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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스]'띵동~'..배달기사님 처우가 좋아집니다

조회수 2020. 10. 8. 09: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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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배달의 민족 페이스북 갈무리./사진=배달의민족

배달업계 노사가 배달 기사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의미있는 큰 ‘한걸음’을 내딛었습니다. ‘플랫폼 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 포럼’은 6일 배달 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33개 조항에 합의했습니다.


이번 합의에는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과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요기요) 등 배달 플랫폼 업체와 라이더유니온 등 노동단체, 학계 등 공익 전문가들이 참여했습니다.


특히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등 배달 플랫폼 업계의 주요 업체들이 참여하면서 이번 합의로 배달 기사의 근로조건이 개선될 ‘주춧돌’이 마련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국내 배달앱 시장에서 배달의민족(점유율 55.7%)과 요기요(33.5%)의 점유율은 90%에 육박하기 때문입니다.


노동단체의 구성원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는 아니지만, 임금을 목적으로 노동력을 제공하는 특수고용직노동자들입니다. 이들은 배달을 마치고, 수수료를 받는 ‘1인 사장님’들이죠. 이들이 받는 수수료가 곧 임금인 셈입니다. 하지만 고용형태가 특수고용직이라는 ‘사각지대’에 있어 노동관련법(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남녀고용평등법, 노조법 등)의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다행히 올해부터 산업안전보건법의 보호대상이 특수고용직까지 확대됐고, 사업주는 배달 기사의 안전한 배달을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해야 합니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에게도 고용보험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도 추진 중이죠.


이렇듯 플랫폼 노동자가 늘어나면서 관련 법과 제도도 현실에 맞게 바뀌어 가는 추세입니다. 플랫폼 노동은 기업이 전속해 고용관계를 맺지 않고, 앱 등에서 수요가 발생할 때마다 노동력을 제공하는 형태의 노동을 의미합니다. 사용자는 수요에 따라 인력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고, 법적 책임에서도 자유롭기 때문에 플랫폼 노동을 선호합니다.


출처: 한국노동연구원이 2019년 발간한 ‘배달앱 환경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연구’./자료=한국노동연구원

현재 플랫폼 노동은 배달과 대리운전 영역에서 간병 서비스와 가사 도우미까지 확대됐습니다. 고객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는 만큼 플랫폼 노동의 종류가 확산되는 것이죠.


이번 합의가 중요한 것도 플랫폼 노동자의 권익 향상을 위해 사용자와 노동자가 최초로 합의문을 마련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플랫폼 업계에서 유니온 형태의 노조가 생겨날 것이고, 권익 향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유니온 운동은 회사 또는 개별 사업장에서 노조와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하는 형태가 아닙니다. 유니온 운동은 사업장은 다르지만 유사한 업종에 종사하는 근로자 또는 특수고용직 노동자가 유니온에 가입해 업계와 정부 등에 권익 신장을 요구하는 형태입니다.


라이더유니온은 각지에 흩어진 배달기사들이 가입해 공동의 목소리를 내는 단체입니다. 배달기사에게는 적합한 형태의 노동운동인 셈이죠.


이번 합의는 시의적절하게 나왔습니다. 최근 언택트(비대면·비접촉) 소비가 크게 늘면서 배달 주문도 폭증하는 추세입니다. 고객들이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해 식당을 찾기보다 배달 음식을 선호하고 있죠. 그래서 배달 기사(라이더)의 수가 부족해 일부 배달 플랫폼 업체들은 배달 기사에게 ‘웃돈’을 주기도 합니다. 산업 현장이 정신없을 정도로 활발하게 돌아가면 각종 ‘꼼수’와 ‘불안정 노동’이 기승을 부리기 마련입니다.


현재 배달 플랫폼 업체들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배달 기사를 더 확보해, 가맹점과 고객에게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합니다. 고객을 뺏어 오기에는 시기적으로 가장 좋죠. 배달 기사들은 수수료를 벌어 생계를 영위하고 있는 만큼 배달을 더 뛰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플랫폼 업체와 배달 기사 모두에게 현 상황이 ‘윈윈’ 인거죠. 콜수도 늘고, 수수료도 늘어난 만큼 배달 기사들은 악천후 배달 등을 감내하게 되는 것이죠.


노사의 이번 합의가 법적 구속력이 없음에도 배달 기사의 권익 신장을 위해 ‘주춧돌’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번 합의문에는 △배달 업무 입직(보수와 정산시기 등) 요건을 분명히 함 △종사자는 스스로 원하는 시간에 업무를 수행 △기업은 원하지 않는 업무 수행을 강요하지 않음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업무를 배분함 △악천후 등 안전대책을 강구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게 함 등의 내용이 합의문에 담겼습니다. 플랫폼 업체들은 이번 합의를 준수해야 할 법적 의무가 없지만 ‘신의성실의 원칙’에 기반해 준수하기 위해 노력 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합의문의 의미를 좀 더 알기 위해 배달 대행 업계와 관련한 ‘숫자(numbers)’를 모아봤습니다. 배달 기사들은 매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배달앱 확산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책임연구원 김영아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음식 배달과 관련이 있는 음식점은 6만개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017년 기준 49만6000여곳이 배달과 관련있는 음식적입니다. 같은해 배달업의 사업체수는 1293곳으로 집계됐습니다. 외식업 시장 규모는 130조원에 달하는데, 이중 간이음식점을 기준으로 한 배달시장은 22조원 규모였습니다. 이를 일반음식점까지 확대하면 배달시장은 무려 106조원에 달하는데요.


