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숫자' 밝은 한국타이어 조희경, 뭘 의도하나

조회수 2020. 8. 28. 15:2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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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한국타이어 독점 공급 ‘슈퍼카 챌린지’ 장면./사진=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한국타이어그룹 형제간 승계전쟁의 서막이 올랐습니다. 당사자들은 억울할 수 있으나 해묵은 재벌가 내부 형제자매간 상속분쟁으로 비춰지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재벌’은 우리나라에서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드라마의 주인공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입니다.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의 맏딸로, 아버지의 결정(?)에 반발해 지난 7월30일 서울가정법원에 부친 조 회장을 상대로 성년후견을 신청했습니다. 동생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에게 부친이 보유지분 전부를 매각한 결정이 정상적 건강 상태에서 이뤄졌는지 확인해 달라는 겁니다.


결과야 재판부에서 판단할 일입니다. 결과와 별도로 그동안 재계에서 전혀 활동하지 않았고 잘 알려지지도 않았던 조 이사장이 왜 이렇게 갑작스레 화제의 중심에 선 걸까요. 어떤 인물인지, 어떤 성격인지, 왜 승계전쟁으로 비쳐지는 싸움에 뛰어들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조 이사장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가 움직였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정도라고 합니다. 신중하고 합리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인물이라는 평인데요.


재계 한 관계자는 “들리는 말로는 과거에도 재산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하더라”며 “그가 이렇게까지 하는데는 분명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들 한다”고 했습니다. 물론 한 개인의 속내를 모두 알기는 불가능하죠. 그런데 본인과 접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이런 평판으로 일단 판단하는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숫자로 보는 한국타이어나눔재단./사진=재단 홈페이지

일단 조 이사장이 ‘숫자’를 좋아하고 ‘숫자’에 밝은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미국 뉴저지 페어레이 디킨스 대학(Fairleigh Dickinson Univ) 경영학과 교수 출신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가 현재 이사장으로 운영하고 있는 한국타이어나눔재단을 보면 ‘강박적’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숫자 마케팅’이 많습니다.


예로, 한국타이어나눔재단에는 ‘숫자로 보는 재단’이라는 코너가 있습니다. 이 재단은 이동차량을 이용(모빌리티)한 나눔 활동을 많이 하는데요. 숫자 활용이 다른 어느 재단보다 많습니다. 차량나눔 497대, 타이어나눔 21262개(5315개 기관), 틔움버스 3483대, 장학사업 4327명, 드림위드 28개 단체, 위기청소년지원 79명 등입니다. ‘숫자’를 굉장히 큰 글씨로 강조한게 눈에 띕니다.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연차보고서 역시 대부분이 숫자로 돼 있습니다. 언뜻보면 수학 교재인지, 재단 소개인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숫자’를 강조하고 중요시한다는 것은 ‘돈’을 좋아한다는 것과 다릅니다. 치밀하고 신뢰를 중요시 한다는 겁니다. 숫자는 보통 구체적일수록 설득력이 있고 믿음을 줍니다. 숫자를 좋아한다는 것은 인과관계의 정확성을 꾀한다는 겁니다.


“그가 움직이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그의 평판과 일맥상통하죠.

/자료=한국테크놀로지그룹 및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업보고서

또 하나 그의 성격을 알 수 있는 것은 과거 그가 다른 형제자매들과 달리 ‘지주회사(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자회사(한국타이어) 스왑(SWAP) 거래’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한국타이어그룹은 지금의 지주회사 체제를 2014년에 만들었습니다. 과정에서 옛 한국타이어를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현 한국테크놀로지그룹)와 한국타이어(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로 인적분할했고, 이후 수년이 지나 한국타이어 지분을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에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지주회사 체제를 완성했습니다.


현물출자에 참여한 조 회장, 조 부회장, 조 사장, 그리고 조희원씨는 지주회사 지분을 대거 늘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조 이사장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지분을 판 것도 아닙니다. 현재까지 그냥 들고 있습니다.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모회사-자회사 주식 스왑 거래는 재벌들이 승계를 위해서거나, 낮은 지분율을 합법적으로 높일때 사용하곤 했습니다. 거래 과정에서 회사돈(자사주)이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는 금융거래 방식입니다.


이런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은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말합니다. 당시 조 이사장이 현물출자에 참여했다면 지주회사 지분 10% 가까이를 보유할 수 있었습니다. 후계자로 굳어지고 있는 차남 조 사장에 위협을 줄 정도의 지분율이 됐을 겁니다.


조 회장조차 맏딸이 성년후견 신청을 한 뒤 조 이사장을 향해 “저는 딸에게 경영권을 주겠다는 생각은 단 한 순간도 해 본 적이 없다. 제 딸은 회사의 경영에 관여해 본 적이 없고, 가정을 꾸리는 안사람으로서 잘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돈에 관한 문제라면 첫째 딸을 포함해 모든 자식에게 이미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게 살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돈을 증여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죠.


조 이사장의 행보, 과연 무엇을 의도하는 걸까요. 철저하고 치밀하고 정확성을 추구할 것 같은 성격이 만일 맞다면, 그는 이번 조 회장과 조 사장간 거래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본 것 아닐까요. 승계 전쟁으로 비화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으나, 그 이전 문제가 되는게 있다면 해소하고 가는게 형제자매간 오해가 생기지 않는 확실한 방법 아닐까 생각됩니다.


By 에디터 문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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