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방귀 소리'를 50만 원으로 만든 NFT, 제일 쉽게 이해하기

조회수 2021. 3. 28. 10:16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흥신소’는 돈을 받고 남의 뒤를 밟는 일을 합니다. ‘블로터 IT흥신소’는 독자 여러분의 질문을 받고, 궁금한 점을 대신 알아봐 드립니다. IT에 관한 질문, 아낌없이 던져주세요. 이메일(bloter@bloter.net), 페이스북(/bloter.net), 네이버TV, 유튜브 모두 열려 있습니다.

디지털 세상에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듣도 보도 못했던 아티스트의 작품이 800억원에 팔리고 유명인의 트위터 한 줄은 28억원에 거래됐습니다. 심지어 1년치 방귀 소리를 녹음한 파일이 49만원에 팔리기도 했죠.


이게 모두 NFT의 존재 때문입니다. 지난해에만 NFT로 거래된 디지털 자산의 값어치가 수천억원에 달했다고 합니다. 거품이든 아니든, 여러분들이 NFT를 알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출처: (사진=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 트위터 갈무리)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의 이 트윗 한 줄이 NFT로 무려 28억 원에 거래됐다.

NFT는 과연 무엇일까요. NFT는 ‘Non-Fungible Token’을 줄인 말이고요. ‘Fungible’은 재화가 대체 가능하다는 뜻이라 합니다. ‘Non-Fungible’은 대체가 안 된다(대체 불가능하다)는 뜻이겠죠.


토큰은 통상 암호화폐라는 말로 쓰입니다. 그래서 NFT를 암호화폐로 보는 분들이 많습니다. 암호화폐에 대한 인식이 워낙 투기, 거품과 직결되고 있고 또 NFT가 억 단위에 거래되는 것도 많다고 하니 나쁘게 보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NFT는 엄밀히 말해 암호화폐가 아닙니다. 그건 NFT의 특징인 ‘Non-Fungible’ 때문입니다. 그래서 먼저 알아야 할 건 이 대체가능한(Fungible)이란 단어가 갖는 함의입니다.

출처: (사진=픽사베이)
내가 가진 1000원은 독자의 1000원과 바꿔도 아무 문제가 없다. 반면 NFT는 내 것과 남의 것이 대체될 수 없다.


돈이 갖는 특성은 무엇인가요. 기자가 가진 1000원을 지금 이 글을 보고 계신 여러분들의 1000원과 바꿔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이게 바로 ‘Fungible’입니다. 비트코인 1개를 다른 비트코인과 바꿔도 가치가 안 바뀌죠. 돈이란 자산이 갖는 일종의 약속인 겁니다.


그런데 NFT는 좀 다릅니다. 내가 가진 NFT와 남이 가진 NFT는 그 가치가 같을 수 없습니다. NFT는 특정 자산의 주인임을 담보해주는 일종의 증서와 같은 겁니다. 단위로서의 화폐가 아니죠.


비트코인을 1비트, 2비트 이런 식으로 부르지만, NFT는 애초에 화폐가 아니니 셀 수 없습니다. 대체 불가능(Non-Fungible)하다는 건 다른 자산과 대체가 불가능하단 의미라기보단 토큰 간 대체가 불가능하다는 뜻으로 봐야 합니다.

출처: (사진=크리스티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해 10월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13만달러에 팔린 미술품 'Block21'.

NFT를 처음 만든 사람은 2017년 블록체인 게임 '크립토키티(Crypto Kitties)'를 만든 캐나다 스튜디오 '대퍼랩스(Dapper Labs)'의 한 엔지니어라 합니다. 애초부터 암호화폐를 목적으로 만든 게 아니고, '프로토콜'(일명 'ERC721')만 만든 것이다보니 토큰의 수량도 제한하지 않았습니다. 코인을 팔아 돈을 벌진 못했지만, 덕분에 명성을 얻어 투자금을 많이 유치했다고 합니다.

(사진=크립토키티 홈페이지 갈무리)

NFT를 현실 세계에 비유하면 뭐랑 비슷할까요.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떠올려봅시다. 특정 필지와 건물을 누가 소유했고, 누가 살고 있으며, 또 누가 살았었는지 등기부등본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NFT는 디지털 자산의 등기부등본과 비슷합니다. 누가 특정 디지털 자산의 권리를 갖고 있고, 이 자산의 가치는 얼마인지, 어떻게 주인이 바뀌었는지 기록됩니다. 디지털 자산의 역사를 알 수 있는 문서가 바로 NFT입니다.


우리는 물건을 살 때 돈을 주고 물건을 받습니다. 이건 현실 예술에서도 마찬가지죠. 내가 예술품을 사면 저는 물리적으로 그 예술품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NFT는 좀 다릅니다. 파일이 딸려오지도 않고, 종이증서가 오는 것도 아닙니다. 오로지 그 자산의 디지털화된 권리가 NFT에 기록되는 겁니다. 개념적 ‘오리지널리티’만 소유하게 되는 것이죠.

