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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건설 앞세운 대우건설, 현장엔 아직?

조회수 2021. 1. 12. 18: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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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스마트건설. 말 그대로 건설 효율성을 높이는 똑똑한 기술을 말합니다. 스마트공장, 스마트시티, 스마트팜 등 스마트라는 수식어가 붙는 수많은 합성어처럼 ICT 기술 활용이 핵심입니다. 특히 스마트건설에서는 건설정보모델링(BIM), 사물인터넷(IoT), 데이터 분석, 로봇, 드론 등이 주요 기술로 꼽힙니다.


대우건설은 스마트건설을 앞세운 국내 대형 건설사 중 한 곳입니다. 드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총 4건의 드론 관제 시스템 관련 특허를 출원하고, 2016년부터 현장에 드론 측량 서비스를 도입 중입니다. 대우건설뿐만 아니라 국내 대형 종합건설사들은 스마트건설에 답이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출처: (사진=대우건설)
대우건설 드론 관제 시스템

하지만 국내 스마트건설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스마트건설 기술이 폭넓게 활용되려면 건설 과정 전반에 걸쳐 디지털화가 이뤄져야 하는데 특정 기술의 현장 적용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매출 대비 1% 미만인 낮은 수준의 연구개발(R&D) 투자도 기술 활성화의 한계점으로 지적됩니다.


생산성과 안전성 잡기 위한 스마트건설


먼저, 스마트건설이 왜 필요한지 살펴볼까요. 시간당 평균 14달러. 우리나라 건설업의 노동생산성 수준입니다.


KDB미래전략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건설산업 고도화를 위한 생산성 제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건설업의 노동생산성은 시간당 평균 30~40달러를 생산하는 노동생산성 선도 그룹과 비교해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또 2009년부터 최근 10년 동안 건설업 노동생산성은 27.9%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이 18.5% 증가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해외에서도 건설 산업의 생산성이 정체됐다고 평가되는데 국내 건설사들의 노동생산성은 제자리걸음을 넘어 뒷걸음질한 셈이죠.


1.9%. 대우건설의 2019년 별도 기준 영업이익률입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률은 5.19%. 2018년 5.6%, 2017년 3.1% 수준입니다. 5% 내외에서 영업이익률이 제자리걸음하는 모습입니다. 국내 10대 건설사의 2017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4.4%. 2009년 6.5%에서 2%포인트 이상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은 5.8%에서 7.5%로 증가했습니다. 2019년을 기준으로 해도 업체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영업이익률 하락세가 나타났습니다. ‘저성장’과 ‘저생산’. 건설업의 위기를 나타내는 두 단어입니다.

건설업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또 다른 단어는 ‘안전’입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국내 전체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감소세에 있지만, 건설업은 여전히 산업재해 사망자 수 업종 1위라는 불명예를 기록하며 안전 문제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2019년 건설업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428명. 지난해 상반기에만 311명이 사망했습니다. 건설사들은 올해도 신년부터 안전을 말하지만, 구조적인 변화 없이 구호를 외치는 것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처럼 생산성과 안전성은 건설업의 아킬레스건입니다. 건설사들이 스마트건설을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설계부터 운용·관리에 이르는 전과정에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고, 건설 현장을 원격화·자동화할 경우 생산성과 안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구체적인 기술의 면면을 살펴보면 3D 건축 정보 모델링을 기반으로 시설물의 생애주기를 통합 관리하는 BIM 기술을 활용해 건설 전 과정의 오류를 줄이고 여기에 드론을 이용한 측량, 로봇 등 자동화 기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 AI 기술을 접목한 지능형 CCTV, 사물인터넷(IoT) 기술 등 디지털 인프라를 통해 사고를 사전 감지하는 등 안전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기술력 개선만으로 14~15% 수준의 생산성 개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맥킨지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건설 산업의 디지털화는 피할 수 없으며, 정체된 생산성, 낮은 수익성, 높은 수작업 비율을 극복하기 위해 디지털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짚었습니다. 현장 경험에 의존하는 노동집약적 구조에서 데이터를 통해 노하우가 축적되는 기술 중심 구조로, 파편화된 생산 체계에서 업종별 통합과 기술 융합으로 변화를 모색하는 게 스마트건설의 핵심입니다.


실제 기술 투자에는 인색한 건설사


하지만 스마트건설에 대한 비전이 실제 연구개발 투자로 이어지지는 않는 모습입니다. 0.92%. 스마트건설을 앞세운 대우건설의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액 대비 연구 연구개발비 비율입니다. 2017년 0.48% 2018년 0.62%, 2019년 0.73%로 해마다 비율이 늘고 있지만, 스마트건설에 미래를 걸었다고 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입니다.


스마트건설을 말하는 다른 업체들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2019년 기준 DL(옛 대림산업)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0.89%, SK건설은 0.54%, 포스코건설은 0.42%입니다. 업종 특성상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지만 연구개발이 핵심인 삼성전자(8.8%), LG전자(6.5%), 카카오(15.2%) 등 IT·전자 업계와 비교할 경우 차이는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건설사들의 ICT 투자가 정체됐으며, 이 같은 추세로는 4차 산업 혁명에 대응하기 힘들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해 발간한 ‘건설산업 동향(772호)’를 통해 건설 산업의 ICT 자본 집약도가 최근 정체 추세가 고착화됐다고 밝혔습니다. 건설 산업의 ICT 자본 집약도는 2017년 기준으로 5.6%로 나타나는데 3년간 증가폭이 0~0.1%포인트 수준이라는 분석입니다. ICT 자본 집약도는 총자본스톡에서 차지하는 ICT 자본스톡의 비중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회사가 가진 자산 중 ICT 자산을 위해 어느 정도 투자했는데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인 셈이죠.


국내 건설사 60%가 연간 매출액의 1~3%만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오토데스크와 시장조사기관 IDC가 지난해 공동으로 국내 건설사 50개사를 포함해 전 세계 83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건설산업 성숙도 현황’ 보고서는 한국 건설사들의 기술 투자가 세계 평균 지출 규모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며 디지털 전환에 성공하기 위해 한국 건설사들은 기술에 대한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건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건설은 실제 현장에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기보단 아직 유즈케이스(이용 사례)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단계”라며 “주택을 중심으로 스마트건설 기술에 대한 협업과 개발이 적용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스마트건설에 대한 필요성은 모두 말하지만 실제 기술 투자는 미미한 게 현실입니다. 정부는 스마트건설에 적극 투자한다는 방침입니다. 국토교통부는 2018년 ‘스마트 건설기술 로드맵’을 발표하고 2020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2000억원을 스마트건설 기술 연구개발(R&D)에 투자할 계획입니다. 스마트건설이 건설 산업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만큼 정부가 마중물이 되겠다는 건데 민간 업체들과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도록 스마트건설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올해도 건설사는 신년사를 통해 스마트건설을 말합니다. 김형 대우건설 사장은 지난 4일 신년사를 통해 “대내외 기술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드론, BIM, 프리콘 등 DSC(대우 스마트 건설)를 더욱 활성화 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안재현 SK건설 사장은 “스마트건설의 적극적 활용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고자 한다”며 “단순화·표준화·모듈화 및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적극적 도입 등 수행방식 변화를 추진하겠다”고 전했습니다. 한성희 포스코건설 사장은 “스마트화를 통해서만 생존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단기간에 스마트건설을 전 현장으로 확산시켜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과연 올해는 스마트건설의 원년이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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