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E&S 상장할까, 'SK㈜-SKT 중간지주' 합병 시나리오[넘버스]

조회수 2021. 4. 20. 1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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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출처: (사진=SKT)
서울 중구에 위치한 SK텔레콤의 본사 사옥 SK-T타워.

최근 SK텔레콤 인적분할 계획을 발표한 SK그룹에게는 한 가지 고민이 있습니다. 새로 탄생할 ‘ICT 투자전문회사(중간지주사)'와 SK㈜를 미래에 합병할 경우 그 적절한 시기를 조율하는 것이죠. SKT는 공식적으로 “합병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영구적인 약속은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지금 당장은 추진하지 않더라도 몇 년 후 상황은 충분히 다를 수 있죠. 이번 인적분할 계획이 나오기 전부터 중간지주사와 SK㈜의 합병을 당연한 수순으로 여기는 전문가들도 많았습니다.


SKT가 합병에 단호한 태도를 보인 것은 주주들을 의식했기 때문인데요. 합병을 할 경우 SK㈜ 지분을 보유한 오너일가가 지분율 희석을 피하기 위해 SKT 중간지주사 주가를 억누르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주주들 사이에서 나왔습니다.


이것이 근거 없는 우려가 아닌 게, 실제로 몇 년 전 국내 주식시장에서 오너일가 지배력 확보를 우선시해 지배구조를 개편하다 다수의 소액주주들이 큰 피해를 입을 뻔한 적이 있었습니다. 주인공은 현대자동차그룹입니다. 현대모비스를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을 때, 분할 모비스의 가치를 너무 저평가 한 것 아니냐는 지적들이 나왔었죠. 결국 현대차그룹은 당시 발표했던 지배구조 개편안을 취소하고 아직까지도 지배구조 개편을 놓고 고심하고 있습니다. SKT 인적분할 후 합병 시나리오와 완전히 같은 경우는 아니지만, ‘오너일가 지배력’ 이슈가 엮여있다는 점에서는 비슷합니다.


그렇다면 SK그룹은 합병을 위해 어떤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을까요. 일각에서는 SK㈜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방법 중 하나로 SK E&S 상장 가능성을 조심스레 내놓고 있는데요. 물론 공식적으로 합병 계획이 없다고 밝힌 만큼 합병이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SK가 합병을 추진한다는 가정 하에 주어진 정보들과 최근 변화들을 종합해 시나리오를 예상해보는 정도는 큰 무리가 아닐 것 같습니다.


중간지주사 인적분할 결정한 SKT


우선 이번에 SKT가 발표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대략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계획 자체가 아주 복잡하지는 않습니다. SKT를 인적분할해 통신업을 영위하는 ‘SKT 존속회사’와 SK하이닉스가 주축인 신설 ‘중간지주사’ 둘로 나누는 게 핵심이죠. 존속회사에는 SK브로드밴드가 자회사로 남을 예정이고요. 중간지주사에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해 ADT캡스, 11번가, 티맵모빌리티 등 반도체 및 ICT 업체들이 편입될 계획입니다.

출처: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일부 전문가들은 향후 SK㈜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중간지주사를 합병하는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SK㈜는 그동안 자회사 SKT를 통해 간접 지배하던 SK하이닉스를 직접 지배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의 목적이 SK하이닉스에 대한 지배력 강화라는 분석들이 많이 나오고 있죠. 이를 감안하면 SK㈜의 SKT 중간지주사 합병은 개연성 없는 추측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합병에는 ‘주주가치 훼손’이라는 잠재적 걸림돌이 존재합니다. 인적분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SK㈜와 합병할 경우 기존 SKT 주주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인데요. 그동안 SKT는 SK하이닉스라는 세계적 반도체 회사를 품고 있으면서도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바로 성장 한계가 뚜렷한 통신사업이 주력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통신사업은 실적이 좋지만 이미 시장 자체가 포화 상태입니다. 국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극소수죠. 더 이상 고객을 늘릴 만한 여지가 없습니다.


현재 SKT 주가에는 바로 이러한 상황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SKT가 지배하는 11번가, 티맵모빌리티, ADT캡스, 원스토어, SK인포섹 등 사업전망이 밝은 자회사들은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지 못 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 상태에서 SK㈜와 합병을 한다고 하면 좋아할 SKT 주주들은 없겠죠. 합병 후 교부 받을 신주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을 테니까요.


SK E&S 상장 활용한 SK㈜ 주가 끌어올리기?


SKT 주주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합병을 하는 방안도 있습니다. 바로 합병 주체로 예상되는 SK㈜의 주가를 높이는 것입니다. SK㈜의 주가가 높다면 최태원 회장 등 그룹 오너일가는 SK㈜에 대한 지분율 희석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굳이 SKT 주가를 누르지 않아도 지분율 희석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자체적으로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인지는 모르겠지만 SK㈜는 올해부터 투자전문 지주사로 탈바꿈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상태입니다. 첨단소재, 그린(Green), 바이오, 디지털 등 4대 핵심 사업 실행을 본격화하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했죠.


