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무궁무진 책세상에서 내 일 찾아

조회수 2017. 11. 3. 15: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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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 서평가 남정미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 거듭났지요"

세상을 탐구하고 타인을 이해하며
무엇보다 나를 알아가는 길
북클럽 오리진이 함께합니다

북클럽 오리진이 궁금하다면

남다르게 사는 사람 곁에는 책이 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냥 주어지는 대로가 아니라 내가 생각해서 살아보겠다는 뜻의 다른 말입니다.

그 사람은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을까. 다양한 사람들의 독서 근황을 알아보는 '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코너가 예측불허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분야를 종횡무진 가로지르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일기 릴레이입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영역에서 뜻밖의 독서 취향을 발견하고 의외의 책과 조우하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소설가 김연수->'영혼의 슬픔' 저자 이종영->출판기획자 조원식->만화가 박흥용->임지훈 카카오 대표->이준익 감독->박정민 배우->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김봉진 '배달의 민족' 대표->에피톤 프로젝트의 차세정->김주환 연세대 교수->뮤지션 한희정->김대현 작가->서동원 바른세상병원 원장->이재민 그래픽 디자이너->재즈 보컬리스트 허소영->영화배우 안성기->북바이북의 김진양 대표->가수 김수철->임경선 작가->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장강명 작가->조성주 전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방송인 유정아->손아람 작가->황두진 건축가->정연순 민변 회장->홍수영 콘텐츠 큐레이터->임순례 영화감독->정지돈 작가->홍석재 감독->조선희 작가->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김해원 뮤지션->방송인 알베르토 몬디->조승연 작가->이성민 '한잔의 룰루랄라' 대표->음식문헌연구가 고영->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허클베리핀 리더 이기용->이승한 변호사->피아니스트 조은아->김윤철 교수->전홍기혜 기자 편까지 이어졌습니다.


오늘은 개그우먼이자 서평가로도 활동 중인 남정미 편입니다.

개그우먼 남정미씨를 추천합니다. SBS ‘웃찾사’, MBC ‘개그야’ 등에 출연했던 남정미 씨는 출판평론가 김성신 씨와 함께 <북톡카톡>이라는 서평집을 내기도 한 ‘대한민국 최초의 코미디언 서평가’입니다. 여러 매체에 책 관련 기고도 꾸준히 해왔습니다.

저와는 ‘이웃사촌’이라는 인연이 있습니다. 제가 마포구에 있는 성미산 마을의 공동주택인 '소통이 있는 행복한 주택'(줄여서 소행주)에 사는데, 남정미 씨도 '소행주'에 있는 독립생활자(싱글) 그룹홈인 ‘특집’에 삽니다. 소행주 주민들은 위, 아래, 옆집끼리 주말에 가끔 마실도 오가고, 한 달에 한 번씩 진하게 입주자회의(사실상 술자리)도 하며 가깝게 지낸답니다.

/전홍기혜 기자의 추천의 말

전홍기혜 기자 편 바로가기


남정미씨와는 전화 통화 후 만나서 인터뷰를 했습니다. 직접 집까지 찾아간 것은 살고 있다는 공동주택의 독립생활자 그룹홈의 생활이 어떤 것인지 궁금해서였습니다. 코미디언 서평가로 활동하게 된 과정과 독서 생활 외에 공동주택 생활에 대해서도 물어봤습니다.


아이디어와 순발력이 생명인 개그우먼이어서인지 시종 이야기에 거침이 없더군요. 서평가답게 여러 책과 저자 이름을 넣어가며 생각을 말하는데 자기 일을 제대로 찾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좋아한다는 성석제의 소설 한 대목을 특유의 사투리를 살려 구연해 보일 때는 오디오북으로 내도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장차 뇌가 섹시한 멋진 할머니로 늙는 게 꿈이라는 말이 개그처럼 들리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후에 이메일로도 답을 받아 보충했습니다.

-추천자와는 어떤 인연이 있으신가요?

이웃사촌입니다. 제가 마포구에 있는 '성미산 공동체 마을'의 공동주택 소행주(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에 살고 있거든요. 전홍기혜 기자는 윗층에 살고 있지요. 한 달에 한 번 반상회(라 쓰고 '술자리'라고 읽습니다)를 핑계 삼아 다같이 모여 사는 얘기도 하고 그럽니다.

