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美 '영끌투자', 불확실한 미래에 8조원 건다[넘버스]

조회수 2021. 5. 15. 13: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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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의 전기차 시장과 수소 인프라를 선점하기 위해 2025년까지 74억 달러(한화 8조1417억원)를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상세한 투자 내역은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는 21일 공개될 예정입니다.


현대차그룹의 대규모 투자에 시장은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는데요. 현대차는 지난해 내연기관과 전기차, 모빌리티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5년 동안 10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죠. 현대차는 단일시장인 미국에 전체 투자금의 약 8%를 배정했습니다.

출처: (사진=현대자동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 시장의 전기차 전환을 위해 10억 달러(1조1295억원)를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인도는 전 세계에서 현대차가 가장 잘 팔리는 나라입니다. 현대차는 1996년 인도에 진출한 이후 30억 달러(3조3885억원)를 투자했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미국 시장에 배정된 8조원의 투자금은 어마어마한거죠.


그만큼 전기차와 수소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모빌리티 분야에 있어 미국 시장이 갖는 의미와 중요성은 큰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35년까지 친환경 에너지 분야의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약 2조 달러(2000조원)를 투자할 계획입니다.


'석유 중독국'인 미국도 글로벌한 '넷 제로(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로 하는 정책)' 흐름에 올라탔습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석유를 가장 많이 쓰는 나라입니다. 2019년 BP(브리티시 페트롤리엄)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하루 평균 석유 소비량은 2046만 배럴로 하루 평균 생산량(9518만 배럴)의 21%를 소비하죠.


현대차의 이번 투자는 '석유에서 친환경 에너지'로 옮겨가는 미국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차는 전기차 기준 글로벌 점유율 4위의 기업입니다. 현대차는 수소 연료전지의 핵심 기술인 막적극전합체(MEA, 산소와 수소의 화학적 반응을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필름형태 접합체) 등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번 투자가 성공적인 결과를 낳는다면 현대차는 전기차와 수소 분야의 '글로벌 톱티어'로 부상할 수 있습니다.


현대차의 야심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출처: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그룹이 조망한 미래형 모빌리티 비전.

현대차그룹의 '영끌 투자'...미래를 위한 레버리지


현대차는 앞으로 5년 동안 8조원의 투자금을 분할해 미국 시장에 투자할 계획으로 보입니다. 분할 투자인 점을 고려해도 8조원의 투자금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현대차의 지난달 22일 발표한 1분기 재무상태표를 고려하면 이번 투자금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현대차의 1분기 연결 기준 현금성자산은 11조35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총차입금은 96조2490억원입니다. 미국 시장에 배정될 8조원의 투자금은 산술적으로 계산할 경우 72.4% 규모입니다. 총차입금의 8.3% 수준이죠.


올해 현대차는 약 8조9000억원을 투자금으로 배정했습니다. 전기차와 수소차 등 미래차를 선점하기 위해 4조5000억원을 투자하고, 연구개발에 3조5000억원의 투자금을 집행하기로 했습니다. 미국 시장에 연 2조원의 투자금을 추가로 배정할 경우 자본적지출(CAPEX)은 1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출처: (자료=현대차)
현대차 미국 그린 인프라 투자금 및 주요 재무 현황. 현금 및 차입금은 올해 1분기 기준.

기업이 미래의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투자하는 건 긍정적인 현상입니다. 자동차 등 '중후장대(크고 무거운 산업)' 산업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투자할 곳을 찾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그런데 전기차와 수소에너지 등이 부상하면서 대규모 투자금이 필요해졌습니다. 현대차는 투자할 여력도 있고, 투자를 적극적으로 해야 미래가 밝죠.


현대자동차의 현금흐름을 보면 투자금이 늘어나는 건 적잖은 부담입니다. 지난해 현대차의 연결 기준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409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활동을 통해 들어온 현금보다 나간 현금이 많았다는 의미입니다. 2019년 영업 현금흐름은 4197억원, 2018년에는 3조7642억원이었죠. 이를 보면 현대차의 영업 현금흐름은 크게 둔화됐습니다.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9조3375억원을 기록했는데 이중 절반인 4조6878억원이 유형자산을 취득하는데 들어갔습니다. 투자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건 유무형의 자산을 취득하는데 들어간 현금이 처분한 현금보다 많다는 의미입니다. 2019년과 2018년 투자 현금흐름은 -5조9291억원, -2조4150억원입니다.

출처: (자료=금융감독원)
현대자동차 연결 기준 현금흐름 추이.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2년 연속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11조3524억원으로 전년(4조8749억원)보다 6조4775억원 커졌습니다.


현대차는 전기차 전용 생산라인과 신규 차종을 개발하는데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 현금 지출이 커지는 추세입니다. 투자 및 재무현금흐름이 이 같은 흐름을 보이는 건 '지금은 투자할 때'이기 때문이죠.


