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큐레이션] 사피엔스의 도박

조회수 2018. 10. 15. 10: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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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경제학상 수상 윌리엄 노드하우스의 '기후 카지노' 중에서

세상을 탐구하고 타인을 이해하며
무엇보다 나를 알아가는 길
북클럽 오리진이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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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큐레이션]은 '기후변화'에 관한 글입니다. 지난 8일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윌리엄 노드하우스 예일대 교수의 저서에서 골랐습니다. 노드하우스 교수는 일찍부터 기후변화의 경제적 효과에 관해 연구하고 분석 모델을 개발한 공로로 상을 받았습니다.


그는 2013년에 출간한 저서 <기후카지노: 지구온난화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서 60여 개의 통계지표를 근거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피해를 농업, 인간 건강, 해수면 상승, 야생동식물 종 감소 등 여러 관점에서 분석하는 한편 이를 늦추기 위한 정책과 제도를 제시했습니다.


원 제목은 'The Climate Casino: Risk, Uncertainty, and Economics for a Warming World'이며 지난해 1월 우리말로도 번역돼 나왔습니다.

지구온난화는 우리 시대의 중대 사안 중 하나다. 지구온난화는 향후 얼마간일지는 모르지만 인간의 경관과 자연의 경관을 결정할 큰 힘으로서 폭력적인 분쟁이나 경제 침체와 같은 위상을 갖는다.


지구온난화의 궁극적인 원인은 석탄, 석유, 천연가스 같은 화석 (또는 탄소기반) 연료의 연소다. 화석연료를 연소시키면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 같은 기체를 온실가스라고 한다. 이런 온실가스들은 대기에 축적되어 장시간 머무른다.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높아지면 육상과 해양의 표면이 따뜻해진다.


초기의 온난화 효과는 대기, 해양, 빙상, 생물계에서 일어나는 되먹임효과를 거치며 증폭된다. 이는 기온 극값, 강수패턴, 폭풍의 발생 위치와 빈도, 설원, 강의 범람, 물의 이용 가능성, 빙상 등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기온을 변화시킨다. 이 각각은 기후에 민감한 생물학적 활동과 인간 활동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무빙기부터 눈덩이지구 시기에 이르기까지 고기후를 추동하는 힘은 자연적인 원천에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기후변화의 경우, 인간 활동에 휘둘리는 비중이 늘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주원인은 화석연료 연소에서 비롯된 이산화탄소 배출이다.


과학자들은 지구시스템 내의 '티핑포인트'에 특히 관심을 가진다. 티핑포인트는 시스템이 임계점을 지나면서 급작스럽거나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나는 과정과 관련되어 있다. 많은 경우 너무 큰 규모로 작동하기 때문에 기존의 기술로는 인간이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한다.

중요한 전 지구적인 규모의 티핑포인트 네 가지는 첫째, (그린란드 같은) 거대한 빙산의 급속한 용해, 둘째, 멕시코만류 같은 해양 순환의 대대적인 변화, 셋째, 온난화가 더 많은 온난화를 양산하는 되먹임과정, 넷째, 장기간에 걸쳐 강화된 온난화다. 이런 티핑포인트들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한 번 시작되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한 몇 가지 전략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완화', 즉 이산화탄소와 다른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방법은 비용이 많이 든다. 연구에 따르면, 국제적인 기후목표치에 도달하려면 아무리 효율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세계총소득의 1-2% 정도는 될 것이라고 한다. 이 비용을 극적으로 줄여줄 수 있는 어떤 기적적인 기술적 돌파구가 발견되는 것도 상상해볼 만하지만, 전문가들은 가까운 미래는 그런 일은 없으리라고 입을 모은다.


기후변화의 경제학은 간명하다. 우리가 화석연료를 연소시키면 의도치 않게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어 잠재적으로 해로운 영향이 무수히 나타나게 된다. 이런 과정을 '외부효과'라고 하는데 이는 배출을 유발한 사람이 그로 인한 특권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해를 입은 사람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을 말한다.


