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갤노트20 울트라', 카메라의 눈물

조회수 2020. 8. 26. 22: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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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카메라, 카메라. 상향 평준화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제조사들이 찾은 답이다. 베젤리스 디자인에 이어 카메라 성능을 강조해 차별화를 꾀하는 전략이 지난 몇 년간 스마트폰 시장의 주된 흐름이다. 급기야 디자인도 카메라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아이폰11’ 시리즈 이후로 카메라 기능을 강조한 ‘인덕션 디자인’이 대세가 됐다. ‘갤럭시노트20 울트라’는 이 같은 기능성 디자인의 극단을 보여준다. 카메라와 카메라와 카메라가 사각형 무대 위에 일렬종대로 헤쳐모여 입체감 있게 ‘투우우욱’ 존재감을 드러낸다.

사람들의 시선도 카메라에 쏠렸다. 후면 전체 면적의 약 6분의 1 가까이 차지하는 넓은 카메라 모듈의 크기에 한 번. 카드 두어 장을 겹쳐도 남는 ‘카툭튀’에 한 번. 태평양 같은 카메라에 사람들의 가슴은 웅장해진다. 문제는 카메라에 쏠린 시선이 제품 전반으로 옮겨가지 않고 카메라에만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갤럭시노트20 울트라에 대한 대부분의 평가가 인상 비평에 그친다. 하지만 갤럭시노트20 울트라는 카메라 디자인만 놓고 얘기하기엔 아까운 제품이다.


단단한 디자인, 모난 카메라


전반적인 디자인은 화려하진 않지만 단단하다. 전작의 요란한 광택 대신 매트한 느낌의 후면 마감으로 지문 없는 편안함을 제공한다. ‘갤럭시노트 엣지’에서 시작된 전면의 엣지 디자인은 완전히 자리 잡은 모양새다. 사용성 측면에서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만, 미학적인 측면에서 다른 스마트폰과 갤럭시를 구분 짓는 요소가 됐다. 애플이 3년째 같은 디자인을 고수하는 모습과 달리 삼성은 방망이 깎던 노인처럼 꾸준히 베젤을 깎아냈다. 전면 카메라가 들어가는 구멍도 더욱 작아졌다.

‘갤럭시노트20 울트라'(왼쪽)와 ‘아이폰11 프로’의 베젤 차이

카메라는 미니멀한 디자인에 혹처럼 붙었다. 왜 이런 디자인이 나왔을까. 카메라를 차별화 포인트로 삼은 탓이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단순히 스마트폰만 판매하지 않는다. 모바일 이미지센서 시장 1위를 노리는 삼성에게 자사의 플래그십폰은 최신 카메라 기술을 선보일 좋은 전시장이다. 카메라가 더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김윤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시니어 디자이너는 갤럭시노트20 홍보 영상을 통해 “카메라 디테일에 있어서 더 정교하게 완성도를 높이고자 했는데, 노트다운 고성능 카메라 표현을 히든시키는 방식보다는 성능 자체를 디자인적인 요소로 승화시키고 고급감을 더하는 방향이 조화롭다고 생각했다”라며 “정교하고 디테일한 금속 가공을 통해 각각의 카메라가 돋보일 수 있도록 했고, 그와 동시에 요소마다 금속 가공 기법에 차이를 둬서 전체적으로 어우러짐을 만들었다”라고 밝혔다.

인덕션 디자인으로 놀림받던 ‘아이폰11 프로’보다 훨씬 ‘카툭튀’가 심하다.

하지만 카메라는 전체 디자인에 어우러지지 않고 사람들의 시선을 옭아맨다. 카메라로 시선이 집중된 결과 갤럭시노트20 울트라의 다른 기능적 디테일은 쉬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 결로 현상이 부각됐다. 카메라도 울고 사람들도 울었다.


울트라한 하드웨어


노트20 울트라는 울트라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성능을 갖췄다. 6.9인치 WQHD 플러스 해상도(3088×1440) 다이내믹 AMOLED 2X 디스플레이는 크고 아름답다. 휴대성을 약간 포기하면 눈이 편해진다. 초창기 과장된 색감으로 욕먹던 OLED가 맞나 싶을 정도로 정확한 색 표현력을 보여준다. 또 코닝의 최신 강화 유리 기술 ‘빅투스’를 적용해 내구성을 개선했다. 코닝에 따르면 빅투스는 최고 2미터 높이에서 떨어트려도 파손되지 않는다. 실제 일부 유튜버는 실험을 통해 이를 입증했다.


또한, ‘갤럭시S20’ 시리즈에 적용됐던 120Hz 재생률(주사율)을 그대로 가져와 부드러운 화면을 보여준다. 화면 재생률은 1초에 얼마나 많은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지 나타내는 수치다. 현재 휴대용 기기에 사용되는 디스플레이는 대개 60Hz의 화면 재생률을 갖추고 있다. 초당 60개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식이다. 재생률이 늘어나면 그만큼 화면이 부드럽게 보인다.

아쉬운 부분은 갤럭시S20의 120Hz 화면 제약 조건도 그대로 가져왔다는 점이다. 디스플레이가 지원하는 최고 해상도인 WQHD 플러스(3088×1440)에서는 작동하지 않고 그 아래 해상도로 설정해야 쓸 수 있다. 전력 소모 문제 때문이지만, 이용자는 고해상도냐 부드러운 화면이냐 선택의 기로에 선다.

