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증권 논란..흔들리는 '리플'

조회수 2021. 2. 8. 11: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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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월요일, 주목할 만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나 업계 트렌드를 조명해봅니다.

최근 글로벌 가상자산(암호화폐) 시가총액 5위 ‘리플(XRP)’ 가격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습니다. 리플이 증권인가 아닌가를 두고 리플 운영사인 리플랩스와 미국증권거래소(SEC)가 벌써 한 달 이상 공방을 벌이고 있는 까닭입니다.


리플은 은행 간 빠른 송금을 목표로 개발된 가상자산입니다. 2013년 뱅크오브아메리카, HSBC 등 글로벌 은행들이 리플을 도입해 주목받기 시작했죠. 리플의 특징은 다른 가상자산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치 변동폭입니다. 이 때문에 업계엔 ‘리또속(리플에 또 속았다)’이란 은어도 있는데요. 리플 가격은 오르는 것 같다가도 금방 제자리를 찾는다는 점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실제로 지난 2년치 리플 가격 그래프를 보면 최근 1~2개월을 제외하고 굴곡이 그리 크지 않은 편이죠.

출처: (자료=코인마켓캡)
2019년 1월~2021년 1월 리플 가격 변화 그래프

이런 안정세(?)에 금이 가기 시작한 시기는 2020년 11월입니다. 당시 리플 가격은 한 달 만에 약 90% 이상 폭등했는데요. 유명 가상자산 분석가 조셉 영은 리플랩스가 진행한 약 500억원대 바이백(일종의 자사주 매입)과 새로운 리플 송금·결제 서비스 출시에 대한 기대감 등이 가격 상승의 배경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좋은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는데요. 같은 해 12월 22일, SEC가 리플랩스를 연방 증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 겁니다.


SEC는 ‘하위테스트(Howey Test, 증권 여부를 판별하는 검사)’상 리플이 증권에 해당하며 리플랩스가 7년 이상 미등록 증권인 리플을 일반 투자자들에게 판매해왔다고 발표했습니다. 특히 리플랩스의 수익이 대부분 리플 판매에서 발생하고 있는 점, 2012년 ‘리플이 증권에 해당할 수 있다’는 법조계 자문을 받고도 증권 등록 없이 판매를 강행한 점 등을 문제 삼았습니다.


SEC 발표 이후 국내 거래소 기준 약 600원 정도였던 리플 가격은 200원대로 폭락했습니다. 코인베이스, 오케이코인 등 미국 내 주요 거래소들은 리플 거래 중단에 나섰고 글로벌 가상자산 운용사 그레이스케일도 리플 신탁 상품 운영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출처: 사진=Pixabay

물론 리플랩스 측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았는데요. 1월 29일 리플랩스가 SEC에 보낸 공식 답변서가 공개되며 분위기도 일부 반전 됐습니다. 리플랩스는 93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리플은 ICO(가상자산공개)를 하지 않았고 △XRP 보유자들과 투자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으며 △투자자들과 리플 수익을 공유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어 리플은 증권이 아니라고 반박했죠. 또 미국 정보공개법에 따라 SEC가 이더리움은 증권이 아니라고 판단한 경위를 공개할 것도 요구했는데요.


답변서 공개 후 리플 가격은 3일간 무려 180%나 폭등했습니다. 한때 최고 820원대를 기록하기도 했죠. 최근 게임스톱 주가 폭등을 이끈 미국의 투자 포럼 월스트리트베츠가 리플 지지를 선언한 점도 가격 변화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러나 리플의 상승세는 이번에도 잠시뿐이었는데요. 폭등한 가격이 1일 저녁 불과 몇 시간만에 다시 반토막 난 겁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민간이 주도한 과도한 가격 펌핑의 반작용으로 분석했습니다.


리플이 탄 롤러코스터는 아직 멈추지 않았습니다. 관건은 15일 기한인 SEC의 정보공개청구 답변 여부인데요. 만약 SEC가 이더리움을 증권으로 보지 않는 이유에 대한 적절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분위기는 리플랩스에 다시 유리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미국 하인스로그룹 로펌의 변호사 제시 하인스는 “만약 SEC가 정보공개를 승인한다면 리플랩스는 리플의 증권 여부를 두고 이더리움과 비교할 수 있는 근거를 찾게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리플랩스에 SEC의 주장을 반박할 무기가 추가로 생길 수 있다는 거죠.


한편 SEC와 리플랩스의 이번 공방은 향후 유사한 가상자산들의 증권 여부를 판단할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인 만큼, 소송 결과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만약 SEC의 주장대로 리플이 증권으로 판명될 경우 리플은 증권 거래소를 통해서만 거래할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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