경제학에서 얻을 수 있는 큰 교훈은, 규제되지 않는 시장은 해로운 외부 효과를 효율적으로 처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규제되지 않는 시장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외적인 손해에 가격을 매기지 않기 때문에 지나치게 많은 이산화탄소가 양산될 것이다. 지구온난화가 특히 고통스러운 외부 효과인 이유는 전 지구적으로 진행되는 데다가 수십 년에 걸쳐 미래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및 그 영향과 관련된 메카니즘은 대단히 복잡하기 때문에 경제학자와 과학자들은 컴퓨터화된 통합평가 모델을 가지고 추이를 예측하고 정책을 평가하며 비용과 편익을 계산한다. 통합평가 모델을 통해 밝혀진 중요한 사실 중 하나는 배출량을 줄이는 정책을 최대한 빨리 도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최대한 높은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즉, 최대한 많은 수의 국가와 분야가 가급적 빨리 함께해야 한다. 무임승차는 억제해야 한다. 또한 효과적인 정책은 시간이 갈수록 점진적으로 확대되어 사람들이 고탄소비용 사회에 적응할 시간을 갖게 되는 한편, 탄소배출에 대해서는 갈수록 고삐를 조이도록 해야 한다.


또한 반드시 전 지구적인 규모로 실시되어야 한다. (교토의정서 같은) 초기의 협약들이 힘을 쓰지 못했던 것은 참여를 독려할 인센티브를 전혀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배출감축은 구체적이고 비용이 드는 반면, 편익은 시공간적으로 확산되어 당장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가들은 다른 국가의 노력에 무임승차하려는 강한 인센티브를 가지게 된다.


전 지구적인 약속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참여를 동료하고 무임승차를 막힐 수 있는 효과적인 메카니즘이 필요할 것이다. 가장 유명한 접근법은 비참여국의 상품과 서비스에 수입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것은 대부분의 국가가 국제기후레짐에 참여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합리적인 지구온난화 정책에 이르는 길에 놓여 있는 장애물들은 무엇인가.


국가주의의 포로


첫 번째 장애물은 경제적 국가주의 결과물이다. 배출감축비용은 국가 단위에서 발생하는 데 비해 기후변화 지연으로 인한 편익은 전 세계에 골고루 퍼지기 때문에 각국 정부는 딜레마에 빠진다. 이 같은 근거리 비용과 먼거리 편익의 구조는 강력한 무임승차 인센티브로 작용한다. 개별 국가들은 이산화탄소 배출감축 와 관련하여 지역 내에서는 행동하지 않고 전 지구적인 조치에서 편익을 얻으려 할 것이다.


국가주의 딜레마는 전 지구적인 온난화 정책의 태생적인 난점이긴 하지만 해결불가능한 문제는 아니다. 전 지구적인 외부효과를 극복하는 데 과소투자하는 경향을 넘어서기 위해, 협력적인 합의에 함께 도달한 나라들도 있기 때문이다. 오존을 파괴하는 화학물질을 단계적으로 사용금지하게 한 협약도 무임승차 경향을 극복한 사례에 속한다. 이 딜레마의 해답은 비참여자들에게 벌금을 물게 해 무임승차 경향을 극복하는 것이다.


현재의 포로


국가주의 딜레마는 두 번째 요인에 의해 더욱 증폭된다. 두 번째 요인은 바로 배출감축에서 비롯된 수익이 본질적으로 시간상 너무 먼 미래에 발생한다는 점이다. 기후변화 정책은 단기간 내에 비용을 들여 배출량을 감축함으로써 먼 미래의 위해를 줄이는 구조다. 대충 계산해보면 감축의 편익은 배출감축 행위를 하고 난 지 약 50년 뒤에 나타난다.


