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아이오닉 5, '고성능 배터리' 주행거리 '500→400km' 낮춰 발표한 속내

조회수 2021. 2. 24. 16: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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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출처: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가 23일 발표한 아이오닉 5.

현대자동차가 지난 23일 아이오닉 5를 발표했습니다. 아이오닉 5는 유려하고 하이테크적인 디자인으로 전기차 구매를 앞두고 있거나 구매를 망설였던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바로 아이오닉 5의 주행거리입니다. 아이오닉 5의 주행거리는 최대 430km입니다. 당초 현대차와 완성차 업계는 아이오닉 5의 주행거리가 500km를 넘어 테슬라 모델 Y(주행거리 510km)의 대항마가 될 걸로 내다봤습니다. 기대와 달리 아이오닉 5의 주행거리는 16% 가량(70km) 줄었습니다. 18분 이내 약 80%를 충전할 수 있는 강점에도 다소 짧아진 주행거리는 아쉬움으로 꼽힙니다.


현대차가 아이오닉 5를 공식 출시한 이후 완성차 업계는 ‘설왕설래’하는 분위기입니다. 이유는 현대차가 최초로 하이니켈(니켈 함량이 80% 이상인 고출력 배터리)를 쓰면서 주행거리가 코나 일렉트릭 등 이전 전기차 모델과 비교해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업계는 현대차가 코나 일렉트릭(EV)의 연이은 화재로 주행거리를 배터리 성능보다 낮춰 잡은 것으로 봅니다. 화재 사고가 난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의 제품입니다. 한번 살펴볼까요.


먼저 현대차가 아이오닉 5 모델부터 탑재한 하이니켈 배터리가 무엇인지 살펴보죠. 통상 배터리의 성능은 양극활물질을 적합하게 조합해 완성됩니다. 양극에 어떤 활물질이 쓰이는지에 따라 배터리 출력과 용량이 결정되죠. 전기차에는 NCM(니켈, 코발트, 망간)과 NCA(니켈, 코발트, 알루미늄) 등 3원계 배터리와 NCMA(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등 4원계 배터리가 주로 쓰입니다. 니켈은 배터리의 용량과 관련 있고, 망간과 코발트는 안정성과 관련있죠.

출처: (자료=삼성SDI 블로그)
2차전지 현황.

니켈의 함량이 많아지면 리튬층으로 들어올 수 있는 리튬의 개수가 다른 금속과 비교해 2배 이상 많아집니다. 니켈 비중을 높일 수록 에너지 밀도가 높아져 전기차의 성능이 개선되죠.


아이오닉 5에 탑재된 SK이노베이션 배터리는 NCM 811 계열로 니켈과 코발트, 망간이 각각 ‘8:1:1:’ 비율로 제조됐습니다. 코나 일렉트릭에는 NCM 622(니켈, 코발트, 망간 비율 6:2:2)가 탑재됐습니다. 즉 아이오닉에는 산술적으로 배터리 내 니켈 함량이 20% 높아진 셈입니다.


아이오닉 5와 코나 일렉트릭의 주행거리를 비교하면 두드러진 차이는 없습니다. 코나 일렉트릭의 주행거리는 406km인데, 아이오닉 5와 비교해 24km 짧죠. 보다 정확하게 주행거리를 알기 위해서는 배터리 용량을 확인해야 합니다.


코나 일렉트릭의 배터리 용량은 64kWh(킬로와트 아워)입니다. 이를 코나 일렉트릭의 주행거리로 환산하면 1kWh당 6.3km를 운행할 수 있습니다. NCM 622 배터리에서 말이죠. 그렇다면 아이오닉 5의 1kWh당 주행거리는 얼마일까요. 아이오닉 5는 1kWh당 5.9km를 운행할 수 있습니다. NCM 811 배터리에서 말이죠.


그렇다면 의문점이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니켈 함량이 약 20% 높은 고성능 하이니켈 배터리를 사용했는데, 왜 배터리의 주행거리는 더 짧아졌을까요.


전기차의 주행거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실로 다양합니다. 주행 습관도 성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날씨와 온도도 영향을 미칠 수 있죠. 하지만 현대차가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주행거리에는 주행 습관과 날씨가 반영돼 있지 않습니다. 아이오닉 5와 코나 일렉트릭에 탑재된 배터리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건 출력과 차체 무게로 보입니다.

출처: (자료=각사)
전기차 배터리 성능 비교.

코나 일렉트릭의 출력은 150KW, 아이오닉 5는 225KW입니다. 출력이 높다는 건 짧은 시간 내에 강한 힘을 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자동차와 전동공구 등은 순간적으로 강한 힘을 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출력이 높다는 건 그만큼 차량의 힘이 좋다는 의미죠.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전류는 양극에서 음극으로 흐르는데, 전류의 흐름을 빠르게 해주는 게 전압입니다. 결과적으로 전압이 높을수록 배터리의 출력이 높아집니다. 아이오닉 5는 서브 차량인 코나보다 출력이 좋은 셈이죠.


