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롯데칠성음료-롯데지주'의 이상한 자본거래

조회수 2020. 8. 23. 05: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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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출처: 롯데칠성음료 홈페이지
롯데칠성음료 대전 공장

롯데칠성음료가 3년전 그룹 지주회사 출범을 위해 롯데지주에 넘겼던 자회사를 다시 자회사로 넘겨받는 자본거래가 최근 단행됐습니다. 대주주 일가를 위해 계열사들이 의도적으로 매출지원을 해 가치를 부풀렸다는, 일명 ‘통행세’ 논란을 일으켰던 엠제이에이와인(MJA와인)도 이번 거래에 포함됐습니다.


총 4건의 자본거래, 금액으로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모두 더해 약 104억 정도 됩니다. 이 거래가 주목되는 이유는 거래 가격도 다소 이상해 보이는데다가 굳이 왜 이 시점에 해외 주류 및 음료 판매망 자회사를 롯데칠성음료로 일원화하는 것인지 궁금함이 일기 때문입니다. 롯데칠성음료는 신격호 창업주 지분 상속 이후 롯데지주가 1대 주주,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재단과 함께 2대주주로 올라있는 곳입니다.


매매가 된 총 4곳의 기업은 롯데베버리지미국(LOTTE Beverage America Corp.), 롯데베버리지홀딩스싱가포르(LOTTE Beverage Holdings(Singapore) Pte.Ltd.), 낙천주업(북경)유한공사, 엠제이에이와인주식회사 입니다. 각각 67억8900만원, 4억9000만원, 19억8100만원, 12억15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2017년 롯데칠성음료가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푸드와 함께 분할합병하며 롯데지주를 탄생했을 때 매겨진 거래 가격과 비교해보겠습니다. 당시 공시된 ‘주요사항보고서 내 외부평가기관(한영회계법인)의 평가의견서’에 따르면 롯데베버리지미국(LOTTE Beverage America Corp.)의 주주가치는 31억3100만원, 롯데베버리지홀딩스싱가포르(LOTTE Beverage Holdings(Singapore) Pte.Ltd.)는 311억4800만원이었습니다. 낙천주업(북경)유한공사와 엠제이에이와인주식회사의 평가 결과는 별도로 표시하지 않았습니다.


공개된 두 곳의 주주가치만 봐도 지난 19일 거래된 거래 금액과 큰 차이를 보이죠. 2017년 분할합병 당시 평가된 순자산가액을 보면 차이가 더 큽니다. 순서대로 16억여원, 963억여원, 마이너스(-)2억여원, 15억여원 입니다. 모두 더하면 1000억원보다 조금 적은 수준입니다. 약 10배의 차이가 나네요.

이 4곳을 포함한 롯데칠성음료 투자사업부문의 본질가치는 2017년 당시 주당 179만9889원으로 평가됐습니다. 주당 합병비율은 롯데제과 투자사업부문을 1로 했을때 롯데칠성음료 투자사업부문의 비율이 무려 23.1952826으로 평가됐구요. 분할합병비율은 롯데제과(1)를 기준으로 8.2090285로 결정됐었습니다.


당시는 4곳의 회사가 분할합병해 그룹 지주회사를 탄생시켜야 했던 상황입니다. 롯데칠성음료 주식가치가 고평가될수록 분할합병에 따른 대주주 일가의 지분희석화 현상을 막을 수 있었던 상황입니다.


그 후 3년만에 다시 사온 이들 4곳의 계열사 가격은 고작 104억원 가량입니다. 3년간 4곳의 기업은 얼마나 큰 변화를 겪은 걸까요. 글로벌 주류 및 음료 판매 사업의 변동성이 커 실적이 요동칠 수는 있겠죠.

이보다 더 관심이 가는 대목은 롯데칠성음료가 3년만에 왜 이 기업들을 롯데지주로부터 다시 사왔는지, 그 배경입니다. 배경의 정점엔 ‘신영자’라는, 한동안 롯데그룹에서 잊혀져 있던 인물이 저 멀리서 아련히 보입니다.


우선 시점이 묘합니다. 신격호 창업주가 남긴 상속재산의 상속이 끝나자 마자 입니다. 상속 절차는 피상속인간 합의에 따라 7월말 종료됐습니다. 그리고 이번 계열사 자본거래는 상속이 종료된 지 보름도 지나지 않아 단행됐습니다.


3년전 롯데칠성음료·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푸드가 분할합병해 롯데지주를 탄생시켰을 때 거래됐던 계열사 중 주주현황에 변화가 생긴 건 이번이 처음으로 보입니다. 롯데칠성음료가 밝힌 표면적 이유는 “지배력 강화 및 경영 효율성 제고” 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롯데베버리지미국(LOTTE Beverage America Corp.)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교민을 상대로 주류를 판매하는 회사이고, 롯데베버리지홀딩스싱가포르(LOTTE Beverage Holdings(Singapore) Pte.Ltd.)는 미얀마에서 탄산 및 생수를 제조해 판매하는 롯데엠지에스베버리지미얀마(Lotte MGS Beverage(Myanmar) Co., Ltd.)를 소유한 특수목적법인입니다. 낙천주업(북경)유한공사와 엠제이에이와인주식회사는 각각 중국 및 한국에서 특정 주류를 판매합니다. 따라서 경영 효율성 차원에서 롯데칠성음료 자회사로 있는게 더 낫습니다.


하지만 롯데칠성음료 주주현황 변화를 보면 다른 생각도 하게 됩니다.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지분율은 상속 후 3.09%가 됐고,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롯데장학재단이 보유한 롯데칠성음료 지분과 더하면 2대주주 위치입니다.


신영자 이사장은 예전부터 유독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죠. 동생인 신동주·동빈 형제가 가지고 있지 않던 롯데제과 및 롯데칠성음료 지분을 예전부터 가지고 있었고 안팔았지요.


이 모든 거래의 답은 대주주 일가만이 알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롯데의 변화, 신격호 창업주 재산 상속 이후 롯데의 변화, 계속 주목해야 할 이슈 아닐까요.


By 에디터 문병선

mrmoon@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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