-근황이 어떤가요?

지금은 코미디언 서평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BS 토요인문학 콘서트를 시작으로 YTN과 CJB, TBS, KBS, MBC 라디오에서 주로 새로 나온 책들 읽고 소개합니다.

아무래도 개그맨이다 보니 책 읽는 중간중간 성대모사를 섞기도 합니다. 제 주특기를 살려서 청취자들이 책과 친해지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나 연구하는 게 적성에도 잘 맞더라구요.

슬프게도 지금은 출연했던 많은 방송들이 파업으로 중단된 상태입니다. 본의 아니게 백조가 되어 한량 노릇을 하고 있는데 이것 또한 적성에 아주 잘 맞습니다.

-연극영화과를 나오셨는데요, 개그우먼이 꿈이었나요?

아, 어렸을 적부터 사람 웃기는 것을 직업으로 하면 좋겠다고 바라기는 했지만, 정작 대학에서는 영화촬영을 전공했습니다. 훗훗. 하지만 뭐, 워낙에 센스가 있고 재미진 사람(?)이다 보니 그 유명세가 소문을 안 탔겠어요? 학교 축제나 대동제, 체육대회, 단과대학 행사 같은 곳마다 불려 다니면서 염가로(–_-;) 사회를 많이 봤습니다.

개그도 공식이 있거든요. 공감과 반복 그리고 타이밍. 그때 많은 사람들을 상대해본 덕분인지 확실히 다른 사람들에 비해선 무대공포증을 빨리 극복한 편입니다. 그리고 적재적소에 쓸 수 있는 나름의 멘트들을 많이 발견했고, 적절한 유머를 던질 타이밍도 그때 깨달았습니다. ‘아,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싶었지요.

그길로 꿈을 더욱 구체화한 뒤에 같은 학과 선배님인 개그맨 김대희씨에게 전화를 걸어 개그맨이 되고 싶으니 조언해달라고 부탁을 드렸고, 2003년에 기획사인 컬투 엔터테인먼트에서 시험을 보고 들어가서 그곳에서 본격적으로 개그를 배웠습니다. 그러다 SBS에서 새로 생기는 개그 프로그램에 합류했고 거기서 개그맨으로 데뷔했습니다. 프로그램 이름이 ‘웃찾사’ 였습니다.

-서평가로도 활동하고 계신데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원래 저 자신이 재미있고 웃긴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코미디언이 된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뿌듯했습니다. 1년 365일 중 360일을 내내 개그맨 동료들과 붙어 지내는 것도 즐거웠고, 매일매일 신선한 아이디어를 짜내는 것도 재밌었습니다.

어느 정도로 좋아했냐면, 방송으로 나가기 전에 제작진들과 둘러앉아서 방송에 적합한 개그인지 조정하는 시간을 갖는데, 한 주 동안 밤을 새면서 짜 간 코너들이 수십 번 수백 번 퇴짜를 맞는데도 마냥 행복했습니다. '명품남녀'라는 코너를 했을 땐 한 2만 번은 짰을 거예요.
그만큼 헌신적으로 열정을 쏟아 새로운 장르의 개그를 만들어 꽁트를 했는데, 방송국에서 시청률이라는 한계에 부딪혀 일순간 프로그램이 폐지돼버리고 나니까 ‘나’라는 존재마저 사라지게 되더군요.

어디 가서 ‘개그맨’이라는 말도 못하게 되니, 나라는 사람도 팔딱거렸던 신선한 아이디어들과 함께 사라져 버린 걸 알게 된 거죠. 그냥 휘발되듯이. 순간 겁이 나더라구요. 개그맨이라는 이름은 개그 프로그램과 운명을 함께하는구나.

그때 생존을 위한 생각이 퍼뜩 들더군요. ‘아, 개그보다 상위 범주에서 놀아야겠다, 그러면 뭐든 코미디에 대입하면 오랫동안 재미있고 신나게 코미디를 할 수 있을 거야.’

그러던 중에 우연히 오페라를 각색하게 됐는데, 참고 서적들을 찾아서 보다 보니 발전시킬 수 있는 범위가 엄~~~청 넓은 거예요. 가장 무궁무진한 세계가 책이구나 싶더라구요. 구연 동화나 목소리 연기는 그동안 해왔던 거니까 내 전문 분야이기도 하고.

