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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 생존법'에 비춰본 신세계와 롯데의 차이

조회수 2021. 3. 4. 15: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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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기를 맞고 있는 유통업계의 트렌드를 들여다봅니다.

온라인 쇼핑몰 업체 쿠팡은 물류와 IT를 접목한 사업모델을 내놓으며 유통과 조금이라도 관련 있는 업체들을 ‘이커머스(e-commerce)’ 시장에 모두 끌어들였다. 소프트뱅크의 지원 아래 수조원의 적자를 감수하며 출혈경쟁을 일으키자, 손 놓고 보고만 있을 수 없던 많은 업체들이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했다. 쿠팡이 벌인 전쟁에 사실상 강제 참전당한 셈이다.


폭 넓게 펼쳐진 이커머스 시장 경쟁에서 관심을 끄는 요소 중 하나는 바로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적응력이다.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시장에 과연 적응은 할 수 있을지, 기존 영향력은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는 큰 관심거리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미국에서 아마존의 습격을 잘 받아낸 월마트의 생존전략은 좋은 참고서로 활용될 수 있다. 월마트는 코로나19로 전 세계 오프라인 유통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호실적을 기록하는 저력을 보였다.


월마트의 생존법


월마트가 자사 홈페이지에 공개한 분기별 실적자료를 종합해보면 지난해 전년 대비 개선된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4분기에는 매출액 1521억달러(한화 171조원), 영업이익 55억달러(한화 6조2000억원)를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전년 대비 7.3%, 3.1% 늘었다.


눈에 띄는 것은 매출과 영업이익의 점진적인 성장이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미국 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위기에 처한 것과는 정 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월마트는 지난해 4개 분기 모두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을 모두 늘렸다. 고급 백화점인 니만 마커스가 파산 신청을 하고, J.C. 페니가 파산 보호 신청을 하는 등 다른 대규모 유통 업체들이 하나 둘 쓰러지는 가운데서 낸 성적이다.

출처: 월마트 IR자료.

월마트의 생존 비결로는 발빠른 디지털 전환과 오프라인 채널과 온라인 채널의 융합 등이 꼽힌다. 경영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 안진이 지난해 8월 발간한 ‘Wallmart 4.0(월마트 4.0)’보고서에는 월마트의 위기 대응 핵심 요소가 총 5가지로 정리돼 있다. △디지털 퍼스트 △One 월마트 △오프라인 자산의 새로운 가치 창출 △전략적 제휴 △이커머스 사업 경쟁력 강화 등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월마트가 디지털 전환을 위해 가장 먼저 이커머스 업체들을 잇달아 인수했다. 빠르고 효과적인 전략 수정을 위해 M&A를 선택한 것이다. 2016년 이커머스 스타트업 제트닷컴(Jet.com)을 인수했으며, 2017년에는 슈바이(Shoebuy), 무스조(Moosejaw) 등 온라인 패션몰을 품에 안았다. 특히 2018년에는 인도의 이커머스 플랫폼 플립카트(Flipkart) 지분 77%를 160억 달러에 사들였다.

출처: 딜로이트 안진 월마트 4.0 보고서.
월마트의 주요 이커머스 기업 인수 및 제휴 사례.

이러한 선제적인 투자는 실제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월마트는 지난해 4분기 이커머스 매출을 전년 대비 69%나 끌어올렸다. 또 월마트가 내세우는 익일배송 서비스 ‘넥스트 데이 딜리버리(Next Day Delivery)’는 미국 전역의 75%를 커버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는 총 6100개 지점에서 ‘픽업 앤 딜리버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월마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의 연계를 통한 옴니채널 전략을 통해 디지털 전환을 극대화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주문해 매장에서 픽업하거나, 오프라인 매장 내 디지털 신기술 적용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월마트를 닮고 싶은 신세계


그렇다면 월마트의 생존전략에 비춰 볼 때 국내 대표 유통그룹인 신세계와 롯데는 어떤 행보를 보이고 있을까.


우선 신세계는 2019년 3월 온라인 통합법인 SSG닷컴(SSG.com)을 출범시키며 이커머스 시장 공략을 구체화했다. SSG닷컴은 신세계와 이마트 온라인 사업부를 각각 분할한 뒤 합병해 세운 회사로,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1조원 투자까지 받으며 공격 경영을 예고했다. 신세계는 2023년까지 SSG닷컴 거래액(GMV) 10조원을 목표로 세웠다.


지금까지 SSG닷컴은 양호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자료를 보면 SSG닷컴은 전년 대비 53.3% 증가한 1조294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손익은 469억원 적자를 냈지만 전년 819억원과 비교해서는 적자 규모가 대폭 줄어들었다. 거래액(GMV)은 3조9236억원으로 전년 대비 37% 증가했다. 목표치 10조원 까지 도달하려면 갈 길이 멀지만 성장세 자체는 나쁘지 않다.

