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꿀키', 그녀만의 요리 비법은?
또각또각 도마 위에서 칼 소리가 난다. 달걀은 톡톡 깨넣고, 보글보글 냄비가 끓는다. 햇볕은 마치 일요일 오후처럼 포근하다. 눈을 감아도 그 따뜻함이 전해지는 것 같을 즈음 요리는 완성된다. 매일 간편히 먹을 만한 일상 요리에서부터 고급 요리, 베이킹까지. 딱히 장르를 가리지 않고 뭐든지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터가 있다. 요리를 하는 사람인데, 아이러니하게도 ‘맛’만 빼고 모든 감각을 전달한다.
크리에이터 꿀키의 영상은 항상 요리를 보고, 듣고,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구독자 수 83만명. 몇 명이 ‘구독’ 버튼을 눌렀느냐가 크리에이터의 영상 능력에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해당 장르의 실력과 비례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꿀키는 조금 다르다. 국내에서는 ‘쿡방(요리하는 방송) 하면 꿀키지’라고 자연스럽게 인식할 만큼 요리면 요리, 영상이면 영상까지 많은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있다.
대학교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고, 첫 직장이었던 화장품 회사에서 디자인 업무를 했던 그가 요리 블로그를 운영하고 이렇게 대형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성장하기까지. 그동안 쌓아왔던 꿀키만의 콘텐츠 철학과 몇 가지 전략을 <블로터>가 직접 들어봤다.
꿀키는 다양한 요리를 프로페셔널하게 만들어내지만, 정작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은 없다. 처음에는 된장찌개도 끓일 줄 모르는 수준이었다. 그래도 자취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늘었다. 거기에 평소 예쁘게 정리해두고 음식을 먹는 취미가 더해지니 점차 콘텐츠라고 할 수 있을 법한 품질이 나오기 시작했다.
“요리가 생각보단 어렵진 않아요. 솔직히 레시피 순서만 따라가면 어느 정도는 되는 거거든요. 거기에 자기가 좋아하는 맛을 더 추가하기 시작하면 좋은 콘텐츠가 되죠.”
듣기에 따라 ‘교과서로 공부했어요’와 비슷한 말이라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꿀키는 기본적인 레시피에 자기만의 맛을 더하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들이고 끊임없이 시도한다. 푸딩 하나를 만들어도 ‘손으로 건드렸을 때 부드러운 느낌’을 살리기 위해 달걀 한 판을 넘게 쓴 적도 있다. 같은 음식을 하더라도 갖고 있는 오븐별로 온도와 시간을 따로 체크해서 가장 맛있는 맛을 이끌어낼 때까지 테스트를 반복한다. 말로는 쉽지만 결코 간단하지 않은 과정이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는 이유는 자신의 영상을 보는 시청자들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다.
꿀키도 모든 사람이 레시피대로 한다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지 않다는 점은 알고 있었다. 사람들이 맛을 내기 어려울 것 같은 요리는 차라리 설명을 덜 적거나 자막을 덜어낸다. ‘따라하지 마세요’라는 암묵적인 신호이자, 실패의 기회를 줄여주고자 하는 나름의 배려다. 쉬운 요리일 경우 오히려 더 많은 정보를 주려고 노력한다. 실제로 간단한 요리들을 따라 하는 시청자가 더 많다고 한다.
필살기는 고기, 치즈, 튀김
반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는 콘텐츠는 고기, 치즈, 튀김이 등장하는 요리다. 3가지가 한꺼번에 있으면 어벤저스급 효과를 낸다. 치즈돈까스가 생각나는 대목이었다. 요리 콘텐츠에서 조회수가 높게 나오는 심리에는 ‘대리만족’이 있다고 했다. 먹고 싶었던 요리나, 과정이 복잡해서 대신 요리해줬으면 좋겠는 요리를 사람들은 많이 본다.
하지만 꿀키는 콘텐츠에 있어서 조회수보다는 자기만족도를 더 중요시한다. 사람들이 많이 보는 영상보다는, 자신의 만족도가 높았던 영상을 더 아끼고 좋아한다. 채널 운영에 대한 자신의 철학이다. 조회수가 많이 나오지 않아도 일종의 포트폴리오를 쌓는 느낌으로 만족도를 높인다. 이런 마음을 가지니 다양하고 과감한 시도도 해볼 수 있었고, 이는 크리에이터 꿀키의 콘텐츠 확장에 도움이 됐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영상은 바질페스토 영상이에요. 제가 바질을 직접 키우고 재배해서 요리까지 하는 과정을 찍었던 건데, 그게 제일 만족도 높은 영상이에요. 꿈꾸는 삶을 딱 담아준 영상이어서요.”
“제일 주력하는 영상 중 하나는 영화 요리예요. 영화 속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콘티도 짜고, 영화에 등장하는 도구들도 최대한 똑같은 걸로 사요. 그래서 시간이 정말 오래 걸리죠. ‘해리포터’ 콘텐츠 같은 경우 구상에 들어간 것부터 하면 6개월 넘게 걸렸어요. 대신 그만큼 애정을 많이 쏟으니 만족도도 높죠.”
