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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 물류회사 물적분할, 공정위 규제 피하기 꼼수? [넘버스]

조회수 2021. 3. 12. 14: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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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오뚜기는 사내 비정규직을 줄이고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을 오랜 기간 진행해온 사실이 알려지며 소비자들에게 ‘갓뚜기’라는 칭호를 얻었습니다. 갓뚜기는 신을 뜻하는 ‘갓(GOD)’과 오뚜기의 합성어로, 젊은 세대들이 무언가를 치켜세울 때 ‘갓’을 단어 앞에 붙이는 게 오뚜기에도 적용된 것이죠.


갓뚜기라 불리는 오뚜기에게도 고질적인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높은 내부거래 비중입니다. 오너일가가 소유한 계열사 중 그룹 내부거래를 통해 매출을 일으키는 회사의 숫자가 많습니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것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지만, 자칫 오너일가 사익편취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아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주요 감시 항목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오뚜기의 이러한 내부거래 혹은 일감 몰아주기를 꼼수, 편법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그동안 공정위의 내부거래 주요 타깃은 대기업이었는데요. 2019년부터 중견그룹을 대상으로 내부거래를 조사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히며 오뚜기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내부거래를 줄이거나 규제 대상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아야만 하는 것이죠. 오뚜기는 2017년부터 지주사 전환으로 추측되는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벌이고 있는데, 내부거래 규제도 여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오뚜기 감사보고서 등.
오뚜기물류서비스 주요 지배구조.

이러한 가운데 지난해 작지만 상당히 눈에 띄는 자본거래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기존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로 지목되던 오뚜기물류서비스가 물적분할 후 지주사로 전환한 것인데요. 구체적으로는 기존 오뚜기물류서비스는 ‘오뚜기물류서비스지주’라는 이름의 지주사로 바뀌며 존속법인으로 남았고요. 신설 사업회사인 ‘오뚜기물류서비스’를 떼어내고 지분 100%를 소유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우선 표면적으로 당시 물적분할은 물류사업 확장을 위한 방안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오뚜기물류서비스는 오뚜기와 오뚜기라면 등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총 1261억5200만원 규모의 현물출자를 받았습니다. 오뚜기물류서비스가 기존 사용 중이던 용인물류 외 5개 토지, 부동산 및 구축물 등을 출자를 통해 넘겨 받았습니다. 당시 오뚜기는 오뚜기물류서비스에 대한 현물출자에 대해 물류사업 확장이라는 설명을 내놨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물류사업 확장을 위해서라고만 보기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있습니다. 보통 지주사로 전환하는 경우 그 밑에 달랑 한 개의 회사만 달아놓는 경우는 많지가 않습니다. 게다가 그룹 전체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것도 아닌데, 단순 물류사업 확장만을 위해 자회사를 지주사 전환시킨 것도 선뜻 이해가 가는 방식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번 물적분할을 공정위 내부거래 규제 강화와 연결해 보면 규제를 피하기 위한 꼼수로 보이기도 합니다. 공정위가 지난해 8월 31일 국회에 제출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개정안이 12월 9일 국회 본회의에 의결되며 각종 다양한 규제들이 앞으로 새롭게 적용됩니다.

이중 내부거래 규제가 어떻게 강화되는지 한 번 보시죠. 기존 규정에 따르면 공정위는 총수일가 지분이 상장회사는 30% 이상, 비상장회사는 20% 이상인 경우 규제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그런데 개정 이후에는 상장사건 비상장사건 상관없이 총수일가 지분이 20% 이상인 경우 모두 규제 대상에 포함되죠.


중요한 것은 신설된 항목입니다. 총수일가 보유지분이 20% 이상인 회사가 50% 초과지분을 보유하는 회사도 내부거래 규제 대상에 새롭게 포함된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총수일가가 직접적으로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회사의 자회사까지 규제범위가 넓어진 것이죠.


그렇다면 이번 규제 강화와 오뚜기물류서비스 물적분할과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오뚜기물류서비스는 지난해 말 기준 오뚜기가 87.0%, 오뚜기라면이 12.98%의 지분을 소유해 사실상 함영준 오뚜기그룹 회장 등 오너일가와 직접적인 지분관계는 없습니다. 그러나 공정위가 규제 대상을 총수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회사의 자회사까지 확대하며 규제대상에 포함이 된 것이죠. 함 회장 등 오너일가는 오뚜기 지분 57.16%를 보유해 흔들림 없는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뚜기물류서비스가 지주사로 전환하고 물적분할 신설법인이 세워지며 오뚜기물류서비스는 자연스레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물류 지주사는 투자부문을 담당하는 지주사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다른 그룹 계열사와 직접적인 거래를 하지 않죠. 기존 그룹 계열사간 내부거래는 신설된 사업회사가 대신하는 셈입니다. 어쨌든 표면적으로는 공정위가 강화된 규제 방안을 내놓자 이를 회피하는 방법을 찾은 것으로 보입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내부거래 자체가 문제 있다고 보긴 어렵고 부당한 내부거래에 대해서만 조사하고 규제하고 있다”면서도 “만약 기존 부당한 내부거래가 존재하고 있다면 이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로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출처: 오뚜기물류서비스 감사보고서.

오뚜기물류서비스의 내부거래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한 번 보겠습니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8년 동안 오뚜기물류서비스의 내부거래 비중이 70%를 밑돌았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2017년에는 80%를 초과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꾸준히 하락해 2020년에는 72.9%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내부거래 비중이 상당히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내부거래를 통해 회사 덩치도 상당히 커졌습니다. 10년 전인 2010년 오뚜기물류서비스 자산총액은 450억원 수준이었는데요. 2019년에는 1100억원으로 두 배 넘게 늘어났습니다. 여기에 최근 모회사 현물출자를 통해 2650억원으로 증가했습니다.


오뚜기는 이번 물류서비스 물적분할이 개편 작업의 일환이라는 설명을 내놓고 있는데요. 오뚜기 관계자는 “2016년부터 오너일가의 계열사 지분을 줄이며 개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번 물적분할도 그룹 전체적인 개편작업의 일환이다”고 합니다.


과연 오뚜기물류서비스 지주사 전환이 공정위 내부거래 규제 피하기 꼼수일까요. 아니면 오뚜기 설명처럼 그룹 개편작업의 일환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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