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화물 호황'은 거짓말?
‘가짜 뉴스’ 하나가 항공업을 바라보는 시선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화물 호황’으로 올해 2분기에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는 뉴스입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항공화물 사업은 죽을 쑤고 있었습니다. 두 양대 국적항공사FSC)의 실적 개선은 ‘화물 호황’ 때문이 아니라 ‘화물 운송 단가 상승’ 때문입니다. 또 쥐어 짜고 쥐어 짜 감소시킨 ‘판매관리비 절감’ 영향과 여기에 외화환산이익이 급증, 항공사가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환율 효과’가 더해진 결과입니다.
혹 항공주에 투자하시는 분이라면 항공사의 미래에 ‘장밋빛’ 전망을 품지 않았으면 합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확연합니다. 2020년 상반기 대한항공의 화물수송 실적은 5만8951톤으로 전년 상반기 대비 49.14% 급감합니다. 아시아나항공은 조금 나았습니다. 5만4462톤으로 30.99% 감소합니다. 양사간 큰 차이를 보이던 화물수송 규모가 거의 엇비슷해진게 눈에 띄죠.
‘화물 호황’이라는 단어가 무색합니다. 거의 반토막난 수송실적을 두고 ‘호황’이라는 단어를 쓰지는 않죠.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보면 대부분의 기사가 ‘호황’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발표한 단어가 아니냐고요? 두 회사의 2020년 2분기 실적 자료엔 어디에도 ‘호황’이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습니다. 실적 자료에서 대한항공은 ‘화물 영업수익 증가’라고 표현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은 ‘화물 실적개선’이라고 했습니다. ‘실적이 그냥 좋아졌다’는 표현이지 항공화물 사업이 호황을 맞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왜 호황이라는 단어가 등장해 투자자나 항공업계 관계자들의 시선을 돌렸을까요. 문제의 단초는 두 항공사가 실적을 발표하면서 낸 ‘보도자료’로 보입니다.
대한항공은 “화물사업의 경우 여객기 운항이 급감해 벨리(Belly, 여객기 하부 화물칸) 수송이 어려워졌지만, 철저한 정비 및 점검으로 전년 동기 대비 화물기 가동률을 22% 늘려 공급은 오히려 1.9% 늘어남. 또한 적극적인 수요 유치 노력을 기반으로 수송실적(FTK, Freight Ton Kilometer)은 전년 동기 대비 17.3% 증가함. 화물 부문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94.6%(5,960억원) 늘어난 1조2,259억원을 기록함”라고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은 “화물부문은 여객기 운항 감소로 늘어난 화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화물기 스케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화물기 전세편을 적극 편성했다. 여객기 화물칸을 활용해 화물을 운송하는 ‘벨리 카고(Belly Cargo)’ 영업도 확대해 전체 노선에서 화물부문의 매출이 증가했다. 특히 화물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주, 유럽 노선과 같은 장거리 노선에서 전년동기 대비 2배 이상의 매출이 증가했다”라고 썼습니다.
누가봐도 항공화물 사업이 호황인듯 읽어야 할것 같은 문장입니다.
호황이 아니라면 어떻게 두 항공사가 ‘서프라이즈’ 실적을 낸 걸까요.
두 항공사의 실적에 화물 운송 단가 상승은 큰 힘이 됐습니다. 정확한 단가를 알려주지는 않지만 거의 더블이 됐다고 합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여객기는 물론 화물기도 뜨지 못하자 수요/공급의 법칙에 의해 단가가 급등한거죠.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구조적으로 화물 절대량이 늘어날 수가 없고 화물기도 더 들여올 수 없지만 단가가 뛰어 매출이 늘어난 것”이라며 “일시적 현상으로 봐야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현상으로 보면 안된다”고 조언합니다.
두 항공사가 깜짝 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는 화물 실적보다 오히려 두 항공사 임직원의 피·땀·눈물 때문으로 보는게 더 정확한 것 같습니다. 판관비를 거의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였거든요. 출근하지 못해 백수처럼 지내야하는 항공사 임직원만 수천명에 달합니다. 이번에 낸 깜짝 흑자로 그들의 월급을 혹시 보전해줄까요. 대한항공은 대주주 경영권 방어에만, 아시아나항공은 매각작업에만 올인한 느낌이 듭니다. 임직원들의 생활고는 안중에 없죠. 물론 대주주들의 ‘안녕’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By 에디터 문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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