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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소상공인 '가두리 전략' 먹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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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네이버의 실적엔 이번에도 ‘역대급’이란 수식어가 붙었네요. 지난해 매출은 5조3041억원으로 전년대비 21.8% 늘었고, 영업이익은 1조2153억원을 거뒀습니다. 기업의 실적은 대개 이전보다 개선되지 않는 게 ‘뉴스거리’지만, 네이버의 영업이익이 1조원대로 올라온 건 2017년 이후 3년 만의 일입니다. 비대면 바람을 타고 나온 호실적입니다.


코로나의 그림자가 걷히면 네이버의 성장에도 제동이 걸릴까요. 그렇진 않을 것 같습니다. 네이버가 먹거리로 점 찍었던 커머스·콘텐츠 등 신사업이 급속도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고 ‘글로벌 도전’도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네이버를 이끄는 동력은 단연 중소상공인(SME·Small and Medium Enterprise)과 창작자입니다. 잠깐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갈까요. 당시 대표 내정자였던 한성숙 대표는 네이버 행사에 참석해 “(네이버는) 개인의 성공을 꽃피우는 기술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취임 직후부터 SME·창작자들과 도전과 성장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선언했었죠. 대표적인 예가 ‘프로젝트 꽃’이었습니다. 2017년 SME와 창작자를 지원하는 600억 규모의 사내예산(분수펀드)을 편성하기도 했죠. 2018년 다시 600억을 투입하고, 2020년엔 앞으로 2년 동안 1800억을 내놓겠다고도 약속했죠. 초창기엔 기부금 성격이 짙어 보인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한성숙 대표는 ‘상생’을 최우선가치로 강조해왔습니다.


빈 말이 아니었습니다. 손해 보는 장사도 아니었고요. 네이버는 이용자, 중소상공인(SME), 창작자와 네이버를 잇는 가치사슬(Value Chain·밸류체인)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생태계를 단단하게 꿰어내면 선순환 구조가 물레방아처럼 돌아갈 거란 판단에섭니다.

출처(사진=네이버 한성숙 대표)

중소상공인 크면 네이버도 큰다


전략은 유효해 보입니다. SME부터 살펴볼까요. 쇼핑 등 커머스 부문은 2020년 연간 매출이 전년대비 37.6% 성장한 1조89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상당수는 SME입니다. 네이버의 매출은 이들의 성장에 비례해 커지고 있죠. 코로나로 SME의 온라인 전환이 빠르게 늘어난 데다 비대면 소비가 증가하면서 지난해 4분기 스마트스토어 거래액은 전년동기 대비 76% 늘었습니다. 지난해 12월 기준 스마트스토어는 41만개, 결제자수는 2000만명을 넘어섰고요. 인당 결제 횟수와 객단가도 각각 43%, 47% 성장했습니다. 이용자들의 충성도가 높아졌단 의미입니다. 월 거래액 1억원이 넘는 ‘대박’ 스토어도 4000개로 작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라이브커머스 방송건수는 5600건, 시청자수는 2400만명으로 한달만에 50%, 30%씩 늘었습니다.


SME 성장의 수혜는 고스란히 다른 사업으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검색광고를 포함한 네이버의 서치플랫폼은 연매출 2조8031억원을 기록했는데요. 광고주 대부분이 SME로 알려져 있습니다. SME가 증가하면 광고주도 많아지고, 검색광고 매출도 커지게 되는 거죠. 네이버페이 등 핀테크 부문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66.6% 성장한 6775억원으로 집계됐는데요. 케이티엑스(KTX)와 케이티(KT), 롯데면세점 등 네이버페이 외부제휴처가 늘어나기도 했지만 SME가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합니다. 스마트스토어 거래가 네이버페이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죠.


특히 네이버는 SME와 핀테크의 연결고리를 더 촘촘하게 만들 생각입니다.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이 대표적입니다. 금융이력이 없는 씬 파일러·SME들을 위한 대출 상품인데요. 출시 이후 한 달 동안 신청자의 40%가 대출을 승인 받았습니다. 한마디로 ‘틈새시장’을 노린 거죠. 주요 공략 대상은 당연히 SME고요.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이사는 28일 4분기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쇼핑에서 SME들이 성장한다면 커머스 생태계가 확대되고 선순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들에게 대출이 필요할 때 네이버파이낸셜의 대출을 가장 먼저 떠올리도록 자리매김하는 걸 목표로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도 “앞으로는 금융 이력이 없는 사업자에게도 대출을 해주는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을 더 키우면서 핀테크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물류에선 협력만 하겠다고 선을 그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SME의 성장이 핵심인데, 굳이 잘 모르는 물류에 손을 댈 필요가 있나요. 주객이 전도되는 격일 수 있겠죠. 네이버가 할 줄 아는 건 기술과 서비스고, 이 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하면 됩니다. 그래서 네이버는 브랜드스토어에 입점한 기업들의 상품은 지난해 ‘혈맹’을 맺은 CJ대한통운에게 넘기고, SME들의 상품은 위킵, 두손컴퍼니, FSS, 아워박스 등 네이버가 투자한 물류 스타트업들에게 맡기는 전략을 짜고 있습니다.


