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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콘텐츠 플랫폼' 성공 자신하는 세 가지 이유[넘버스]

조회수 2021. 3. 23. 17:4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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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KT가 23일 구현모 대표, 강국현 커스터머 부문 사장 등이 참석한 기자간담회에서 ‘콘텐츠 중심 KT’로 나아가기 위한 비전을 공개했습니다. 최근 설립한 콘텐츠 전문법인 ‘KT 스튜디오지니’를 컨트롤타워로 △개방 △공유 △육성에 집중하는 콘텐츠·미디어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입니다.

출처: (사진=KT)
(왼쪽부터)강국현 커머스 부문 사장, 구현모 KT 대표, 김철연·윤용필 KT 스튜디오지니 공동대표

KT의 미디어·콘텐츠 사업 확대 소식은 그리 놀랍지 않습니다. 2019년 자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올레tv 모바일’을 ‘시즌(Seezn)’이란 이름으로 리브랜딩했고, 2020년 웹툰·웹소설 IP(지적재산권) 기반 사업체 ‘스토리위즈’를 분사했습니다. 그리고 이달 초 신규법인 KT 스튜디오지니까지 설립하면서 미디어 사업 육성 행보는 더욱 뚜렷해졌죠.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일부 의문이 남아 있었습니다. 전통의 통신 사업자 KT가 과연 콘텐츠 사업에서도 성공할 만한 역량을 갖추고 있냐는 거죠. 게다가 넷플릭스, 디즈니 등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들은 이미 1억~2억명 규모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천문학적인 투자를 집행하며 시장을 잠식하고 있습니다. 국내에도 ‘웨이브(Wavee)’나 ‘왓챠’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죠. KT의 시장 진출이 ‘다소 늦었다’는 평가도 나오는 이유입니다. 콘텐츠·플랫폼 사업의 경우 특히 이용자 선점 효과도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이처럼 ‘KT는 왜 콘텐츠 사업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구 대표는 “때가 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020년 KT의 별도 기준 미디어·콘텐츠 매출은 약 3조2000억원 규모입니다. 전체 서비스 부문 매출이 15조원이니 적잖은 비중이죠. 지난 10년간 연평균 사업 성장률도 15%로 준수합니다.


또 KT가 미디어·콘텐츠 사업에서 보이는 자신감의 원천은 고객 규모에 있습니다. KT에 따르면 2020년 11월 기준 IPTV 가입자는 873만명, 케이블TV 스카이라이프 가입자는 257만명, 현재 인수 진행 중인 현대HCN 가입자까지 더하면 전체 규모는 약 1300만명에 달합니다. 숫자만 보면 전국민의 4분의 1이 KT 미디어 플랫폼 고객인 셈이죠.

출처: (자료=KT, 표=블로터)
KT 미디어 플랫폼 가입자 수

반면, KT의 약점은 유통에 집중된 사업 형태였습니다. 콘텐츠 유통 채널은 충분히 보유했지만 자체 콘텐츠 비중은 낮았습니다. 콘텐츠 사업자와 플랫폼 사업자가 다소 분리된 형태로 사업을 영위하던 수년 전만 해도 이는 큰 단점이 아니었습니다만, 지금은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글로벌 OTT ‘넷플릭스’의 등장이 이런 공식을 뒤집어버렸죠. 현재 넷플릭스는 그 자체로 강력한 콘텐츠 유통 플랫폼이자 매년 막대한 수의 독점 오리지널 콘텐츠를 생산하는 제작사입니다. 소비자들은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에 환호했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콘텐츠를 유통만 하는 플랫폼’의 매력은 점차 낮아지고 있습니다.


사실 이는 KT를 비롯한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들이 당면한 위기입니다. 강 사장은 “글로벌 OTT 사업자들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그들이 독점 유통하는 콘텐츠 비중도 커진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콘텐츠 수급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또 2020년 비대면 사회로 접어들며 미디어 콘텐츠 소비량은 전년 대비 약 1.5배 증가했다고 하는데요. 강 사장은 “한번 증가한 콘텐츠 소비 규모는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줄어들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시장 상황과 소비자 성향 변화를 감안할 때 ‘KT가 왜 콘텐츠 사업을 하는가’보다는 ‘KT가 왜 콘텐츠 사업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더 적절한 때에 이르렀다”고 말했습니다. 콘텐츠 역량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는 거죠.

출처: (자료=KT)
KT 그룹 내에서 이뤄지는 콘텐츠 제작·유통 구조도

KT는 상대적으로 시장 내 후발주자임에도 성공 여부에는 낙관적입니다. 강 사장은 세 가지 구체적인 근거를 소개했습니다. 첫째는 KT 그룹이 보유한 안정적인 콘텐츠 유통 구조입니다. 제작과 유통이 분리된 경쟁사들과 달리 KT는 그룹 내에서 모든 제작과 유통이 이뤄질 수 있는 구조입니다. 콘텐츠 제작용 IP는 스토리위즈에서 공급받을 수 있으며 각 콘텐츠는 TV 채널(스카이TV), 올레TV와 스카이라이프를 비롯한 유료방송 플랫폼, 시즌이 포함된 모바일 영역까지 각기 다른 플랫폼 성격에 맞춰 유통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두 번째는 KT의 인공지능(AI) 및 빅데이터 역량입니다. 가령 아무리 재미있는 웹툰 IP라도 영상화했을 때 모두 성공하진 않습니다. 그림과 영상의 콘텐츠 문법이 다르기 때문이죠. 강 사장은 “KT는 1300만명의 유료방송 가입자가 1년 동안 생성하는 7000억개의 시청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를 AI로 분석해 정교한 흥행예측 모델을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KT는 영상을 1초 단위로 나누고 어떤 장면에서 사용자가 유입되고 나가는지 분석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 유통한 콘텐츠의 집중도, OTT 사용 여부 등의 시청 데이터도 충분히 보유하고 있죠. KT는 이를 기반으로 콘텐츠 제작 사전 단계에서 흥행 가능성을 10단계로 구분해 측정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출처: (자료=KT)
KT 미디어 플랫폼 내에선 매월 7000억개의 다양한 시청 빅데이터가 생성된다.