출처: (사진=flickr.com/photos/mcmorgan)
NFT를 이용한 거래는 통상의 예술품 경매와 다르게 낙찰되더라도 물성이 있는 무언가를 받진 않는다.

자연스럽게 이런 의문이 떠오릅니다. '디지털 자산은 쉽게 복제할 수 있는데, 그럼 왜 그 권리를 사는 것이냐'는 거죠.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NFT는 ‘블록체인’ 기반이라 기술적으로 복제할 수 없다는 장점이 있고요. 또 디지털 작품 등 물성을 갖지 않은 자산이라도 오리지널리티로서의 가치는 사고 팔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방탄소년단이 그림판으로 그림을 그려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만약 이 작품을 NFT로 판다고 하면 그 팬들 중 누군가는 사려는 사람이 있겠죠. 자산이 거래되는 순간 방탄소년단은 그 소유권을 산 사람에게 이전합니다. 이 과정에서 전에는 가치가 불명확하던 그림에 가치가 형성됩니다. 그리고 NFT는 그 권리를 이전하는 수단으로써 작동하죠.


이런 것도 가능합니다. 특정 디지털 예술 작품에 숫자를 붙여 여러 개를 NFT로 파는 겁니다. A라는 작품이 있다면, 1번 에디션 NFT가 100만원, 2번 에디션은 50만원, 이런 식으로 팔 수 있다는 겁니다. 현실 세계에서 작가들이 예술품을 파는 방식과도 매우 비슷합니다.

출처: (사진=위키백과 'Nyan Cat')

이런 이야기를 듣자니 근본적 의문도 따라올 겁니다. 과연 1년치 방구소리를 50만원에 파는 게 말이 되냐는 거죠. 이미 무수히 복제된 인터넷 고양이 ‘Nyan Cat’도 58만 달러(약 6억6000만원)에 팔렸다는데, 이런 거래는 상식적으로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봅시다. 1917년 마르셸 뒤샹(Marcel Duchamp)은 시중에 파는 소변기에 몇 글자 써놓고 ‘샘’이란 이름으로 전시회에 내놨습니다. ‘이게 예술이냐’는 말이 당연히 나왔죠. 그런데 이 작품의 1999년 뉴욕 소더비에서 이 작품은 무려 1700만 달러에 낙찰됐습니다. 1917년에 출시된 첫 에디션도 아니고 1964번 8번째 에디션임에도 이 가격이 나온 겁니다.

출처: (사진=위키백과 '샘(뒤샹)')
마르셸 뒤샹 '샘'.

현대 예술이란 게 그렇습니다. 상식적으로 예술이라 부르기 어려운 것들이 예술이 됩니다. 현대 미술과 고전 미술을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가 ‘재현성’이라 합니다. 고전 미술은 무언가를 재현하는데 현대 미술은 세상에 없는 새로운 것이 되거나, 아니면(뒤샹의 '샘'처럼) 사물 그 자체가 되는 것이죠.


NFT는 예술뿐 아니라 게임에서도 도입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특정 게임에서 A라는 아이템을 기자가 소유했다고 해봅시다. NFT의 개념이 없다면, 그 아이템의 현실상 거래(통상 플랫폼을 이용하는)에 대해 그 누구도(심지어 게임사조차) 담보할 수 없습니다.


또 엄밀히 말해 게임 상 아이템을 가진 기자도 그 아이템의 주인이 아니라 게임에 귀속된 아이템을 쓰는 사람일 뿐입니다. 내가 아이템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죠. 반면 NFT가 도입되면 아이템에 대한 소유권도 확실해지고 거래에서의 편의도 생길 겁니다.

출처: (사진=vigneshsundaresan.com)
비플 디지털 작품을 산 메타코반(본명 비네쉬 순다레산·Vignesh Sundaresan)은 NFT 펀드 조성자로 알려져있다.

물론 NFT에 거품이 낀 사실 그 자체를 부인하긴 어렵습니다. 일례로 800억원짜리 NFT 작품을 산 ‘메타코반’(본명은 비네쉬 순다레산·Vignesh Sundaresan)은 NFT펀드 창립자라 하고요. 잭 도시의 트윗을 낙찰받은 시나 에스타비도 암호화폐 기업 브릿지오라클의 대표입니다. 그들이 시장을 조성함으로써 일종의 ‘노이즈마케팅’을 벌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또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NFT로 디지털 자산을 거래했다고 해도 법적으로 '지적재산권'이 넘어간 건 아닙니다. 때문에 누군가 악용한다면 NFT로 물건을 판 뒤 지적재산권을 주장할 수도 있겠죠. 또 같은 디지털 자산을 다른 사람이 NFT로 올리는 것도 막을 수 없습니다. 공신력 없는 누군가가 디지털 자산을 NFT로 파는 게 아닌지 구매자들이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하죠.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NFT가 디지털 거래방식에 역사적인 한 획을 그을까요? 아니면, 암호화폐에 또 한 번의 거품을 일으키려는 세력들의 작당모의일까요. 판단은 여러분들의 몫입니다.


© Bloter&Media Inc. All rights reserved.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