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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는 왜 접지 않고 돌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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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읭?”


접지 않고 붙였다. 그리고 돌렸다. 누군가는 고개를 돌렸다. 누군가는 과거를 떠올렸고, 또 누군가는 미래를 그렸다. 누군가는 현실을 말했다. LG전자 스마트폰 얘기다. 화면이 접히는 폴더블폰이 나오는 시대, LG전자는 화면이 돌아가는 스위블폰 ‘LG 윙’을 들고나왔다. 첫인상은 느낌표보다는 물음표에 가까웠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어버린 듯한 디자인에 댓글 창은 의문 부호로 가득 찼다. LG는 왜 돌렸을까.

그때 그 시절 우리의 습관


LG 윙은 기존 스마트폰과 차별화된 폼팩터를 내세운 제품이다. 전면 메인 화면을 시계 방향으로 90도 돌리면 뒤에 숨어있던 보조 화면이 나타나는 T자형 화면이 특징이다. 평소에는 6.8인치 크기의 일반적인 스마트폰으로 사용하다가 필요할 때 세컨드 스크린을 꺼내 멀티태스킹 작업을 하는 형태다. 보조 화면을 어디에 놓느냐에 따라 ‘ㅜ’, ‘ㅏ’, ‘ㅗ’ 형태로 사용할 수 있다. 컨셉이 알려진 뒤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하드웨어적인 완성도였다.

실물은 예상보다 멀쩡했다. 슬라이드폰 시절 유격 문제로 울고 웃었던 기억에 걱정이 앞섰지만, 하드웨어적인 만듦새는 제법 괜찮았다. 접었을 때는 일반 ‘바’형 스마트폰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고, 화면을 돌릴 때는 안정감 있게 손에 감겼다. 누군가는 싸이언 시절을 LG폰 영광의 시절로 기억하지만, 내게 싸이언은 ‘사이언스(Science)’였다. 디자인은 예뻤지만, 항상 유격 문제가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LG 윙은 싸이언 시절 슬라이드폰을 연상시키는 그리움을 연상시키면서 동시에 2020년에 걸맞은 하드웨어적 완성도를 갖췄다. LG전자는 20만회 이상 반복 테스트를 거쳤다고 자신했다.


오래된 습관이 다시 돌아오는 건 금방이었다. 화면을 끊임없이 돌리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손 위를 ‘스피너’처럼 윙윙 맴돌았다. 하지만 과거에 대한 향수는 잠시였다. 화면을 반복적으로 돌리는 과정에서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왔다.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우리는 왜 돌려야만 하는가.


실사구시 멀티태스킹


LG전자의 대답은 멀티태스킹이다. 우주의 기운이 우리를 5G 시대로 이끌고 있고,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이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인도할 터다. 이렇게 생각해야 비싼 요금에 속이 터지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이전에 없던 새로운 멀티태스킹 경험이 가능해질 거라는 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판단이고, LG 윙은 그 고민의 결과물이다.


화면을 돌리면 나오는 3.9인치 정방형 세컨드 스크린은 멀티태스킹 경험의 핵심이다. 메인 화면을 보조하는 컨트롤러 역할을 하거나 두 개의 앱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그냥 아무 기능 없이 손잡이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메인 화면으로는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보조 화면으로는 재생, 빨리감기 등의 조작을 할 수 있다. 또 네이버의 웹브라우저 ‘웨일’과의 협업을 통해 PIP(Picture In Picture) 기능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메인 화면에는 유튜브 영상을 틀고, 보조 화면에는 다른 유튜브 콘텐츠 목록이나 댓글을 띄울 수 있다. 웨일 PIP 기능의 단점은 해상도가 제한된다는 점이다. ‘화질 구지’를 피할 수 없었다.

출처유튜브를 보면서 메신저를 하거나

출처먹방을 보면서 웹서핑을 할 수 있다.

또 게임을 하면서 보조 화면에 게임 화질 조정, 화면 캡처, 유튜브에서 게임 검색 등 각종 도구를 띄워놓을 수 있다. 각종 알림이 보조 화면에 뜨기 때문에 게임에 몰입할 수 있다. 보조 화면으로 게임 속 채팅을 할 수도 있다. 단, 보조 화면에서 별도 컨트롤러 지원을 하지 않기 때문에 메인 화면으로 게임을 플레이해야 하는데 무게 중심이 보조 화면을 중심으로 잡혀있기 때문에 ‘스위블 모드’로 장시간 게임을 하기에 불편하다.

또한, 두 가지 앱을 각각의 화면에 띄워 메인 화면으로는 영상을 보면서 보조 화면으로는 ‘카톡’을 하거나 검색을 할 수도 있다. ‘인싸’들에게 유용한 기능이다. 메인 화면을 내비게이션으로 사용하면서 보조 화면으로 전화를 받을 수도 있다. 이처럼 LG전자는 세컨드 스크린을 활용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예로 들며 새로운 경험을 강조하고 있다.


LG의 일관성 있는 실험 정신


LG전자가 그리는 시나리오는 보조 화면을 통해 각종 알림이나 전화 때문에 하던 작업을 방해받지 않아도 되거나 동시에 두 가지 작업을 하는 모습이다. ‘V10’의 조그마한 세컨드 스크린부터 ‘V50’의 듀얼 스크린까지 LG전자가 일관되게 그려온 미래다. 이를 통해 이용자가 멀티태스킹의 기쁨을 아는 몸이 되도록 만드는 게 최종 목표일 터다.


