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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8 2019 해커톤'이 우리에게 남긴 것

조회수 2019. 6. 4.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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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8 해커톤에 참가했던 네 명의 개발자를 만났다.
|(왼쪽부터) 신정아, 홍승환, 정욱재, 안미진 개발자

“파이널리스트로 뽑히니까 피곤함이 싹 날아갔어요. 두근거림을 뼛속 깊이 느꼈습니다. 짧은 기간 이렇게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어요. 참가자도 다양한 나라에서 오고 다양한 문화권에서 오는데, 180명 안에서 내가 부족했던 부분을 알게 되는 기회였습니다.”


홍승환 개발자는 5월30일 페이스북 본사에서 열린 ‘F8 2019 미디어 세션’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 4월28일, 페이스북은 연례 최대 개발자 컨퍼런스 F8를 앞두고 개발자를 위한 ‘F8 2019 해커톤’을 진행했다. 올해 해커톤에는 전세계 약 50개국, 180명 이상의 참가자가 모였다. 해커톤 진행 방식은 간단하다. 페이스북 플랫폼과 기술을 활용해 연결성, 지속가능성, 교육과 고용에 대한 동등한 접근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아이디어를 내고, 이틀 안에 프로젝트를 개발한다.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 해커톤 참여자로 선발된 한국인 개발자 수가 작년 10명 미만에서 올해 20명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는 것. 페이스북코리아는 지난 30일 이번 해커톤에 참여했던 홍승환, 정욱재, 안미진, 신정아 개발자를 초청해 ‘F8 후기’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 홍승환 개발자 : 커먼컴퓨터에서 AI 네트워크 블록체인의 백엔드 개발

- 정욱재 개발자 : 스캐터랩에서 프로덕트의 빌드, 배포, 코드 품질 검사 자동화 등의 데브옵스와 백엔드, 프론트엔드 개발 담당

- 안미진 개발자 : 성균관대학교 소프트웨어플랫폼학과 박사과정

- 신정아 개발자 : 네이버 클로바AI OCR팀 소속 개발자


현실의 문제를 기술로 푸는 방법

이들에게 주어진 미션은 UN의 지속가능한 발전목표(SDGs)를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 SDGs는 2016년 부터 2030년까지 새로 시행되는 유엔과 국제사회의 최대 공동목표를 뜻한다. 인류의 보편적 문제인 빈곤, 질병, 교육, 성평등, 난민, 분쟁 등을 비롯해 기후변화, 에너지, 환경오염, 물, 생물다양성 등 지구 환경문제 그리고 기술, 주거, 노사, 고용, 생산 소비, 사회구조, 법, 대내외 경제 등 경제사회 문제가 묶여 있다.


홍승환 개발자와 정욱재 개발자는 도시 문제에 주목했다. 이번 해커톤에서 개발한 ‘더 시티 워치(The City Watch)’는 페이스북 메신저로 도시 문제를 제보하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시민이 길을 걷다 ‘민원’을 메신저로 전달한다. AI 챗봇은 사진과 함께 요약된 글을 보내 달라고 요청한다. 시민이 보내면 정보 수집 완료. 비슷한 지역에서 민원이 늘면 중요도가 높게 처리된다. 민원은 지도에 반영돼, 사람들이 불만을 느끼는 지점을 시각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홍승환 개발자는 “지도를 보면 겹치는 부분들이 나온다. 이를 통해 도시의 핵심적인 문제가 (해당 지역에) 산재해 있다는 추론을 얻을 수 있다”라며 “만약 ‘소음(Noise)를 검색하면 해당 문제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지도에는 왓쓰리워즈를 적용했는데 사막 한 가운데 있어도 정확히 위치를 알 수 있다. 뉴욕 같은 곳은 필요 없지만 낙후된 지역은 위치를 특정하기가 힘들어서 (왓쓰리워즈를 활용했다)”라고 설명했다.


컴퓨터 보급률이 낮고, 데이터를 자유롭게 쓰기 어려운 지역에서도 프로그래밍을 배울 수 있을까? 안미진 개발자의 팀은 컴퓨터 없이도 프로그래밍을 배울 수 있는 서비스, ‘코드 카나리(Code Canary)’를 개발했다.


