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PPL 싫으면 투자받지 마"..한국 콘텐츠 괜찮을까

조회수 2021. 3. 15. 18: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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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브랜드 즈하이궈의 ‘차돌박이 돌솥비빔밥’

최근 tvN 주말드라마 ‘빈센조’에 중국산 즉석 비빔밥이 간접광고(PPL)로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모습이다. 이 소식을 접한 중국 누리꾼들은 “중국 PPL이 싫으면 투자를 받지 말라”며 비아냥대고 있다.


대놓고 중국산 비빔밥 노출…누리꾼 비난 이어져


지난 14일 방송된 tvN 주말드라마 ‘빈센조’ 8회에서는 주인공(송중기)이 즉석 비빔밥을 건네받는 장면이 나왔다. 문제는 등장한 제품이 하필 ‘중국산’ 비빔밥이라는 것에 있다.

출처: (tvN 주말드라마 ‘빈센조’ 中)

영상 속 제품에는 한글로 ‘차돌박이 돌솥비빔밥’이라고 적혀 있으나 중국 브랜드가 표기돼 있다. 이 제품은 중국의 유명 즉석식품 브랜드 ‘즈하이궈’가 중국 내수용으로 제작한 것으로, 한국 기업인 청정원이 합작사로 알려졌다.


해당 제품은 현재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징동닷컴 등에서 판매되고 있는데 상품 설명에는 ‘한식 비빔밥’이라고 쓰여 있다. 비빔밥 자체가 고유명사이고 우리의 전통 음식인데 이를 ‘한국식’이라고 표기하는 것 자체가 오류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국가 사람들이 보면 비빔밥을 자칫 중국 음식으로 오해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 브랜드 즈하이궈의 ‘차돌박이 돌솥비빔밥’

국내 누리꾼들은 곧바로 방송국에 항의를 했다. 최근 중국이 한복, 매듭, 김치까지 ‘중국 것’이라고 우기는 상황에서 굳이 중국 기업의 비빔밥을 내보내야 했냐는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마라탕이면 이해라도 하는데 중국산 비빔밥이라니 역사의식도 없나”, “동북공정을 한국에서 거들어주는 꼴”, “이게 바로 매국이다”, “중국 자본이 돈 준다면 나라마저 바칠 기세” 등의 격한 표현이 쏟아졌다.


中 누리꾼 “불쌍해서 투자했더니”…거세지는 중국 자본의 힘

중국 웨이보의 ‘빈센조’ 관련 페이지

이러한 국내 누리꾼의 글은 번역돼 중국 SNS를 통해 알려지며 또 다른 논쟁을 낳고 있다. 14일 중국 누리꾼들은 웨이보 등에 “싫으면 중국의 투자를 받지 마라”, “중국 자본 없으면 아무것도 못 만드는 한국”, “불쌍히 여겨서 투자해도 고마운 줄 모르네”, “받지 마라. 누가 칼 들이대며 투자를 강요했냐” 등의 글을 올리며 조소하고 있다.


현재 중국 자본은 한국 시장에 손을 뻗고 있다. 지난해 중국 텐센트가 JTBC스튜디오에 1000억원을 투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열악한 제작환경에서 해외 자본을 받아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의 경우 단순한 투자에 그치지 않고 작품에 개입할 수 있어 우려되고 있다. “돈 줄 테니 우리 요구를 들어달라”고 할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이다.

출처: (픽사베이 제공)

이미 할리우드는 세계 최대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 시장의 눈치를 보고 문제 될 부분을 자체 검열하고 있다. 이제는 아예 중국 정부의 검열관을 초청해 조언을 듣는 단계에 이르렀다. 미국 할리우드마저 중국 자본에 휘둘리는 상황에서 국내 제작사가 중국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문화·인권 관련 비영리단체 펜아메리카는 지난해 발표한 ‘할리우드에서 만들고 베이징이 검열하다‘라는 보고서를 통해 할리우드가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영화 출연진, 플롯, 대본, 세트장 등을 바꾸는‘ 행태를 지적한 바 있다.


한 예로 톰 크루즈 주연 영화 ’탑건’(1986)의 후속작 ‘탑건 : 매버릭’에서는 주인공의 항공 점퍼에 원래 새겨져 있던 대만 국기가 사라진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중국 시장에서 영화 자체가 보이콧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게 아닌가 싶다”고 추정했다.

출처: (tvN 드라마 ‘여신강림’ 中)

한편 tvN 드라마에는 중국 PPL이 여러 차례 등장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한 tvN 드라마 ‘여신강림’에서는 중국 기업의 버스 정류장 광고가 나오거나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중국산 즉석 훠궈를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서 먹는 장면 등이 등장했다. 또한 tvN이 제작한 중국 소설 원작의 ‘철인왕후’는 조선왕조실록을 ‘지라시’로 취급해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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