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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통사·정부, 벌써 6G를 주목하는 이유

각국 정부와 기업은 6G 구현을 통해 발생할 천문학적인 경제 효과와 국가 경쟁력 확대 측면에서 5G 이상의 높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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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5G도 제대로 못 하면서 벌써 6G 타령이냐” 

 

언론에 6G 관련 보도가 나올 때마다 흔히 볼 수 있는 반응입니다. 물론 이해할 만합니다. 2019년 4월 ‘LTE보다 20배 빠른 네트워크’란 설명과 함께 상용화된 5G 품질은 아직 소비자들이 느끼기에 불만족스럽습니다. 여전히 LTE가 5G보다 더 잘 터지는 곳이 있는가 하면, 5G의 실제 측정 속도도 LTE 대비 4~5배 수준에 불과하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벌써 6G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건 그저 마케팅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동통신 기술은 세대가 오를수록 우리 일상과 더 밀접한 관계를 맺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과거 3G까지는 주로 모바일 기기 사용에 최적화된 네트워크였다면,  LTE부터는 통신망이 일부 도시 및 시설의 사물인터넷(IoT) 기반 통신 역할을 수행해내기 시작했죠.

출처(그래픽=Pixabay)

5G는 어떨까요? LTE 대비 수십 배의 속도와 초저지연성을 목표로 하는 5G는 자율주행·스마트팩토리·스마트시티 등 대부분의 산업에 적용 가능한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초고속·초저지연 데이터 통신이 요구되는 완전 자율주행과 방대한 규모의 실시간 데이터 동기화를 통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스마트팩토리 현장에서도 5G는 반드시 필요한 기술입니다. KDB미래전략연구소는 자율주행과 스마트팩토리 등 각종 융합 서비스들이 포함된 전세계 5G 시장 규모가 오는 2026년 1307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한국신용정보원이 2025년 전세계 AI  시장 규모로 예측한 200조원보다 훨씬 큰 규모입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들이 5G를 B2C(기업·소비자간거래)보다 B2B(기업간거래)에서 더 큰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우선 고해상도 콘텐츠나 게임을 LTE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즐길 수 있다는 기대를 먼저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당장 5G 신호가 잘 잡히지 않고 커버리지(도달거리)도 LTE에 비해 부족하다보니 이통사들이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죠. 5G의 특성과 전망을 일반 소비자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한 정부와 이통사들의 노력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출처(그래픽=Pixabay)

6G는 이론상 5G보다 50배 빠른 1000Gbps 즉, 초당 7.8기가바이트(GB)의 속도를 낼 수 있는 기술입니다. 지연시간도 5G의 10배인 1만분의 1초(100마이크로초, ㎲)까지 구현 가능한데요. 이를 접목하는 산업의 생산성도 5G 대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 예로, IoT가 확장된 ‘만물인터넷(IoE)’ 시대에서의 6G 활용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6G와 AI는 진정한 IoE로 나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기술인데요. 지금도 5G가 각광받는 이유 중 하나는 제조 시설처럼 다수의 IoT 기기가 밀집된 환경에서도 초고속·저지연 특성을 가진 5G가  끊김 없고 원활한 실시간 통신을 가능케 해주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향후 도시와 국가 규모에서의 사물 간 실시간 통신과 AI가 쏟아내는 방대한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처리해줄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요합니다. 이 경우 5G가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 양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이때 5G보다 더 나은 속도와 확장성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 6G입니다. 

 

또 6G로는 5G에서 불가능했던 수중통신이 가능합니다. 지상이 환경오염과 기후 변화 속에 점점 파괴되어 가는 현재, 바다는 여전히 개척 가능성이 열려 있는 영역인데요. 영화 속 ‘해저도시’의 구현까진 아직 먼 미래라지만 하늘, 땅, 바다를 모두 하나의 통신 인프라로 묶을 수 있는 6G 기술은 인간이 앞으로 바다를 생활권에 편입해 나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 될 겁니다. 

 

결과적으로 각국 정부와 기업이 벌써부터 6G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6G가 그저 차세대 통신 기술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보단 6G 구현을 통해 발생할 천문학적인 경제 효과와 국가 경쟁력 확대 측면에서 5G 이상의 높은 기대를 걸고 있는 건데요. 그만큼 현시점에서의 기술 개발 착수는 결코 이른 게 아닙니다. 오히려 늦을수록 표준 선점의 기회와는 멀어지기에 준비는 이를수록 좋습니다. 

 

먼저 국내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7일 2025년까지 2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6G 원천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관련 예산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5G 상용화 시점인 2019년 4월보다 이른 2018년 9월에 시작됐으니 꽤 이른 스타트였던 셈인데요. 목표 상용화 시기도 크게 늦지 않습니다. 과기정통부는 우선 2026년 5개 분야(스마트시티, 스마트공장, 디지털 헬스케어, 실감 콘텐츠, 자율주행차)에서 상용화 전 시범 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정부는 2025년까지 2000억원을 들여 6G 핵심 기술 개발에 나선다.