LG 윙은 듀얼 스크린의 ‘폰더블’ 형태보다 좀 더 완성도 있는 사용자경험을 제공한다. 듀얼 스크린의 가장 큰 단점은 거추장스럽다는 점이다. 폰더블이라는 별칭처럼 폰 두 개를 합친듯한 형태와 무게가 사용자경험의 걸림돌이었다. 


이 때문에 굳이 액세서리형 듀얼 스크린을 착용하지 않고 쓰는 경우가 더 많았다. LG 윙은 이 같은 점에서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했다. 무게는 260g, 두께는 10.9mm로 ‘아이폰11 프로 맥스’보다 34g 무겁고, 2.8mm 두껍지만, 실사용에 크게 불편하진 않은 수준이다. 보조 스크린 일체형이기 때문에 언제든 멀티태스킹 경험을 할 수 있다.

출처(왼쪽부터) ‘아이폰11 프로’와 ‘LG 윙’

재밌지만 낯선 모습이 과제


이 밖에도 LG 윙은 재밌는 기능을 다수 갖췄다. ‘ㅜ’ 형태에서 카메라 앱을 켜면 짐벌 모드가 등장한다. 짐벌은 영상 촬영 시 카메라의 흔들림을 잡아주는 도구다. LG 윙은 보조 화면을 손잡이처럼 쥐는 형태에서 착안해 실제 짐벌처럼 쓸 수 있는 기능을 적용했다. 6개의 모션 센서와 움직임 보정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실제 영상 촬영 시 흔들림을 그럴싸하게 잡아준다. 보조 화면에는 짐벌처럼 카메라 앵글을 조정할 수 있는 ‘조이스틱’과 다양한 컨트롤러 기능이 들어갔다. 단, 기계식이 아닌 소프트웨어 보정 방식이기 때문에 야간에 노이즈가 심하다는 한계가 있다.

전면 카메라도 특이하다. 디스플레이 부분에 카메라를 배치하는 대신 카메라가 상단에서 툭 튀어나오는 팝업 방식을 적용해 베젤을 줄였다. 3200만 화소 팝업 카메라는 셀카 모드로 전환했을 때 스윽 올라온다. 속도는 꽤 빠른 편이며, 제품 낙하 시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가속도 센서를 적용해 바닥에 닿기 전에 카메라가 다시 제품 안으로 들어가도록 설계했다. 실제 낙하 테스트 결과 카메라가 빠르게 쏙 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후면에는 광학식 손떨림 방지(OIS)가 적용된 6400만 화소 메인 카메라, 1300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 스위블 모드를 위한 1200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가 탑재됐다.

이처럼 LG 윙은 겉보기와 다르게 단단한 만듦새를 갖췄다. 하드웨어적 완성도는 제법 탄탄하다. 스마트폰을 이리저리 만져보는 재미가 있다. 문제는 그 겉보기에 있다. LG 윙은 ‘긱(Geek)’하다. ‘ㅜ’, ‘ㅏ’, ‘ㅗ’ 모음 모듬 형태의 외관은 낯설고, 대중적이지 않다. 주목받기 좋지만, 놀림 받기도 좋다. 이 낯선 모양새와 사용법을 멀티태스킹 경험으로 극복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플래그십급 프로세서 대신 이보다 한 단계 낮은 퀄컴 스냅드래곤 765G를 탑재한 점도 아쉬운 지점이다.


접지 않고 돌린 이유는…


LG가 접지 않고 돌린 이유는 뭘까. LG전자는 사용자경험을 말한다. 지난 9월 14일 LG 윙 발표 행사 당시 홍신태 LG전자 상품기획 책임은 “현재 시장에 소개되고 있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제품들은 폼팩터를 펼치거나, 열어야 제대로 된 사용성을 경험할 수 있다”라며 “LG 윙은 펼치기 전에는 기존 스마트폰의 사용 경험을 그대로 유지하고, 필요한 순간 스위블하여 완전히 새로운 사용성을 경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친숙하면서 새롭고 완전히 다른 사용자 경험을 구현해 낼 수 있는 유일하면서도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접지 않고 돌린 근본적인 이유는 사업적 맥락에 있다. 폴더블폰은 지난해부터 싹을 틔웠지만, 아직 수익성이 불확실한 시장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출하된 폴더블폰은 약 100만대, 올해에는 800만대 출하가 예상된다.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규모가 13억7000만대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의 극히 일부분이다.


비싼 가격도 대중화의 걸림돌이다. 삼성 ‘갤럭시Z 폴드2’의 가격은 239만8000원이다. 최근 플래그십 스마트폰 시장이 100만원이 넘는 고가 제품 위주로 형성되고 있지만, 200만원이 넘는 가격에 선뜻 지갑을 꺼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LG 윙의 가격은 109만8900원이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부문에서 올해 2분기까지 21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당장 수익을 가져다줄 수 없는 불확실한 시장에 선도적으로 뛰어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하지만 다가올 미래에 대한 준비는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다. LG전자가 지속해서 멀티태스킹 경험을 강조하는 이유다.


LG 윙은 현실적 선택이다. 그리고 LG전자는 화면을 돌돌 말아 늘리는 롤러블폰을 예고했다. 무릎을 꿇어 추진력을 얻듯 LG전자는 접지 않고 붙이고, 돌린 셈이다. LG 윙은 과거와 미래 사이 현실 어디쯤에 있는 제품이다. 2020년 가을, 아이폰과 갤럭시의 이지선다로 굳혀진 선택지 사이에서 LG 윙은 사람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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