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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IN] "수술 후 여신됐어요"..못 믿을 의료계 뒷광고

조회수 2020. 8. 13. 22: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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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A씨는 지난 여름휴가 때 라식수술을 고민하다 어렵게 병원을 결정했다. 평소 구독하던 유명 유튜버가 한 안과에서 상담부터 수술 진행, 회복까지 겪는 과정을 보고 믿음이 가서 같은 병원으로 예약을 한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터져 나온 뒷광고 파문에 마음이 불편해졌다. A씨는 “자신이 비용을 들여 찍었다고 생각한 영상이 실은 광고였다는 것을 알고 나니 사기를 당한 것처럼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먹방 외에 의료계에도 ‘뒷광고’가 만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유튜버가 할인 또는 무료 수술, 제작비 등의 대가를 받고도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이 파악되면서 누리꾼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뒷광고 논란에 연이어 고개 숙인 유튜버

유튜버 임다의 뒷광고 사과영상

147만 구독자를 보유했던 유튜버 ‘임다’는 라식 수술 영상을 올리면서 유료 광고 사실을 알리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지난 8일 임다는 “지난해 여름 한 병원으로부터 라식 수술 광고를 제안받았다”며 “광고 관계자들 의뢰에 따라 자발적으로 수술을 받는 형식의 광고 영상을 제작했는데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는 영상을 올리고 채널 내 영상을 모두 비공개했다.

워너비보라 유튜브 영상 갈무리

‘금손남친’ 커플로도 잘 알려진 워너비보라(유튜브 구독자 17만명) 역시 뒷광고 논란에 휘말렸다. 렌즈삽입술을 받은지 1년 후를 다룬 브이로그 영상의 댓글에서 그는 “2019년 1월, 지인의 소개로 한 병원을 방문했고 영상을 포스팅하는 조건으로 수술 비용의 일부를 할인받았다”며 “관련해 영상에 고지하지 않은 부분은 명백한 저의 불찰이고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러한 해명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8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도 300만원을 받는다는데 제작비를 따로 안 받은 게 맞느냐”면서 “할인이라는 애매한 말로 넘어가려 하지 말고 (실제 비용을 낸) 결제 내역서를 보여달라”고 따졌다.


◇구독자 8만 유튜버에도 “수술 및 제작비 준다”


현재 유튜브에는 ‘브이로그’ 형식으로 눈, 코 등 각종 부위의 성형수술 과정을 상세히 다루는 영상이 넘쳐난다. 실제 의사 상담부터 수술실에 들어가기 직전과 직후, 회복과정을 비롯해 붓기가 다 빠진 뒤의 모습까지 공개한다. 병원에 대한 정보는 더보기나 댓글 등을 통해 공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불법이다. 의료법 제56조 (의료광고의 금지 등) 1항은 “의료기관 개설자, 의료기관의 장 또는 의료인이 아닌 자는 의료에 관한 광고를 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시청자가 많고 효과도 좋다 보니 영상 업로드를 조건으로 무료 수술과 광고비를 해주겠다는 유혹도 많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약대생 유튜버인 WanderJess 재이는 지난 7일 “지난해 여름 구독자 8만명을 보유했던 제가 한 대형 안과에서 받은 제안이 무료 시력교정술과 영상 제작비 300만원”이라며 “구독자 8만의 유튜버가 받는 제안이 저 정도인데 그 이상의 유튜버, 인스타그래머가 제작비를 하나도 안 받고 영상을 올린다는 것을 믿기 어렵다”고 썼다.


이러한 뒷광고 영상을 보고 실제로 수술을 받은 이들은 ‘사기행위’라며 토로하고 있다. 광고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경우 소비자의 올바른 선택에 혼동을 줄 수 있고, 건강과도 직결되므로 의료계 뒷광고는 다른 분야보다 질이 나쁘다는 평가를 받는다.


폐해는 컸지만 뒷광고를 처벌하기란 쉽지 않았다. 현행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은 광고를 의뢰한 ‘사업주’를 처벌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지만 유튜버는 광고주가 아니므로 규제하기가 어려웠다.


◇‘뒷광고 금지법’ 등 제재 본격화될까


하지만 앞으로는 뒷광고 관행에 철퇴가 떨어질 예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9월 1일부터 경제적 대가를 받은 경우 명확하게 기재토록 하는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 개정안을 시행한다. 이 경우 금전적 지원, 할인, 협찬 등 경제적 이해관계의 내용도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명확하게 표시해야 한다.


국회도 뒷광고에 칼을 뽑았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두관 의원은 11일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뒷광고 금지법’으로 불리는 이번 개정안은 인터넷 유명인이 대가를 받은 것을 고지하지 않고 광고 등의 행위를 하는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처벌 규정을 넣었다.


다만 실제로 광고주로부터 얼마나 대가를 받았는지 밝히는 작업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높게 형성된 인플루언서의 광고비를 고려할 때 1000만원의 과태료가 과연 얼마나 효과를 낼 것인지 의문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하지만 뒷광고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시청자의 목소리도 높은 만큼 계속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용기 의원은 “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의 위장·허위 광고는 이들을 믿고 콘텐츠를 시청하거나 물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이자 시장의 공정거래 환경을 저해하는 행위”라며 “마땅한 제재와 벌칙 수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By 에디터 김명상

terr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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