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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럽 오리진

[오리진 북토크] "절대 보지 마시오! 그래도 보는 게 과학자"

양자물리학자 김상욱 교수의 '과학으로 인문학 하기' 강연 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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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럽 오리진은 매달 화제의 저자를 모시고 강연을 듣습니다. 2월부터 시작된 북토크는 매번 높은 관심과 참여 속에서 진행돼 왔습니다. 청중도 연사도 서로 빠져드는 시간입니다.


7월의 주제는 요즘 관심을 더해가는 '과학으로 인문학 하기'였습니다. 양자물리학자이면서 과학 일반에 관한 명쾌한 강연과 글쓰기로 정평이 난 김상욱 부산대 물리교육과 교수가 연사로 무대에 섰습니다.


27일 저녁 대학로 콘텐츠코리아랩 컨퍼런스룸에서 진행된 강연에 미처 참석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내용을 중계합니다. 분량이 많아 전반부 '과학을 왜 알아야 하나'를 먼저 소개합니다.


*이번 강연 녹취와 정리에는 인문학도 김일우 님이 수고해주셨습니다.


*8월 북토크 안내는 맨 아래에 있습니다.

사회자: 오늘 강연해 주실 김상욱 교수님은 지금은 부산대 물리교육과 교수로 계십니다. 카이스트에서 공부하셨고요, 원래는 전공이 양자역학, 양자 물리학이죠. 누구보다 어려운 내용을 쉽게 설명하시는데 정평이 나 있습니다. 부산에서 오늘 여기까지 와주셨습니다. 모셔 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좋은 자리 초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간이 좋아서 감동했어요. 대학로에 이런 멋있는 공간이 있는 줄 몰랐어요.


강연 시작 전에 먼저 틀어드린 동영상은 제가 오늘 발표하려고 하는 내용의 분위기를 보여주려 했던 겁니다. 이걸 보시면서 혹시 '정말 과학이 재미없다' 이러시는 분은 없겠죠. (웃음)


그래서 오늘 저도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강의를 진행하고 싶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국내 과학자들이 부른 발렌타인데이송 '엔트로피의 사랑'

이 동영상에 나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다 과학자들입니다. 저희가 올해 발렌타인데이 때 모여서, 한번 사고를 쳐보자, 해서 만들었던 겁니다. 제목은 제가 만든 건데, 엔트로피를 증명하는 게 물리학이거든요. 그래서, 사랑은 언제나 증가만 한다, 이렇게 얘기하고 싶었던 건데, 사실은 쫄딱 망했구요… (웃음)


저희끼리는 처음에 조회 수가 십만 번, 오십만 번, 얼마나 가나 내기를 했는데, 이제 겨우 만 번 조금 넘은 것 같아요… (웃음) 좀 더 많이 알려졌으면 하는 마음에 이렇게 다니면서 언제나 이 영상을 보여드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나오는 가사 한 줄 한 줄이 과학자 분야에서 최 첨단 이론들을 합쳐 만든 건데, 유심히 보셨는지 모르겠어요.


오늘 저의 책에 대한 얘기를 할 텐데요. 

책의 특성상 90분 안에 정리를 할 수는 없는 책이에요. 어떤 일관된 한두 개의 주제를 얘기한 책은 아니고, 물론 여기저기에서 모은 글이기도 하지만, 글을 쓸 때에도 생각은 하나였지만 여러가지 형태로 글을 쓴 것입니다.


아마 성공적으로 제 강의를 들으시면 어떤 의도로 썼는지를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개별적인 내용들이 재미있는 게 많은데, 그건 책을 보셔야 알 수 있으니까, 꼭 사서 보시기 바랍니다. (웃음)


본격적으로 얘기를 시작할 텐데, 처음에는 저랑 작은 게임을 하셔야해요. 편안한 마음으로 같이, 게임을 하시면 됩니다. 자, 이게 뭐죠?