이날 박상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네이버가 구축하는 가치사슬 가운데 외부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좋겠다고 보는 게 물류다. 작년 CJ대한통운과 협력, 물류업체 투자가 있었는데 올해도 이쪽에 대한 투자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성숙 대표 역시 “네이버가 여러 (물류)업체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는 이유 중 하나는 SME들의 다양한 사업형태에 따라 물류 부담을 단계별로 줄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며 “SME들의 (물류에 대한) 수고를 줄이는 방안에 관심을 갖고 있다. 직접 물류를 운영하는 쿠팡과는 다른 형태로 물류체계에 관심을 갖고 이 부분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반적인 흐름이 매끄럽습니다. 동반 성장이 서로의 이익으로 연결된다는 거죠. 훈풍을 타고 네이버는 지난해 6월 유료 회원제 서비스인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출시했습니다. 월 4900원을 내면 결제금액의 최대 5%까지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적립해주고, 웹툰이나 영화 또는 음악감상권 등 콘텐츠 이용권을 주는 상품입니다. 티빙과의 제휴도 논의되고 있죠. 지금까지 250만명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작년 12월 기준 20만원 미만 결제자는 가입 후 거래액이 5배 이상 뛰었다고 하네요.


포인트 적립을 무기로 가입자를 유치하면, 가입자는 일정금액 이상을 써야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 네이버쇼핑에서 하나라도 더 사려고 할 겁니다. 쇼핑 이용자가 많아지면 SME가 물건을 더 팔 기회가 생길 거고요. 이용자들은 함께 주어진 콘텐츠 혜택도 최대한 쓰려고 하겠죠. 네이버 생태계 안에서만 이용자들이 이리저리 흘러 다니도록 ‘가두리’를 만든 셈입니다. 한성숙 대표가 이날 “지난해 코로나 위기 속에서 네이버의 기술과 서비스를 활용해 일상이 단절되는 어려움을 해결하고, 연결과 상생이라는 철학 하에서 개인 창작자, SME와 의미 있는 성장을 실현했다”고 자부한 이유입니다.

출처(사진=네이버의 GREENY)

올해 네이버는 글로벌 공략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입니다. 판을 넓혀서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섭니다. 상반기 안에 국내외에서 회사채를 발행해 재원을 마련하고, 국내를 비롯해 글로벌 커머스 시장에 대한 투자에도 나설 예정이죠. SME의 해외 진출을 열어주겠다는 청사진도 그리고 있습니다. 박상진 CFO는 “SME들이 해외 진출할 수 있는 창구가 되고, 네이버의 툴과 네이버를 활용해 글로벌 비즈니스까지 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올해 그쪽 부분에서 활발한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르면 오는 3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합작법인이 출범할 전망인데요, 이를 계기로 ‘야후재팬’과 ‘조조타운’ 등과 협력할 수 있게 되는 만큼 커머스·핀테크 분야에서 다양한 시너지가 기대됩니다. 참, 네이버는 연구개발(R&D)에 연간 영업이익의 25%를 쏟아 왔는데요, 이 비중도 더 늘린다고 하네요. 마진을 남기기보단 잘 되는 사업에 아낌없이 투자하겠다고요. SME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디지털 도구를 개발하는 데 힘쓸 전망입니다.


한때 네이버는 ‘인터넷 골목상권’을 독차지하는 ‘슈퍼 갑(甲)’으로 비판 받았습니다. 지금도 ‘독과점 공룡’이란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상생이 아니라 ‘자사우대’를 하고 있을 뿐이란 지적도 나오죠.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쇼핑·동영상 검색 알고리즘 변경으로 자사 상품·서비스를 우대한 혐의로 네이버에 약 267억원의 무거운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습니다. 또 네이버의 구상대로면 SME들도 네이버 생태계 안에서 돌고 돌게 되는 셈인데, 다시 말해 종속도가 커진다고 할 수 있겠죠. 온라인에선 장사를 하려면 네이버를 통해야만 할지도 모르고요. 자사 우대 논란으로 예상할 수 있듯 말이죠. 하지만 검색광고에 쏠려 있던 ‘초록창’ 네이버의 방향키를 돌려 매출을 다변화하는 한편,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는 한성숙 대표의 행보는 분명 유의미해 보이네요.-‘[넘버스]②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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