 했습니다. 방송인으로서 저의 글과 생각과 행동을 좋게 봐주셔서 기뻤습니다.

-요즘 근황을 간략히 소개해주시겠습니까?

대선 이후 방송은 전혀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저의 정체성을 방송인이라고 하기는 어색합니다.

2014년에는 <그와 그녀의 목요일>이라는 연극에서 조재현, 박철민 등과 주연을 맡아 6개월 정도 공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뒤로 '여배우'라 말하고 다녔습니다만 아무도 '주목'은 하지 않았습니다.

작년말까지는 2년 가량 노무현시민학교 교장으로 재직했고, 지금은 올 겨울 촬영을 앞두고 있는 박기용 감독의 영화 여주인공으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매주 감독님과 만나 시나리오 작업과 캐릭터 작업을 함께 하는, 참여하는 배우라고나 할까요.
20대에 연인이었던 남녀가 지금의 제 나이 정도의 중년에 다시 만나 네다섯 번의 만남을 갖는 이야기입니다. 사랑, 관계, 나이듦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지난 늦봄에 출연 제의를 받았습니다.

재작년 연극 무대에 서본 이후로 방송보다 오히려 연기가 나라는 사람에게는 더 즐겁고 잘 맞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영화를 통해 세상과 타인에 대한 감정이입을 더욱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따뜻한 사람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평소 어떤 책들을 어떤 식으로 찾아 보세요?

우연히 눈에 들어오는 책을 사서 보는 편입니다. 신문의 책 코너나 신간 안내 같은 것들도 참고합니다. 예전엔 이 책은 꼭 읽어야지 하는 강박 같은 것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내가 읽게 되는 책과의 우연이 인연이라는 편안한 생각으로 책을 대하게 됩니다. 기본적으로는 좋아하는 국내외 작가의 소설을 많이 읽는 편입니다.

-근래 들어 어떤 취향의 변화가 있나요?

최근에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과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읽었습니다. 예전에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안 읽은 것들이었어요. 길고 오랜 장편의 매력에 눈을 떴습니다.

백년 안팎의 기간 동안 고독하게 책으로, 고독한 독자의 품에서 함께했던 고전의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경외랄까요. <콜레라 시대의 사랑> 같은 책에서도 일생을 통해 변치 않는 사랑 같은 것을 느낍니다.

-빼놓지 않고 보는 작가의 책이 있다면? 이유는요?

필립 로스와 천명관입니다. 필립 로스는 유태계이면서도 어떤 선민의식의 주류에는 들어가 있지 않아요. 너나를 가리지 않고 날카로운 시선을 들이대는 로스의 엄밀함이 좋습니다. 심지어 <유령퇴장>에서는 자신-남자의 노년에 대해서도 신경질적으로 날카로운 관찰력을 보여줍니다. 거기서 고독하지만 늠름한 인간의 모습을 봅니다.
천명관은 <고래>라는 소설을 인생에 남겼다는 것만으로도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세계를 썼다는 건 그 세계가 그의 어딘가에 있다는 거니까요. 소박하고 성실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그의 모습이 좋습니다.

-지금 읽고 있거나 최근에 인상깊게 읽은 책은요?

스위스 작가 우르스 비트머의 <어머니의 연인>, <아버지의 책>입니다.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이야기를 쓴 길지 않은 소설입니다. 스위스 작가의 책은 거의 처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독일어로 글을 쓰는 스위스 작가이면서도, 소설 속에서 남미의 향기가 납니다. 스위스는 거대한 대륙과 무더운 날씨와는 거리가 먼 나라인데도 말이죠. 어쩌면 선대의 역사, 인간의 삶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무더운 신대륙을 횡단하는 것보다 더 신비롭고 향기 나는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책을 읽게 된 계기나 동기는? 간단한 소개와 소감도 부탁합니다.

동료의 소개로 읽게 됐습니다. <어머니의 연인>은 작가의 실제 어머니가 결혼 전에 사랑했던 실존 지휘자에 대한 평생의 사랑과 고통을 그렸습니다.

<아버지의 책>은 동네에서 소년이 12살 성년이 되면 혼자서 아버지의 고향을 향해 떠나게 하고 성공적으로 끝나면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소년의 어른됨을 축하해 주면서 내어주는 노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실제 작가의 아버지는 현실의 결혼 생활이나 자식과의 관계 등에선 늘 미숙했지만 평생 마을에서 만들어주었던 노트에 자기 삶을 빽빽히 성실히 고백했고, 소설가 아들은 그런 아버지의 삶을 회고합니다.

작가로서는 평생 결혼 전 연인을 마음 속에 두었던 어머니와 평생 자신의 삶을 혼자서 기록하는 데에만 관심을 두었던 아버지 사이에서 글 쓰는 아들이 되었던 게 축복이었을 겁니다. 매우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곁에 두고 오래 반복해서 보는 책이 있나요?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들입니다. 왠지 내게는 잡히지 않는다는 편견을 가진 책이었는데, 최근에 손에 쥐었고, 앞으로도 반복해서 책장을 열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요즘 누군가가 책으로 써줬으면 하는 것이 있나요?

20세기 한반도에 살았던 보통 여인의 이야기를 써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만주에서 독립 운동하던 필부의 이야기 같은 것도.

-그 다음 추천하고 싶은 사람은요? 이유는?

안판석 감독. 올봄 우리집 길 건너편에 그분이 작업실을 내면서 그곳이 동네 쉼터가 됐습니다. 늘 책을 읽고 치열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분입니다. <안나 카레니나>도 안 감독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또 한 분은 건축가 황두진. 예전에 비슷한 릴레이 독서 추천 코너에서 연결된 적이 있어요. 그때는 황 선생님이 저를 추천하셨는데 이번에는 제가 황 선생님에게 어떤 책을 읽고 계신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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