이 영화를 재밌게 보신 분들은 아마 제 연배일 텐데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이 영화로 유명해졌죠, 이 당시는 꽃미남이었어요, 이제 중년의 배우가 됬죠? 이건 유명한 로미오와 줄리엣을 영화화한 건데, 이 소설은 여러번 영화로 만들어졌죠 사실. 제가 여러분께 이 소설의 저자가 누구냐고 물어본다면… 그냥 물어보지 않을게요. (웃음) 다 아실 테니까.


자, 이번에 비슷한 질문을 할 텐데요, 이게 뭐냐고 물어보면...

지금 여러분은 그냥 조용한데, (웃음) 보통은 탄식 소리가 나와요. 미쳤나? 이런 반응 있잖아요. (웃음) 이건 열역학 제 2법칙 공식입니다.


아마 이공계 전공한 사람들한테 이걸 물어보면, 앞에서 했던 질문과 이 질문의 중요성이 거의 같다고 할 거에요. 혹은 이게 더 중요하다고 할지도 몰라요. 뭔가 한 대 맞은 기분이 드신다면, 성공한 겁니다, 저로서는.


열역학 제 2법칙이라는 것은 어떤 자연 현상을 설명하는 겁니다. 자연에 존재하는 아주 근본적인 것을 설명하는 건데 두 번째로 중요하다는 뜻이에요.


이것이 설명하는 게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 여러분이 듣고서 곧바로 느낌이 올 만한 가장 대표적인 것 하나만 들어본다면, ‘왜 시간이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가’ ‘왜 우리는 어제로 가지 못하고 내일로 가는가’ 이런 것을 설명하는 법칙이에요. 중요할 것 같지 않으세요?

이 법칙이 없었으면, 저 로미오와 줄리엣도 코미디가 되는 거에요. 줄리엣이 죽은 줄 알고 로미오가 울고 있는데, 죽은 사람을 보고 슬퍼하는 이유는 시간이 한 방향으로만 흘러서 그렇잖아요?


열역학 제 2법칙이 없으면, 울고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시간을 다시 돌리면 되니까요. 이제 어떤 게임을 하시는지 아시겠죠? 두 번째 게임으로 가 볼게요, 


이게 뭘까요?

"나는 존재한다" (청중의 대답)


맞습니다. 역시 여기는 분위기가 좀 다르군요. (웃음) 고등학교에서 이걸 물어보면 여기저기서 탄식이 나와요. 그러다 한 녀석이 뒤에서 답을 하면 다른 아이들이, 우와, 이럽니다. (웃음)


일단 이건 라틴어로 씌어 있기 때문에, 게다가 제가 일부러 익숙하지 않은 서체를 썼어요. 여러분 더 혼란되시라고요. ‘코기토 에르고 숨(Cogito Ergo Sum)’ 답하신 것처럼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뜻이지요.

이 말이 중요하다는 건 다 알고 있습니다. 데카르트가 세상에서 확실한 지식의 기초를 찾기 위해 모든 걸 다 의심을 하는데, 의심할 수 없는 한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바로 이거라고 했지요.


내가 생각하는 의식이죠. 철학 강의가 아니니까,더 깊이 들어가지는 않을게요. 근대 철학을 이루는 중요한 문장입니다.


아마 이 이전에는 내가 존재하기 위해서 생각할 필요까지는 없었을 거에요. 신이 있으라고 하면 있었을 테니까. 여러가지를 음미해 볼 수 있는 중요한 문장인데요.


자, 이제는 좀 불안하시죠? 제가 다른 질문을 할테니까요. 자, 이건 어떠세요?

(청중 웃음)


지금 너무 편하게 웃고 계신 것 같아요. (웃음) 이건 아까 열역학 제 2법칙보다 더 중요한 거거든요. 이전에 제가 이걸 설명하다보면, 이걸 그림이라고 하는 분들도 있고… (웃음) 이걸 보면 그림이 아니라 수식이라는 느낌이 좀 오시죠.


