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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파이, 아이유도 무료 플랜도 없는 '답답한' 이유

조회수 2021. 3. 10. 10: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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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파이가 지난 2월 국내에 서비스를 론칭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다만 세간의 반응이 썩 좋진 않았습니다. 세계적으로 서비스되는 광고기반 무료 스트리밍이 지원되지 않았고, 또 미국과 해외 주요국엔 있는 저렴한 가격 정책(패밀리·학생)도 없었기 때문이죠. 여기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지난 1일 합병 전 카카오M)가 유통하는 아티스트의 음원도 없으니, 사용자들의 실망 섞인 목소리가 나왔었습니다.


스포티파이는 “한국 음악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그들이 정확히 무엇 때문에 해외와 다르게 서비스하고 있는지를 수차례 물었지만, 스포티파이 측은 구체적인 답을 꺼내지 않았습니다.


왜 스포티파이는 그들의 상징과도 같은 ‘무료 스트리밍’을 한국에선 뺐을까요. 또 저렴한 패밀리·학생 가격 정책은 왜 없는 걸까요. 카카오엔터 유통 음원은 왜 서비스하지 않은 걸까요. 이를 확인하다 보니 스포티파이가 말하는 ‘한국 음악 시장의 특수성’이라는 다소 모호한 용어의 윤곽이 드러났습니다.

광고기반 무료 스트리밍으로 초점을 맞춰 봅시다. 과거 국내에도 음원 소비자들이 돈을 내지 않고 광고만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서비스가 있었습니다. 바로 2014년 탄생한 ‘비트’와 ‘밀크’입니다.


비트는 ‘미투데이’ 창업자 박수만 대표가 만든 서비스로 시리즈A·B로 총 160억원을 투자받았습니다. 밀크는 삼성전자에서 선보인 서비스죠. 초기 자금력은 확실했습니다. 그런데 두 서비스 모두 몇 년 버티지 못하고 주저앉고 맙니다. 마진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왜 미국에선 되는 서비스가 한국에서 안 될까요. 국내 음원 플랫폼 과금 방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월 정액제입니다. 정해진 액수를 듣고 무제한으로 음악을 스트리밍하는 것이죠. 사용자들이 음악 한 곡을 들으면 플랫폼 사업자들은 회당 4.2원을 저작권자에게 내야 합니다. 그런데 광고기반 무료 스트리밍은 회당 4.56원을 냅니다.

무료 듣기가 정액제보다 저작권료가 더 비싼 겁니다. 사실 그 전까지 7.2원을 내왔던 게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관련 규정을 만들면서 그나마 낮아진 거죠. 이 액수엔 여러 이해관계자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광고기반 무료 스트리밍 사업을 하기엔 쉽지 않은 액수로 보입니다.


해외는 어떨까요. 정확한 데이터는 아니지만 2015년경 스포티파이가 무료 듣기 서비스에 내는 저작권료가 곡당 1.61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스포티파이의 무료 스트리밍 사용자는 2억 명에 달하는데요, 2020년 4분기 스포티파이 재무제표를 보면 이들을 통해 거둔 매출총이익률은 1%입니다.


무료 스트리밍 저작권료가 낮은 미국 스포티파이조차 이익이 안 나는데, 그보다 더 비싸다면 어느 사업자든 버틸 재간이 없을 겁니다. 사업 초기 국내 음원 시장을 바꿀 잠재력을 갖췄다는 말이 나온 비트나 밀크가 사업 3년 만에 모두 실패한 원인입니다.

출처: (사진=트위터 갈무리)
글로벌 스포티파이에 카카오엔터 유통 음원이 스트리밍되지 않자 해시태그를 다는 캠페인이 시작됐다.

지난 1일, 전세계 K팝 팬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일이 생겼습니다. 음원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가 한국 케이팝 곡들을,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3월 1일 합병 전 카카오M)이 유통하는 뮤지션의 앨범 스트리밍을 멈춘 겁니다.


카카오엔터가 음원을 유퉁하는 아티스트는 아이유와 임영웅, (여자)아이들, 마마무 ,장범준, 선미, 현아, 적재, 폴킴 등등이 있습니다. 올해 9주차 가온차트200 기준 카카오M이 유통하는 곡은 총 82곡입니다. 전체의 40.1%를 차지하니 적지 않은 숫자입니다.


양측의 입장 차이가 첨예하지만, 정확히 어떤 이유로 계약이 되고 있지 않은지 그 내막을 알아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업계에선 스포티파이가 지난 2월 국내 서비스 론칭에 앞서 1년 6개월간 카카오엔터와 라이선스 협상을 해왔음에도 합의에 이어지지 못한 게 이번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중단으로 이어졌다는 말이 나오죠.

국내 음악산업계에서 카카오엔터가 가진 특수한 지위에 대한 말도 나옵니다. 카카오엔터는 문화 지적재산권(IP)으로 비즈니스를 벌이죠. 음악산업에선 국내 최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멜론’을 운영하고, 동시에 국내 음원들의 유통을 대행하는 역할을 합니다. 나아가선 계열사·투자사를 통해 음원을 제작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도 갖고 있죠.


세계 최대 음악 플랫폼 스포티파이의 국내 서비스는 그들의 플랫폼 회사로서의 지위에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또 스포티파이는 세계적으로 아티스트가 음원을 등록하고 자신의 프로필을 바꾸며, 사용자들이 본인의 음악을 어떤 식으로 듣는지 알리는 ‘스포티파이 포 아티스트’라는 플랫폼 운영하고 있죠.


이런 플랫폼이 국내에 자리 잡으면 카카오엔터에게는 불리할 겁니다. 당장 플랫폼으로서의 점유율을 뺏길 수 있거니와, 나아가 여러 편의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인해 아티스트의 스포티파이 선호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죠. 카카오엔터가 스포티파이를 견제하는 게 당연하다는 말이 업계에서 나옵니다.

출처: (사진= 각 사 홈페이지 갈무리)
국내 음악시장 수직적 구조의 불합리함은 바른음원협동조합, 바이닐의 탄생이란 반작용으로 들어났다.

안 그래도 국내에선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음원 수익구조의 불합리함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티스트 협동조합 단체인 ‘바른음원 협동조합’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요, 또 음반 제작사 플럭서스 뮤직은 창작자와 실연자에게 수익을 더 분배하는 ‘바이닐’이라는 음원 플랫폼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포티파이가 세계적으론 서비스되는 패밀리·학생 정책을 내지 못하는 것도 “타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 말합니다. 국내 지배적 사업자들이 스포티파이의 저렴한 정책을 좋게 봐주지 못한다는 것이죠. 이 관계자는 “한국의 수직적 음악산업 구조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음악 플랫폼에서 특정 아티스트의 곡을 듣지 못하는 건 해당 아티스트와 팬, 그리고 음악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이해관계자의 피해로 귀결됩니다. 스포티파이 사태로 업체들끼리 이권을 생각하기보단 산업의 대승적 성장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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