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캔 무선 헤드폰'의 메리트..소니 WH-1000XM4

조회수 2021. 2. 21. 15: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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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터 기자들이 체험한 IT 기기를 각자의 시각으로 솔직하게 해석해봅니다.

무선 헤드폰은 유선보다 음질이 떨어질까. 큰 틀에서 음질을 좌우하는 다이나믹 드라이버는 선의 유무와 무관하며, 특히 와이파이가 등장하면서 무손실로 음원을 전송하는 게 가능해졌다. 유선 헤드폰으로 고품질 음원을 들을 때에 비해 무선에서 그 간극은 상당 부분 줄어든 게 사실이다.


여기에 최근 들어 노이즈캔슬링(Noise Cancelling)이 탑재된 게 ‘신의 한 수’다. 1970~1980년대 탄생 당시 전차나 비행기와 같은 소음이 심한 환경에서 귀를 보호하기 위해 등장한 노이즈캔슬링 기술은 수년 전부터 헤드폰에 탑재되며 야외에서도 음악 청취 경험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게 됐다.

출처: (사진=블로터)
소니 WH-1000XM4.

소니의 WH-1000XM4(이하 ‘XM4’)는 노이즈캔슬링 무선 헤드폰이다. 소니가 출시한 1000X 시리즈의 네 번째 버전으로, XM4의 시초가 되는 제품인 2016년작 MDR-1000X로 소니는 보스와 함께 무선 노이즈캔슬링 헤드폰 계에서 이름을 알렸다. 소니는 이후 2017년 XM2, 2018년 XM3에 이어 2020년 XM4를 연달아 선보이며 출시마다 매번 기기 성능이 개선됐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오디오 기기에 관심이 있다면 1000X 시리즈를 한 번쯤 들어봤을 거다.


박스 속 검은 파우치에 담긴 XM4의 첫인상은 일반적 디자인의 헤드폰과 외형상 대동소이하다. 하우징 상단에 위치한 소니 마크가 적당히 고급진 점, 전반적인 마감이 깔끔한 점을 제외하면 기존의 헤드폰과 별다른 차이는 안 보인다. ‘심플하다’는 표현이 적당해 보인다. 다만 ‘비츠(Beats)’를 필두로 최근 10년 새 헤드폰이 패션의 일부가 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외출 시에도 쓸 수 있도록 설계된 제품으로선 다소 아쉽다.

출처: (사진=블로터)
XM4는 일반적 헤드폰과 디자인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제품을 제대로 쓰기 위해선 스마트폰에 소니 헤드폰 앱을 깔아야 한다. 처음 연결할 때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과정이 약 5분간 소요된다. 이후 하우징 하단에 있는 전원을 켠 뒤 스마트폰으로 블루투스를 연결하면 무선 상태로 제품을 쓸 수 있는 기본 과정은 마무리된다. 이제 제품을 머리에 끼어보자.


제품 착용감은 확실히 편안하다. 몇몇 제품은 설계 당시 헤드밴드를 잘못 만들어 머리를 압박한다거나, 답답한 이어패드 때문에 땀이 찬다든가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사람들이 헤드폰을 쓰지 않는 주된 이유다. 반면 이 제품은 무게 자체도 가볍거니와 실내에서든 외부에서든 착용 후 수 시간을 쓰고 있어도 머리에서 느껴지는 불편함은 전혀 없었다. 물론 더운 여름철 밖에서 헤드폰을 쓰는 건 쉽지 않겠으나 적어도 봄가을까진 가능할 듯하다.


이 제품의 최대 강점은 단연 노이즈캔슬링이다. 이어컵에 달린 ‘듀얼 노이즈 센서’로 주변 소리를 받으면 전용 DSP(프로세서)인 ‘QN1’이 초당 700회 속도로 외부 소음을 상쇄시킨다고 한다. 특히 XM4는 앱을 통해 사용자의 두상과 귀 모양에 맞는 ‘개인 노이즈 캔슬링 최적화’, 주변 환경을 분석해 통제하는 최적화 기능도 담겨있다. 노이즈캔슬링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각 환경에 맞게 최적화 후 제품을 써봤다.

출처: (사진=소니)
소니는 WH-1000XM3 시리즈부터 DSP로 ‘QN1’이라 부르는 시스템 온 칩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사무실에서 업무 중 노이즈캔슬링을 활성화하자 주변 소리가 고요해졌다. 키보드를 치는 소리나 문밖에서 나는 소리는 물론 옆 선배가 뭐라 하는 이야기도 전혀 들리지 않았다. 사람의 왕래가 있는 카페에서도 제품을 써봤는데 비슷한 수준으로 외부 소음이 들리지 않았다.