마이너스에다 이건 숫자고요, 이걸 기억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허수 i예요. 상당히 복잡한 식인데, 어쨌든, 많은 분들한테는 이게 마음껏 웃어도 되는 그런 그림으로 보일 겁니다.


저는 이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렇게 설명해요. 일단 여러분 주변을 둘러보세요. 수많은 일들이 보이시죠. 전등도 보이고, 제 목소리도 들리고, 좀 전에 식사를 하셨잖아요? 배가 부르거나, 잠이 올 수도 있고, 방금 눈을 만지는 친구도 있고… 수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요, 이 방 안에서.


이 시점 이 방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의 99퍼센트를 설명하는 것이 이 식이에요. 그전엔 95퍼센트라고 했는데, 언젠가 물리학자 이강형 교수님이 저를 보고, 자기는 99.9라고 한대요. 제 생각에 99.9는 너무한 것 같고, 99 정도로 타협을 봤어요. (웃음)

이 식의 이름은 ‘슈뢰딩거의 방정식’이라고 합니다. 그 바람둥이 슈뢰딩거요. 슈뢰딩거의 방정식은 원자를 기술합니다. 여러분 몸도 다 원자로 돼 있고요, 이 세상 모든 물질이 다 원자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어떤 질문을 하든, 결국은 이 쪽으로 가게 됩니다. 어떤 질문이든 원자까지 가면 답이 나오게 됩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는 여러분이 숨을 죽이고 계시는군요, 아까는 편안한 마음으로 웃으셨고요, 그렇죠? 어째서 그런 걸까요. 평소 우리가 익숙한 문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것은 1959년 찰스 스노우라는 사람이 쓴 책입니다.

이 분이 찰스 스노우(Charles P. Snow, 1905-1980)인데요. 책 제목이 ‘두 문화(Two Cultures)’입니다. 번역도 돼 나와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서양 문명을 떠받치는 두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 주장에 따르면 서양 문명은 인문학과 자연과학, 넓게는 과학 기술 두 개의 기둥에 의해서 떠받쳐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두 분야의 전문가들이 서로 소통하지 않고, 상대방을 모르고 있다는 거에요. 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얘기를 1950년대에 했어요.


그 당시는 서양 문명에 대해 좋지 않은 이미지가 있었어요. 세계 대전이 끝난 직후잖아요,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서양 문명이 과연 이대로 가도 괜찮은가, 그런 논의를 할 때 얘기에요. 우리나라는 이런 논의가 나온 지 한 20년이 채 안 된 것 같아요. ‘통섭’부터 시작해서 학문간의 소통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는데, 당시에 이 사람은 이미 그런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사람이 또 다른 얘기를 하는데, 양쪽 전문가들도 문제지만 일반인들이 이 두 문화를 보는 다른 잣대를 가지고 있다는 거에요. 인문학이라고 하면 모르더라도 알아야 하는 것, 모르면 뭔가 좀 교양이 떨어지는 것, 부끄러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과학은 아주 특수한 사람만 알아야 하는 것이고 기술은 알면 또라이, 라는 시각을 갖고 있는데, 이건 참 문제다, 이런 얘기를 했어요.

사실 제가 강연 처음에 꺼냈던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과 열역학 제 2법칙 사례는 제가 만든 것이 아니고,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파티장에 가서 이런 질문을 던졌더니, 이런 반응이 나왔다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인문학과 과학 기술에 대해 이렇게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져 볼 수가 있겠죠. 아마도 인문학은 교양이고, 과학 기술은 교양은 아닌 것 같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이런 대답을 먼저 할 수가 있겠지요. 그러면 저같은 과학자들은 당연히 이런 질문을 하게 됩니다.


그럼 교양이 뭘까요? 교양이 무엇인지는 정의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책을 찾아봤습니다. 이런 책이 있어요.

제목이 ‘교양’입니다. 번역하신 분이 저희 학교 독문학과 교수님이세요. 독일 사람이 쓴 책이고, 저는 독일을 신뢰하니까, 이 책에 좋은 내용이 들어 있겠지? 하고 봤어요.