2017년 국내 음식배달 O2O(온라인과 오프라인 간 매장연계) 서비스 거래 금액은 약 2조8000억원 규모입니다. 국내 음식배달 대행앱 시장은 배달의민족 등 3사가 약 36%를 점유하고 있고, 소규모 업체들이 나머지를 차지합니다. 배달기사 수는 6만6000명 수준으로 추산됩니다. 현재까지 음식배달 대행과 관련해 고용노동부 등 정부 부처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수치는 없습니다. 이 같은 수치는 정확한 데이터는 아니지만, 배달 시장의 규모와 배달 기사의 처우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출처: 배달대행앱 시장 규모 현황./자료=한국노동연구원

서울시를 기준으로 배달 기사의 하루 평균 배달 건수는 주중 35.4건, 주말 44.7건입니다. 배달 1건당 배달 플랫폼 업체에 지급하는 수수료는 평균 269원이었고, 배달 1건당 배달기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는 평균 2887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배달 기사의 월 평균 소득은 약 240만원이었습니다. 배달을 더 많이 할수록 기사가 가져가는 수수료가 많아지죠. 소득은 늘어나는 만큼 피로도가 증가하고, 안전사고의 위험도 높아집니다.


배달 기사 중 83.9%는 배달대행앱을 활용하면서 배달 건수가 늘었다고 답했습니다. 43.0%는 배달앱 활용 후 근로 시간이 늘었다고 답했고, 29.0%는 오히려 근로시간이 줄었다고 응답했습니다.


배달 기사들은 다른 일과 비교해 수평적인 근무환경과 일한 양이 소득과 정확하게 비례해 배달일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배달 기사들은 다치기 전까지 배달일을 계속했고, 목돈을 모은 후에는 음식점을 차리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음식점들은 배달대행 앱으로 인해 어떤 변화들이 있었을까요. 


한국노동연구원은 전국 5개 광역시(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의 배달앱을 활용하는 1045개 음식점주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음식점주들은 월 평균 약 35만원의 고정 수수료를 배달의민족 등에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배달앱을 활용하면서 74%는 매출액이 증가했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56.1%는 영업비용이 늘어났다고 답했고, 41.3%는 영업이익(매출액 – 매출원가)이 증가했다고 응답했습니다. 응답자 중 58%는 하루 평균 주문건수가 늘었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배달앱 활용으로 배달 건수가 늘어나 매출액은 늘어난 반면 배달앱 수수료와 배달비용 등으로 영업이익 증가를 체감하는 사업주는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겁니다. 배달앱 활용 후 고정비를 줄이기 위해 종업원을 줄이고, 대신 가족 구성원을 활용했다는 응답도 눈에 띕니다. 배달앱 활용 전 종업원수는 2.53명이었는데, 활용 후 2.53명으로 0.14명이 감소했습니다. 무급 가족종사자는 배달앱 활용 전 0.94명에서 활용 후 0.95명으로 0.01명 늘어났습니다.


데이터에서 알 수 있듯 배달 플랫폼의 탄생은 국내 외식업과 배달 노동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 왔습니다. 배달 위주 음식점은 권리금이 없고 임대료가 저렴해 자영업자의 진입과 퇴장이 자유롭습니다. 배달앱으로 배달 기사 직접고용을 하지 않아도 돼 인건비 부담도 적어졌고, 주문 증가로 매출도 늘어났습니다. 이와 함께 자영업주의 수수료 부담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국내 배달대행 업계는 언택트 소비로 인해 올해 우수한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이는데요. 지난해 우아한형제들(배달의 민족)은 매출 5611억원, 영업손실은 8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광고선전비(305억원)를 전년보다 두 배 가까이 늘린 게 적자의 원인이 됐습니다. 배달앱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홍보비용 지출을 늘렸습니다.


출처: 주요 배달 대행업체 매출 추이./자료=사업보고서

배달의민족은 2011년 설립됐죠. 2014년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법인명)의 매출은 290억원, 영업손실은 149억원이었습니다. 설립 6년 만에 매출은 19배 커졌습니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요기요)는 지난해 122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2015년 매출액은 236억원이었는데 5배 이상 성장했습니다.


배달의민족 등 배달 플랫폼 업체들은 음식점과 주문자 간 주문을 중개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회사입니다. 중개 서비스를 원할하게 유지하고, 각종 프로모션 등을 통해 이용자를 늘리는 게 플랫폼 업체 직원의 업무입니다.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 공시정보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의 상시고용인원은 998명(단시간 근로자 129명)입니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는 815명(296명)입니다. 이들 업체를 통해 배달 업무를 하는 기사들은 최소 1만여명이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6일 배달 플랫폼 업체의 노사 단체들이 맺은 협약 이면에는 업체들이 중개 서비스 제공자로서 기사들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을 다하려는 의도가 깔렸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선에서 배달 기사를 하는 ‘1인 사장님’들에게 ‘사용자가 아닌 사용자’로서 최소한의 배달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합의를 맺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노사가 맺은 이번 합의가 배달 기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출발점이 됐으면 합니다. 그리고 업체의 가맹점인 음식점들과 상생을 위한 합의도 이어지길 기대해봅니다.


By 리포터 구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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