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큐레이션] 예고된 '남성시대의 종언'

조회수 2016. 10. 26. 07: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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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작가 해나 로진의 '남자의 종말' 리뷰 다시 읽기

북클럽 오리진이 궁금하다면

꼭 읽어볼 만한 글을 소개하는 북클럽 오리진의 [오늘의 큐레이션]입니다.


오늘은 4년 전에 쓴 서평을 소개합니다.리뷰 도서는 2012년 12월 번역 출간된 미국 여성 저널리스트 해나 로진의 '남자의 종말'입니다.


원서는 'The End of Men: And the Rise of Women'이라는 제목으로 2012년 9월 미국에서 출간되면서 호평과 함께 크게 주목받았던 책입니다.


최근 페미니즘이 다시 의제로 떠올랐습니다. 국내에서는 여성에 대한 일부 남성들의 묻지마 살해와 일상적 폭력에 이어 문화예술계 일부 남성 작가들의 성추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미국에서는 성인 남성의 실직/무직과 사회 부적응이 큰 걱정거리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남녀 대결이 된 대통령 선거에서 남성인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성적 추문과 폭언으로 지탄을 받는가 하면 현재 당선이 유력시되는 힐러리 클린턴은 첫 여성 대통령으로서 해결해야 할 급선무가 취약한 남성 실직 문제라는 경제학자들의 지적까지 나옵니다.


이 책은 마치 5년 전 이런 상황을 내다본 듯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리뷰 뒤에는 저자 해나 로진의 강연과, 또 다른 관점에서 남성들을 우려하는 남성 심리학자의 TED 강연(한글 자막)을 소개합니다.

원제가 'The End of Men'이다. 'The End'로 시작하는 제목의 책들은 대개 심상치가 않다. 1992년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말', 1995년 제러미 리프킨의 '노동의 종말', 2005년 제프리 삭스의 '빈곤의 종말'…. 시기마다 사회담론에 획을 그었다. 그만큼 위험한 제목이기도 하다. 진단이 너무 앞서면 '엉터리', 늦으면 '뒷북' 소릴 듣기 십상이다.

지금, '남자의 종말'은 어떨까. 2012년 9월 영미권에서 출간된 직후 주요 언론들 반응을 보면 '그랜드슬램'을 일찌감치 달성했다. 문제작이 늘 그렇듯 찬사와 비판이 동시다발이다. '시의적절한 통찰'이라는 호평부터 '섣부른 진단으로 여권운동의 전열을 오히려 흐트러뜨렸다'는 비판까지 광폭이다.


상투적인 남성퇴조와 여권신장의 얘기라면 일찌감치 뒤로 밀려났을 것이다. 저자는 각 영역의 파상적인 변화를 한데 묶고 문명사적 의미까지 부여했다. 약 20만년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다방면에서 여성 우위가 시작됐다는 것. 최근 40년간 진행된 지각변동이 경제·문화에 이어 결혼·연애·성역할까지 바꿔놓았다고 말한다.

◇가부장제에서 가모장제로


2009년은 미국 역사의 분수령이었다. 사상 처음으로 일자리의 절반을 여성이 차지했다. 관리·전문직도 지난해 여성 비율이 51.4%로 뛰었다. 로스쿨과 메디컬스쿨도 여성이 다수로 바뀌고 있다. 프랑스도 35세 이하 의사 중 여성이 58%다. 스페인은 64%. 일본에서는 '초식남'이 늘고, 브라질에는 아내보다 수입이 못한 남편들을 위로하는 단체인 '눈물의 남자들'이 커지고 있다.


물론 지금도 남성의 평균임금은 여성보다 높다. 아직도 여성은 미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 최고경영자 중 3~6%에 불과하고, 국회의석의 17%, 국가원수 180명 중 20명에 그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추세다. CEO 바로 밑 단계 여성 임원은 최근 몇 년 사이 연속 증가세다. 여성 국가원수도 지난 3~4년 사이 2배가 됐다. 향후 10년간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30가지 직종 중에 간호·회계·가정건강 보조·보육·식사준비 등 20종에서 여성이 지배적 위치를 차지한다. 지금 보이는 곳곳의 '남성 우위'는 구시대의 잔여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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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성공 척도인 교육도 여성 우위


미래의 성공을 좌우할 교육 전선에서도 여성의 질주는 시작됐다. 올해 미국 대졸자 비율이 남자 2명당 여자 3명꼴. OECD 34개국 중 27개국에서 여성 대졸률이 남성보다 높다. 대부분의 미국 주립대에서 입학생 중 여학생 비율이 60%에 근접했다.