세 번째는 ‘시기’입니다. KT는 콘텐츠 시장에 아직 성장 여력이 있다고 봅니다. 국내외 K(한국형)-콘텐츠 수요가 높아지면서 우수한 감독과 배우, 작품이 다수 발굴되고 있으며 기성 플랫폼들이 이를 모두 수용하기엔 오히려 부족한 상황이란 분석입니다. 나아가 글로벌 OTT와의 계약 과정에서 ‘하청업체’로 전락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중소 콘텐츠 제작사들과도 적극적인 수익·IP 공유를 통해 그들의 시장 진출 기회를 확대한다는 방침입니다.


김철연 KT 스튜디오지니 공동대표는 “KT 플랫폼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독점이나 우선권을 주장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KT가 보유한 원천 IP를 파트너들에게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협업 초기부터 수익이 공유되는 시스템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입니다. 김 대표는 “KT가 콘텐츠 사업에서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자이지만, 덜 가지고 더 나누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함께 젊은 창작자 육성을 위한 공모전 및 멘토링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그들이 KT가 보유한 다수의 미디어 플랫폼 환경을 기반으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그럼 KT 콘텐츠·미디어 사업의 중장기 목표는 무엇일까요? 스튜디오지니를 기업가치 1조원, 즉 ‘유니콘’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먼저 2023년까지 1000개 이상의 원천 IP를 확보하고 30여개 오리지널 콘텐츠 타이틀, 300여개의 에피소드를 제작한다는 방침입니다.


스튜디오지니의 역할도 강화됩니다. 구 대표는 이날 “스튜디오지니는 KT 미디어 사업을 이끄는 컨트롤타워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이에 현장에서는 스튜디오지니의 중간지주사 전환 계획에 대해 묻는 질문도 나왔는데요. 강 사장은 “아직 고민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당장은 지배구조 개편보다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을 우선시하고 추후 스튜디오지니의 작품 라인업이 완성되는 시점에 결정하겠다는 설명입니다.

출처: (사진=KT)
KT 미디어·콘텐츠 플랫폼 사업 비전을 소개하는 구현모 대표

“사실상 중간지주사의 성격으로 운영된다”는 구 대표의 설명도 있었습니다. 시즌 또한 추후 분사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한 만큼, 지배구조 일원화와 신속한 의사결정 확립 차원에서 이들 사업체가 스튜디오지니 아래로 뭉칠 것이란 예측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날 그룹 대표 등 주요 임원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구체적인 투자 규모가 밝혀지지 않은 점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투자금 규모와 콘텐츠 완성도가 반드시 비례하는 건 아닙니다만, 콘텐츠 시장은 많은 돈이 투입될수록 더 고품질의 제작 자원을 활용할 수 있고, 나아가 제작 가능한 콘텐츠의 수도 늘어납니다.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2020년 국내에서만 3331억원의 콘텐츠 예산을 투자했습니다. 올해는 그 두 배 이상인 8400억원이 집행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반면, KT는 투자금을 기준으로 두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작품별 제작 비용이 상이한 만큼, 투자금보단 기한 내에 몇 편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가에 집중한다는 계획입니다. 투자 규모에 대한 유일한 힌트는 강 사장이 “국내 경쟁 업체들 중에선 가장 많은 투자일 것”이란 설명뿐입니다. 현재 KT의 강력한 국내 경쟁사인 SKT ‘웨이브’는 지난해 2023년까지 3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연단위로 보면 약 1000억원 전후인데요. 만약 KT가 이보다 많은 금액을 투자한다고 해도 넷플릭스 등 해외 사업자 투자 규모에는 크게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결국 KT에 남은 과제는 올바른 ‘선택과 집중’을 통해 투자수익률(ROI)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KT가 자랑한 방대한 사용자 데이터, 그리고 이를 분석한 흥행예측 모델이 잘 작동해야 합니다. 부수적으로 기술 기업으로서 KT의 역량도 확인해보는 기회가 될 겁니다.


홀로서기 대신 능력 있는 중소 콘텐츠 제작사와의 협력을 통해 한국형 콘텐츠 제작·유통 역량을 강화한다는 전략도 꽤 실리적인 전략으로 보입니다. 이제 중요한 건 결과로서의 입증인데요. 국내외 미디어 플랫폼 경쟁자들의 성장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는 지금, KT에 주어진 여유는 많지 않습니다. 치밀한 계획과 실행을 통해 내년 이맘때에는 성장 가능성보다 결과에 더 방점을 둔 브리핑 자리가 마련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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