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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배터리 내재화? 불가능에 가깝다①[넘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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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왼쪽부터 허버트 디스 폭스바겐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출처(사진=각사)

테슬라에 이어 폭스바겐이 전기차용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의 관심은 현대차에 쏠리고 있죠. 글로벌 4위인 현대차가 배터리를 직접 생산할 경우 국내외 2차전지 업체와 밸류체인에 지각변동이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차의 전기차 판매량은 2025년까지 약 9배 이상 늘어날 전망인데, 배터리 내재화 전략을 추진할 경우 시장에 미칠 파급력은 상당합니다. 전기차 판매량 글로벌 1위와 2위, 4위의 업체가 배터리를 직접 생산할 경우 ‘전기차 원년’을 준비해 온 배터리 업계는 치명타를 입고요.


그래서 시장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배터리 수직계열화 전망에 관한 다양한 전망과 관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배터리 수직계열화에 대한 계획이 없고, 투자할 여력도 없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업계의 이 같은 분석에는 크게 3가지 이유가 있죠. 첫째 현대차의 유동성이 테슬라와 폭스바겐과 비교해 크게 부족하다는 점 때문입니다. 둘째 국내 재계의 특수성에 비추어 볼 때 ‘상도덕’에 어긋난다는 점도 이유고요. 셋째 배터리 내재화는 사업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테슬라와 폭스바겐은 ‘현금부자’…수율 고려시 재무적 출혈 커


테슬라와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3000GWh, 240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보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실화하면 테슬라는 연간 1억2000만대의 전기차에 탑재할 배터리 캐파(생산능력)를 갖추고, 폭스바겐은 연 960만대의 캐파를 갖게 됩니다. 두 회사 모두 수직계열화를 통해 10년 이내 자사의 배터리 수요를 대부분 직접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요.


이들 회사가 공격적으로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겠다고 밝힌 건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이죠. <블로터>가 테슬라와 폭스바겐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을 들여다 본 결과 테슬라는 193억 달러, 폭스바겐은 339억 달러에 달합니다. 테슬라는 한화 기준 22조원에 달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폭스바겐은 38조원에 달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거죠.

2020년 말 기준 테슬라, 폭스바겐, 현대차 현금성자산 비교.

출처(자료=금융감독원 등)

두 회사의 유동비율은 각각 187.5%, 117.8%였습니다. 통상 기업의 유동비율은 100% 미만일 경우 유동성이 부족한 것으로 봅니다. 폭스바겐의 경우 유동비율이 대단히 높지는 않죠. 그럼에도 두 회사 모두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배터리 내재화를 위한 실탄이 적지 않은 셈입니다. 같은 국가 소속의 유명한 배터리 업체도 별로 없어 국가적으로도 배터리 내재화 전략을 실행할 분위기가 조성돼 있죠.


통상 10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공장을 짓는데 3조원이 투입된다고 합니다. 폭스바겐은 40GWh 규모의 공장 6곳을 유럽에 짓겠다고 밝혔죠. 이 경우 72조원의 설비 투자금이 필요합니다. 사실 폭스바겐 입장에서도 상당한 재무적 출혈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죠.


테슬라의 경우 목표 캐파를 달성하려면 900조원의 투자금을 마련해야 합니다. 다만 테슬라는 2022년까지는 우선 100GWh의 생산 공장을 독일 베를린과 미국 텍사스에 지을 계획이고요. 약 30조원의 투자금이 필요한 듯 합니다. 이 역시 상당한 자금 부담이 따르는 일입니다.


반면 현대차는 배터리를 직접 생산할 정도의 현금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자동차의 별도 기준 현금화 가능 자산(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은 2020년 사업보고서 수치 기준 5조7635억원으로 집계됩니다. 연결 기준 현금화 가능 자산(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은 17조818억원이고요. 현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테슬라나 폭스바겐과 비교하면 보유 현금이 부족해 보이죠.


