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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 아시아나항공 감자]①빨대꽂기 지속한 금호..균등감자 논리 무색

조회수 2020. 11. 5. 17: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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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균등감자안이 소액주주와 2대주주(금호석유화학)의 반발을 사면서 형평성 논란을 넘어 특혜 논란으로 번질 조짐이다. 이런 가운데 대주주가 경영하지 않았다던 지난해와 올해에도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아시아나그룹 공익법인을 향한 기부와 일감몰아주기를 계속한 것으로 <블로터> 취재결과 나타났다.


경영에서 사주 일가가 물러났더라도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사주의 영향력이 여전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정황이다. 이미 경영권을 내려놓아 부실경영의 책임을 1대주주(금호산업)에게만 지울 수 없어 균등감자를 실시한다는 산업은행과 아시아나항공의 논리가 무색해진다. 비록 공익법인을 통해서라지만 대주주 일가가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계열사로 일감을 몰아주는 일은 오해의 소지가 커, 다른 대기업집단에서도 잘 일어나지 않는다.

출처: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2019년 기부금 내역./자료=재단 감사보고서

4일 재계 및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의 감사보고서 등을 종합한 결과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경영권을 내려놓은 2019년에도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에 6397만3000원의 기부금을 지불했다.


또 아시아나항공은 케이에이·케이에프·케이오·케이알·에이큐·케이지·에이오·에이에이치·에스티엠 등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소속 계열사와 죽호학원 소속 계열사에 2019년 총 1253억원 어치 일감을 줬다. 이들 계열사 중 케이에프·에이에이치·케이오·케이에이·케이알·에스티엠은 다시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에 5억6000만원의 기부를 했다. 케이에프·케이오는 14억4000만원을 배당금 명목으로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에 지불하기도 했다.

출처: 금호아시아나그룹 공익법인 소유 계열사 현황./자료=각사

아시아나항공의 일감에서 파생된 자금 20억여원이 ‘케이(K)’와 ‘에이(A)’로 사명이 시작되는 계열사를 통해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에 흘러들어간 셈이다.


대부분의 일감 계약은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 다만 수의계약이 가능한 수준의 거래이고 불법 요소는 없다는게 아시아나항공측 설명이다.


지난해보다는 규모가 줄었으나 올해도 일감몰아주기는 계속되고 있다. 2020년 상반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이 이들 계열사와 거래한 내부거래액은 380억원 가량이다. 코로나19로 항공업이 고사 위기에 직면해 있어 항공 관련 지원 업종을 영위하는 이 업체들의 일감도 함께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출처: 아시아나항공과 금호그룹 공익법인간 내부거래 연도별 추이./자료=아시아나항공 연결감사보고서

‘케이(K)’와 ‘에이(A)’로 사명이 시작되는 이들 계열사와 아시아나항공간 특수관계 거래가 시작된 해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대주주인 금호산업을 산업은행으로부터 인수한 2015년이다. 2014년까지 단 한건의 거래도 없다가 박삼구 전 회장이 2015년 중반 특수목적법인(SPC)인 ‘금호기업’을 설립해 금호산업 지분 약 50%를 인수한 뒤부터 거래가 늘기 시작했다.


2015년 503억원이었던 아시아나항공발 매출 거래액은 2016년 604억원으로 늘더니 2017년(767억원), 2018년(1079억원), 2019년(1253억원) 등 해가 갈수록 늘었다.

출처: 금호그룹 공익법인 자회사 손익 및 재무 현황./자료=각사

거래가 늘면서 이들 계열사의 덩치도 커져갔다. 케이에프·에스티엠·케이에이·에이에이치·에이큐·케이오·에이오·케이알·케이아이·케이지 등 10개 계열사의 자산총액은 2019년 기준 585억원으로 늘었다. 10개 계열사의 매출 총액은 2019년 기준 1442억원에 달한다. 당기순이익은 66억여원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부실화되는 와중에도 이들 10개 계열사는 차곡차곡 이익을 축적한 셈이다.


축적된 이익 중 일부 자금은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나 죽호학원의 기부금으로, 일부 자금은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에 배당액으로 흘러 들어갔다.

출처: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배당수입 추이./자료=재단 감사보고서

재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고사되는 가운데서도 이런 위성 회사들은 배를 불린 것”이라고 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기부금도 많이 줄었다”며 “사회공익 목적으로 기부를 한 것”이라고 했다. 또 “항공사 운영에 필수 업체들인데 계열사라는 이유로 기존 거래를 끊어버리면 그 업체에 속한 임직원의 일자리가 위태로워진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재단 소속 계열사와 아시아나항공간 일감몰아주기가 이처럼 지속됐으나 아시아나항공과 산업은행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그동안 아시아나항공 경영에서 손을 뗏기 때문에 부실경영의 책임을 홀로 지우기는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잘못 경영해서 아시아나항공이 부실화된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등의 상황에 어쩔 수 없이 부실화가 가속화됐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재계 다른 관계자는 “매각이 진행 중인 와중에도 아시아나항공이 금호산업과 상표권 사용계약을 연장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여러 증거가 있는데도 이제 와서 1대주주의 책임을 모른체 해주고 모든 책임을 다른 주주들에게까지 지우려 하고 있다”며 “경영에 책임이 없는 주주의 손실로 채권은행과 부실경영자의 손실을 줄이려 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균등감자는 명백히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던 선량한 주주들의 몫으로 경영에 책임이 있는 대주주와 채권단을 지원하는 감자방식”이라며 “지금의 금호고속,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의 위기는 대주주의 무리한 인수로 인한 자금부담을 기업에 전가하기 위해 회사의 수익구조, 지배구조를 왜곡시킨 바에 기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2019년 4월 매각 결정 이후 현재까지 대주주가 선임한 대표이사와 경영진이 현재까지도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데, 대주주가 선임한 이사들이 아시아나항공의 이익보다 대주주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아닌지 합리적 의구심을 갖게 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By 리포터 문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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