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KT·LGU+가 갤럭시 S21 공시지원금 늘리는 이유

조회수 2021. 1. 21. 1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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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출처: (사진=각사)
(왼쪽부터)SK텔레콤·KT·LG유플러스 로고.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이례적으로 공시지원금 경쟁을 펼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이통 3사는 지난 15일부터 사전예약을 받고 있는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 S21’ 시리즈의 공시지원금을 최대 50만원까지 늘리며 가입자 확보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통사들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신제품에 공시지원금 규모를 이렇게 늘려가며 경쟁하는 것은 이례적입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소비자들의 관심이 많고 특히 갤럭시 S 시리즈는 충성 고객이 많습니다. 이통사들이 굳이 출시 초반에 공시지원금을 많이 쓸 필요가 없는 셈이죠.

소비자들은 휴대폰을 구매할 때 공시지원금과 선택약정할인(25%)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공시지원금은 휴대폰을 구매할 때 일정기간 약정을 맺는 조건으로 휴대폰 금액의 일부를 할인받는 제도입니다. 가령 LG유플러스에서 갤럭시 S21을 구매하며 ‘5G 프리미어 에센셜'(월 8만5000원) 요금제에 가입한다면 50만원의 공시지원금을 받습니다. 여기에 각 대리점이나 판매점들이 추가로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대 15%의 추가 지원금 7만5000원까지 받으면 총 57만5000원을 할인받아 갤럭시 S21을 42만4900원에 구매할 수 있게 되는 셈이죠.

반면 선택약정할인은 월 통신요금에서 25%를 매달 할인해주는 방식입니다. 5G 프리미어 에센셜을 선택했다면 8만5000원의 25%인 2만1250원을 할인받아 월 통신 요금은 6만3750원이 됩니다. 대신 휴대폰은 원금 그대로 주고 구매해야 합니다. 갤럭시 S21을 선택한다면 99만9900원이네요. 두 방식 중 어느 쪽이 본인에게 유리한지는 보통 약정기간으로 삼는 2년동안 내는 총 요금이 얼마가 되는지 잘 따져봐야 합니다. IPTV와 초고속인터넷, 가족간의 결합 할인 및 장기간 이용 할인 등까지 모두 따져봤을 때 본인이 2년간 내는 돈이 어느 쪽이 더 적은지를 따져봐야겠죠.

선택약정할인율은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이후 20%에서 25%로 올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가계통신비 절감을 대선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습니다.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선택약정할인율을 올리기 위해 이통 3사를 강하게 압박했습니다. 이통사들은 처음엔 반대했지만 결국 정부의 안을 받아들여 현재의 25%가 됐습니다.

선택약정할인율이 25%로 올라가면서 이통사들은 공시지원금의 규모를 줄였습니다. 때문에 웬만하면 선택약정할인을 선택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유리하게 됐습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공시지원금보다 선택약정할인으로 요금제에 가입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통사들의 요금 경쟁은 거의 사라졌죠.

하지만 이번 갤럭시 S21 시리즈에서는 이통 3사의 공시지원금 경쟁이 뜨겁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우선 첫 번째로는 3위 사업자 LG유플러스의 시장 흔들기 시도가 먹혀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이통 시장은 SK텔레콤·KT·LG유플러스·알뜰폰이 약 4:3:2:1의 비율로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통신사를 통해 선택약정할인으로 기기변경을 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다보니 이러한 점유율 구조는 좀처럼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점유율이 낮은 3위 사업자 입장에서 1, 2위 사업자들이 하지 않는 다양한 시도를 해야 가입자를 더 유치해 고착화된 점유율 구조를 깰 수 있겠죠. LG유플러스는 갤럭시 S21 사전예약이 시작된 15일 최대 50만원의 공시지원금을 예고했습니다. 10만~20만원 수준이었던 SK텔레콤과 KT의 공시지원금보다 규모가 훨씬 컸습니다. 공시지원금 규모는 항상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가장 컸지만 이번엔 1, 2위와의 차이가 예전보다 많이 났습니다. KT가 그 다음날 LG유플러스와 비슷한 수준으로 공시지원금을 상향하며 경쟁에 참여했습니다. 1위 사업자 SK텔레콤은 며칠동안 시장 상황을 지켜보더니 결국 20일 공시지원금을 최대 50만원으로 상향했습니다.