책과 내 주특기를 섞어서 녹여보자 싶었죠. 책을 ‘전매특허’ 같은 걸로 삼아서, 사람들이 ‘걔 아니면 안돼’라고 하는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다 보니 다행히 알아봐주시는 방송들도 생겨서 불러주시더군요.

-카톡의 '수다 서평'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죠?

진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을 때 케이블방송의 데일리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었어요. 그 프로그램 중에 매주 목요일 ‘여자가 읽으면 좋을 만한 책’을 소개하는 코너가 있었는데 출판평론가 김성신 선생님이 출연하고 있었어요. 책 이야기를 워낙 재미있게 해주셔서 듣고 나면 그 책이 읽고 싶어지곤 했어요.

한번은 셰릴 샌드버그의 ‘린 인’이라는 책을 소개해 주셨는데, 서점에 가서 책을 사서 보니 배울 만한 것들이 있더라구요. 다음에 만났을 때 피드백을 해드렸죠. "여성 CEO 이야기던데 재미있게 잘 읽었다", "책을 좋아한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면서 인사드렸지요.
그랬더니 그 다음 주에는 돈 바우먼 브런의 ‘애니멀 티칭'이라는 책을 주시는 거예요. 읽어보고 다음 주에 또 얘기해달라면서. 그 책에는 인생의 12가지 주제와 60종의 동물들이 등장하거든요. 동물들은 저마다 타고난 나름의 행동, 습관, 독특한 능력 등을 인정하고 거기에 맞춰서 살아간다고 나와요.

뭐, 예를 들자면 평생 같은 짝과 살고 둘이서만 여행하고 헌신적인 파트너로 살아가는 백조라든가, 멋진 턱시도 차림의 신사처럼 서로에게 예의를 갖추는 펭귄이라든가, 자신을 통제하고 정직하게 자기 의지를 사용하는 호랑이 등등 말이죠.

이런 동물들은 마치 인간에게 "야들아, 제발 이런 내 모습 좀 보고 배워라~"라고 말하는 듯해요. 김성신 선생님한테 “동물이 인간보다 낫더라구요” 어쩌고저쩌고 떠들었더니, “정미씨 생각을 서평으로 표현해보자”고 하시더군요.
2013년에 'M25'라고 지하철 무가지가 있었는데, 그때부터 김 선생님과 함께 그 잡지에 서평 칼럼을 처음 썼어요. 그걸 보고는 스포츠경향 신문에서 연락이 와 서평 연재를 시작했고요. 햇수로 3년 정도 했더니 책 한 권 나올 분량이 되더군요. 그렇게 해서 모두 146권을 읽고 한 코미디 서평을 묶은 것이 '북톡카톡'이었습니다.

-원래 글쓰기에도 관심이 있었나요?

어렸을 적엔 재미있는 만화나 (대학 때는) 희곡 읽기에만 관심이 많았어요. 추상적인 개념의 극화를 실제 현실과 접목해야 한다고 주장한 17세기 신고전주의 같은 데 빠져서 피에르 코르네유라던가 몰리에르, 장 라신 같은 작가 작품들을 많이 읽었어요.

3-4분 짧은 시간에 공감과, 연기, 웃음에 반전까지 줘야 하는 개그도 실제 삶에서 나와야 하거든요. 그때 읽은 작품들을 개그에 대입하기도 했고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개그맨도 실제로 직접 대본을 쓰거든요. 본인이 아이디어를 가장 잘 살릴 수 있으니까.

그때 쓰기 시작한 원고들이 글쓰기의 출발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건 나만 보는 글이잖아요. 남들 눈에 읽힐 만한 갖춰진(?) 글쓰기는 그전에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처음 지면에 글을 쓸 때는 한 1년 정도는 자존감이 바닥이었습니다.

‘나까짓 것 글을 누가 읽기나 하겠어?’ 싶었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정말 조금씩,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글을 쓸 때마다 그래프에 점들이 콕콕 찍히는데 3-4년을 모아 보니 성장하고 있더라구요. 마치 우량주 주식 그래프처럼.