실제로 올 들어 SK㈜의 투자행보는 확실히 눈길을 끕니다. 연초부터 SK E&S와 함께 1조6000억원 규모의 수소사업 투자를 단행했고요. 실리콘카바이드 전력 반도체 시장에 진출하며 첨단소재 분야 투자도 실시했습니다. 이 뿐 만이 아닙니다. 중국의 지리자동차그룹과는 모빌리티 펀드를 조성하며 투자 기회를 모색하겠다고 나섰고, 프랑스 유전자·세포 치료제 CMO 이포스케시를 인수하며 바이오 사업도 확장했습니다.


일각에서는 SK㈜가 주가 상승을 위한 회심의 카드로 SK E&S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SK E&S 상장은 시기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SK㈜가 SKT 신설지주사와 합병을 계획할 경우 SK E&S 상장 준비를 통해 주가 상승을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출처: 네이버 금융.
SK(주) 주가 추이.

실제로 지난해 SK㈜의 주가는 SK바이오팜 상장 직전까지 치솟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17만원대에서 머물던 주가는 SK바이오팜 상장 추진 소식이 알려진 후 급등하며 한 때 33만원을 넘기도 했죠.


SK E&S는 SK그룹 내 에너지 사업자로 SK㈜가 지분 90%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실적이 악화하긴 했으나 2019년만 하더라도 5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낸 회사입니다. 매출규모는 5조~6조원에 달하고요. 특히나 SK가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투자를 늘리며 최근 그룹 내에서도 상당히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회사죠. 만약 상장할 경우 기업가치가 7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SK E&S의 재무전략 변화는 주목할 만한데요. 재무부담이 늘어나고 신용등급이 떨어져도 크게 신경 쓰는 분위기가 아닙니다. 2015년 2조5000억원 규모의 차입금은 2020년 말 4조8000억원으로 늘어났고요. 같은 기간 부채비율도 134.8%에서 185.7%로 확 뛰었습니다. 모회사인 SK㈜에 그간 수조원의 현금을 배당하는 동시에 투자도 대폭 늘린 결과입니다. 덕분에 글로벌 신용평가사뿐 아니라 국내 신용평가사도 SK E&S의 신용등급을 강등시켰습니다. 수년 내 상장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상장을 하면 SK E&S는 외부 자금을 유치할 수 있고, 또 주주인 SK㈜는 일부 구주매출로 확보한 현금으로 사업에 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이죠. SK㈜ 주가를 높이기 위해서는 안성맞춤인 전략입니다.


SK E&S의 현금 곳간 역할은 누가?


다만 한 가지 남겨진 과제는 있습니다. SK E&S가 상장할 경우 SK㈜의 현금 곳간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SK E&S는 2020년 한 해에만 1조3000억원의 현금을 배당에 썼습니다. SK㈜가 투자에 쓴 돈은 사실상 SK E&S 주머니에서 나왔다고 무방한 것이죠.


그렇다면 SK㈜는 앞으로 투자자금을 온전히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 것일까요. 한 가지 대안은 있습니다. 바로 앞서 설명했던 ‘SK㈜-SKT 중간지주사’ 합병 시나리오죠. SK㈜가 SKT 중간지주사 합병을 통해 얻는 효과는 SK하이닉스 직접 지배입니다. SK하이닉스는 SK E&S와는 비교도 안 되는 큰 규모의 회사입니다. 지난해 매출만 32조원에다 영업이익은 5조원입니다. SK하이닉스를 직접 지배할 경우 배당으로 확보할 수 있는 현금 규모도 엄청나게 커질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경우 SK㈜가 SKT 중간지주사 지배력을 현재보다 훨씬 늘려야 하긴 합니다. 현재 기준으로는 인적분할 이후 SK㈜가 갖게될 지분율은 26.78%에 불과합니다. 대규모 배당을 하기엔 외부로 유출되는 금액이 너무 많습니다.

출처: 하나금융투자.
SK(주)의 SKT 중간지주사 지분율 변화 예상.

결과적으로 물고 물리는 문제이지만 어쨌든 합병을 한다면 SK㈜는 SKT 중간지주사 지분을 늘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합병 시 오너일가 지분율 희석을 최소화하려면 SK㈜가 보유한 SKT 중간지주사 지분이 많아야 하기 때문이죠. 하나금융투자 리포트에 따르면 SK㈜는 SKT 보유 주식을 중간지주사에 현물출자해 최대 59%까지 지배력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계산됩니다.


SK㈜가 SKT 중간지주사를 합병하더라도 단기간에 실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짧게는 2~3년, 길게는 5년을 내다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SKT는 “합병하지 않겠다”가 아니라 “합병 계획이 없다”고 했죠. 이러한 워딩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한 마디로 ‘합병’을 완전 배제했다고 볼 수 없는 것이죠. SK가 SKT 인적분할 이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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