비싼 장비가 좋은 영상을 만들진 않는다
꿀키에게 가장 묻고 싶었던 질문은 장비에 대한 부분이었다. 꿀키만의 영상미와 음향을 담아내기 위해선 분명 예사롭지 않은 장비들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인터뷰 자리에 앉자마자 물은 질문이었다. “장비는 뭘 쓰세요?” “그냥 하나로 써요.”
꿀키는 카메라, 삼각대, 마이크 각각 하나씩만 가지고 촬영을 한다고 했다. 원래 쓰던 중고카메라가 너무 오래돼서 중간에 한 번 카메라를 바꾼 것 말고는 장비를 교체한 일도 없다고 한다. 마이크도 최근 많이 쓰는 ASMR용이 아닌 일반 마이크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조명도 없다는 점이다.
“제 영상에서 제일 중요한 게 빛이에요. 채광.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 햇빛이 제 느낌이 아니면 촬영을 안 해요. 제가 좋아하는 따스한 느낌의 햇빛일 때만 촬영을 하죠. 구름이 너무 많아도 구름이 해 사이에 왔다 갔다 하면 빛이 일정하지가 않아서 촬영을 안 해요. 편집이 어려워지거든요.”
꿀키 콘텐츠만의 최고 강점인 영상미의 비결이 ‘햇빛’이었다는 건 신선했다. 햇빛이라는 큰 변수 때문에 촬영 시간도 매번 다르고 때론 오래 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빵을 하나 찍을 때도 크림 만드는 장면, 빵을 굽는 장면, 각각 재료를 합치는 장면 이런 식으로 3일에 걸쳐서 찍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품질에 대한 고집과 정성이 만든 진행 방식이다.
요리 콘텐츠다 보니 영상 안의 색감도 신경을 많이 쓴다. 흔히 ‘플레이팅’이라고 말하는 부분이다. 너무 같은 계열의 색만 있으면 색이 뭉치듯 나올 수도 있다. 실제 눈으로 보고 있는 것과 다른 색으로 카메라가 읽어내기도 한다. 꿀키는 색감 조화를 위해 그걸 깨뜨릴 만한 소품을 주변에 놔둔다. 빨간색이 중심이 되는 요리를 촬영할 때 옆에 초록빛의 화분을 두는 방식이다.
콘텐츠 장르별로 다른 전략을 써라
앞서 사람들이 많이 따라해보는 콘텐츠와 많이 시청하는 콘텐츠에 차이가 있었듯, 꿀키도 장르별로 다른 전략으로 콘텐츠를 업로드한다. 주로 평일에는 디저트, 베이킹 같은 영상을 올린다. 반면 주말에는 간단한 요리 위주로 올린다.
“주말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 뭐 먹지?’라고 생각할 때 메뉴 선택이 도움이 될 수 있는 요리를 올리려고 해요. 간편하게 따라 해보고 먹을 수 있게끔요.”
꿀키 시청자는 요리 영상이라는 특성상 외국인 시청 비중이 높다. 통계치에 의하면 거의 절반 수준이다. 자막이 별로 없기도 하고, 콘텐츠에 대한 설명도 항상 영어로 번역해서 올리기 때문이다. 외국인 시청자들을 위해 신경쓰는 장르는 ‘한식’ 분야다.
“한류 영향 때문인지 한식 요청이 많이 오기도 해요. 그러면 이 음식은 어떤 방법으로 먹는지, 이 음식이 한국 사람들에게 의미하는 게 뭔지를 제시해 주려고 노력하죠.”
한식 콘텐츠는 주로 외국인 시청자들이 본다. 한국 사람들에겐 이미 아는 맛이고 그냥 집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요리지만 그들의 입장에선 그저 신기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한식 콘텐츠는 한글 설명에 비해 영어 설명을 최대한 꼼꼼하게 덧붙이려고 신경쓴다.
자신만의 콘텐츠로 시작해라
꿀키의 트레이드 마크이자 주요 전략은 ‘편안한 영상미’다. 마치 5분짜리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려고 한다. 꿀키는 크리에이터 팁을 전수하면서 본인만의 트레이드 마크를 만들 것을 강조했다. 캐릭터를 만들어서 진행하거나, 오프닝 노래를 만드는 게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어떤 콘텐츠를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저랑 똑같이 요리 콘텐츠에 도전하게 된다고 해도 비슷한 분들이 너무 많다보니 다르게 하는 방법을 많이 고민하셔야 할 거예요.”
자기만의 색깔을 만들어서 남들보다 조금 더 나은 영상을 만드는 것. 꿀키도 아직까지 계속 고민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래에는 요리에 관한 단편영화를 찍는 게 꿈이다. 레시피 뿐만이 아니라 스토리를 담아내는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꿀키는 이렇게 다양한 콘텐츠적인 시도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