출처(자료=과기정통부)

이는 우리보다 앞선 2025년 6G 상용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중국에 비해 느려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약간의 시차는 극복할 여지는 있습니다. 한국 이동통신의 전통적인 강점은 빠른 인프라 구축 속도인데요. 상대적으로 작은 국토가 전국망 구축에서는 미국이나 중국보다 앞설 수 있는 이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죠. 덕분에 이를 활용한 사업 실증에서도 유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민간에서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은 2019년 6월 노키아, 에릭슨, 삼성전자와 잇따라 6G 공동 기술개발 협약을 맺었습니다. 비슷한 시기 KT도 서울대 뉴미디어통신공동연구소와 6G 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LG유플러스가 포함된 LG그룹은 전사적으로 대응하는 중입니다. 2019년 1월 카이스트와 6G 연구센터를 국내 최초로 설립했고 2020년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도 협력 관계를 맺었습니다.

KT는 2019년 6월 서울대와 6G 기술개발 협력을 맺었다.

출처(사진=KT)

이처럼 시기를 보면 대부분 첫 5G 상용화 전후를 기점으로 이뤄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직 5G 인프라 확충에 여념이 없고 비즈니스적으로는 ‘탈통신’을 외치고 있지만 사업의 근간을 통신에 두고 있는 이통사들 입장에선 6G 역시 결코 선두를 놓칠 수 없는 영역입니다. 

 

또 국내 6G 분야에서 이동통신사보다 눈에 띄는 곳은 다름 아닌 삼성전자입니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 7월 통신사보다 앞서 발간한 ‘6G 백서’를 통해 ‘새로운 차원의 초연결 경험’이란 비전을 밝힌 바 있는데요. 최성현 삼성전자 삼성리서치 차세대통신연구센터장은 삼성전자 뉴스룸  기고문에서 “통신의 시간은 늘 10년 빠르게 움직여왔다. 4G가 생소할 무렵 삼성전자는 5G 표준화와 선행기술 연구에 집중 투자해 세계 최초 5G 상용화의 주역이 될 수 있었다”며 “초격차의 시작은 선제적 연구와 투자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게다가 10년 이상 주류였던 LTE보다 6G의 상용화 시계는 3~4년 더 빠릅니다. 반면 기술적으로 구현이 더 어려운 기술인 만큼, 선행 투자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죠. 

 

삼성전자는 6G 백서에서 사람과 더불어 기계를 6G의 주요 사용자로 꼽았습니다. 이를 통해 △초실감 확장 현실 △고정밀 모바일 홀로그램 △디지털 복제 등이 가능해지리라 전망했으며 필요한 기술들도 제시했습니다. 

출처(자료=삼성전자 뉴스룸)

삼성전자가 제시한 기술은 △테라헤르츠(THz) 주파수 대역 활용을 위한 기술 △고주파 대역 커버리지 개선을 위한 새로운 안테나 기술 △이중화 혁신 기술 △유연한 네트워크 구성 및 위성 활용을 위한 네트워크 토폴로지 혁신 기술 △주파수 활용 효율을 높이는 주파수 공유 기술 △AI 적용 통신 기술 등 8개 분야입니다. 삼성전자는 이 기술들의 상용화 시점을 2028~2030년으로 예상했습니다. 이 기술들이 모두 상용화되려면 앞으로도 적잖은 연구 인력과 비용이 6G 연구에 투입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해외 기업 중에선 특히 화웨이가 부각됩니다. 미국은 지난 중국과의 무역전쟁 과정에서 화웨이를 크게 경계했습니다. 미국은 화웨이의 통신장비에 대해 보안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우방국들에게도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했는데요. 이로 인해 미국과 갈등을 빚은 화웨이는 6G에서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은 2019년 9월 공식석상에서 “화웨이는 일찍이 5G와 6G를 동시에 연구해왔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죠. 당시 런정페이 회장이 예측한 6G 상용화 시기는 약 10년 후인 2029년이었는데요. 최근 추세대로라면 이보다 2~3년 더 빨라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라이벌인 미국의 경우 거대한 규모의 기업 간 연합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2020년 10월 미국통신사업협회는 6G 기술에 대한 미국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버라이즌·AT&T·티모바일 같은 주요 이통사뿐 아니라 퀄컴, 마이크로소프트, 심지어 페이스북까지 참여한 연합체 ‘넥스트G’를 출범시킨 바 있죠. 

 

2021년은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을 중심으로 6G에 대한 국가적 기술 경쟁이 격해지는 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정부와 관련 기업들도 6G 주도권 잡기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이미 준비 작업을 시작했고요. 모든 사물이 인터넷망으로 연결되는 IoT가 일상화되면서 그 바탕이 되는 통신망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은 시대가 됐습니다. 특히 새로운 세대의 통신망일수록 국제적 표준을 먼저 제시하며 주도하는 것이 관련 시장을 선점하는 첫걸음입니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전세계적 6G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아 첨단 미래사회를 이끌어가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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