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앞둔 한컴라이프케어, 무기는 KF 마스크?[넘버스]

조회수 2021. 4. 27. 17: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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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의 자회사인 한컴라이프케어가 최근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했습니다. 한컴라이프케어는 2017년 한컴이 인수한 개인안전장비 회사입니다. 2019년 코로나19로 전세계 방역 마스크 수요가 높아지자 한컴라이프케어의 마스크 사업 매출도 수직 상승하면서 2020년 한컴의 어닝서프라이즈를 주도한 핵심 자회사로 떠올랐는데요. 한컴그룹의 2020년 연결기준 매출은 총 4013억원, 영업이익은 682억원이며 같은 기간 한컴라이프케어의 별도 매출은 1500억원, 영업이익은 387억원입니다. 즉, 그룹 한해 영업이익의 절반을 자회사 하나가 일궈낸 셈이죠.


한컴은 이 같은 성장세를 놓치지 않고 인수 당시 약속했던 한컴라이프케어의 상장을 발 빠르게 추진하는 모습인데요. 지금은 우선 '코로나19 마스크 특수로 반짝 성장한 회사'란 평가를 넘어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보여줘야 할 때입니다. 또 소프트웨어 기업인 모회사 한컴과의 시너지 효과도 증명할 필요가 있어 보이는데요. 한컴라이프케어의 지난 실적 추이와 제품군, 향후 사업 계획 등을 통해 사업 전망 및 성장 가능성을 가늠해 보겠습니다.

출처: (자료=한컴 IR)
한컴그룹 지배구조, 한컴라이프케어는 한컴이 2017년 인수한 회사다.

ICT 융복합 그룹이 되고 싶은 한컴의 '산청' 인수


먼저 기업 태생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한컴라이프케어의 전신은 한컴이 2017년 인수한 '산청'입니다. 1971년 설립된 50년 역사의 개인안전장비 회사죠. 주로 공기호흡기·방열복·방독면·보건마스크 등 화재·재난 현장에서 필요한 제품들을 개발·생산하는데요. 그만큼 소프트웨어 회사인 한컴이 산청을 인수할 당시만 해도 이를 의아하게 보는 시선이 적지 않았습니다. 또 지금도 한컴의 주요 계열사들은 '한컴MDS', '한컴인텔리전스', '한컴로보틱스' 등 한컴라이프케어를 제외하면 모두 한컴과 같은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이니 한컴라이프케어의 존재는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산청 인수에 대해 한컴은 2017년 기업설명회를 통해 "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안전(Safety)' 사업을 확대하고 산청의 안전장비제품에 통신 모듈, GPS, 각종 센서 등을 결합한 사물인터넷(IoT) 기반 스마트 웨어러블 개인안전장비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한마디로 산청 인수는 ICT 융복합 그룹으로 거듭나겠다는 한컴그룹 의지를 드러낸 사건인 거죠. 당시 김상철 한컴그룹 회장은 "산청 인수에 따라 한컴그룹의 사업·재무적 가치가 대폭 증가할 것"이라며 이른 시일 내에 산청의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안정적인 매출·영업이익...2020년 '터닝포인트' 등장


한컴라이프케어의 지난 실적은 어땠을까요? 2016년~2020년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등록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컴에 인수되기 전 2016년 매출은 약 1060억원, 영업이익은 약 294억원입니다. 2017년에는 매출 1000억원, 영업이익 240억원으로 다소 줄었습니다. 본격적인 한컴 자회사로 편입된 2018년에는 매출이 990억원으로 다시 소폭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270억원으로 반등했고요. 사실상 첫해엔 큰 변화가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변화가 나타났어야 할 2019년 실적은 이상한데요. 매출은 665억원으로 33% 줄고 영업이익은 91억원으로 66%나 줄었습니다. 당기순이익만 놓고 보면 17억원의 적자도 기록했습니다.

출처: (자료=DART)
한컴라이프케어 2016년~2020년 실적.

이에 대해 한컴 관계자는 "2019년에는 거래 기업이 예산 확보에 실패하면서 매년 고정적으로 판매되던 방독면 매출이 급감한 부분, 그리고 미리 준비한 원자재에 대한 재고 처리 비용 등이 겹쳐 실적이 크게 하락한 것"이라며 "2020년에는 방독면 납품이 정상화되고 소방용 공기 호흡기나 방역복 수요도 전년 대비 증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선 실적만 두고 정확한 성과 측정이 어려워 보입니다. 다만 관계자의 말대로 2020년에는 2016년 이후 가장 높은 1500억원의 매출과 38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습니다.