더구나 부제도 무시무시해요.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마치 모르면 사람이 아닌 것처럼, (웃음) 물론 그런 뜻은 아니지만,.. 이 책에 보면 교양에 대한 정의가 있어요. 좀 쉽게 풀어보면, 이렇게 쓸 수 있습니다.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성찰하고, 비판적으로 결과를 실천하는 능력'


무슨 말이냐면, 일단 기본적으로 사회에 살지 않으면 교양은 필요 없다고 볼 수 있어요. 혼자 사시면 옷을 굳이 갖춰 입을 필요가 없잖아요. 사회 관계 속에서 우리가 여러 행위를 할 때 자신을 성찰하게 됩니다.


자기 행동에 대해 가치판단을 하는 거죠. 이건 해야지, 이건 나쁘니까 하지 말자, 이게 실천으로 이어질 때 필요한 능력이라고 합니다. 나쁘지 않은 정의인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책의 재밌는 점이 뭐냐 하면, 여기 나오는 이 숫자입니다. 800분의 30.


800은 이 책의 전체 페이지 수입니다. 두꺼운 책이에요. 30은 뭘까요? 바로 과학기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페이지 수입니다. 참고로 이 책 저자는 독일의 문학자입니다. 아마도 이 사람은 그런 능력을 얻는 데에 과학기술은 30페이지 정도 기여한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30페이지도 과학기술로만 채워진 게 아니에요. 여기에는 토마스 쿤(과학사학자) 얘기도 나오고요, 프로이트 얘기도 나오고, 사회과학 전체가 과학이라는 이름 아래 여기에 다 들어가 있어요. 이게 과연 공평하냐, 과학자들의 엄청난 비판이 이어졌어요.


바로 이것이 교양을 바라보는 일반의 시각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이런 능력을 배양하는 데 과학기술이 크게 도움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뜻이겠죠. 적어도 이 책에서는 그런 걸 읽을 수 있어요.


보통, 과학기술이 뭘까요? 이렇게 물으면 많은 분들이 이런 걸 떠올립니다.

과학기술은 편리함을 주는 것. 아주 실용적인 것. 과학만 얘기하면 또 다를 수 있는데, 과학기술이라고 하면 뭔가 실용적인 느낌을 받죠.


더 나아가서, 국가적으로도 과학기술을 많이 장려하는데, 그런 이유도 있겠죠? 눈부신 경제 발전의 배경이 되는 힘, 이런게 과학이라면 왠지 교양이 아닌 것 같죠.


과연 그럴까요? 그런 것은 우리가 과학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선입관이 아닐까요? 앞에서 말한 교양의 정의에 비춰 다시 한 번 생각해보지요.


자신을 성찰하고, 그 성찰의 결과를 우리의 행동으로, 실천으로 이끌어내는 데 과학기술이 기여한 바가 과연 없을까를 생각해보면 되겠죠. 


자, 이 그림은 뭘까요?

아까 라틴어를 읽으셨으니까, 여기 라틴어 단서가 하나 있죠? ‘Sol’. 가운데에 태양이 있네요. 이 그림은 코페르니쿠스가 쓴 ‘천체의 회전에 대하여’라는 책에 실린 그림입니다. 코페르니쿠스가 그린거죠. 지구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책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고 모든 별이 지구를 중심으로 도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했습니다. 태양이 중심이고, 다른 행성들은 다 태양 주위를 돈다는 겁니다. 무시무시한 얘기죠.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사실 태양이 우주의 중심인 것도 아니에요. 우리가 우러러보는 태양도 우주의 수많은 별들 중 하나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 이따가 나가서 밤 하늘을 보시면 별들이 보입니다. 그 별들 하나하나가 다 태양같은 거죠. 그 중 하나가 우리에게 가까이 보이기 때문에 태양인 거고요. 그런 게 우리 은하에만 천억 개 정도가 있어요. 천억, 느낌이 안 오시면 주머니에 10원이 있는 사람과 1조가 있는 사람을 비교하시면 됩니다.