현실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는 세대 간 정치와 관련된 골치 아픈 문제를 제기한다. 사람들은 종종 미래세대를 위해 희생을 하지 않으려 저항하곤 한다. 가령 노인들을 위한 의료서비스 지출을 줄여 젊은이들을 위한 교육서비스 제정을 마련한다면 어떨까? 지구온난화를 지연시키는 일에서도 이와 유사한 세대 간의 거래관계가 존재한다. 특히 고소득국가에서는 미래세대를 위해 현 세대에게 엄청난 감축비용을 짊어져 달라고 요구해봤자 잘 먹히지 않는다.


당파성의 포로


세 번째 장애물은 야심만만한 지구온난화 정책에는 승자뿐만 아니라 패자도 존재한다는 피할 수 없는 현실과 관련되어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투표를 통해 선출된 대표들은 지금의 유권자나 정치자금기여자들에게 불이익이 되는 조치에 반대하라는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탄광이 있는 주나 국가의 대표자들은 특히 석탄가격을 올리는 지구온난화정책에 저항하게 된다. 이런 국가로는 미국, 중국, 호주가 있으며, 미국의 주로 보면 웨스트버지니아, 켄터키, 와이오망 주가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마찬가지로 OPEC 국가들처럼 주요 석유수출국들도 자신들의 소득이 줄어들게 될 것임을 알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강력하게 억제하려는 정책에 전체적으로 반대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강력한 지구온난화정책은 미국 같은 나라의 대다수 국민에게 이익이 될 것이다. 하지만 금융이나 제약업처럼 탄소세에서 약간의 이익을 보게 될 사업부문은 규제개혁에 맞서 싸우느라 너무 정신이 없어서 강력한 기후변화정책을 지원할 여력이 없다. 따라서 결국 과잉대표된 산업들과 이들의 돈을 넉넉하게 지원받은 로비집단으로 구성된 극히 일부는 현 세대와 미래세대 대다수에게 더 크고 장기적인 이익을 안겨줄 정책을 가로막을 수 있게 된다.


경제적 자기이익의 포로


이같은 대의민주주의의 문제가 열린 사회의 근본적인 난점이라면, 나오미 오레스크와 에릭 콘웨이가 말한 '의심을 팔아먹는 자들'은 이보다 좀더 치명적인 장애물을 만들어낸다. 의심을 양산하는 과정에서 이들 집단은 주류 과학을 공격하고 왜곡하거나 주류 과학을 논박하기 위한 사실과 이론을 만들어내고, 대중을 혼란에 빠뜨려 정치적 실천을 가로막는다.


일부러 의심을 만들어낸 사례중 사례 중 문서기록이 가장 잘 남아있는 것은 흡연이 암을 유발한다는 의학적 근거를 논박하기 위해 담배회사들이 벌인 활동이다. 기후과학과 정책에 대한 이익집단들의 공격에 대해 우려스러운 부분 중 하나는 흡연보다 지구온난화의 판돈이 훨씬 크다는 데 있다.

기후회의론을 넘어


기후변화과학에 반대하는 힘 있는 경제세력들은 잘못된 주장과 과학을 가장한 주장들을 통해 물을 흐리고 대중을 현혹시켰다. 과학적 발견이 강한 반대에 부딪힌 것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담배 문제는 어떻게 되었을까? 결국 여기서 과학자들은 끈기 있는 노력을 통해 흡연의 암 유발 여부와 관련된 문제에서 대중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과학자들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분명하다. 반대측이 아무리 공격해봤자 과학의 분명하고 끈질긴 설명을 대체하지 못한다. 반대측의 공격에 대한 반박 역시 마찬가지다. 흡연이 그랬듯이 기후과학의 증거는 매년 분명해질 것이다. 방해꾼들은 녹고 있는 유빙에 올라탄 신세가 될 것이며, 정치 풍향은 결국 바뀔 것이다.