그때 서평 책이랑, 글쓰기 관련 책도 많이 봤어요. 은유의 '글쓰기의 최전선', 이만교의 '글쓰기 공작소', 박균호의 '독서만담', 서민의 '집 나간 책', 명로진의 '베껴쓰기로 연습하는 글쓰기 책', 김민영-황선애의 '서평 글쓰기 특강-생각 정리의 기술' 등등...

이런 책들은 초보자들도 도전하기 쉽고, 책에서 가르쳐주는 책들도 있거든요. 한쪽으로만 몰린 책 편식을 하지 않게 되니 또 좋았습니다.

-예전에도 개그맨/우먼 중에 책이나 신문을 많이 읽는 걸로 소문난 분들이 간혹 언론을 타기도 했는데요, 남정미님 경우에는 직업 활동과 책 읽기가 어떤 관계가 있던가요?

고명환 선배님이 제 인생 북멘토인데요. 여의도 MBC 안에 대원서점이라고 진짜 작은 서점이 하나 있었어요. 완전 '새끼 개그맨'이었을 때 출연료가 나오는 날이면 고명환 선배가 후배 몇 명을 부릅니다. 그 서점에 데리고 가서는 보고 싶은 책 세 권씩 고르라고 하고 책을 사주곤 했어요. “니들이 받은 얼마 안 되는 출연료는 니들 먹고 사는 데 써라, 머리가 커지는 마음의 양식은 내가 사줄게~” 이러면서요.

또 고민 있을 때 따로 상담 신청하면 불러내서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는 의견을 말해주고, 동네 서점에 데리고 가서는 고민에 맞는 책을 또 엄청 사주는 거예요. 그때 사줬던 책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 그 무렵 신간으로 나왔던 공지영 작가의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였어요.

내 얘기를 하는 것만 같고, 어찌나 맘에 짠하게 들어오던지.. 그 시절에 읽은 책들로부터 받은 도움은 잊을 수가 없지요. 와, 생각해보니 벌써 12년이 지났네요. 작년엔가 이 책이 복간됐던데.. 아직도 이 책으로 위로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겠지요? 책이라는 친구의 초강력 파워를 다시 한번 느낍니다.

-책은 평소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읽으시는지요?

방송 때문에 읽게 되는 책들이 많아요. 장르 구분 없이 일주일에 두 번은 책 방송 원고를 쓰기 위한 책들을 읽습니다. 제 수준에 맞는, 그리고 소개를 잘 할 수 있는 신간들 위주로요. 그 밖에는 주로 동네 도서관에 가서 책 제목을 쭉~~ 보다가 느낌이 팍 꽂히는 게 있으면 빌려서 읽거나 서점에 가서 사서 읽습니다. 일주일에 두세 권 읽는 것 같네요.

-책을 골라 보는 나름의 방법이 있습니까?

왜, 제목을 보고 골랐는데 내용은 전혀 아닐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땐 억울하죠. 다시는 속나 봐라 싶고. 그래서 저는 휴대전화에 서점 앱을 깔아두고 참고합니다. 마음에 드는 거래처(?) 서점 앱을 지하철 타고 가다가 한 번씩 들어가 보는 거예요.

'노벨상 받은 가즈오 이시구로 작품이 메인으로 떴구나', '어, 요즘은 이 책이 베스트셀러네' 하면서, 클릭해서 들어가 보면 그 책이 어떤 내용이고 어떤 작가가 썼는지, 책 내용 맛보기까지 출판사들이 자료를 너무 잘 만들어놨어요. 그걸 눈여겨보다가 책이 내 맘에 맞으면 구매하지요.

아, 그리고 서점 어플을 보면 주문하고 택배가 아니라 서점에서 바로 받는 시스템도 있거든요. 저는 주로 이 방법을 이용해요. 읽고 싶은 책 기다릴 필요도 없고, 택배비 천 원 정도는 빼주니까 일석이조입니다.

-특별히 즐겨보는 장르나, 안배 방식이 있나요? 근래에 독서 취향의 변화가 있나요?