현대차의 미국 시장 투자는 필연적으로 재무적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 이외에도 인도와 중국 등 투자할 곳이 상당히 많습니다. 5년 동안 그룹 전체에 배정한 투자금만 100조원입니다.


이런 점을 보면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 미래를 걸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바이 아메리칸' 좇는 현대차...'수소 인프라·노조 반대'가 관건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바이 아메리칸' 정책 때문입니다. 미국 정부는 제조업을 부흥시키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정부조달 계약에서 자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우선하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 1월 첫번째 행정명령으로 '바이 아메리칸'에 서명했죠. 이와 함께 배터리와 반도체 등 핵심 물품의 공급사슬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이 꾸준히 통상 분야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데에서 비롯됐습니다. 2019년 미국 회계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미국 정부 조달계약에서 △EU △노르웨이 △캐나다 △멕시코 △일본 △한국 등 6개국에서 조달한 규모는 53억 달러(5조9863억원)인 반면 6개국이 미국 기업에서 조달한 금액은 17억 달러(1조9201억원)에 그쳤습니다. 보고서는 미국이 멕시코와 캐나다와의 거래에서 이득을 보는 반면 여타 국가와의 거래에서는 손실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는 현지에 투자를 확대하고, '현지 생산 현지 납품' 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현대차가 생산하는 자동차는 완제품인 반면 삼성전자와 SK이노베이션 등의 주력 제품은 소재 및 부품이란 점에 있습니다. 현대차의 미국 투자가 실익을 거두려면 현대차의 전기차 점유율이 빠르게 커져야 합니다.

출처: (자료=SNE리서치)
미국 내 전기차 브랜드별 판매량.

SNE 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차 포함)의 전기차 시장 중요도는 △유럽(33%) △미국(23%) △중국(19%) △한국(12%) 순입니다. 현대차는 2025년 전체 전기차 생산량 중 약 32만대를 미국 시장에 팔 것으로 전망됩니다. 유럽 시장에는 약 57만대를 판매할 것으로 점쳐집니다.


테슬라는 2025년 미국에서 61만대를, 토요타는 53만대를 판매할 전망입니다. 폭스바겐은 22만대를 팔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의 점유율은 3~4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죠.


이는 어디까지나 전망치입니다. 미국의 전기차 시장은 올해 110만대에서 2025년 420만대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으로 5년 간 시장이 280%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죠. 현대차는 지난 3월(판매량 7만5403대) 미국 진출 이후 역대 최대 판매기록을 세웠습니다. 미국에서 현대차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죠. 이를 고려하면 현대차의 미국 시장 전망은 꽤 밝습니다.


현대차가 8조원의 투자금으로 미국 현지에 공장을 세울 경우 걸림돌이 있습니다. 바로 노사의 단체협약입니다. 단체협약 5장 42조 3항에는 '현대차가 해외에 공장을 설립하거나 엔진 라인을 이전하기 위해선 노사공동위원회의 심의·의결이 필요하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현대차 노조는 생산라인이 미래차로 바뀌면서 일자리 지키기에 사활을 걸었죠. 현대차가 미국에 생산라인을 지으려면 노조의 반대를 넘을 '당근'을 제공할 수밖에 없습니다. 역시 비용 부담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죠.


현대차는 수소차 점유율로는 압도적 1위 업체입니다. 넥쏘(Nexo)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수소차입니다. 현대차는 수소 연료전지 분야에서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수소 밸류체인은 '생산-저장 및 유통-활용' 3가지가 동시에 이뤄져야 합니다.

출처: (사진=현대차)
현대차그룹 GBC 사옥 조감도.

미국은 수소와 관련한 특허 기술이 가장 많은 국가입니다. 수소 에너지는 미국 나사(NASA) 등이 우주를 탐사하기 위해 개발됐기 때문이죠. 영국 자산운용 솔루션 업체인 얼터너티프 소프트에 따르면 △플러그파워 △퓨얼셀에너지 △블룸에너지 △발라드파워 △커민스 등이 수소 에너지와 관련된 리딩기업으로 꼽혔습니다. 플러그파워가 생산한 수소와 연료전지는 아마존과 월마트 등의 지게차에 탑재되고 있죠.


현대차는 수소 인프라 분야에서 후발주자인 점은 분명합니다. 현대차가 생산할 연료전지는 수소 경제의 밸류체인상 말단에 속하고 있기 때문이죠.


현대차의 8조원 투자금이 미국 시장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지 예단하기는 어렵습니다. 현대차가 이번 투자로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리딩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밀알이 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다만 '리스크'도 없지 않습니다. 2025년 현대차의 미국 내 위상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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