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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다시보기]김범석 의장은 '흑자' 계획에 왜 답하지 못했나

조회수 2021. 4. 22. 10: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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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did you delete the full version where Andrew asks when Coupang will become profitable THREE times but Bom Kim kept deflecting?”


“앤드류(앵커)가 쿠팡이 수익을 내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 것이냐고 세 번이나 묻는 질문을 김범석 의장이 회피하는 풀버전 영상을 왜 삭제했나요?”


CNBC가 유튜브 채널에 올린 김 의장과 인터뷰 영상 가장 상단에 달린 댓글이다. 인터뷰는 지난 3월 11일(미 현지시간) 쿠팡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에 맞춰 진행됐고, 당시 앵커는 세 차례나 ‘흑자전환’ 시기에 대해 물었으나 김 의장은 질문에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 했다. 대신 “장기 투자자들과 함께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는 질문과는 전혀 관련 없는 대답을 내놨다. 댓글을 단 유저는 CNBC 공식 유튜브 채널에 왜 이 내용이 삭제된 채 영상이 올라왔냐는 지적을 한 것이다.

적자경영 얼마나 지속될 예정이길래…답변 못 하는 김범석 의장


김 의장의 ‘수익화 질문회피’는 이미 국내외서 한 차례 논란이 됐으나 사소한 일회성 이벤트로 넘기기에는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흑자전환’을 언제로 예상하냐는 질문은 바로 쿠팡이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기업’이냐는 질문과 같다. 쿠팡의 적자경영이 꾸준히 사업 리스크로 지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의장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며 동문서답한 것은 사실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질문이기 때문이다.

출처: (사진=쿠팡.)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물론 김 의장 본인도 쿠팡의 흑자전환 시기를 예측하지 못 할 수도 있고, 당분간 흑자를 낼 계획이 없을 수도 있다. 아니면 단순히 손실은 신경 쓰지 말고 시장을 먹어 매출부터 확 늘리자는 생각일 수 있다. 다만 어느 경우에도 사실을 얘기하지 않고 답변을 회피하는데 급급했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다.


스타트업 업체들의 사업 초기 적자는 사실 일반적인 현상으로 여겨진다. 당장 이익을 내는 것보다 사업이 시장에 통하는지를 먼저 증명하는 일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매출 14조원을 달성한 쿠팡에게 언제까지 관대한 잣대를 적용해야 하는지는 한 번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게다가 회사를 대표하는 인물이 대략적인 수익화 시점도 밝히지 못하는 것을 과연 단순히 ‘스타트업 이니까’라고 눈감아 줄 수 있는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출처: 쿠팡 감사보고서.
쿠팡 매출액 추이.

쿠팡은 국내 ‘이커머스(e-Commerce)’ 대표 서비스로 자리잡은 익일 배송시스템 ‘로켓배송’을 도입한 이후 매년 눈에 띄게 매출 규모를 늘려 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감사보고서를 종합해 보면 2013년 478억원이었던 매출액은 2년 만인 2015년 1조원으로 성장했고, 2020년에는 그 10배가 넘는 14조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빠른 시간 안에 기존 유통 대기업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한 업체는 국내 유통 역사를 통틀어 쿠팡이 유일하다.


물론 매출이 대폭 늘어난 데에는 착시 아닌 착시효과가 작용했다. 소셜커머스 업체로 시작해 처음에는 중개 수수료에 의존한 사업을 벌였으나 2015년부터 직매입 비중을 늘리자 자연스레 매출이 늘어났다. 물품들을 구매해 창고에 구비해 뒀다가 직접 배송하는 사업모델을 구축한 결과, 상품 판매액이 고스란히 쿠팡의 매출로 인식됐다. 엄청난 매출 성장은 쿠팡이 미국 증시 상장 당시 높은 평가를 받는데 도움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출처: 쿠팡 감사보고서.
쿠팡 영업손익 추이.

그러나 매출이 늘었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속적인 대규모 영업손실은 쿠팡이 앞으로 사업을 영위해 나가는 데 있어 꾸준히 ‘약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쿠팡의 연간 적자규모는 매년 늘어 2018년에는 1조원을 넘기기도 했다. 2019년 7200억원, 2020년 5500억원으로 손실 규모가 줄긴 했지만 여전히 흑자전환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김 의장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실제 수익을 내는데 얼마나 걸릴지 묻는 질문을 의도적으로 회피한 것은, 본인 스스로도 ‘적자경영’을 약점으로 여긴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이미 쿠팡이 출혈을 감수하고 매출 늘리기에 매진하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굳이 이를 덮어두려고 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출처: SEC
쿠팡이 SEC에 제출한 보고서에 명시된 리스크 요인들.

쿠팡은 지난달 NYSE 상장 때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도 ‘적자경영’을 리스크 요인 중 하나로 봤다. 쿠팡은 보고서에서 과거 손실 이력을 짚은 뒤 “향후 수익성을 유지하기에 충분한 수익을 창출할 수 없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 “현재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 있어 혁신을 이루거나 효과적으로 경쟁하지 않을 경우 경쟁업체에게 시장 점유율을 뺏길 수도 있다”고 했다. 이를 종합하면 시장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확보해나가기 위해서는 손실이 불가피한데, 과연 이를 상쇄할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단순히 주가를 의식해서?


일각에서는 김 의장이 쿠팡 주가를 의식해 수익화 질문을 회피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에 30억달러를 투자한 소프트뱅크가 많은 수익을 내려면 당연히 주가가 높아야 한다”며 “장기적 주가 관리 차원에서 적자가 얼마나 오랫동안 이어질지 굳이 밝힐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출처: 네이버 금융.
쿠팡 주가 추이.

쿠팡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해 20일(현지시간) 상장 이후 최저치인 42.62달러에 마감했다. 상장 첫날 장중 69달러까지 급등하며 시가총액이 130조원에 육박하기도 했으나 이후 좀체 반등하지 못 하고 있다.


문제는 쿠팡이 실제로 가까운 시일 내 흑자로 전환하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쿠팡이 지난 13일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액은 13조원으로 전년 7조2000억원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지만, 매출원가와 관리비도 비슷한 비율로 증가하며 손실 규모를 크게 줄이지 못 했다.


특히 영업 일반관리비에 속한 인건비는 2조7000억원으로 전년 1조4000억원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사실상 인건비를 줄이지 못 하면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구조인데, 쿠팡맨(쿠팡친구) 채용을 지난해 확 늘린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인건비를 절감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출처: 쿠팡 2020 사업보고서.
쿠팡 2020 사업연도 비용 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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