한컴라이프케어에 '마스크'란


2020년 한컴라이프케어의 매출 성장을 이끈 건 누가 봐도 'KF 방역 마스크'의 덕이 큽니다. 그해 코로나19가 전세계를 강타하면서 KF94 마스크는 '없어서 못 파는' 귀한 몸이 됐죠. 개당 가격도 크게 뛰었습니다. 한컴라이프케어는 코로나19 초기만 해도 OEM(주문자위탁생산) 방식으로 마스크를 생산했으나 2020년 3월 아예 국내 마스크 제조기업인 '대영헬스케어(현재 한컴헬스케어)'를 인수하며 자체 생산 능력을 확보했습니다. 이후 한컴라이프케어는 9월 초 미국 정부기관에 월 400만장의 KF94 마스크를 납품하는 수출 계약에 성공하는 등 톡톡한 인수 효과를 누렸죠.


한컴라이프케어가 2020년 마스크 판매로 정확히 얼마만큼의 매출을 올렸는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대신 2016년~2018년 사이 1000억원 초반, 200억원 중후반대의 일정한 매출과 영업이익을 올렸단 점을 감안하면 단순 계산할 때 마스크 판매로 약 500억원의 매출과 100억원 전후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추정해볼 수 있을 뿐이죠. 기존 매출, 영업이익과 비교하면 마스크 특수로 약 30~40%의 실적 개선이 이뤄진 셈입니다.

출처: (사진=한컴)
한컴헬스케어를 통해 생산 중인 KF94 마스크.

하지만 이를 두고 한컴라이프케어가 마스크 판매 실적만으로 상장한다고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코로나19 발발 이전에도 이미 견조한 매출,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 중이었으며 마스크 판매 효과는 코로나19 종식이 예견되는 올해나 내년 이맘때쯤 끝날 한정적 이벤트이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들도 이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죠. 그만큼 상장에 성공하더라도 주가 방어를 위해선 성장의 지속성을 뒷받침할 또 다른 무기가 필요합니다.


본업은 '스마트 안전장비'…2026년 시장 규모 91조원 전망


한컴라이프케어의 핵심 사업은 마스크가 아닌 공기호흡기입니다. 국내 최초로 공기호흡기를 독자 개발한 기업이며 현재 국내 관련 시장 점유율 9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 방산 기업으로서 군용 신형 방독면인 K5를 납품 중입니다. 핵심 사업에서 병원, 소방, 군부대 등 안정적인 유통처를 확보하고 있는 겁니다.


또 한컴 인수 이후에는 기존 제품에 ICT 요소를 더하면서 경쟁력 강화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일례로 한컴라이프케어의 신형 IT 융복합 공기호흡기 'SCA10'의 경우 전자식 압력 게이지와 LED 전방표시장치(HUD), 무선 PTT(무전) 통신 모듈 등을 탑재함으로써 일반 공기호흡기와 차별점을 뒀습니다. 개별 장비를 넘어 디지털 트윈(실물 설비·공간을 동일한 형태의 디지털 환경으로 구현해 원격에서 수치를 측정하고 제어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의 소방 안전 서비스 플랫폼 사업도 추진 중입니다. 전통의 ICT 기업과 장비 기업이 만나 창출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죠.

출처: (사진=한컴라이프케어)
한컴라이프케어의 신형 IT 융복합 공기호흡기 'SCA10'

아쉬운 점은 이 같은 ICT 융복합 사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지금 당장 가늠하긴 어렵다는 점입니다. 2019년과 2020년 실적 모두 특수한 상황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므로 객관적 평가를 위해선 최소 2021년, 2022년에 나올 실적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증권가의 평가는 우호적인데요. 이승훈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현재 1만9000원인 한컴의 목표주가를 3만1000원으로 설정하고 "한컴라이프케어 상장으로 한컴의 지분 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2020년 2배 이상 성장한 한컴라이프케어는 올해도 높은 성장세가 예상되며 기업가치는 5000억원 내외로 추정된다"고 언급했습니다.


시장 상황은 어떨까요? 한컴라이프케어에 따르면 글로벌 개인용 보호장비 시장은 2020년에서 2026년까지 연평균 7.4%씩 성장해 2026년에는 규모가 91조원에 달할 전망입니다. 시장이 아직 충분한 성장세에 있는 만큼 한컴라이프케어는 특수 보호복, 신형화생방보호의 등 제품군을 다양화하고 드론을 연계한 화재감시시스템 등 ICT 기반 스마트시티 재난안전 솔루션 등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입니다. 또 우준석 한컴라이프케어 대표는 상장예비심사청구 당시 "2025년까지 개인안전장비 분야 세계 10위권 진입을 실현할 것"이라고 다짐했죠.


확고한 국내 유통 기반과 더불어 당분간 코로나19로 인한 특수 효과까지 누릴 한컴라이프케어의 올해 전망을 밝아 보입니다. 상장도 무난히 이뤄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남은 숙제는 ICT 융복합 개인안전장비 기업으로 변모한 회사의 가치를 주주들 앞에 증명하고, 해외 유통 채널 확보에도 박차를 가하는 일입니다. 또한 종합 IT 기업으로 발돋움하려는 한컴그룹의 첫 시험대로서 한컴라이프케어가 충분한 이정표 역할을 할 수 있게 될지도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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