미국 사립대에서는 '남성 입학 우대' 정책이 물의를 빚을 정도다. 입학사정관들은 열세인 남자 지원자를 구제하려고 "이 친구는 대기만성형이야" "아직 발동이 덜 걸렸어" "큰 그림을 보잖아"라며 두둔한다.


남녀관계의 정점인 결혼에서도 성역할은 흔들린 지 오래다. 고학력에 경제력이 커진 젊은 여성들은 '찌질한' 남성과의 결혼은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결혼을 하더라도 역할 분담은 탄력적이다. 이른바 '시소 결혼'. 누가 벌고 누가 애를 키울지 서로 절충 가능한 방정식으로 본다. 결혼 전 성생활에서도 여자들은 더 공세적이 됐고 남성을 골라 사귀는 자유연애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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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한 여성의 나폴레옹식 확장


이런 전방위 지각 변동을 저자는 '유연한' 여성과 '뻣뻣한' 남성으로 설명한다. 전통적으로 힘을 쓰는 전쟁과 노동의 시대에는 남성이 유리했다. 하지만 후기 산업사회, 정보·서비스 경제에서 중요한 것은 의사소통력, 사회적 지능, 차분히 집중하는 능력. 여성이 낫다.


게다가 여성은 나폴레옹처럼 새로운 기회가 보일 때마다 도전해 자기 영역을 넓혀갔다. 반면 남자들은 여전히 전통적 영역을 전전하고 자기 변신에 주저한다. 1950년대에 한창 일할 나이대의 미국 남자들 중 20분의 1이 무직이었던 데 비해 요즘은 비율이 약 5대 1에 이른다. 평론가 제시카 그로스는 남자들이 '문화적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말한다. 이제 사회는 '제자리'를 잃은 남성들이 '어떤 문제'를 야기할지 걱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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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남성상은 잊어라


추락하는 남성에게 날개는 있는가. 연착륙을 위한 저자의 조언은 '손발을 더 많이 놀리라'가 아니라 '마음을 확장하세요'다. 예전에 약자였던 여자들이 그랬듯, 그전까지 알던 '남자다움'을 훌훌 털고 새 시대 새 남성상에 적응하란 얘기다.


따지고 보면 남성성이란 것도 여러 세대에 걸쳐 덧입혀진 '전투용 갑옷'이었을 뿐.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스웨덴 거리는 유모차를 끄는 남성들로 붐빈다. 결국 남자들도 약자의 신맛을 삼키며 새로운 유연성을 터득해 나갈 것이란 게 저자의 전망이다.


각종 연구 결과와 통계치, 여기에 저자 자신이 직접 미국 구석구석과 한국까지 오가며 취재한 현장 사례들이 설득력을 더한다. 나라에 따라서는 얼마간 시차가 느껴지는 현실 진단도 있다.


'일부 사례의 확대 해석' '성급한 단정'이란 비판도 가능하다. 하지만 '남자의 종말'이라는 대담한 명제만큼은 앞으로도 계속될 사회 담론의 한 축을 형성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남녀가 각기 다른 입장에서 '남자'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해나 로진(Hanna Rosin, 1970년생)


시사 잡지 《애틀랜틱》 의 수석 에디터로, 《뉴요커》, 《뉴욕 타임스》, 《GQ》, 《워싱턴 포스트》 등 주요 잡지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가 운영하는 웹진 《슬레이트》의 여성 섹션인 ‘더블 엑스 Double X’를 창간했고, 2010년 할례에 관한 《뉴욕 매거진》 기사로 ‘내셔널 매거진 어워드’를 수상했다. 저서로는 『신의 하버드 God’s Harvard』 등이 있으며, 현재 워싱턴 D. C.에서 남편과 함께 세 자녀를 키우며 지내고 있다. 


『남자의 종말』 출간 이후 해나 로진은 《애틀랜틱》, 《슬레이트》 등 각종 지면과 초청 강연, 방송 활동을 통해 관련 주제에 관한 논의의 장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해나 로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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