대중교통에선 다소 차이가 있었다. 버스의 경우는 승하차 안내 멘트를 제외하고 큰 소리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만 지하철의 경우 노이즈캔슬링 도중 큰 소리에 자동적으로 기능이 풀리는 경우가 잦았다. 소니 측은 노이즈캔슬링을 쓰다가 차량사고가 나는 일을 막기 위해 특수한 소음에는 자동적으로 기능이 풀린다고 설명했다. 꽤나 똑똑한 기능인데 보완은 필요해보인다.


노이즈 캔슬링과 관련된 다양한 기능들도 인상적이다. 하우징을 막으면 주변 소리가 들리는 ‘퀵 어탠션(Quick Attention)’ 모드, 말할 때 노이즈 캔슬링이 자동으로 풀리는 ‘스피크 투 챗(Speak-to-Chet)’ 모드는 업무 중 급작스럽게 외부 소리를 들어야 할 때 유용했다. ‘벗지 않는 헤드폰’을 표방한 제품에 걸맞은 기능들이었다.


강력한 노캔·밸런스 잡힌 음색·훌륭한 기능들


제품의 음은 어떨까. 최초 제품을 틀었을 때 음이 다소 투박하고 해상도나 분리도가 낮다고 느껴졌는데, 이는 초기 이퀄라이저 설정 때문으로 보인다. 이퀄라이저 모드를 바꾸자 음감이 상당히 개선됐으며, 원하면 취향껏 이퀄라이저도 조절할 수 있다.


전반적인 음색은 딱 튀지 않게 균형잡힌 밸런스에 넓은 공간감이 인상적이다. 저음부의 경우 풍부하게 잘 받쳐주는데 약간 부한 느낌도 든다. 일부 음악에선 이 느낌이 거슬리기도 했으며, 특히 초저음역대로 가면 음이 깨지는 현상도 느껴졌다. 물론 음역대가 아주 낮은 음악이 많지 않으니 예외적으로 볼 만한 정도다.


중음역도 저음과 마찬가지로 특별히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하다. 소프트 팝이나 재즈와 같은 편안한 음악을 들을 때 경험이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고음역은 날카롭기보단 깔끔한 맛이 강하며 초고음역대도 무리 없이 처리했다. 몇몇 제품에서 느껴지는 청명한 느낌은 없지만 무난하다고 볼만하다.


장르별로는 팝과 어쿠스틱, 재즈, 소울, 소프트한 EDM이 듣기 편했다. 특히 소울·네오소울 류의 음악은 해상도가 잘 살아나는 느낌이다. XM4가 중음역대에서 디테일한 텍스쳐를 잘 살려내는 데 강점이 있어 보였다. 현장감이 있는 라이브 음악도 몇 곡 들었는데 음 분리가 잘 되면서도 공간감을 잘 살려냈다. 다만 올드스쿨스러운 저음역대 베이스의 힙합 장르는 다소 막혀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XM4엔 인공지능 엔진인 ‘DSEE 익스트림’을 통해 음질을 실시간으로 업스케일링하는 기능이 들어있다. 통상 음원을 압축할 땐 용량을 줄이기 위해 일부 고음역을 없애는데, DSEE 익스트림이 이 손실된 음을 추정해 채워 넣는다. 실제로 이 기능을 활성화하면 같은 음원이라도 음이 더 다양하게 꽉 찬다는 느낌이 든다.


이 기능은 사용자 호불호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실된 음역을 채우는 과정에서 실제 소리를 왜곡한다는 게 일부 사용자의 평이다. 실제로 라이브 음원을 들을 때 과하게 음이 채워져 본 소리를 왜곡하는듯한 질감이 느껴졌다. 다만 저음질의 음원이 업스케일링을 통해 음질이 개선되는 부분은 확실히 있으며, 특히 유튜브에 올라온 저음질 음원이 DSEE 익스트림을 거쳐 그 자체로 고음질 음원에 가까워지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디자인은 좀 개선됐으면…


다소간 아쉬운 점도 있다. 앞서 언급했듯 대중교통 안에서 노이즈캔슬링이 자동으로 풀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적응형 사운드 제어 기능을 풀어야만 해결된다. 또 유선 상태에서는 완전히 다른 헤드폰이 되는데 그 과정에서 앱 컨트롤이 안 되는 점, 유선에서 무선으로 전환할 때 기기가 자동으로 꺼지는 건 불편한 지점이었다. 블루투스를 쓰는 헤드폰의 한계 상 대중교통에서의 잦은 끊김도 아쉬웠다.


물론 이런 단점을 차치하면 노이즈캔슬링 무선 헤드폰 자체로서의 장점은 확실하다. 외부에서도 양질의 음악을 듣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30만원대 후반의 가격은 전혀 아깝지 않을 것이다. 다만 청음과 패션에 동시에 민감한 사용자들을 위해서라도, 차기 제품은 디자인적으로 획기적으로 개선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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