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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파일 하나에 700억원..'NFT 마법'

조회수 2021. 3. 16. 17: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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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월요일, 주목할 만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나 업계 트렌드를 조명해봅니다.

유명 예술가의 작품이 수십억원에 팔렸다는 이야기는 별로 놀랍지 않습니다. 그런데 디지털 파일로만 존재하는 그림이 수백억원에 팔렸다면 믿을 수 있을까요? 지난 11일 해외 미술품 경매업체 ‘크리스티’에서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Beeple)’의 사진 작품이 무려 6934만달러(약 784억원)에 낙찰돼 화제를 모았습니다. JPG 확장자(X.jpg)를 지닌 디지털 작품이었습니다. 앞서 2일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여자친구이자 유명 싱어송라이터인 그라임스의 동영상 작품 10점이 600만달러(약 67억원)에 낙찰되기도 했죠.


일반적으로 누구나 쉽게 복사할 수 있는 디지털 파일에는 실물 수준의 높은 가치를 매기기 어렵습니다. 희소성이 없기 때문인데요. 그럼에도 비플이나 그라임스의 디지털 작품이 수십억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던 건 바로 바로 NFT(Non 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란 블록체인 기술 덕분입니다.

출처: 자료=크리스티
비플의 다양한 작품을 콜라주한 NFT 예술품 ‘매일: 첫 5000일(Everyday’s-The First 5000 Days)

예술품 거래 시장에서 NFT는 일종의 ‘디지털 증명서’가 될 수 있습니다. NFT는 기본적으로 정보의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토큰(거래할 수 있는 블록체인 파일로 이해하면 쉽습니다)에 ‘유일성’이란 속성까지 부여해 만들어 진 특수 토큰입니다. 같은 블록체인 토큰이지만 NFT로 만들어지지 않은 비트코인처럼 일반 암호화폐의 개당 가치는 늘 동일한데요. 반면, NFT는 모든 토큰이 내부적으로 각기 다른 값을 지닙니다. 따라서 생성 시점과 소유주, 수요에 따라 가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는 같은 100원이라도 한정판으로 단 하나만 만들어진 동전이 있다면 더 높은 부가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게다가 실물 한정판과 달리 디지털 기반의 NFT는 절대로 복제할 수 없어 그 희소성을 완전히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제가 기사에 삽입한 위 사진이 784억원에 낙찰된 비플의 작품입니다. 그러나 저 이미지에는 아무 가치가 없습니다. 작품의 원본 여부와 소유권을 보장해줄 NFT가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NFT는 새로운 기술이 아닙니다. 수년 전부터 존재했고, 최근까지는 주로 게임 분야에서 활용됐습니다. 게임 내에서도 특정 아이템을 NFT로 만들면 무분별한 복사를 막을 수 있고 희소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이 주목받은 겁니다. 한때 유행했던 ‘크립토키티’가 이를 활용한 대표적인 게임이죠. 당시에도 여러 교배를 거쳐 얻을 수 있었던 희귀 NFT 카드는 꽤 비싼 값에 거래되곤 했습니다. 이후 예술품에도 NFT를 적용하는 시도가 이어져왔고 최근 유명인들의 NFT 예술품이 잇따라 비싼 값에 팔리며 널리 알려지게 된 겁니다.


출처: (자료=트위터)
28억원에 낙찰된 잭 도시의 첫 번째 트윗

꼭 예술품이 아니어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난 6일 트위터 창시자 잭 도시가 자신이 15년 전 올린 첫 번째 트윗(지금 내 트위터를 설정했다(just setting up my twttr)’의 NFT 버전을 경매에 내놨는데요. 무려 250만달러(약 28억원)에 낙찰됐습니다. ‘예술’이 아니라 특정 기록에 대한 ‘상징성’이 인정된 사례입니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 보다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와 기록 등이 NFT로 거래되고 보존될 것임을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관련 시장도 빠르게 커지는 중입니다. 시장분석 플랫폼 논펀지블닷컴이 지난 2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전세계 NFT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4배 성장한 2억5000만달러(약 2876억원)를 기록했습니다. NFT 거래용 지갑은 약 2배 증가한 22만2179개를 기록했습니다. 보고서는 나이키, 루이비통, 브라이틀링 등의 명품 브랜드, NBA, MLB, F1, 유럽 축구 같은 스포츠 분야에서도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NFT 카드를 발행하면서 NFT 시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국내 NFT 시장은 해외와 비교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입니다. 이달 중순 미술품 공유경제 플랫폼 피카프로젝트가 국내 최초로 NFT 미술품 경매에 나설 예정이며 게임 개발사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계열사 위메이드트리도 상반기 내에 NFT 거래소를 열 계획이라고 8일 발표했습니다.

출처: 사진=피카프로젝트
피카프로젝트와 작가 마리킴이 판매할 국내 첫 NFT 적용 미술품 (제목:미정)

한편, NFT 거래를 ‘비트코인 거래와 비슷한 또 하나의 투기’라며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습니다. 실제로 디지털 예술품이 수십·수백억원에 거래됐다는 소식에 많은 네티즌들이 ‘거품’이라며 차가운 반응을 보이곤 합니다. 그러나 NFT가 콘텐츠 제작자 및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NFT 시장에 정통한 모 관계자는 <블로터>와의 통화에서 “현재 NFT 작품 가격이 지나치게 고평가되는 건 시장 형성기에 나타난 과도기적 현상”이라며 “일부 투기 움직임도 보이지만 장기적으론 NFT를 활용한 새로운 콘텐츠 마켓의 도래가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전망은 블록체인과 NFT의 특징에 기인합니다. 블록체인은 하나의 기록을 다수가 함께 저장하되 기록에 대한 검증인 역할까지 수행하도록 설계된 기술입니다. 따라서 거래소 없이도 개인 간 1:1 거래가 가능한데, 비트코인 거래에 굳이 은행이란 제3자가 필요 없는 이유입니다. 특히 이 방식의 장점은 거래 수수료가 굉장히 낮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예술가들이 NFT 작품이 직접 발행하게 되면 이들이 갤러리 등 기존 유통채널에 지불하던 막대한 판매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게 됩니다. 또 판로가 넓어지면 더 많은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예술 작품을 접하고 소유할 수도 있게 되죠.


NFT 예술품은 작가에게 지속적인 수익을 안겨줄 수도 있습니다. 블록체인이 지원하는 계약형 코드인 ‘스마트컨트랙’을 활용한면 됩니다. 기존에는 작품이 한번 판매되면 이후 가치가 상승해도 원작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없었는데요. NFT 작품의 경우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작가에게 일부 수익이 분배되도록 설계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NFT에는 다양한 성장 가능성이 잠재돼 있습니다. 어쩌면 일각에서 우려하듯 이 시장도 수년 뒤에는 투기꾼들이 판을 치는 모습으로 변질될지 모르겠는데요. 중요한 건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사용하는 이들의 태도입니다. NFT 만큼은 블록체인 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보다 건강한 콘텐츠 유통 채널을 만드는 데 쓰이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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