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메뉴 바로가기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뷰 본문

블로터

[넘버스]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인수 의지’ 현재도 유효할까

4,831 읽음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출처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이 지난해 3월 산업은행에서 만나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다./사진=한국조선해양

“현대중공업그룹의 사명감과 책임감에서 출발한 것”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은 지난해 3월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조선산업의 발전을 위한 ‘빅 픽처’를 그리는 과정에서 추진됐다고 설명했습니다. 2일인 오늘은 본계약을 체결한 지 575일째 되는 날입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 뛰어든지 5일째 되는 날이기도 하죠.


글로벌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이 2위인 대우조선해양을 흡수하는 형태의 초대형 M&A였던 만큼 준비 과정도 복잡했고, 넘어야 할 산도 많았습니다. 예상대로 EU 등 해외의 경쟁당국은 두 거대 조선소의 합병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하는 산이었고, EU의 행정부격인 집행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는 여전히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3월 WHO의 코로나 팬데믹 선언으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일정은 지연되고 있습니다. 당초 현대중공업은 2019년 ‘빅딜’을 마무리할 심산이었습니다. 여하튼 이번 M&A는 세계 조선시장의 침체와 중국 조선업의 급격한 부상이라는 산업적 고민이 바탕이 돼 추진된 만큼 당시의 고민은 현재도 유효합니다.


그럼에도 매물로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가치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코로나19로 발주사들이 선박 발주를 순연하면서 발주시장이 ‘가뭄’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 리포트’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선박 발주량은 812만 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선박을 건조하는데 필요한 작업량 지표)로 전년 동기 1747만 CGT 대비 54% 감소했습니다. 예를 들어 선사들이 10척의 배를 지난해 8월까지 발주했다면, 올해는 5척 밖에 발주하지 않은 셈입니다. 결국 파이가 반토막 난 만큼 발주 시장의 규모도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입니다.


출처국내 조선소 수주잔량 추이./자료=클락슨 리포트

조선업에는 10년 마다 ‘호황과 불황’을 오간다는 의미로 ’10년 주기론’이라는 정설이 있습니다. 이 정설로 보면 조선업은 지난해부터 살아나야 하는 게 맞습니다. 2008년 국내 조선업은 최고 호황을 맞았고, 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10년 동안 ‘다운싸이클’이 지속됐기 때문입니다.


 ‘숫자’들을 보면 국내 조선업의 불황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2008년 한국 조선업의 수주 잔량은 6536만 CGT에 달했습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3사가 5년 동안 안정적으로 작업할 만큼 물량이 넘쳤습니다. 지난해 수주 잔량은 2260만 CGT로 65%(4276만 CGT) 감소했습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2060만 CGT였으니 ‘IMF 시기’로 회귀한 셈입니다.


지난해 국내 조선소의 건조량은 951만 CGT였습니다. 2008년 건조량인 1540만 CGT와 비교해 60% 수준입니다. 국내 조선사들이 한해 동안 건조할 수 있는 작업량은 1200만 CGT인데,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가동률은 80%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약 20% 규모의 데크는 일감이 없어 놀고 있는 셈입니다.


현재 상황은 외환위기 때보다 더 안 좋습니다. 조선업의 ‘빅 바이어’들은 국내가 아닌 해외입니다. 당시 1000원 미만이던 환율이 1400원을 넘으면서 국내 조선사들은 막대한 규모의 외환차익을 남겼습니다. 현대중공업(현 한국조선해양)은 1998년 외환차익으로 3980억원의 수익을 냈습니다. 계약 금액은 변동이 없는데, 원-달러 환율이 올라 차익을 낸 것입니다. 영업이익(1998년 1조원)의 33%를 외환차익으로 번 셈입니다. 발주 시장은 침체됐음에도 돈들어 올 곳이 있었던거죠.