천억이라는 숫자도 아무것도 아닌 게, 우리 은하만 얘기했을 때 숫자예요. 우주에 이런 은하가 몇 개 있냐면, 현재까지 관측된 것만, 다시 1000억 개가 있어요. 그러니까 우주의 별은 천억 곱하기 천억 개, 이제는 숫자를 말할 단위가 없습니다. 1 다음에 0을 스물두 개 쓰시면 됩니다.


그 중 하나가 태양이란 거죠. 태양은 우리한테는 거대하지만, 그 태양 주위를 도는, 태양에 비교하면 먼지 같은 행성 하나가 우리가 사는 지구입니다. 이 거대한 땅덩이가 사실은 그런 존재에요.


이걸 제 인생에서 제대로 이해했을 때에, 제대로 제 가슴에 꽃혔을 때, 인생에서 가장 큰 성찰을 했어요. 정말 별것 아니구나, 정말 외롭구나, 우주에서 우리가 얼마나 외로운 존재인지... 그러니 우리가 성찰을 안 한다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요.

 

이 지구가 보잘것없다고 하지만, 그걸 알아치린 것은 16세기, 17세기였어요. 하지만 그걸 알았다고 해도 행동에는 별다른 영향은 주지 못할 수 있어요. 그때는 어차피 이 행성을 벗어날 수 없었거든요. 지금은 다르지만. 당시엔 이걸 깨달았다고 한들, 그래봐야 지구가 세상의 전부였어요. 나갈 수 없으니까.


그렇다면 지구에서 우리(인류)가 최고인 것은 사실일까요? 이게 아니라고 얘기해준 것이 바로 19세기 과학 이론이었죠.

여기 다윈을 원숭이처럼 그린 그림은, 물론 진화론을 조롱하기 위해 만든 그림이고요. 진화론은 우리가 여러가지로 읽을 수가 있습니다. 진화론은 무엇보다 지구에서의 장구한 생명의 역사를 얘기해주는 이론입니다.


진화론이 처음 나왔을 때, 이런 식의 오해를 했죠. 다른 것들이 쭉 진화해서 인간이 그 정점에 있다는 식이었죠. 진화라는 말 자체에 발전한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었는데 다윈은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죠. 진화론을 정확히 이해하는 방식은 이겁니다.

이 중심에 생명의 시작점이 있고요, 35억년 전의 어느 날. 그 다음에 반지름이 커질수록 시간이 지나는 겁니다. 이게 현재 지구에 살고 있는 여러가지 종들을 그린 건데요. 지금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이 사실은 동일한 기간을 진화해서, 현재 자기가 사는 영역에서 가장 최적화된 생명체들입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어떤 분은, 무슨 소리야, 인간이 가장 발달했잖아, 라고 발끈합니다. 만약 자신이 가장 우월한 생명체라고 생각하신다면, 가령, 바닷속의 상어하고 한 5분만 계셔보세요. 아니면 한 일주일 굶은 사자하고 우리 안에서 3분만 계셔도 좋고요. 


인간이 위대한 것은 인간이 위대한 조건 하에서만 위대합니다. 우리한테 유리한 조건으로 판을 펼쳤을 때 그렇다는 거지, 모든 생명체는 각자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진화를 한 겁니다. 따라서 더 나은 생명체도, 더 못한 생명체도 없습니다.

사실, 아까 19세기에 가장 우월한 생명체 인간이라고 얘기했을 때에, 엄밀하게 말하면 그 인간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인간이 아니에요. 백인 남성이었습니다. 백인 여성도 포함되지 않았어요. 당시 우리 같은 유색인종은 짐승에 가까운 것이었죠


여기에서 생명체가 어떤 의미에서는 평등하다고 얘기하는데, 우리 인간들 사이에서의 평등도 이야기됩니다. 우리는 여기(원 둘레 위의 한 점)에 있습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이 점 중의 하나입니다.


