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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스]'50% 점유율' CJ대한통운 택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회수 2020. 8. 22. 23: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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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출처: CJ대한통운 보도자료
CJ대한통운 보도자료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온 사회를 휩쓸며 ‘언택트’ 소비가 급증하고 요즘 조용히 웃고 있는 회사가 있습니다. CJ대한통운입니다. CJ대한통운은 우리가 온라인으로 집에서 간편하게 생활용품을 주문할 때 그 물량의 절반을 배달해주는, 이번 팬데믹(대유행) 시국에서 국내 택배시장 점유율 50%를 넘긴(50.4%) 기업입니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냐고요? 2가지가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과반을 넘긴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탄생하는 과정에서 소규모 택배 사업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 미래 시점에서 독점에 따른 소비자 피해 가능성은 없는 지 등입니다.

출처: 각사 반기보고서

국내 상위 5개 로지스틱스(Logistics;물류유통) 업체의 상반기 매출액(이하 별도 재무제표 기준)은 CJ대한통운·롯데글로벌로지스·한진·로젠·우체국택배 순으로 3조3422억원·1조1273억원·9354억원·4427억원(비상장, 2019년 기준)·4397억원(2017년 기준, 이후 공개 안함)입니다. 매출액 중 택배업 매출액만 뽑아보면 1조5077억원·4385억원·4765억원·4427억원(비상장, 2019년 기준)·4397억원(2017년 기준, 이후 공개 안함)입니다.


CJ대한통운이 나머지 2~5위 업체 모두의 매출을 합한 규모의 택배업 매출을 올리는 셈이죠.

CJ대한통운이 이렇게 잘 나가는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의사결정이 늘 빨랐습니다. 벌써 9년이 지났네요. CJ그룹은 2011년말 대한통운을 인수했고 2013년 CJ GLS라는 물류업체와 합병시켰습니다. 물류센터 등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 지금의 위치에 남보다 빠르게 오를 수 있었습니다. 반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롯데그룹이 2016년에서야 인수한 현대로지스틱스를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롯데로지스틱스와 합병시켜 탄생했습니다. 한진은 택배업에서 전통의 강자이지만 그룹 자금난과 투자 지연으로 이제서야 유상증자(1000억원)를 하는 등 택배업 확장을 시도하고 있죠.


B2B 영업에도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택배업은 물동량 변동성이 매우 큰 업종입니다. 의류업을 예로 들면 특정 업체에서 이벤트가 이뤄지면 평소보다 20배 가량 택배물량이 급증합니다. 이 물량을 안정적으로 처리해야 의류 제조 및 판매 업체와 계약이 유지됩니다. CJ대한통운이 자랑으로 내세우는 ‘다회전 배송구조’와 ‘e풀필먼트 서비스’, 그리고 ‘직영조직’ 등은 이를 가능하게 합니다. B2B 분야에서 선호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이죠.

예를 들어 지난해 ‘보이콧 재팬’ 운동이 한참 일었을때 유니클로의 온라인 배송을 맡았던 업체가 CJ대한통운입니다. 택배노조가 유니클로 배송을 거부했음에도 CJ대한통운은 자체적으로 보유한 직영조직이 있어 안정적으로 배송했습니다.


잘 나가는데는 늘 책임이 따릅니다. 독점적 시장 지위가 강화될수록 생각하지 못했던 피해자가 발생하게 됩니다.


택배비 인상이 대표적입니다. CJ대한통운은 올해 초 1992년 이후 처음으로 택배비를 인상했습니다. 택배비는 지난 20여년간 경쟁 격화로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죠. 1990년대초 5000원이던 건당 택배비는 지난해말 2500원 수준이었습니다. 이 당시엔 CJ대한통운과 같은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없었습니다.


물론 물가 상승률과 과도한 택배노동자의 노동시간을 감안하면 오를때도 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의 택배비 인상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획득하게 되는 시점부터 이뤄졌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CJ대한통운)가 생기게 되면 가격 결정력을 갖게 되고 주변 사업자(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 등)와 독과점적 시장 구조를 만들기가 용이해 집니다. 과반의 점유율은 그럴 위험을 충분히 가져다주는 힘이죠.

공정거래위원회는 그래서 1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3개 이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75%이상인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조)하고 시장지배적지위가 남용되지는 않는지 조사를 합니다. 남용 행위는 가격남용, 출고조절, 사업활동 방해, 진입제한, 경쟁사업자 배제 또는 소비자 이익 저해 등 5개 유형입니다.


CJ대한통운이 이 법에 저촉하는 행위를 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온라인 택배 수요가 폭증하는 요즘, 이제는 CJ대한통운의 과반 점유율 지위를 한번쯤 돌아봐야 할 시점이 왔다는 겁니다.


CJ대한통운은 시장지배적 지위 때문에 문제가 된 적은 없는데 다른 운송용역 업체와 담합 행위를 해 공정위 제재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택배연대노조)이 자주 CJ대한통운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가 있습니다. 택배연대노조는 올해 초 단체 교섭을 요구하며 CJ대한통운을 향해 “택배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장시간 노동시간문제, 분류작업 개선문제, 실질적 임금문제, 택배노동자의 건강과 안전문제 등 대부분의 열쇠는 CJ대한통운이 쥐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미 택배노동자들에게 CJ대한통운은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돼 있었던 것입니다.


By 에디터 문병선

mrmoon@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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