예전에는 몰랐는데, 최근에 책 정리를 하면서 출판사별로 모아봤습니다. 각 출판사별로 비슷한 장르의 책들이 나온 걸 보면서, 아 그때는 이게 유행이었구나, 지금은 이런 게 트렌드구나, 알 수 있겠더군요. 배열을 다시 하고 나니까 눈에 안 띄었던 책도 다시 볼 수 있었고, 책 정리하면서 운동(?)도 할 수 있으니, 한번들 해보셔요^^

-빼놓지 않고 보거나 특별히 신뢰하는 저자가 있나요?

재미있는 글을 잘 쓰는 작가로는 가장 애정하는 소설가 성석제 작가가 있구요. 이기호, 박민규, 백가흠 작가도 좋아합니다. 또 가끔은 무언가 먹먹하게 만드는 김숨 작가나 정여울 작가, 밝은 무드가 뿡뿡 뿜어져 나오는 백영옥 작가도 좋아합니다. 그리고 움베르토 에코 할배도 좋아하구요. 일본 작가로는 다치바나 다카시, 마루야마 겐지 할배를 좋아합니다.

-최근에 인상깊게 읽은 책으로는 어떤 것이 있나요?

철학가 신창호 교수님을 굉장히 존경합니다. 고려대에서 교육철학을 가르치고 계신 분신데 지식부터 훌륭한 품성까지 정말 좋아합니다. 쓰신 책 중에 ‘배려'와 ‘정약용의 고해’가 있는데요, 그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할 수 있었고, 진짜 오랫동안 감동의 온기로 위로받았습니다.

특히 이 분의 '한글 논어'는 정말 물건입니다. 논어 원전을 한글로 가장 잘 해석했다고들 하는데, 고전 쉽게 읽기가 가능함을 보여줍니다. 정말 쉽고 재밌는 책이라 강추하고 싶습니다.

-곁에 두고 오래 반복해서 보는 책이 있나요?

'꽃잎은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가 그런 책입니다. 열반에 드신 '무소유'의 법정 스님과 작고하신 소설가 최인호씨의 산방대담인데요, 아주 작은 책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문장 하나부터 열까지 명문이 아닌 글귀가 없습니다.

기쁜 날 읽으면 내 인생을 축복해주고, 화가 날 때 읽으면 화를 사그라들게 만드는 힘이 있는 책입니다. 두 분 다 암으로 아프셨거든요. 한 분은 불교 입장에서 또 한 분은 가톨릭의 시선에서, 종교를 넘어 인간 본질의 이야기를 합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책으로 치유받는 게 바로 이런 거구나 하고 느끼실 수 있습니다.

-서가에 꽂힌 책 중에 엉뚱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알면 놀랄 만한 책이 있을까요?

주간지 '타임'이 있습니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를 본 후에 '우와!! 나도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에 꽂혀서 신청했어요. 얼마전 홍대 앞에서 열린 ‘와우북 페스티벌'에 구경 갔다가 할인해준다는 말에 혹해서 신청했는데.. 예상 외로 벌써(!)... 왔어요.. 언짢네요. 분명.. 장식용이 되겠지요. 흑흑. 아임 앵그리.

-‘소행주’의 ‘특집’에 거주한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곳이고 어떻게 그곳에서 살게 되셨지요?

첫 책인 '북톡카톡'을 쓰고 있을 때가 2015년이었어요. 그전엔 논현동에 살았는데 출판사는 마포 상수 쪽이었어요. 멀기도 해서 이사를 하려던 차에 출판사 사장님이 '공동체마을'을 소개해주셨어요.

본인은 20년 전 공동육아를 목표로 해서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만든 성산동 성미산 공동체 마을에 살고 있는데 요. 그 동네에 여성 네 명이 같이 사는 여성독립자생활공간 '특집'이라는 쉐어하우스가 하나 있는데 관심 있으면 알아봐 주겠다고 하시더군요.

그전에도 그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접해 본 적이 있어서 관심이 있었어요. 가서 집을 보고는 마음에 들어서 입주하고 싶다고 했죠. 그런데 면접이 있다는 거예요!! 아니, 무슨 대기업도 아니고!! 면접이야!! 궁시렁거렸죠.

기존 거주자들과 생활스타일이 잘 맞는지, 공동체라는 것에 대한 인식은 어떤지, 서로 같이 살아도 될 사이인지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눠가며 미리 살펴보는 거예요. 그 뒤에 거주인들이 따로 회의를 해서 잘맞겠다 싶으면 관리하는 곳에 알려주고 이사를 들어가게 되는 식이죠.