이런 틀로 생명을 볼 때에, 성찰이 안 되세요? (웃음) 물론 그렇게 성찰하는 것이 불필요하게 여겨질 수도 있겠죠. 당장 먹고 살아야 하니까. 우리 인간은 무기물을 유기물로 바꿀 수는 없으니까요, 식물처럼. 구차하게 우리는 다른 생명을 먹어야 하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다른 생물들을 마음대로 하는 것은 우리가 우월해서 그렇다는 것은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거죠. 이런 식의 생각을 발전시켜가다 보면 과학 기술이 우리에게 많은 통찰을 줍니다.

이제 우리는 미토콘드리아 DNA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모든 인간이 50만 년 전 하나의 조상으로부터 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맨날 서로 다르다고 싸우지만 사실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지금 저 규모에서는 얼마 되지도 않는 시간인데, 우리 모두는 한 여성의 자손이라는 거예요. 그런 다음에 쫙 퍼진 거죠. 그런데도

왜 싸우는 건지 모르겠어요 우리끼리.


인종의 차이는 굉장히 작습니다. 인간의 평등을 이야기할 때에, 물론 평등은 여러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지만, 생물학적인 근거에서 보면, 인간의 DNA 차이는 굉장히 미미해요. DNA 수준에서는 생명체가 굉장히 균일하고 동등해요. 우리가 특별히 어떤 포유류를 박해할 이유가 없습니다.


지금 아시겠지만, 1년에 수억 마리의 소와 닭을 오롯이 우리 먹이를 위해서만 대량 사육하고 있잖아요, 그들을 죽일 권리가 우리에게 있는 것처럼, 모르겠어요. 나중에 이걸로 우리가 대량 학살범으로 몰릴지도 몰라요. 


이런 생각까지 하게 해 준다는 것은, 여러분이 성찰을 하고 있다는 뜻이잖아요. 이런 게 교양이라는 뜻인 것 같은데. 실제 17세기에 과학기술이 우리에게 준 것은 계몽주의 사상이었습니다. 이것이 당시 모든 기존 생각들을 다 흔들었잖아요?

일단 종교를 흔들었지요. 적어도 과학의 법칙이 있는 한, 신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뉴턴과 갈릴레이만 해도 신을 믿었어요. 다만 신이 기적의 형태로 개입할 수 없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당시에 아주 견고한 종교의 벽을 깨기 시작한 것이 과학기술이었습니다.


물론 인권사상 같은 것이 과학에서 바로 나오지는 않아요. 다른 여러가지 것들이 있지만, 결국 그런 사상들을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옛날에는 왕권을 신이 부여한 것으로 봤잖아요? 왕은 우리와 다른 신체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믿었어요. 왕이 피흘리는 걸 보고 놀라고 그랬다잖아요?


그런 걸 다 깨는데 과학기술이 기여한 겁니다. 물론 계몽주의 사상은 19세기에 문제를 일으켜서 이걸 보완하는 다른 사상이 나오고 하지만, 적어도 인간의 노예 상태, 인간의 계급 사회를 깨는 데 기여한 것은 분명히 인정해야 합니다.

지금은 계몽주의의 폐해를 막는데 또 노력하고 있지만, 이런 것이 있었다는 것 자체가, 과학이 우리에게 성찰을 줄 뿐만 아니라, 행동으로까지 밀어붙였다는 역사적 예들을 많이 찾을 수 있습니다.


인간의 평등은 지금도 문제가 되고 있잖아요. 제가 어릴 때만 해도 흑인과 백인이 평등하지 않았어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흑인이 백인 화장실을 사용했다고 구속된 기사를 본 적이 있어요. 남성과 여성, 평등하지 않았어요. 어머님 세대에 여성이 대학 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어요.


