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아~, 아시아나항공'..금호석화의 '분가' 시나리오③

조회수 2020. 9. 11. 10:0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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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출처: 금호가 3세(왼쪽부터 박철완 상무, 박세창 사장, 박준경 전무)./사진=각사

아시아나항공 사태가 금호석유화학에 안겨준 딜레마는 △대주주로서의 책임감 △팔 수 있었는데 팔지 않았던 판단 미스 △가문 내부의 이해관계 충돌 등 3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앞선 2개의 딜레마는 당장 현실에서 부딪히는 난제라면, 마지막 딜레마는 중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잠재된 숙제입니다.


금호석유화학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11.02%는 따지고 보면 금호석유화학의 것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의 것도 아닙니다. 법적으로야 금호석유화학이 보유 중이니 금호석유화학 것이겠죠. 그러나 금호 가문 내에서 심리적으로 이 지분은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의 몫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합니다. 박철완 상무는 고(故) 박정구 금호그룹 3대 회장의 아들입니다.


2010년경으로 기억나네요. 박철완 상무와 그의 모친이 박삼구 전 회장을 찾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 때 나눈 대화는 금호 가문 내에서 아시아나항공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드러납니다.


당시 박철완 상무와 모친은 박삼구 회장에게 아시아나항공 경영을 맡아보겠다고 했습니다. 본인들의 몫이라는 거죠. 고(故) 박정구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주력 계열사로 키운만큼 심리적 지분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본 것이죠.


그러나 박삼구 전 회장의 답변은 ‘노(No)’ 였습니다. 박삼구 전 회장 역시 고 박정구 회장과 함께 아시아나항공을 성장시킨 주역이기도 합니다. 직원 시절부터 아시아나항공의 온갖 잡무를 처리해 왔고, 형님과 함께 조그만 항공사를 국적 항공사로 키우는데 밤낮없이 매달렸던 인물이 박삼구 전 회장입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한 관계자는 “정말 많은 열정을 태웠던 회사가 아시아나항공이었다”며 “다른 어느 회사보다 더 애정을 갖고 경영했던 곳”이라고 말했습니다.


항간에선 이 사건을 계기로 박철완 가문과 박삼구 가문간 금이 갔다고 보고 있습니다. 형제간 공동경영 원칙을 깬 쪽은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 쪽인데, 박철완 가문은 그 과정에서 피해만보고 어떤 계열사도 취할 수 없었으니까요.

출처: 2010년말 금호석유화학 주주 현황./자료=사업보고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그룹 구조조정에 들어간 직후인 2010년말 금호석유화학 지분 분포도를 보면 박철완 상무의 위상과 상대적 억울함이 보입니다. 당시만해도 형제간 3분할이 명확하게 짜여져 있죠. 형제간 공동경영 원칙을 깨고 형제의 난이 벌어지자 박삼구 가문과 박찬구 가문에서 지분율 변화가 있었으나 그의 지분엔 변화가 없습니다.


금호석유화학은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 지주회사격 기업이었습니다. 총 48개 계열사를 거느렸죠.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등이 모두 금호석유화학을 거쳐야 지배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금호석유화학의 최대주주가 박철완 상무였죠. 그러나 부친이 없다는 이유로 발언권이 약해지고 형제간 계열분리 과정에서 ‘외부자’가 되버렸습니다.


억울했던 박철완 상무를 도와준 인물은 다름 아닌 ‘막내 작은아버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이었습니다. 박삼구 전 회장이 경영하던 아시아나항공 및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있다가 금호석유화학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그만큼 박삼구 전 회장에 대한 섭섭함이 크다는 상징적 조치였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을 둘러싼 가문내 갈등, 이는 금호석유화학이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하고 나서도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그토록 팔지 못했던 이유입니다. 어쩌면 박철완 상무에게 미처 나눠주지 못한 몫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언젠간 되찾을 수 있다는 거죠.


출처: 금호석유화학 로고./사진=홈페이지

물론 박찬구 회장과 같은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스타일의 경영자가 형제간 의리 때문에 지분을 사고팔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금호석유화학 입장에서 아무 수익도 가져다주지 못하는, 한마디로 ‘무수익 자산’인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팔지 않았다는 것은 형제간 의리 말고는 별다른 이유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아시아나항공 감자를 둘러싼 박철완 상무의 감정, 만감이 교차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의 추후 행보는 금호가(家) 내부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박 상무 역시 어떤 언론 접근도 하지 않고 있고요.

 

2019년 의미있는 행보가 있었습니다. 그가 2019년 4월29일 갑작스럽게 흥아해운이라는 조그만 해운회사 사외이사를 맡은 겁니다. 2006년 아시아나항공에 과장으로 입사하면서 업무를 시작했었고 이후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본부 등을 거쳐 금호석유화학에서 고무해외영업을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해운회사 사외이사 자리는 의외였죠.


특히 흥아해운은 컨테이너부문을 분할해 장금상선에 넘길 예정이었던 시기였습니다. 이후 흥아해운 존속법인은 올해 3월 채권은행 관리절차(워크아웃)가 개시될 정도로 어려움을 겪는 회사였습니다.


정말 뜻밖이었습니다. 금호석유화학 내부에서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의 이런 행보는 중장기적으로 아시아나항공 지분 감자와 맞물려 금호석유화학 지배구조가 흔들리 수도 있겠다는 시각을 대두시킵니다. 흥아해운 사외이사 임명 시기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 시기와 거의 일치합니다. 아시아나항공에 더 이상 미련을 갖기 힘들어지는 사건이 지난해부터 이어졌죠. 


게다가 지금은 매각실패에 뒤이은 감자 절차가 다가오는 시기입니다. ‘작은아버지들(박삼구, 박찬구)’에게 더 기대기 힘들어질수록 박철완 상무의 행보는 예측못하게 됩니다. 독립의 시기도 다가올 수 있죠.

출처: 박철완 가계도./자료=재계

금호석유화학으로서는 통제하기 힘든 불확실성 하나가 생기는 겁니다. 금호석유화학 최대주주인 박철완 상무의 지분은 과거 산업은행의 간섭에서 벗어나야 했을 때나 요즘 기관투자가들의 경영 요구가 많아지는 때 경영권 방어에 요긴합니다.


그래서 아시아나항공 감자 문제는 지난 10년간 묵혀두었던 금호석유화학 내 ‘박철완 문제’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할 뇌관입니다.


By 에디터 문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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