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삼성 지배구조가 바뀐다..'세 가지 변수'는?

조회수 2020. 11. 5. 10: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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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이건희 회장 타계 후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는 어떻게 될까요. 혹자는 ‘삼성 지적은 하지도 말라’고 하지만, 적어도 승계만큼은 외면할 수 없습니다. 현재의 불안정한 지배구조 상황 속에서 2대 경영자가 작고했고, 이는 그룹 ‘오너리스크’를 유발할 ‘태풍의 눈’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으니 결국 직시해야만 합니다.


삼성의 경영권 승계에는 몇 가지 중요한 변수가 있습니다. 앞으로 벌어질 확률이 높은 것도 있고, 반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것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재벌가 경영권 승계에 있어 핵심 과제는 ‘지배력 훼손 최소화’입니다. 이를 잊지 않고 있다면 삼성의 향후 행보를 조금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①보험업법 개정


삼성의 지배구조가 바뀔 가능성이 큰 이유가 바로 최근 정무위원회에 상정된 더불어민주당의 보험업법 일부개정안입니다. 19, 20대 국회에 걸쳐 개정이 번번이 실패했지만, ‘3수’째인 이번엔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이라 언제 통과돼도 이상하지 않아 보입니다. 법 개정에 대한 당내 분위기도 조성됐고요.


보험업법을 바꾸는 게 삼성 지배구조에 변수가 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는 삼성생명입니다. 지분 8.51%를 갖고 있고, 이는 4일 종가 기준 무려 29조원에 달하죠. 그런데 보험업법이 개정되면 이 지분 중 상당수를 팔아야 합니다.

보험사들은 총자산의 3% 이상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지 못하게 돼 있습니다. 그리고 개정안은 지분 보유액 평가 기준을 기존 ‘취득가액’에서 ‘시가’로 바꾸자는 게 핵심입니다. 이 법에 해당하는 국내 기업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단 두 곳뿐입니다. 법 개정의 당위와 별개로 ‘삼성을 때린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상반기 기준 삼성생명 총자산은 317조8256억원이며, 이 중 3%는 9조5348억원입니다. 앞서 말했듯 삼성생명은 29조원 상당의 전자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시행되면 유예기간 5년(박용진 의원 법안의 경우 2년 추가 가능) 3%분을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처분해야 합니다.

만약 삼성생명이 이 법을 어긴다면 조 단위 과징금을 맞게 됩니다. 과징금은 지분 초과분의 일부(박용진 의원 법안 10%, 이용의 의원 법안 20% 이내)로, 최대 4조원에 이르는 만큼 포기할 수 없어 보입니다. 결국 법이 통과될 경우 삼성 지배구조 개편 ‘시계’가 움직일 게 확실시됩니다.


②자본시장법 개정 가능성


보험업법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최소 5%는 털어내야 합니다. 지분 가치가 얼마만큼 바뀔지 모르니 사실상 그 이상이겠죠. 그럼 이 주식은 누가 사갈까요? 당장 10조원이 넘는 상속세를 내야 할 최대주주들이 사긴 쉽지 않을 듯 보이며, 결국 기관들이나 기업에 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국회에서 도와준다면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합니다.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퇴로’를 만들어주는 경우인데요, 이 경우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매입하는 게 가능해집니다. 과거 한 차례 가능성으로 떠올랐던 이 변수를 이해해봅시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상장기업은 장내매수나 공개매수 등의 방법으로만 자사주를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을 자사주 형태로 받는 것은 제한됩니다. 삼성전자가 삼성생명이 보유한 자사주를 매수할 자금 여력이 있음에도 그렇지 못하는 게 바로 이 때문입니다.