차체 무게를 비교해볼까요. 코나 일렉트릭의 공차 중량은 1685kg입니다. 현재 아이오닉 5의 공차 중량은 공개가 안 됐습니다. 아이오닉 5는 세단과 SUV를 결합한 크로스오버 유틸리티(CUV) 차량으로 SUV 차량인 코나 일렉트릭보다 가벼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이오닉 5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에서 생산된 최초 모델이죠. 전기차에 최적화하기 위해 차체를 가능한 한 가볍고 튼튼하게 만들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전 모델인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공차 중량은 1530kg였는데요. 아이오닉 5는 코나 일렉트릭의 전장과 전폭, 전고와 비교하면 공차 중량이 약 10% 가량 늘어났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오닉 5의 공차 중량은 약 1600kg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요. 차체 길이가 길어진 만큼 배터리 용량도 13% 가량 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차체 무게는 아이오닉 5의 주행거리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출처: (자료=각사)
NCM 811 탑재한 전기차 모델 현황.

다시 배터리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NCM 811을 탑재한 차량은 BMW의 ix3를 비롯해 △현대차 아이오닉 5 △폭스바겐 id4 △베이징자동차 아카폭스 알파T △광저우기차 아이온S 등입니다.


이중 주행거리가 500km 미만인 차량은 BMW ix3밖에 없습니다. 폭스바겐 id4는 555km를 달릴 수 있고, 아카폭스 알파T와 아이온S는 각각 653km, 510km를 달릴 수 있죠. BMW ix3의 주행거리는 440km로 현대차 아이오닉 5보다 10km 더 깁니다. BMW ix3의 공차중량은 2205kg으로 아이오닉 5보다 500~600kg 더 나갑니다. 차체 무게까지 고려하면 현대차 아이오닉 5의 주행거리는 눈에 띄게 낮아 보입니다.


BMW ix3에는 중국 CATL이 제조한 배터리가 탑재됩니다. 아이오닉 5에는 SK이노베이션과 CATL의 배터리가 탑재되죠. 그렇다면 SK이노베이션이 생산한 배터리의 성능 때문일까요.


그렇지는 않아 보입니다. SK이노베이션의 NCM 811 제품은 폭스바겐과 베이징자동차에도 납품되는데 두 제품 모두 주행거리가 500km를 넘기 때문입니다.


이제 남는 의문은 하나로 보입니다. 현대차가 의도적으로 아이오닉 5의 주행거리를 낮춰 잡았다는 관측이죠. 이는 기술적으로 가능합니다. 배터리관리시스템(BMS)를 제어하면 전기차 배터리의 성능을 낮출 수 있습니다. 전기차에는 층층이 쌓은 수백개의 배터리가 탑재됩니다. 이 때문에 개별 배터리의 전압을 관리하는 게 어렵습니다.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은 배터리를 효과적으로 제어해 최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을 합니다.

출처: (자료=에너지저장장치의 화재안전대책에 관한 연구 최종 보고서)
리튬이온배터리 화재 과정.

BMS는 배터리팩의 전류와 온도를 모니터링해 최적의 상태로 유지해줍니다. 현대차도 코나 일렉트릭 화재 이후 BMS를 업데이트해 배터리를 80%까지 충전하도록 했습니다. 다수의 전기차 업체들이 화재가 날 경우 BMS를 조정해 90%까지 충전하도록 하죠. 과충전을 사전에 방지해 배터리 상태를 제어하기 쉽도록 한거죠. 배터리는 과충전될 경우 열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BMS를 제어해 화재의 가능성을 하나 줄인 걸로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아이오닉 5도 같은 이와 유사한 조처를 하지 않았을까요. 단순하게 생각하면 이렇습니다. 배터리는 전력이 충전된 만큼 운행할 수 있는데, 주행거리를 낮춰 잡으면 충전량도 줄어들게 되죠. 과충전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거죠.

그럼 현대차가 아이오닉 5의 주행거리를 낮추지 않았다고 가정해보죠. 얼마나 달릴 수 있을까요. 앞서 코나 일렉트릭의 경우 1kWh당 6.3km를 운행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아이오닉 5의 배터리 용량으로 환산하면 최대 457km(6.3 x 72.6)를 주행할 수 있습니다. 아이오닉 5는 코나 일렉트릭보다 배터리 내 니켈 함유량이 20%가량 많습니다. 배터리 성능을 높인 만큼 20%를 더 달릴 수 있다고 가정해보죠. 그렇다면 아이오닉 5의 주행거리는 500km를 넘어섭니다. NCM 811을 탑재한 경쟁사의 모델과 주행거리가 유사해지죠.


어디까지나 ‘가정’에 기반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여러 정황들을 살펴보면 현대차가 코나 일렉트릭 화재로 배터리 성능을 ‘풀파워’로 내는데 두려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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