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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럽 오리진

[오늘의 큐레이션] 독서, 내 삶의 신기원

셜록 홈즈 작가 코난 도일의 에세이 '마법의 문을 지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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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탐구하고 타인을 이해하며
무엇보다 나를 알아가는 길
북클럽 오리진이 함께합니다

[오늘의 큐레이션]은 독서에 관한 글입니다.


국내에도 번역된 작가 서 코난 도일의 독서 에세이 <마법의 문을 지나>에서 골라봤습니다. 원제목은 <Through the Magic Door>입니다. 그의 나이 마흔여덟 되던 1907년에 출간된 책입니다.


코난 도일은 영화와 드라마로도 끊임없이 리메이크되는 걸작 추리소설 <셜록 홈즈>의 원작자로 지금까지도 유명하지만 생전에 242편의 소설을 출간하고 104편의 시를 발표한 다재다능한 작가이자 기민하고 유쾌한 평론가였습니다.


이 책에서는 자신의 서재에 정렬된 책들을 훑어가면서 젊은 시절부터의 독서 편력과 함께 감명 깊게 읽은 책들과 저자들에 대한 소감을 풀어놓습니다.


그는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하고 안과 의사로 일하는 한편 대학 시절부터 소설을 잡지에 기고하거나 포경선에서 의사 겸 선원으로 일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자청했습니다. 셜록 홈즈 시리즈로 안정적인 수입이 생기면서 의사 활동을 접고 전업 작가가 되었지요. 대단한 다독가이기도 했습니다.


젊은 시절 책과 독서에 관한 그의 소회와 조언을 담은 부분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나는 여러분의 책장이 얼마나 초라한지, 또 책장을 꾸미고 있는 방이 얼마나 누추한지도 관심이 없다. 여러분 뒤에 있는 그 방의 문을 닫고, 바깥세상에 대한 관심을 모두 차단하고, 마음을 달래주는 위대한 고인 일행들에게로 빠져들면 여러분은 마법의 대문을 지나 걱정도 근심도 더는 따라올 수 없는 환상의 나라로 들어선다.


세속적이고 추악한 모든 것들을 뒤로한 채 여러분은 떠나왔다. 그곳에는 말 없이 고결한 벗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눈을 들어 목록을 훑어보라. 벗을 골라라. 그런 다음 그의 손을 잡고 함께 환상의 나라로 떠나기만 하면 된다. 그들과 친숙해서 감각이 무디어진 게 아니라면, 빼곡히 늘어선 책들에선 확실히 뭔가 섬뜩한 느낌이 들 것이다.


가죽이 납포로 방부 처리되어 인쇄용 잉크가 묻은 책들은 제각기 미라화된 영혼이다. 표지는 저마다 한 사람의 농축된 본질을 자로 잰 듯 정확하게 감싸고 있다. 작가들이란 존재는 희미한 어둠 속으로 사라져가고 육신은 만질 수 없는 재가 되었지만 여기에 바로 여러분 마음대로 해도 좋을 그들의 정신이 있다.


우리가 즐기는 행운이 얼마나 기적적인 것인지를 가벼이 만들어버리는 것 또한 친숙함이다. 셰익스피어가 지상으로 귀환했다는 사실을 갑작스럽게 알게 되었는데, 그것도 모자라 그가 누구에게나 자신의 지혜와 공상을 나누는 시간을 베푼다고 가정해보자. 우리는 글을 찾아내는 데 열과 성을 다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의 작품을 -그것도 최고의 작품을- 늘 아주 가까이에 두고 있으면서도 좀처럼 일부러 손을 뻗어 책장에서 그의 책을 꺼내지는 않는다. 기분이 어떻든 상관없이 일단 마법의 문을 통과한 뒤에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이를 소환하여 그 속에서 그에게 공명할 수 있다.


생각에 잠기고 싶다면 여기에 생각의 제왕들이 있다. 공상을 펼치고 싶다면 여기에 공상의 달인들이 있다. 아니면 부족한 게 재미인가? 그렇다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이야기꾼들 누구에게라도 신호를 보낼 수 있으며, 그렇게 나온 고인을 붙들고 시간을 빼앗을 수도 있다. 고인은 우리가 살아가는 문제를 거의 잊게 해주는 아주 훌륭한 벗이다.


우리 가운데 많은 이들이 자신만의 고유한 생각과 정신을 찾아내지 않고 고인의 것에만 사로잡히는데 이는 실로 위험하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간접적인 낭만과 간접적인 감정을 갖는 것이 대부분의 인류의 영혼을 파괴하는 단조롭고 지루한 삶을 사는 것보다는 확실히 낫다. 그러나 가장 좋은 것은 고인의 지혜와 힘이 우리가 분투하는 나날 속에 살아있을 때이다.

나와 함께 마법의 문을 지나 여기 녹색 소파에 앉으시라. 책들이 어수선하게 꽂혀 있는 오래된 참나무 책장이 보일 것이다. 담배는 금지되어 있지 않다. 내가 그들에 관해 말하는 것을 듣고 싶은가? 음, 그게 내가 가장 바라는 바이다.