이통 3사가 공시지원금 경쟁을 펼치는 두 번째 이유는 고가 요금제 가입자를 유치하기에 선택약정할인보다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공시지원금 규모는 높은 요금제일수록 커집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많은 공시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높은 요금제로 눈이 갈 수밖에 없죠. 그리고 가입한 고가 요금제는 보통 6개월만 유지하고 이후에 낮은 요금제로 이동해도 위약금이 없습니다. 이렇게 고가 요금제에 가입하고 6개월 이후에 낮은 요금제로 바꾸는 소비자가 있지만 그렇지 않고 계속 쓰는 소비자들도 있습니다. 요금제를 변경하는 것을 깜빡하고 넘어갈 수도 있고, 고가 요금제 가입자에게 제공되는 각종 혜택들을 활용하다보니 그대로 쓰게 되는 경우도 있죠. 때문에 공시지원금 상향은 이통사들이 고가 요금제 가입자를 유치하는 방안 중 하나로 활용됩니다. 단 소비자 입장에서는 고가 요금제에 가입하고 6개월 후에는 잊지말고 자신의 데이터 사용량에 맞는 요금제로 갈아타야겠죠. 그렇지 않으면 가입할 때 받았던 공시지원금보다 2년간 내는 통신비의 규모가 더 많아질 수도 있습니다.

세 번째는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엄포입니다. 방통위는 그간 이통사들이 불법보조금 경쟁을 펼치면 각사의 임원들을 소집해 경고를 줬습니다. 그래도 불법 경쟁이 이어지면 사실조사를 통해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하지만 신제품이 나오면 이통사들의 불법 경쟁은 또 이어졌죠. 이번에는 방통위가 갤럭시 S21 출시를 앞두고 불법 경쟁이 또 일어날 경우 그 시작점이 어디인지 살펴보겠다고 이통사들에게 엄포를 놨습니다. 때문에 이통사들은 예전처럼 쉽사리 불법 보조금 경쟁을 펼치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출처: (자료=SK텔레콤·KT·LG유플러스 실적발표)

이통사들이 공시지원금 경쟁을 펼치면서 향후 각사의 마케팅 비용과 고가요금제 가입자 유치로 ARPU(가입자당평균매출)가 얼마나 늘어날지 관심입니다. 이통사의 마케팅 비용에는 공시지원금과 각 대리점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리베이트), 각종 광고 및 홍보 관련 비용이 포함됩니다. 이통 3사의 실적발표 자료의 최근 5년간 마케팅 비용을 보면 1, 2위 사업자인 SK텔레콤과 KT는 추이가 비슷한 반면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는 양사보다 증가폭이 컸습니다. SK텔레콤의 2020년 3분기 마케팅 비용은 7644억원으로 5년전인 2015년 3분기(7490억원)에 비해 154억원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KT의 마케팅 비용은 6895억원에서 6419억원으로 476억원 감소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LG유플러스의 마케팅 비용은 4901억원에서 5810억원으로 909억원 늘었습니다. 3사의 ARPU는 최근 수년간 지속 감소 추세입니다. 지난 2019년 4월 5G를 상용화하면서 소폭 늘어났지만 2020년에는 오르내림을 반복하며 3만원 초반대에 머물렀습니다. 2020년 3분기 3사의 ARPU는 SK텔레콤 3만51원, KT 3만1620원, LG유플러스 3만695원입니다.

이통 3사들이 요금 경쟁을 펼치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길 일입니다. 이통 3사 외에 알뜰폰 사업자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이통 3사로부터 통신망을 빌려 쓰며 이통 3사보다 더 저렴한 요금제로 가입자들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통사들의 요금제를 복잡하게 따지고 싶지 않거나 각종 결합할인에 해당되지 않는 소비자들은 휴대폰 공기계(자급제폰)를 구매해 알뜰폰 사업자들의 유심요금제에 가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알뜰폰 유심요금제는 이통사들이 제공하는 멤버십과 요금제에 따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음원·AR(증강현실)·VR(가상현실) 등의 이용 혜택은 없지만 통신 요금은 확실히 저렴합니다.

이통사들의 이러한 요금경쟁이 계속 이어질지 방통위와 소비자들은 주시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이통사들이 일시적으로 특정 판매 채널을 통해 펼치던 불법보조금 경쟁에서 벗어나 요금과 서비스로 경쟁을 펼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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