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커머스가 '틈새시장'을 노리는 이유

조회수 2021. 4. 23. 18: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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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커머스는 카카오 계열사 가운데서도 ‘알짜’ 회사다. 매출·영업이익이 전체 실적에 기여하는 바가 커서다. 이 회사는 선물하기·톡딜 등 카카오톡에서만 선보일 수 있는 ‘틈새’ 영역을 파고드는 전략으로 탄탄한 수익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으로는 네이버·쿠팡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몸집을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받아왔다. 카카오는 지그재그 인수를 통해 새 판을 짜고 있다.


작년 실적은


2018년 카카오에서 분사한 카카오커머스는 작년 10월 카카오의 캐릭터 사업을 담당해온 카카오아이엑스(IX)의 리테일 부문을 흡수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카카오톡 쇼핑하기 △카카오스타일 △쇼핑하우 △카카오메이커스 △광고 △캐릭터 등의 사업을 운영 중이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카오커머스는 지난해 매출 573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94% 증가한 것으로, 2019년 종속기업 최대 매출을 올렸던 카카오게임즈를 제치고 카카오 종속기업 중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영업이익은 1595억원을, 당기순이익으로는 1233억원을 거뒀다. 전년보다 각각 111%, 114% 늘었다. 카카오 종속기업의 전체 당기순이익이 1983억원인데, 카카오커머스가 62%의 비중을 책임지고 있다. 현금창출력도 크게 개선됐다. 2019년 442억원이었던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지난해 2570억원으로 약 6배나 증가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이거나 쓴 현금을 의미한다.

출처: (사진=카카오)
△카카오커머스에 따르면 매일 카톡에서 선물·쇼핑하는 이용자만 35만명에 달한다. 월별로는 600만명이다.

늘어난 매출 수익은 금융상품 등에 재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카카오커머스의 현금성 자산은 88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1498억원)보다 현금성 자산은 615억원 줄었다. 본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은 늘었는데, 보유 현금은 오히려 줄었다. 대신 단기금융상품 규모가 급증했다. 지난해 카카오커머스의 단기금융상품은 3200억원으로 전년도 703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이는 카카오커머스가 본업에서 벌어들인 현금을 펀드 또는 예금 등 금융상품에 재투자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이자를 통한 수익 상승이 예상된다. 영업외수익이 늘어나면 당기순이익 상승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전략은 틈새 공략


카카오커머스는 네이버·쿠팡과의 정면승부 대신 독자노선을 택했다. 매달 4600만명이 쓰는 ‘국민 메신저’ 카톡을 기반으로 커머스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마케팅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게 장점이다. 특정상품을 구매하기 위한 쇼핑이 아니라 계획에 없던 상품을 보고 구매로 이어지는 ‘발견형 커머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개인의 취향을 파악하는 데이터 분석능력이 중요한데, 카톡 이용자들의 행태정보를 바탕으로 개인화된 추천을 제공해 구매율을 높이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호실적의 일등공신은 2010년 선보인 ‘선물하기’다. 주소를 몰라도 카톡으로 손쉽게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로, 지난해 전년동기 대비 61% 성장했다. 2020년 12월 기준 선물하기 이용자수는 2173만명으로 집계됐다. 상품군은 폭넓다. 지난 2019년 8월 화장품을 시작으로 지갑·핸드백·주얼리 등 명품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가전도 취급한다.


틈새시장이지만 내실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선물하기 시장은 약 3조5000억원 규모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카톡 선물하기의 거래액만 3조원에 달한다. 메신저인 카톡과의 연결고리가 경쟁사들을 따돌리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커머스 매출의 약 80%가 선물하기에서 나온다. 작년 27% 수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데도 선물하기의 공이 컸다. 선물은 타인을 위해 구매한다는 특성상 가격할인을 고려하지 않아 마진율이 높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면서 선물하기의 존재감이 커졌다. 쿠팡·티몬·GS홈쇼핑 등도 앞다퉈 선물하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네이버도 선물하기 기능 강화를 두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성장동력도 키우고 있다. 판매자들이 직접 카톡 쇼핑하기 내에 상점을 차리고 상품을 판매하는 톡스토어가 대표적이다. 작년 12월 기준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300만명을 기록했다. 4·4분기 스토어 수는 전분기 대비 12%, 전년동기 대비 72% 증가했고, 한해 거래액은 292% 성장했다. 지난 2019년 선보인 2인 공동구매 기능 ‘톡딜’도 성장세다. 톡스토어는 일반상품의 경우 최대 5.5%(기본 수수료 3.5%, 노출 수수료 2%)의 수수료를, 톡딜상품에는 10%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외에 메이커스(주문 생산형 쇼핑몰), 카카오 쇼핑라이브(카톡·카카오TV를 활용한 라이브커머스) 등도 운영 중이다.

출처: (사진=카카오 쇼핑라이브 화면 갈무리)
△카카오는 지난달 카톡에 신규 탭 ‘카카오쇼핑’을 추가했다.

한계는 확장성, 새 판 짜는 카카오


문제는 체급 차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작년 기준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네이버, 쿠팡이 각각 18.6%, 13.7%을 차지했다. 카카오는 2.9% 수준이다. 거래액도 네이버·쿠팡은 각각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물하기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몸집을 키울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카카오는 카카오커머스의 판을 넓히기 위해 고심 중이다. 지난달에는 카톡 네 번째 탭에 ‘카카오쇼핑’을 추가했다. 이용자 저변 확대를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올해 판매자들을 카톡으로 끌어 들이기 위해 카톡 채널을 일종의 ‘미니 앱’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손 볼 예정이다. 따로 앱을 만들지 않아도 유사한 기능을 카톡에서 구현하는 게 목표다.


새 판도 짜고 있다. 이달 카카오는 카카오커머스의 스타일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지그재그 운영사인 크로키닷컴과 합병한다고 밝혔다. 2015년 등장한 지그재그는 동대문 기반의 전국 소호(soho) 의류몰을 한데 모은 서비스다. 누적 다운로드수는 2000만, 월간활성사용자는 300만명으로 사용자의 99%가 여성이다.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주류다. 인공지능(AI)을 도입해 개인 맞춤형 추천을 적용하고 있다. 카카오의 커머스 전략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대목이다.


카카오는 지그재그 인수를 통해 ①MZ세대를 잡는 한편 ②카톡 바깥의 플랫폼을 확보하고 ③작년 23조원대까지 성장한 온라인 패션시장에서 승부를 볼 계획이다. 특히 온라인 패션 시장에선 쿠팡 등 종합몰도 영향력이 적어, ‘반전’을 노려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장기적으로는 카카오 숙원사업인 ‘글로벌 공략’도 내다보고 있다. 다만 지그재그도 일본 진출을 시도해왔으나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어 활로를 뚫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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