당장은 일감 걱정이 없지만, 2~3년 후면 불황이 시작된다고 봐야하는 상황입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부문은 지난해 매출 13조3198억원, 영업이익은 110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2018년과 2019년 각각 1487억원, 801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는데,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 그룹 조선부문의 수주 잔고는 20조637억원입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2년 정도의 일감이 남았습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한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업체 간 ‘과당경쟁’이었습니다. 발주 시장이 축소되면서 조선사들은 수주를 따내기 위해 저가로 계약을 따냈습니다. 조선사는 저가 수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고, 선사의 교섭력이 커졌습니다. 결과적으로 단기 성과를 낼 수 있었지만, 조선사의 체질이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국내 조선 3사는 2014년 해양 플랜트의 부실로 수조원의 손실을 입었는데, 저가 수주도 조선사의 경쟁력을 악화시키는데 한몫했습니다.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뼈를 도려내는 구조조정’으로 당시의 악몽에서 벗어났습니다. 올해부터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가 시행됐고, LNG 추진선에 대한 발주가 늘어나 조선시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나왔습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발주시장이 개선되면 이전과 같은 ‘저가경쟁’보다 수익성 위주로 수주해 더 이상의 부실을 키우지 말자는 의미였습니다. 연내 모잠비크 등 큰 손들의 대형 발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발주 시장은 침체된 상황입니다.



출처현대중공업그룹 조선부문 신규 수주 추이./자료=한국조선해양 IR자료실

현대중공업그룹(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포함)은 지난 8월까지 59척을 수주하는데 그쳤습니다. 전년 동기(70척)과 비교해 11척, 2018년과 비교해 47척 적은 수준입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16조원의 매출을 목표치로 잡았는데, 지난 8월까지 61.9%(10조원)를 달성하는데 그쳤습니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성공적인 M&A로 귀결되려면 발주시장이 살아나야 합니다. 그래야 대우조선해양도 국책은행의 지원 없이 자생할 수 있고, 인수로 인한 부정적 시너지가 생기지 않습니다. 발주시장이 살아나지 않은 상황에서 인수하게 되면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소 4곳의 생존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부딪힙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해외의 기업결합 심사가 끝나면 대우조선해양에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이뤄집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약 7686억원 규모를 납입해야 합니다. 이후 ‘현대중공업지주-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의 지배구조가 마련됩니다.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가치는 인수 전과 비교해 하락했습니다. 기업가치(Enterprise Value, EV)를 산정하기 위해서는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에 적정 수준의 배수를 곱해야 합니다.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말 기준 EV/EBITDA 배수는 6.75배입니다. 이를 대입하면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가치는 3조840억원입니다. 인수 직전인 2018년 말 EBITDA는 1조1514억원, EV/EBITDA 배수는 4.0배였습니다. 당시 기업가치는 4조원이 조금 넘었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국내 제조업계가 극심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반면 수주산업인 조선업의 실적은 2~3년 이후부터 반영될 것으로 예상돼, 현재 수치상으로 나타나는 코로나 피해는 없습니다. 하지만 회사의 수주 상황을 보면 불확실성이 더해집니다.

출처현대중공업 및 대우조선해양 조선부문 수주 잔고 추이./자료=각사 IR 자료 및 반기보고서

올해 상반기 기준 대우조선해양의 수주 잔고는 5조6921억원(상선 부문 기준)으로 2018년 12월(8조1519억원)과 비교해 2조4598억원 줄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수주 잔고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은 1년에 5조원 안팎을 납품합니다. 이를 감안하면 1년 조금 넘는 일감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빅3′(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체제에서 ‘빅2’ 체제를 노린 것이라면, 인수사의 장기적 생존은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모두가 ‘윈윈’하는 구조를 노린 것이라면 인수기업의 생존은 발등에 떨어진 문제입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달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 참여한다고 밝혔습니다. 대우조선해양과 두산인프라코어, 조선과 건설기계 부문에서 굴지의 ‘대기업’입니다. 두 대기업을 품겠다고 밝힌 현대중공업그룹의 야심에 어떤 ‘빅픽처’가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작성자 정보

블로터

    실시간 인기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잠시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 Please try again in a mo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