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IN] 게임업계가 '여혐'을 한다구요?

조회수 2020. 8. 25. 08:5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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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혐오요? 게임업계가요? 지금까지 나온 사건들을 보시면 알겠지만, 일방적인 관점으로 접근한 사례는 한 건도 없습니다. 잘못된 것에 대한 바로 잡음이지, 성별 따라 차별하거나 혐오적인 입장을 견지한 것은 아니죠.”

취재중 만난 게임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수년째 게임업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논란’의 진위는 잘못된 것에 대한 바로 잡음이지 성차별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젠더 갈등을 촉발시킨 사건들 역시 잘못된 사항을 수정 및 개선한 것일뿐 혐오나 차별은 아니라는 것.


언제부터 있었나요 그 혐오가?


최근 게임업계의 여성 혐오 및 차별 내용을 들여다 보면 마치 수십년째 이어져 온 관행처럼 보이지만 햇수로는 5년이 채 되지 않았다. 물론 기간을 떠나 혐오와 차별이 존재한다면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 그러나 ‘급진적 페미니즘 커뮤니티’가 만들어진 후, 젠더 갈등이 불붙기 시작한 것은 과연 우연일까.

게임업계의 여성 혐오 및 차별의 효시로 꼽히는 ‘클로저스 성우 교체’ 논란의 발단은 메갈리아 후원 티셔츠 사건이다. 2016년 당시 클로저스 캐릭터 ‘티나’ 역을 맡은 성우 김자연씨는 메갈리아에서 후원하는 티셔츠를 입고 인증샷을 SNS에 게재했다가 유저들의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유저들의 항의에 서비스사인 넥슨 내부에서는 심사숙고 끝에 해당 캐릭터의 성우를 교체하는 작업을 단행한다. 이 과정에서 김자연 성우와 넥슨간 의견 조율이 있었고, 당사자의 사과가 이어졌다.


김자연 성우는 “섣부른 판단으로 제작사와 퍼블리셔에 큰 상처를 드렸다”며 “이번 일로 회사 측이 많이 배려해주셨고 그에 상응하는 정당한 대가를 받았으니 부당해고라는 표현은 삼가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지만 이 부분은 받아들이지 않은 채 특정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여성 혐오 프레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명일방주 축전 일러스트 삭제, 크로노아크 일러스트레이터 퇴출, 가디언테일즈 내 게임 대사 수정 등 올해까지 관련 이슈가 줄줄이 이어졌다. 게임 이용의 주축인 ‘남성 이용자’를 위해 소수인 ‘여성’이 희생당했다는 일관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다. 공교롭게도 2015년 8월 디시인사이드 ‘메르스 갤러리’에서 파생된 ‘메갈리아’ 갤러리가 탄생한 이후다. 그 이전에 있던 여성 혐오 사례를 들어 성차별을 당한다는 주장은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


오히려 그 직전 시기 게임업계는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 리스크’로 홍역을 앓았다. 일베에서 표현하는 사용을 게임 시스템에 사용하거나 고 노무현 대통령을 희화화한 이미지를 차용한 개발자를 전격 해고하는 등 자체적인 정화 작업에 나섰다.


2015년 ‘던전앤파이터’는 유저 혜택 보상 가운데 ‘단진’의 이벤트 의상, 떨어지는 위치, 5월 23일과 64개 칭호를 뜻하는 의미가 고 노무현 대통령과 연관돼 네오플 대표가 사과문을 작성한 바 있다.


같은 해 12월 출시된 ‘이터널 클래시’는 게임 내 시스템에 ‘낡은 역사서를 교정하는 중’이라는 메시지와 더불어 챕터 4-19 반란 진압, 챕터 5-18 폭동, 챕터 5-19 눈물의 집행, 챕터 5-23 산 자와 죽은 자 등 스테이지별로 4·19 혁명, 5·18 광주민주화운동, 5·23 노무현 대통령 서거일 등을 비꼰듯한 표현으로 물의를 빚었다.


특히 이터널 클래시의 경우 대표 및 관련 직원 사퇴로 이어진 후 게임마저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일베 출신 개발자 등 직원을 미리 검증하는 관행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일부 페미니즘 커뮤니티에서 주장하는 사상 검증 역시 성별을 떠나 반사회적인 행동을 막기 위한 조치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젠더 갈등이 아니라 그름을 바꾸는 것


기업 비즈니스적인 관점을 떠나 전체 게임 이용자 비율 면에서 남성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여성 이용자의 비율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데다 여성향 게임도 꾸준하게 개발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발간한 ‘2020 게임이용자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게임 이용자를 남성 집단으로만 한정하는 것이 얼마나 어불성설인지 알 수 있다.


실태조사에서 PC게임 이용률은 남성이 53.3%인 반면 여성의 경우 29.5%에 그친다. 반면 모바일게임 이용률은 남성이 63.7%로 여성(64.7%)에 비해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모바일게임 이용률이 91.1%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 것을 감안하면 현 상황에서 게임 이용자 비중을 남녀로 단정짓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

출처: /사진=2020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 갈무리
2020 모바일 게임 이용률

문제는 성별 갈등 프레임을 조장하는 일부 세력들이다. 혐오나 차별을 주장하는 ‘관련 커뮤니티’는 성별에 관계없이 게임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불안요소다. 유저 피드백을 한 성별만의 의견으로 규정하고, 그에 굴복하는 이미지로 몰아가는 프레임에 게임 산업과 게이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만 양산되고 있다. MMORPG, 캐주얼, 슈팅, 스포츠, MOBA(적진 파괴 장르), 전략,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장르 안에 남녀 구분없이 다양한 유저들이 공존하는 상황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단편적인 사례들로 여성에 대한 성차별을 주장하는 의견이 있는데 정작 유저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게임은 재미로 즐기는 것이지 정치·사상적 편 가르기를 위한 것이 아니다. 보다 많은 사람이 즐기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게임사의 경우 많은 유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공통적인 피드백을 참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By 리포터 채성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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