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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재그 품은 카카오, 해외로 가는 '신의 한 수' 될까[넘버스]

조회수 2021. 4. 14. 1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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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지난달 이베이코리아 예비입찰에 불참했던 카카오가 지그재그를 품었네요. 14일 카카오는 ‘카카오스타일’을 운영하는 카카오커머스의 스타일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지그재그 운영사인 크로키닷컴과 합병한다고 밝혔습니다. 합병법인은 오는 7월1일 출범합니다. 카카오 자회사로 편입되고요, 크로키닷컴 서정훈 대표가 수장을 맡습니다. 지그재그를 ‘국민 서비스’로 키우는 한편, 카카오의 숙원사업인 해외 시장 진출이 목표라는데요. 이번 인수, 카카오의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까요.


지그재그는 이런 회사


개발자 출신 서정훈 대표가 2015년 설립한 지그재그는 동대문 기반의 전국 소호(soho) 의류몰을 한데 모은 서비스입니다. 작년 말 기준으로 4000여개 업체가 입점해 있고요. 누적 다운로드수는 2000만, 월 사용자는 300만명에 달합니다. 99% 이상이 여성이고요, 이 가운데서도 1020세대가 주류입니다. 특히 국내 업계 최초로 인공지능(AI) 추천 기능을 적용한 맞춤형 쇼핑을 도입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선호 쇼핑몰부터 관심상품, 구매이력 등에 맞춰 개인별로 다른 상품을 추천해준다고 합니다.


매출 0원을 기록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2017년 고정 광고비, 2019년 통합결제서비스 ‘제트(Z)결제’로 수수료 5.5%를 적용하면서 돈을 벌기 시작했습니다. 각기 다른 쇼핑몰의 상품을 하나의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까지 진행할 수 있게 되면서 이용자 편의성도 높아지게 됐죠. 지난 2019년 기준 매출은 293억3228만원을 거뒀고요, 영업이익은 89억8499만원을 남겼습니다. 영업이익률은 30.6%를 기록했습니다. 창업 1년 만인 2016년 2000억원이었던 거래액은 지난해 7500억원까지 불어나면서 ‘유니콘’ 기대주로 등극했죠.

▲지그재그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충성고객을 통해 올해 연간 거래액 1조원을 바라보고 있다.

카카오커머스가 하지 못한 것들


잠깐 카카오커머스를 살펴볼까요. 카카오의 쇼핑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카카오커머스는 지난해 매출 5735억원, 영업이익 1595억원을 올렸습니다. 전년대비 각각 94%, 110%나 성장했지요. 지난해 카카오 주요 종속기업 전체 매출액(2조6719억원) 가운데 21%를 카카오커머스가 견인했습니다.


대표 서비스는 ‘선물하기’입니다. 작년 12월 기준 선물하기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2173만명을 기록했습니다. 온라인 쇼핑업계에선 외형을 판단할 때 주로 거래액을 본다고 하는데요. 업계에선 카카오커머스 선물하기 거래액을 대략 3조원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외에 공동구매 서비스 ‘톡딜’, 주문생산형 플랫폼 ‘카카오메이커스’, 카톡 오픈마켓 ‘톡스토어’ 등도 운영 중입니다. 다만 카톡을 기반에 두고 있다는 태생적 한계가 뚜렷합니다. 카톡 덕분에 성장할 수 있지만, 카톡 때문에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업계 선두에 있는 네이버·쿠팡과 비교해보면 그림이 선명해지는데요.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전체 거래액은 지난 2019년 135조원에서 이듬해인 2020년 161조원 규모로 커졌습니다. 작년 기준 시장 점유율은 네이버, 쿠팡이 각각 18.6%, 13.7%를 차지했습니다. 이베이코리아(12.4%), 11번가(6.2%), 위메프(4.3%), 티몬(3.1%)이 뒤를 이었는데요. 카카오의 점유율은 이보다도 낮은 2.9%에 머물렀습니다. 격차가 크죠. 때문에 당장은 성장세이기는 하나 카카오가 이커머스에서 판을 키우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곤 했습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의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죠.

▲카톡 선물하기는 카카오커머스의 주요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커머스 업계의 무게추가 패션업종으로 기울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앞서 신세계그룹 SSG닷컴은 이달 1일 온라인 패션플랫폼 ‘더블유컨셉코리아(W컨셉)’를 270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무신사는 2019년 11월 투자 이후 1년3개월 만에 지난달 세콰이어캐피탈, IMM인베스트먼트로부터 1300억원을 추가로 투자 받으면서 2조5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 받았고요.


지그재그는 ①독자적인 사업이 자리를 잡았고 ②모바일중심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③업종도 유망한 데다 ④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주로 씁니다. 네이버·쿠팡과 정면승부를 펴기 보다는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노선을 택한 카카오에겐 이베이코리아보다 지그재그 인수가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이네요. 지그재그의 몸값은 1조원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추후 상장을 추진하기도 수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카카오 자회사 지그재그, 목표는 ‘글로벌’


오는 7월 세워지는 합병법인은 지그재그가 확보한 빅데이터와 카카오의 기술력·사업역량 등을 결합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신사업 기회를 발굴해 나갈 예정이지요. 특히 카톡에 힘입어 지그재그를 ‘전국민’ 대상 패션 커머스로 키우겠다는 포부입니다.


서정훈 대표는 “패션분야에 특화된 빅데이터를 통해 고객경험 혁신을 이뤄낸 지그재그와 전국민이 이용하는 국내 최대 정보기술(IT)기업 카카오가 만나 최상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모바일에 최적화된 편리한 쇼핑 경험을 전 세대에 제공하기 위한 밸류체인을 구축한 만큼 앞으로 공격적인 신사업을 전개해 시장 내 강력한 경쟁 우위에 서겠다”고 말했습니다. 지그재그 관계자는 <블로터>에 “카카오는 전국민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며 “유통 대기업이었다면 (인수) 얘기가 달라졌을 수 있을 텐데 카카오는 지그재그와 기반이 같은 테크기업이기에 시너지를 낼 거라 본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합병법인은 글로벌도 넘보고 있습니다. 카카오는 ‘내수용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에 차린 카카오재팬의 만화 서비스 ‘픽코마’가 급성장하고 있긴 하지만 이외에는 경쟁사인 네이버에 비해 세계 시장 도전을 외칠 만한 패가 딱히 없었죠. 지그재그도 2019년부터 일본 시장을 노크해왔습니다만 각종 서비스를 실험하면서 지속적으로 ‘피봇팅(pivoting·사업전환)’을 해오던 중입니다. 카카오 배재현 수석부사장(CIO)은 “카카오가 보유한 글로벌 콘텐츠·팬덤의 영향력과 시너지를 통해 향후 물류 접근성이 용이한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지역으로 사업을 확장, 글로벌 패션 플랫폼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기대대로 사업이 흘러간다면 카카오의 숙원사업, ‘해외 공략’이 가능해지겠죠. 한계가 있어 보이던 커머스 사업의 판을 카톡이 아니라 글로벌로 넓힐 수 있겠고요. 아직은 먼 얘기입니다. 일단 지그재그가 카카오 자회사로 자리를 잡는 작업부터 선행돼야 시너지도 기대해볼 일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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