제가 카이스트 입학할 때만 해도 여학생은 과학고를 못 갔어요. 과학고 만들 때 여자 화장실도 안 만들었어요. 91년인가, 한 여학생이 헌법소원을 내서 그때 과학고가 여학생한테 개방됩니다. 그 후에나 여학생이 카이스트에 많아졌지, 없었어요. 먼 얘기가 아닙니다. 우리 사이의 평등 조차도.


우리가 생각하는 평등의 수준이 어느 정도나 돼야 하는지에 대해, 과학은 물론 답을 주지는 못해요. 하지만 과학은 우리가 성찰할 여러 생각거리를 줍니다. 성찰할 거리를 주면 그게 교양이잖아요? 교양의 정의가 그런 거였죠. 그러니 과학도 교양입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이야기의 첫 부분에서 이런 얘기를 해야 한다는 게 좀 허탈할 정도입니다.

 

인문학과 과학기술이 문명을 떠받치는 두 개의 축이라면, 그 말은 그 둘이 동등하게 우리 사회에 유용한 것이고 다같이 알아야 한다는 거죠. 알아야 성찰할 수 있고요,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동안 그렇게 바꾸어 왔고요.


그동안 과학기술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편협하거나 몰랐던 것 아닌가, 그래서 제가 책을 시작하면서 썼어요. 과학은 지식의 집합도 아니고, 경제 개발을 위한 도구도 아니고요. 세상을 보는 방식이고 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알아야 한다고 얘기를 하고 싶어요.


물론, 이렇게 얘기해도 많은 분들은, 대충 감은 오지만, 난 과학이 싫어요, 수학도 싫어요…하실 겁니다. 이해합니다. 제 아내도 과학을 싫어해요. 하지만 곰곰히 한번 생각해보세요, 어릴 때에는 사실 다 과학자였습니다.


가끔 제가 받는 질문이 이런 겁니다. “어쩌다 과학자가 되셨어요?” (웃음) 어떻게 하다 저런 희한한 직업을 가지게 됐을까, 그 궁금증은 백번 이해하는데요, 여러분 모두가 과학자라고 하면 어떠시겠어요?


자, 이것 해 보셨죠? 어릴 때 땅 파보기.

여긴 안 해보신 모양이네요? (웃음) 저는 해봤어요. 저는 땅 속에 공룡이 산다고 생각했어요. 하루는 아주 깊게, 허리까지 파 본 적이 있어요, 정말 힘들었어요. 그걸 기억하는 이유가, 제가 파 놓은 땅에 친구가 뛰어가다가 넘어졌거든요. (웃음)


그래서 되게 혼났어요. 그래서 기억이 나요. 이걸 왜 팠을까요? 이 사진에 얼굴을 보세요. 아기 표정이 무척 기쁘죠. 그냥 파는 겁니다. (웃음) 그냥. 궁금하니까. 뭐가 있을까?


이것이 전형적인 과학자의 모습입니다. 호기심 때문에 일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과학자의 자질이 있는 것이고요.

자, 이건 해 보셨죠? (웃음) 스파트폰이죠. 막 분해해 보죠. 안에 뭐가 들었나. 막상 보면 대부분 별 게 없어요. 그러면 어떻게 하죠? 다시 조립을 합니다.


그러면 다시 작동할 거라고 생각하죠. (웃음) 대개는 이제 집을 나가야 하죠. 이걸 대책없이 분해해 본 사람은 과학자 기질이 있는 거에요.

여기 구멍이 있습니다. 참기 어렵죠? 그 앞에 ‘절대로 보지 마시오’라고 써놨죠. 이걸 절대로 보는 사람들이 과학자입니다. (웃음) 보면 벌금 50만원, 그래도 밤에 와서 보겠죠.


보면 너 죽어, 그래도 봅니다. 갈릴레오죠. 그 당시 별을 보면 죽는 겁니다. 별 보고 관찰을 해서 지구가 돕니다, 그러면 불타 죽는 거에요. 그런데도 왜 보죠? 