출처: 20대 국회인 2017년 발의된 자본시장법 일부 개정안. 보험업법 개정에 따른 삼성전자 지배력 문제에 대한 퇴로를 만들어주는 내용이 담겨있다./자료=NH투자증권 리포트 갈무리

이에 20대 국회에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의됐었습니다. 법적 요인으로 특정 주주의 지분매각이 강제될 때 매수자를 찾을 수 없는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으면 자사주로 매입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겁니다. 대규모 지분이 시장에 풀리는 데 따른 주가 폭락을 막을 수 있고, 삼성으로선 지배구조 문제를 해소할 방안이 됩니다. 이 법은 보험업법과 쌍으로 묶여 ‘삼성생명 퇴로법’이란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이에 대해 NH투자증권은 지난 9월 1일 리포트를 통해 “20대 국회에서와 마찬가지로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한 퇴로 마련 차원에서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발의되고 통과까지 된다면 삼성그룹의 운신의 폭은 넓어진다”며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의 50%를 분기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에 사용한다’는 삼성전자의 주주가치 제고 정책에도 부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자본시장법 개정이 수반되더라도, 결국 지배력 문제가 발생할 겁니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해소할 경우 특수관계인 지분 보유 비중이 21.2%에서 최소 5%포인트 이상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법이 다시 국회에서 고려대상이 될진 미지수입니다. 특정 회사에게 특혜를 주는 방식이 돼 주주 형평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게 바로 그 이유입니다. 만약 ‘삼성생명 퇴로법’ 없이 보험업법만 개정된다면, 장기적으로 삼성의 지배구조 변경이 강요될 겁니다.


③지주비율 ‘50%’


자본시장법의 도움 없이 보험업법이 통과된다면, 삼성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요.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44%(약 20조원 상당)를 팔아 재원을 마련하는 시나리오가 언급됩니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가 오르며 생명이 보유한 전자 지분과 가치가 비슷해진 상황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전자’로 이어지는 단순화된 지배구조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시나리오는 한때 유력시됐습니다. 그런데 최근 증권가에선 이 방법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바로 삼성물산이 강제로 지주회사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수하는데 왜 지주회사가 될까요. 현행 공정거래법상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인 회사는 자회사 주식 합계액이 자산총액의 50%를 넘어가면 지주회사가 됩니다. 단 자회사의 최대주주가 아니라면 지주회사 전환이 되지 않습니다.(지주비율 50% 규제)


삼성물산의 상반기 별도 기준 자산총액은 35조1135억원입니다. 삼성전자 지분 5.01%의 가치는 4일 현재 약 17조5000억원이며, 이것만으로도 지주비율 50%를 상회합니다. 이에 대해 NH투자증권은 리포트를 통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8.51%를 모두 취득한다는 가정 하에 지주비율이 74.2%까지 오른다고 계산했습니다.


출처: 삼성물산 지주비율 추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취득해 지주회사로 전환될 경우, 삼성전자 지분을 최소 20% 넘게 가져가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자료=NH투자증권 리서치 갈무리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1대 주주가 돼 지주회사로 전환된다면 삼성엔 큰 문제가 생깁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을 20% 이상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 주식 20%의 가치는 약 70조원으로, 삼성물산이 감당할 만한 돈이 아닙니다.


삼성물산은 어떤 선택지가 있을까요. 지주회사 체제에선 차입 확대(지주비율의 분모인 ‘총자산’ 확대)나 자회사 흡수합병(분자인 ‘자회사 장부가액’ 축소) 등이 거론되지만, 증권가는 그 같은 방식은 성립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관측하고 있습니다.


유안타증권은 지난 8월 12일 리포트를 통해 “삼성물산이 강제 지주 전환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M&A를 통해 삼성물산 자산 규모를 증가시키거나, 삼성물산 보유 토지에 대한 재평가를 통해 비금융 자산 규모를 키우는 방법이 있다”며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다. 결국은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고민을 풀어줘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삼성은 승계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현재 시각으로는 그룹 최대주주와 경영진들의 의중을 알기 쉽진 않습니다. 2017년 4월 인적분할을 통한 삼성전자의 지주 전환을 포기했고, 삼성생명을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도 시도했지만 실패했던 삼성그룹입니다. 지배구조 변화를 최대한 신중하게, 그러면서도 실수 없게 진행하는 방안을 세울 것은 확실시됩니다.


이건희 회장 사후, 증권가에서도 삼성의 지배구조 변화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 회장 지분이 어떻게 이동할지가 향후 6개월 내 결정되며, 그 변화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의 ‘신호탄’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불안정하게 놓여있던 삼성의 지배구조 시계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By 리포터 이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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