출처: 이마트 2020년 4분기 IR자료.

월마트의 전략과 비교해보면 공통점도 많다. 신세계는 올해 중점 추진 전략 중 하나로 ‘On-Off(온오프) 시너지 극대화’를 꼽았다. 월마트처럼 온라인으로 주문한 뒤 매장에서 직접 물건을 찾아가는 픽업 서비스를 백화점에서 시작했으며, 이마트에서도 최근 같은 서비스를 시범운영했다. 다만 아직 ‘시너지’라고 할 만한 눈에 띄는 매출 증대효과는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네이버 사옥에 직접 찾아가 협업을 논의한 것도 비슷하다. 월마트는 지난해 쇼핑몰 운영업체 쇼피파이와 파트너십을 맺고 이커머스 플랫폼 확대를 꾀했다. 제휴를 통해 100만명의 쇼피파이 플랫폼 판매자들이 월마트 고객들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형식이었다. 아직 구체적인 협업 방안이 나오진 않았지만 신세계와 네이버 모두 협업 자체는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오프라인 자산 활용방안도 월마트의 전략과 닮았다. 신세계는 올해 국내 프로야구 구단 SK와이번스를 인수하며 야구장을 라이프스타일 센터로 바꾼다는 계획을 밝혔다. 월마트는 기보유한 오프라인 매장에 의료시설, 드라이브스루 쇼핑센터, 놀이공원 등을 접목해 활용성을 높이고 있다. 이는 넓게 보면 신세계가 스타필드, 테마파크 등을 통해 오프라인 매장의 개념을 확장하겠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다만 M&A 시장에서는 조용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월마트가 빠른 디지털 전환을 위해 다수 업체들을 잇달아 품에 안은 것과는 상당히 대비된다. 쿠팡, 티몬 등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을 인수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긴 했지만 실제 결과물로 나타난 것은 아직 없다.


롯데, 일단 구조조정부터


롯데도 신세계와 마찬가지로 이커머스 시장을 핵심으로 삼고 과감한 투자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4월 백화점·마트·슈퍼·롭스·하이마트·홈쇼핑·닷컴 등 7개 유통 계열사를 통합한 쇼핑 플랫폼 ‘롯데ON’을 출범시키며 본격 경쟁에 나섰다.


온라인 플랫폼 성과를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되는 거래액 기준으로는 신세계에 앞선다. 롯데온의 지난해 거래액은 7조6000억원으로 신세계 SSG닷컴 3조9000억원보다 3조7000억원 더 많다. 다만 전년 대비 성장률은 7%에 그쳐 이커머스 시장 전체 성장률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다.


롯데쇼핑은 IR자료에 이커머스 실적을 컬처웍스와 롭스 실적과 버무려 기타 항목에 표시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이커머스 사업 실적을 확인할 수는 없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기타부문에서 매출액 5980억원, 영업손실 2660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4월 롯데온을 출범시키며 2023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월마트의 전략과 비교하면 롯데도 ‘스마트픽’이라는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롯데는 무려 6년 전인 2014년에 픽업 서비스를 처음 도입하며 옴니채널 구축에 나선 것이다. 현재 픽업서비스는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에서 모두 활용 가능하며, 차량으로 픽업하는 드라이브 스루도 가능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익일배송과 당일배송 서비스를 도입해 쿠팡이 벌인 배송전쟁에도 뛰어들었다.


다만 롯데가 디지털전환을 일찍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시너지는 내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전년 대비 8.8% 줄어든 16조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도 3460억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19.1%나 감소했다.


월마트가 온라인 강화 및 오프라인과의 연계를 통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실적을 개선한 것과 확연히 대비되는 대목이다. 백화점을 제외하고 할인점만 보면 지난해 영업이익은 190억원에 그쳤다. 슈퍼는 200억원의 손실을 냈다.


눈에 띄는 협업 사례가 없는 것은 월마트 생존전략과 차이점이다. 롯데는 지난해부터 구조조정에 ‘올인’하는 상황이다. 백화점과 할인점 오프라인 점포수를 대폭 줄이는 동시에 수익성 확보 작업에 여념이 없다. 게다가 최근에는 롯데마트가 사상 처음으로 전직급 대상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도 했다.


M&A에 소극적인 것은 신세계와 같이 롯데도 마찬가지다. 롯데쇼핑은 티몬 인수를 진지하게 검토했으나 서로 생각하는 가격대가 차이가 커 딜이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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