궁금하니까. 그렇죠? 갈릴레오가 망원경을 만든 사람입니다. 물론, 처음 만든 사람은 네덜란드 사람인데요, 달려가서 삽니다. 멀리 있는 물체가 보인다, 그 사실을 듣고. 갈릴레오가 그렇게 망원경을 만들죠.


그걸 가지고, 결국엔 팔지만, 팔기 전에 맨 처음 한 일이 하늘을 본 거에요. 왜? 하늘을 보면 재미있겠다. 걔네들이 과학자입니다. 보지 말라고 해도 봐요.

그래서 보통 과학자들이 사회에서 배척받습니다. 걔네들은 보통 순수한 마음으로 궁금해서 하는 짓인데, 그게 종종 사회 규범을 깨거나, 안정에 위협이 될 때가 많아요.


가령 어떤 조직에 과학자가 있어요. 뭔가 어리버리하죠. 여기에 누군가 와서 오늘 이렇게이렇게 할 거야, 알았지? 반대 있어? 라고 했다고 쳐요. 그러면 손을 들고, 저 질문 있는데요, 해요. (웃음) 얘가 과학자에요. 실제로 많은 과학자들이 그런 글을 썼어요. 자기 경험들을.


매사에 논리적이기 때문에, 어느 조직에 가면 불합리한 점이 금방 보여요. 이건 말이 안 되는데, 왜 쟤가 저렇게 하고 있지? 물어보면 사람들이, 조용히 해, 조용히 해, (웃음) 난 궁금해서 그러는데요? 이 또라이, 이러는 거죠. (웃음) 이게 과학자입니다.

제가 왜 이 책을 썼는지 아시겠죠? 우리 사회에 과학자가 많이 필요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그런 종류의 말을 할 때에, 그걸 순수하게 받아들여 주는 마음이 있지 않아서, 이런 모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요.


저는 아무 정치적인 의도 없이 얘기할게요. 천안함 사건이 있었을 때에, 끝까지 물고 늘어진 사람이 물리학자에요… 그 사람은 “찬 물의 스펙트럼이 이상하다”는 얘기만 했어요. 그러면 사람들이 “너 종북이야?”라고 해요. (웃음)


우리 사회가 하나하나의 팩트, 사실에 대해 의문을 순수하게 던지는 사람들을, 지금과는 다른 시각으로 볼 때 개방적이 되는 겁니다. 그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여러분들이 과학자였다는 것, 이제 동의하세요?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서 좌우는 여러가지를 의미할 수 있지만, 여러분의 교양은 인문학과 자연과학, 혹은 과학기술, 이 두 개의 날개로 난다고 감히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런 이분법이 올바르지 않을 수 있지만, 한쪽 날개가 지금 특별히 작기 때문에 제가 이렇게 강조를 하는 겁니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그렇다면 과학은 우리에게 무엇을 알려주는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북클럽 오리진 8월 북토크 안내


요즘 밤잠을 설치는 분들이 많습니다. 지구 반대편 리우 올림픽 관전 열기와 더불어, 매년 이맘때 찾아오는 페르세우스자리 별똥별 쇼로 천체 관측 애호가들이 밤을 새고 있습니다. 11일 절정을 이뤘고 12-13일 밤에도 볼 수 있다네요. 별은 언제나 우리 가슴을 뛰게 합니다. 8월 오리진 북토크는 별자리 이야기입니다. 초대합니다. 


-주제: '한여름 밤의 별자리 여행'

-연사: 이태형 천문우주기획 대표 (충남대 천문학과 겸임교수,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 저자)

-장소: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10층 콘텐츠코리아랩 컨퍼런스룸

https://www.ckl.or.kr/ckl/main/contents.do?menuNo=200011

-일시: 8월 26일(금) 오후 6:20~8:50 (강연 시작은 7:00)


*참가비: 저녁 식사(도시락 혹은 케이터링) 포함 1인당 1만원


*journey.jeon@gmail.com으로 신청하시면 선착순으로 안내 이메일을 보내드립니다.

작성자 정보

북클럽 오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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