나머지 스펙도 훌륭하다. 똑똑한 퀄컴 스냅드래곤865 플러스, 멀티태스킹에 부족함 없는 12GB 램, 이제는 자리 잡은 화면 내장형 초음파 지문인식, 25W 초고속 충전, 무선 충전 지원, IP68 방수 성능 등등. 4500mAh 배터리는 온갖 사진과 영상을 찍어대며 인스타를 벌레처럼 하는 내게도 온종일 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 밖에도 ‘아이폰11’ 시리즈에 들어간 UWB(Ultra Wideband, 초광대역통신) 기술이 적용돼 파일 공유, 디지털 열쇠 등 각종 편의 기능을 제공한다.


부각할 만한 카메라 성능


카메라 성능은 부각할 만했다. 마치 “미안하다 이거 보여주려고 어그로 끌었다”라고 말하듯. 모듈이 큰 만큼 제 성능을 낸다. 갤럭시노트20 울트라에는 ▲1억800만 광각(F1.8) ▲1200만 망원(F3.0) ▲1200만 초광각(F2.2) 카메라가 탑재됐다. 잠망경 방식으로 5배 광학 줌을 제공하며, AI 기반 기술을 결합해 최대 50배 줌을 지원한다. 100배 줌을 제공했던 ‘갤럭시S20 울트라’보다는 낮은 사양이지만 ToF 카메라 대신 레이저 AF를 탑재하는 등 카메라 메커니즘에 변화를 줬다. 이전보다 정교한 아웃포커싱을 제공하는 느낌이다.

실제 결과물들은 꽤 그럴싸했다. 듀얼 카메라 시대가 열리면서 스마트폰에서도 피사체에 초점을 집중시키고 배경을 흐리는 아웃포커싱 기능을 제공하고 있지만 아직 정교하지 않다. 유리잔처럼 피사체의 경계가 불분명할 때 대개의 스마트폰은 잔째로 날린다. ‘아이폰11 프로’도 유리잔을 뚜렷하게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노트20 울트라는 유리잔의 경계도 선명하게 잘 포착했다.

50배 줌은 여전히 애매하다. 윤곽이 뚜렷한 피사체는 AI 기반 프로세싱 기술로 제법 선명하게 잡아주지만, 그렇지 않은 대개의 사물은 형체가 와해된다. 물론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나은 기능으로, 15배 줌 정도까지는 괜찮은 사진을 뽑아준다. 저조도에서 야간 사진 모드는 아이폰11 프로보다 더 나은 결과물을 보여주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사진에는 ‘K-감성’이 담겼다. 갤럭시 시리즈 특성대로 자연스럽기보다는 약간 과장된 느낌이 든다. 포토샵으로 ‘샤픈’을 몇 방 넣고 채도를 좀 올린 느낌이다. 전면 카메라는 얼굴에 ‘뽀샤시’ 효과가 기본 탑재됐다. 그래도 한국인인 나는 뽀얘진 내 얼굴에 기분이 좋았다.

새로운 마법 없지만 기본기 탄탄한 S펜


S펜은 전작처럼 ‘마법봉’같은 기능을 크게 강조하진 않았다. S펜의 움직임을 인식해 원격으로 갤럭시노트를 조작할 수 있는 ‘에어 액션’ 기능 동작이 조금 늘었다. S펜의 버튼을 누른 채 왼쪽으로 꺽쇠를 그리면 뒤로 가기, 지그재그로 그리면 캡처 후 쓰기를 할 수 있다.

대신 실용성에 집중했다. 전작 대비 80% 빨라진 9ms 수준의 응답 지연시간을 갖췄다. 이를 통해 보다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필기감을 제공한다. 실제 ‘갤럭시노트10’을 옆에 놓고 비교했을 때 향상된 필기감을 체감할 수 있었다. 어머니께 잠깐 쥐여 드리자 장미꽃 한 송이를 슥슥 놓고 가셨다.

개선된 ‘삼성 노트’ 앱도 S펜과 찰떡이다. PDF 파일을 불러와 S펜으로 메모할 수 있고, 메모를 PDF나 워드, PPT 파일로 내보낼 수도 있다. 삐뚠 각도로 글씨를 써도 자동으로 수평을 맞춰준다.


또 이번 갤럭시노트20 울트라는 왼손잡이를 존중한다. 제품을 전면으로 놓았을 때 S펜 꽂이가 왼쪽으로 옮겨가 오른손보다는 왼손으로 S펜을 빼낼 때 자연스럽다. 물론 통계학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른손잡이일 확률이 높다. 나도 그렇다. 불편했다는 얘기다. 바닥에 놓고 필기를 할 때도 모난 카메라 때문에 덜그럭 거려서 불편하다

갤럭시노트 시리즈는 큰 화면과 S펜을 통해 차별화를 꾀한 제품이다. 갤럭시노트20 시리즈마저 굳이 카메라를 강조할 필요가 있었을까. 이번 S펜은 신기한 기능보다는 기본기에 집중한 모습이다. 마법봉을 앞세운 전작처럼 눈에 띄는 업데이트는 없지만, 실제 사용성은 더 좋아졌다. S펜의 경험을 넓히는 일이 갤럭시노트 시리즈가 가야 할 길이다. 사람들의 시선이 가야 할 곳은 카메라가 아니라 S펜이 아니었을까.

장점


훌륭한 퍼포먼스

내세울 만한 카메라 성능

역대급 S펜

부드러운 화면


단점


안구에 습기 차는 ‘카투우욱튀’

여전히 FHD까지만 지원하는 120Hz

울트라한 가격

빅스비


추천 대상


펜 없이 못 사는 필기 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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