그들이야말로 하나도 빠짐없이 내게는 소중하고도 친밀한 벗이기에 그들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것보다 더 즐거운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다른 책들은 저 너머에 있지만, 여기 있는 책들은 내가 특히 좋아하는 책들로, 읽고 또 읽고 내 팔이 닿는 곳에 두고 싶은 책들이다. 낡을 대로 낡은 표지는 세월이 흐르면서 내게 풍요롭고 감미로웠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중 일부는 약간의 희생을 의미하기에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더욱 소중하게 만든다. 맨 아래칸에 있는 낡은 갈색의 책들이 보이는가? 그 책들 하나하나는 점심을 상징한다. 모든 게 풍요롭지 않았던 학창 시절에 산 것들이다. 3펜스는 점심 샌드위치와 맥주 한 잔 값에 해당하는 용돈이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수업을 들으러 가는 길에 세상에서 가장 매혹적인 서점을 지나가게 되었다. 서점 문 바깥에는 낡을 대로 낡은 책들이 시시각각 무더기로 어지러이 쌓이고 있었는데, 그 책더미 위에는 거이에 있는 어떤 책이라도 내 호주머니에 들어 있는 돈과 동일한 금액으로 살 수 있는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책더미 가까이 다가가자 혈기왕성한 육체의 허기와 청춘 특유의 닥치는 대로 읽고 싶다는 호기심 어린 마음 사이에 맹렬한 전투가 벌어졌다.


여섯 번 중 다섯 번은 동물성이 이겼다. 하지만 정신성이 팽배했을 때에는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을 발견해낼 때까지 케케묵은 연감과 스코틀랜드의 신학책, 대수표 책들 사이에서 5분씩 넋을 잃은 채 미친 듯이 파고들었다. 이 책의 제목들을 죽 훑어보면 여러분은 내가 아주 허튼짓을 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정말 좋은 책을 몇 권 소장하고 삶을 시작하는 것은 대단히 훌륭한 일이다. 여러분은 처음에는 그 책들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유치하고 순수한 모험담을 갈망할지도 모른다. 할 수만 있다면 그런 책을 선호할 것이다. 그러나 우중충한 날이 오고 비가 내리는 날이 오면 여러분은 언제나 여러분의 관심을 끌기 위해 그토록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 가치 있는 책들로 독서의 틈바구니를 채우도록 내몰릴 것이다.


그러다 별안간, 여러분의 삶에 신기원을 여는 어떤 날, 여러분은 그 차이를 이해하게 된다. 마치 섬광처럼, 어떻게 하나는 아무것도 아니고 또 다른 하나는 문학인지를 알게 된다. 그날 이후 다시 그 유치하고 미숙한 작품으로 돌아갈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마음속에 비교의 기준 같은 것이 생기게 된다. 여러분은 이제 이전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없다.


그러다 점차 좋은 책이 더욱 소중해지게 되며, 여러분의 자라나는 마음과 더불어 좋은 책이 점점 쌓여간다. 여러분의 더 나은 자아의 일부가 되고, 그래서 마침내 내가 지금 그렇듯 여러분은 낡은 표지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되며, 과거에 그 책들이 의미했던 모든 것들을 좋아하게 된다.


그렇다. 내가 서사에 입문하게 된 것은 황록색 표지로 된 스콧의 소설들 때문이었다. 그 책들은 내가 진가를 알아보거나 이해조차도 하기 오래전에 소유하게 된 첫 책들이었다. 그러나 마침내 나는 그 책들이 얼마나 보물인지 깨닫게 되었다. 소년 시절, 나는 모두가 잠든 한밤중에 타다 남은 촛동강 옆에서 남몰래 그 책들을 읽었는데, 그러한 일종의 범죄의식은 소설을 읽는 데 새로운 열기를 더했다.


아마 여러분은 내 <아이반호>가 다른 책들과 판형이 좀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챘을 것이다. 첫 번째 책은 개울가 풀밭에 두었다가 물속에 빠뜨려 결국 사흘 뒤 진흙투성이 둑 위로 건져냈으나 이미 퉁퉁 부르트고 썩어 문드러진 상태였다. 그렇지만 그 책은 잃기 전에도 이미 닳고 닳은 상태였다. 실제로 그 책은 제자리로 되돌려 놓기 몇 년 전에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나의 본능은 언제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보다는 거듭해서 다시 읽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생을 시작하는 젊은이에게 조언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주일에 하룻밤은 과학책을 읽는 데 바치라는 것이다. 단호한 결의를 고수할 끈기 있는 젊은이가 스무 살에 과학책을 읽기 시작했다면, 서른 살에는 분명 단단히 내공이 다져진 자신을 발견할 것이며, 이는 앞으로 어떤 삶의 행로를 걷게 되더라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과학책을 읽을 때 조언하자면, 지나치게 세세한 사항에 얽매여서 인시목(나비나 나방류를 포함하는 곤충강의 한 목-옮긴이)을 세분화한다든지 쌍떡잎식물을 분류하는 것 등에 몰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루하고도 시시콜콜한 항목들은 과학이라는 마법의 정원에서 가시로 뒤덮인 덤불일 뿐, 그 안으로 머리를 비집고 들어가 거닐기 시작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탁 트인 화단을 탐색하고 평탄한 길을 두루 거닐 때까지는 시시콜콜한 항목들을 멀리하라. 학습서를 피해야 하는 이유다. 학습서를 밀어내고 흥미를 끌어당기는 대중적인 과학 공부에 연마하다. 모든 다양한 주제들에 관해 전문가가 되기를 바랄 수는 없다. 보편적인 결과에 대한 폭넓은 아이디어를 얻고 그 결과물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훨씬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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