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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스] 주가 오른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배구조 개선 '키스톤' 될까

조회수 2020. 8. 15. 11:4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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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보험업법 개정안 발의에 세간이 또 한바탕 소란입니다. 삼성의 지배구조와 연관된 이슈이기 때문입니다. 이 법 개정안은 19대 국회 당시인 2014년부터 20대, 21대 국회까지 회기마다 제안되며 논란을 자아냈습니다.


개정안의 골자는 보험사가 가진 다른 회사의 채권·주식을 평가할 때 종전의 ‘취득가액’에서 ‘공정가액’, 즉 시가로 바꾸자는 겁니다. 법을 이렇게 바꾸는 건 IMF의 권고 때문으로, 재무평가를 할 때 금융사의 타 회사 지분을 시가로 평가하는 건 세계적 기준이라 합니다. 우리나라는 IMF 사태 이후 금융업권 모두 법을 속속 바꿨는데 보험사만 유일하게 여기서 빠져 있었습니다.


개정안이 통과, 시행되면 보험사의 자회사 채권과 주식은 시가 기준으로 총자산의 3%를 넘을 수 없게 됩니다. 우리나라 보험사 중 자회사 지분을 시가 기준 3% 이상 가진 곳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단 두 곳 뿐입니다.


이 법이 삼성에 왜 문제가 되는지 보면 이렇습니다. 지난 2분기 기준 삼성생명의 총자산은 310조원이며 여기서 보험업법의 허들이 되는 3%는 9조원입니다. 그런데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의 지분은 8.51%로, 14일 시가총액 기준 29조원에 달합니다. 당장 오늘부터 ‘3%룰’이 적용된다고 가정할 때 삼성생명은 20조원 이상의 삼성전자 지분을 팔아야 하는 셈입니다.


이는 삼성화재도 마찬가지입니다. 삼성전자 지분 1.49%를 쥐고 있는데 이를 시가로 따지면 5조1400억원에 해당합니다. 삼성화재의 총자산이 85조5000억원이고 여기의 3%는 2조5600억원이니, 나머지 2조5800억원어치는 어떻게든 처분해야 합니다.

출처: 사진=케이프투자증권 리포트 갈무리
삼성생명의 주주 현황과 계열사 지배 현황

만약에 이 물량이 그대로 주식시장에 풀린다고 생각해봅시다. 삼성전자 주가가 낮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삼성그룹의 계열사 지배력이 줄어드는 문제도 자아낼 수 있습니다. 20조원을 훌쩍 넘는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그룹 오너 일가가 모두 매입하긴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증권시장에선 삼성물산이 두 회사의 삼성전자 지분을 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등 그룹 특수관계인이 지분의 32.95%를 가진 삼성물산은 삼성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입니다.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은 5.01%에 불과한데, 이들 보험사가 가진 지분을 사들여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같은 해법은 불과 몇 년 전까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삼성전자 지분을 모두 살 만큼 삼성물산의 현금성 자금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43.4%의 지분을 가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재원으로 쓰일 수 있었지만, 시총이 그 정도로 받쳐주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이 삼성그룹에 뜻밖의 변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불과 1년 전 20만원대에서 정체되던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가 최근 80만원 선까지 치고 올라왔기 때문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의약품 위탁생산(CMO) 시설을 갖춘 곳입니다. 이에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생산의 최대 수혜를 볼 곳으로 언급됩니다.

출처: 삼성바이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선의 ‘키스톤’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때 계열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콜옵션 누락 이슈로 휘청거렸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제 시가총액 50조원을 훌쩍 넘어선 상태입니다.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의 시가는 약 22조5000억원까지 올라갔습니다. 삼성생명·화재의 삼성전자 지분 가치와 거의 일치합니다.


삼성생명은 지난 13일 열린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이와 관련된 질문에 “국회 상황을 지켜보고 있고, 어떤 상황이 결정된 게 없다”라면서도 “향후 어떤 일이 일어나도 주주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보험업법 개정이 그룹 지배구조 이슈와 맞물린 만큼 신중 모드를 유지하는 것이겠죠.


보험업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법 시행 후 최대 5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지게 됩니다. 삼성그룹은 그사이 삼성물산의 지주회사 전환 등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열어놓고 지배구조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이며, 자본시장은 그 ‘키스톤’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향후 삼성의 지배구조 변화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By 에디터 이일호

atom@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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