공정한 배심원이라면 지구가 온난해지고 있다는 증거가 분명하고도 설득력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것이다. 또한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지구는 지난 50만 년간 경험했던 것보다 더 큰 폭의 온난화를 겪게 되리라는 것과 이같은 변화의 결과는 인간 사회에는 비용을, 관리되지 않은 무수한 지구시스템에는 부정적인 문제를 초래하리라는 것 그리고 이산화탄소와 다른 온실가스의 배출을 늦추고 궁극적으로는 중단시키기 위해서는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위험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할 것이다.


경제 성장에서 온실가스배출과 기후변화 그리고 그 영향과 정책으로 이어지는 모든 단계에는 불확실성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기초적인 발견들은 꾸준히 확인하여 새로운 정보를 추가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기본적인 발견들은 세월과 반론의 검증을 통과했고, 자연/사회과학자 수백만 명의 무수한 평가 또한 거쳤다. 객관적인 당사자라면 결코 이런 기본적인 결과들을 쉽게 무시하거나 이를 사기라고 매도하거나 또는 실천하기 전에 50년 정도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지 못할 것이다.


인간은 지구를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이 저지른 일을 돌이킬 수도 있다. 게다가 사람들이 지구온난화라는 현실적인 위협을 인정하고 탄소배출에 비용을 지우는 경제적 메커니즘을 가동시키며 저탄소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면, 이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달성할 수 있는 일이다.

당장을 위한 3가지 조치


관심 있는 시민이라면 당연히 지구온난화의 궤적을 늦추기 위해 지금 당장 우리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궁금해할 것이다. 지구온난화를 늦추는 일은 대중과 경제, 기술이 관련된 복잡한 과정이다. 나는 세 가지 구체적인 항목에 집중할 것을 강조한다.


첫째, 지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지구온난화가 인간계와 자연계에 미치는 영향의 엄중함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과학자들은 과학, 생태학, 경제학, 국제관계학 등 모든 분야에서 집중적인 연구를 지속해야 한다. 사람들은 적절한 조치를 당장 취하지 않고 수십 년간 미뤄도 되는 온갖 이유를 찾고 있는 반대론자들의 날조된 주장을 경계해야 한다.


둘째, 국가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의 가격을 책정하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런 조치들은 (마치 우리가 입에 쓴 약을 먹기 싫어하듯) 저항에 맞닥뜨리게 될 테지만, 배출을 억제하고 저탄소기술을 촉진하며 이를 통해 걷잡을 수 없는 온난화의 위협에서 우리 지구를 구해내려면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또한 실천은 단지 국가적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전 지구적인 규모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정치는 국지적일 수 있고, 온난화를 늦추는 강력한 조치에 대한 반대는 국가주의적인 태도에서 비롯될 수 있지만, 기후변화를 늦추려면 잘 조정된 전 지구적 행동이 필요하다.


셋째, 저탄소경제로 전환하는 데는 에너지부문의 급속한 기술적 변화가 핵심이다. 탄소배출에 대해 상당한 경제적 불이익을 가하지 않고서는 지금의 저탄소기술로 화석연료를 대체하지 못한다. 경제성이 있는 저탄소기술을 개발하면 우리의 기후목표를 달성하는 비용을 낮출 수 있다.


또한 다른 정책들이 실패할 경우, 저탄소기술은 우리의 기후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마지막 피난처가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민간부문은 저탄소, 제로탄소, 가능하다면 마이너스탄소 기술 찾기 위해 전력투구해야 한다.


기초과학과 전 세계의 무수한 기후 모델, 가정과 이유를 검정하는 엄청나게 경쟁적인 과학적 사업들, 누적된 보강증거들을 고려했을 때 지구온난화이론이 맞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어쩌면 우리는 95%밖에 확신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100% 확신이 생길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 경험과학에서 절대적인 확실성은 결코 손에 넣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완전한 확신을 가질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릴 경우, 이미 지구온난화를 늦추기에는 너무 늦어버릴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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