사실, 면접(?)을 보고 나오는 날 "잘 부탁드립니다!!!" 큰 소리로 인사까지 하고는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쳇, 코딱지만 한 집에 이사 들어가는데 무슨 면접까지 보냐, 나 원 참’ 한참을 이죽거리며 투덜댔죠. 하지만 들어가서 살다 보니 왜 그런지 알겠더군요.

-실제로 살아보니까 어떤가요?

다행히 면접을 통과해서 같이 살게 되었는데, 지내 보니 그런 과정이 정말 중요하더라구요. 그전까지 모르던 사람들이 함께 사는 게 쉽지 않으니까요. 단체가 사는 집이니 몇 시부터 몇 시까지는 세탁기를 돌리면 안돼, 이런 규정부터 분리수거와 공과금 입금은 누가 언제부터 언제까지 돌아가며 담당한다는 순번을 정하는 것까지.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같이 장을 보는데 이번 달은 언제 보자, 이런 의논을 마주 앉아 밥을 먹으면서 합니다. 다들 독립적인 여성이고, 규정도 잘 지키고, 무엇보다 정말 대화를 많이 해요. 아직까지 다투거나 얼굴 붉히는 일 없이 재밌게 잘 살고 있습니다.

이사와서 가장 놀란 것은 자동차 키를 공유하는 거였어요.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 보니, 급한 경우 누구라도 차를 이동할 수 있도록 한 거지요. 각 호수별 신발장에 차키를 넣어 놓고, 차주와 연락이 안 되거나 외출 중이더라도 필요한 사람이 직접 차를 이동시킵니다.

음 또..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처럼, 우리 동네도 마을 하나가 아이들을 함께 키운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어요. 저희는 주민들끼리 이름이 아닌 별명을 부릅니다. 아이들도 어른을 보더라도 이름 대신 친구처럼 별명을 불러요. 저는 '남짱'이라 불려요. (참고로 저를 추천한 전홍가혜 기자는 '홍반장'예요)

주말이나 쉬는 날, 저희 집 현관문을 열어놓고 있으면 윗층 아래층 아이들이 “남짱 뭐해요?” 하면서 쓱 들어와요. “어, 00야 안녕, 밥은 먹었니?” 그러면 배고프다면서 라면 끓여달라거나 간식을 달래기도 하고, 같이 블록 하자며 갖고 오기도 하죠.

이곳 아이들은 문을 열어 두면 제 집, 남의 집이 따로 없어요. 아이들이 찾아오면 평소엔 잘 쓰던 경박스런 말도 못하고, 함부로 투덜대지도 못하고(ㅜㅜ) 본을 보여야 하니까.. 그야말로 공동 육아인 셈이죠.

아, 힘든 거요.. 제가 성미산 3년 차인데요, 이사 오고 나서 인근 망원동이 확 떠버렸어요. 좋아하던 가게들이나 이웃들이 젠트리피케이션 때문에 월세 부담을 안고 떠나가는 것을 보면 너무 안타까워요.

다행히 쉐어하우스 '특집'(성산동점)은 월세를 올리겠다는 말은 하지 않고 있지만 이게 남의 얘기 같지 않아요. 좋아하던 카페도 정성 들여 가꿔 놓으면 월세를 비싸게 올려버리니 다들 울며 떠나버리죠. 어디로 갔을까요. 좋은 이웃들과 만들어낸 우리 동네의 온기와 공기는, 돈에 밀려서 어디로 가버린 걸까요.

-다음 추천하고 싶은 사람과 추천 이유를 부탁드립니다.

오페라 연출가 안주은 선생님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오랜 유학 생활에서 돌아와서 오페라 장르를 국내에 널리 알리려고 엄청 노력하시는 분입니다. 이 분만큼 활동적인 여성 연출가는 없을 거라 자신합니다.

대단한 열정에 추진력도 좋으시고요. 유학 시절 두부가 먹고 싶어서 직접 만든 간수로 두부를 만들어 먹을 만큼 한국 음식과 문화를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연출가입니다. 최근엔 팝페라 가수로도 활동하면서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고 있는 그녀가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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