매년 현금을 버니, 지금 가지고 있는 현금성 자산만 배터리 공장의 재원으로 활용된다고도 볼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배터리 공장의 수율도 생각해야죠. 대략의 소요 자금이 이 정도인데, 이 정도의 자금을 들여서도 수율이 나오지 않으면 막대한 재무적 부담만 진채 배터리 사업을 접어야 할 수도 있는 겁니다.


배터리는 자본집약적 산업입니다. 기업이 설비 투자를 하는 과정에서 금융권과 주주들로부터 자본금을 빌려올 수도 있습니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현대제철의 고로를 짓기 위해 산업은행 등에서 10조원을 빌렸고, 지금도 갚고 있습니다. 배터리를 수직계열화할 경우 고로 건설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자금이 필요해 상당한 재무적 완충능력이 없이는 엄두를 내기 쉽지 않다는게 배터리 사업을 잘 아는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현대차 배터리 직접 생산시 수요 및 투자금. 2025년과 2030년은 전망치.

출처(자료=SNE 리서치 등)

시장조사기관인 SNE 리서치에 따르면 현대차는 2025년 전 세계에서 153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할 전망입니다. 2030년 약 300만대를 판매할 것으로 예상되고요. 해외 시장조사기관인 EV 볼륨즈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전세계에서 17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했습니다. 현재보다 판매수요는 10~30배 가량 늘어나는 것이죠.


이를 고려하면 현대차가 배터리를 직접생산할 경우 2025년까지 38GWh, 2030년까지 75GWh의 배터리 생산공장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는 배터리 1GWh당 전기차 4만여대에 납품할 것으로 예상해 측정한 결과이고요. 현대차가 2025년을 목표로 배터리 생산공장을 짓는다면 약 12조원, 2030년까지 약 21조원이 필요합니다.


배터리 연구개발 인력과 생산인력, 그리고 수율 및 선두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과의 기술 격차까지 고려하면 현대차가 전기차를 직접생산해 거둘 수 있는 실익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재계 3·4위 SK·LG 핵심 사업 겨냥


현대차가 배터리를 직접생산할 경우 SK그룹 및 LG그룹과 대척점에 설 수밖에 없습니다. 2차전지는 두 그룹이 1990년부터 전기차 시대를 맞아 준비한 숙원 사업인데요. 현대차는 자동차를 중심으로 차 부품과 건설업, 철강업에 투자했고, 배터리 산업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현대차가 배터리까지 수직계열화할 경우 재계를 중심으로 거센 비난을 들을 수밖에 없을 듯 합니다. 현재 LG그룹과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를 두고 날선 신경전을 벌이고 있죠. 재계에서는 앞으로 두 그룹이 협력적인 관계를 이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현대차그룹까지 가세할 경우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는 게 재계의 설명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 침해를 두고 소송전과 여론전을 펼치는 사이 폭스바겐그룹은 두 회사에 납품 의뢰한 물량을 CATL과 스웨덴 노스볼트에 주기로 했습니다. 두 회사 모두 글로벌 2위의 납품사를 잃게 됐고요. 그런데 완성차의 배터리 수직계열화 움직임에 현대차까지 편승할 경우 논란은 일파만파로 커질 전망입니다.

왼쪽부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출처(사진=각사)

재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재계에서는 동종 산업을 인수하지 않는다는 일종의 불문율이 깨졌다”며 “그럼에도 현대차그룹이 배터리 사업에 뛰어들 경우 삼성은 물론 SK와 LG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국내에서는 재벌들이 서로의 영역에 침범하지 않는 문화가 있습니다. 대그룹이 동종 사업을 영위하고 있을 경우 M&A를 통해 경쟁 그룹의 회사를 인수합병하지 않는 식으로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입니다. 현대차그룹 역시 과거 삼성그룹이 자동차 사업에 진출하자 직간접적으로 상당한 반발을 했죠.


현대차그룹이 국내 대그룹들의 주력 사업인 배터리 사업에 진출할 경우 ‘수직계열화’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테슬라와 폭스바겐의 경우 자국에 주력 배터리 회사가 없는 반면 국내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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