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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IN] 'PC방 영업정지'가 부른 나비효과..문화·산업에도 변화

조회수 2020. 9. 2. 23: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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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국 PC방이 영업을 중단하면서 점주, 이용자는 물론 게임 문화나 관련 산업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에 따라 각종 파급효과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생존권’과 ‘확산 금지’ 사이


지난달 19일 수도권에 이어 23일부터 전국으로 확대된 영업정지로 PC방업계는 그야말로 ‘패닉’에 빠졌다. PC방을 운영하는 사업자들은 감염병 확산 방지 취지에 공감하지만 갑작스런 영업중단 통보로 생존권을 위협받게 됐다고 토로했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PC방 건물에 붙여진 영업중단 안내. /사진=채성오 기자

서울 동대문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A씨는 “실명 인증제를 도입하고 유리 칸막이를 설치하는 등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시간과 자금을 투입했는데 갑자기 무기한 영업중단을 통보해 당황스럽다”며 “영업정지가 언제 풀릴지 몰라 어떻게 먹고 살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PC방을 고위험시설로 지정한 배경에는 ‘학생 보호조치’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다중이용시설의 위험도 평가 기준은 공간 밀폐도, 이용자 밀집도, 활동도, 군집도, 지속도, 관리도 등 6가지 항목으로 구성됐다. 각 기준별로 ‘낮음’부터 ‘높음’까지 점수를 매겨 고·중·저 위험군으로 나누는데 PC방의 경우 지난 5월 첫 평가 당시 중위험 시설에 해당된 바 있다. 최근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PC방은 고위험시설로 분류돼 운영이 중단됐다.


지난달 1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는 정례브리핑에서 “학생들의 감염을 선제 차단하기 위해 PC방을 고위험시설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밤 10시 이후 미성년자의 PC방 출입을 제한하는 셧다운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다수 인원이 가까운 거리 안에서 대화하며 게임을 즐기는 행태에 따라 집단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영업 중단을 알린 PC방들. /사진=채성오 기자

PC방을 운영하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종교시설, 카페 등 밀집도가 높은 시설도 고위험군에서 제외된 것을 두고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최근 PC방에서 감염된 사례가 없음에도 선제적 대응 차원이라는 이유에서 무기한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는 지난달 28일 게임물관리위원회 수도권사무소 회의실에서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들과 회의를 갖고 업계의 입장을 전달했다. 학생(청소년) 출입 24시간 잠정 금지, 한자리 건너 PC 셧다운을 통한 강제적 한자리 띄어앉기 실시 등을 조건으로 PC방을 고위험시설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협회 측은 “PC방 영업정지로 인해 (업주들은) 당장 생계부터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며 “영업 여부와 관계없이 발생하는 임대료 등 고정비용을 지출하는 부담을 떠앉게 돼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받는 실정이다. 이에 따른 보상 대책도 조속히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용시간 급감, 지켜보는 게임업계


코로나19 반사효과로 미소짓던 게임업계도 PC방 영업정지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모바일 위주의 게임사와 달리 PC 게임을 기반으로 사업을 운영중인 기업들은 수입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PC방 운영중단이 전국 단위로 확대된 지난달 23일을 기점으로 이용자 게임 사용시간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게임 전문 리서치 서비스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지난달 23~29일 상위 5개 게임 사용시간은 211만3615시간이었다. 이는 영업중단 전인 지난달 12~18일(380만3014시간)과 비교할 경우 168만9399시간 감소한 것이다.

/사진=픽사베이

업계에서는 PC방 영업중단으로 인한 충성 유저 이탈 가능성은 적지만, 장기화될 경우 산업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PC방에서 게임을 즐겼던 이용자들이 집이나 대체 수단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은 모습”이라며 “온라인 타이틀 비중이 높은 게임사들은 사태가 장기화 될 것에 대비해 유저 이탈을 막기 위한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게임텔·배달음식…변화는 이미 시작


업계 안팎의 위기가 고조된 사이, 새로운 게임 이용 행태의 등장과 문화 변화도 주목된다. PC방이 문을 닫자 ‘게임텔(게임을 할 수 있는 숙박업소)’로 모여드는 수요가 서서히 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수도권 PC방이 영업을 중단하자 사각지대인 충남 등 일부 지역에 수요가 몰렸지만, 전국 단위로 확대된 후에는 고성능 컴퓨터를 설치한 숙박업소가 새로운 성지로 각광받는 모습이다.


실제로 야놀자, 여기어때 등 숙박 관련 애플리케이션에서 ‘게임’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최신 사양의 컴퓨터를 보유했다는 업소들이 검색된다.


일부 숙박업소는 CPU 9세대, 램 DDR4 16G, 그래픽카드 지포스 RTX2060 등의 사양을 기재해 최신 게임을 원활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환경을 강조했다. 게임 수요층을 위해 별도의 게임룸을 만들거나 기존 노후 PC를 최신형 기기로 교체했다는 문구도 발견할 수 있다.


이용료는 대실 기준 3~5시간에 2~3만원 수준으로 PC방 요금보다 비싸지만 쾌적한 환경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어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게임텔에 같이 갈 일행을 구하거나 최신 사양 PC가 설치된 숙박업소를 문의하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숙박업소들은 저마다 ‘코로나 방역’을 강조하며 모객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숙박앱 야놀자와 여기어때에서 ‘게임’을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나오는 검색 결과. 최신 사양이나 게임 이용을 강조한 업소들이 눈에 띈다. /사진=각 앱 화면 갈무리

반면 게임텔을 바라보는 PC방 사업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PC방 영업중단이 장기화 될 경우 게임텔 문화가 정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저렴한 가격에 게임을 이용했던 사용자들이 고급화된 환경을 선호하게 된다면 PC방 영업이 개시되더라도 일부 수요는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


일부 PC방에서는 영업 중단 기간 중 자체 제조 음식을 배달해 판매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기존 대부분의 PC방이 삼겹살, 제육볶음, 돈까스, 카레, 햄버거 등 자체 제조 음식을 만들었던 만큼 이를 배달 대행사를 통해 판매하겠다는 것. 다만 휴게음식점 사업자 허가가 있어야 하며, 일반 음식점 대비 소비자의 신뢰도가 형성돼 있지 않다는 점이 변수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겸 한국게임학회장은 <블로터>에 “게임텔의 경우 안전만 보장된다면 현 사태에서 많은 이들이 이용할 만한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다”며 “추후 주력 시장으로 발전하긴 어렵지만 PC방의 소형화 등 관련 문화의 적절한 변형을 보여준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By 리포터 채성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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