“아프리카에서 낙후된 지역은 데이터 환경도 좋지 않고 요금 자체가 비싸서 프로그래밍을 배우기 어렵습니다. PC로 (프로그래밍) 교육이 이루어지는데 랩탑을 구매할 형편도 안 되고, 보급도 안 돼 있어서 진입장벽이 높습니다. 페이스북이 이러한 지역에서 메신저 앱을 데이터 번들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생각보다 그것을 많이 사용한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프로그래밍 교육 서비스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코드 카나리’는 프로그래밍을 튜토리얼 형식으로 가르쳐준다. 교육환경에 크게 구애 받지 않고, 메신저로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프로그래밍을 배울 수 있다. 사용자가 코드를 직접 작성해 메시지로 보내면, 챗봇은 코드가 반영된 결과 화면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안미진 개발자는 “프로젝트는 끝났지만 이것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팀에 있던 엑스퍼트가 케냐의 교육자여서, 우리 챗봇을 가지고 실제로 (프로그래밍) 교육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맹 해결을 위한 솔루션도 있다. 신정아 개발자가 개발한 ‘에듀케이션포올(Education4All)’이다. 이용방법은 간단하다. ‘주변 사물 인식’ 기능을 통해 카메라로 주변 사물을 비추면 이를 인식, 사물에 대한 설명과 이름, 발음 등을 지도한다. ‘텍스트 인식’ 기능으로 글자를 자동 인식해 음성과 설명을 송출할 수도 있다. 두 기능 모두 페이스북의 파이토치, 카페2 등의 기능을 활용했다.


“개발도상국은 문맹률이 85%에 달한다고 합니다. 아직 LTE, 3G, 심지어 SMS 전송조차 어려운 나라가 많습니다. 제가 만든 문맹 앱은 와이파이나 LTE를 다 꺼 놓은 상태로도 작동합니다. 네트워크 연결 없이 기기의 CPU나 램 자원으로 구동돼야 하기 때문에 온 디바이스 AI 기술을 채택했습니다. 서버로 정보를 전송하지 않아 보안상에도 이점이 있습니다.”

신정아 개발자는 시각장애인용 점자 스마트워치를 만드는 기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시각장애 콘텐츠를 접하며 교육 불평등 문제를 많이 겪었다. 모바일 기술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신정아 개발자의 목표다. 신정아 개발자는 “모바일이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 손 안에 잡히는, 기술의 평등함을 담고 싶었고 F8에도 그런 마음으로 참석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해커톤으로 얻은 것들

페이스북은 개발자 커뮤니티를 중요하게 여긴다. 해커톤을 여는 이유도 전세계 개발자들이 모여 장벽 없이 도전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페이스북의 개발 도구를 적극 활용하도록 유도하는 면도 있다.


신정아 개발자는 “나를 뽑아준 페이스북 담당자를 현장에서 만났는데, 페이스북 툴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이는 신청자를 좀더 고려하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해커톤 전 페이스북에 해커톤 그룹이 만들어진다. 여기서 개발자들은 서로의 아이디어와 의견을 공유한다. 현장에서는 아이디어를 가진 이들이 피칭을 하고 팀을 이룬다.


정욱재 개발자는 “우리는 ‘깍두기’였다. 팀 빌딩을 2시간 동안 했는데, 오후 12시(해커톤 시작은 오전 10시다)에 점심을 다같이 먹기 직전까지도 팀원을 못 구했다. 남은 사람들끼리 팀이 됐다”라며 웃었다.

해커톤은 경쟁이 아닌 협업에 곁점을 두고 있다. F8 해커톤처럼 전세계 개발자가 만나 하나의 팀을 이루고 압축적으로 협업할 기회가 흔치는 않다. 해외 개발자와 네트워킹을 하기 위해 해커톤에 지원한 경우도 있었다.


현재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안미진 개발자는 “해커톤 문화가 궁금하기도 하고 해외 개발자와 네트워킹을 하고 싶어서 (해커톤에) 신청하게 됐다”라며 “현장에서 페이스북 개발자에게 피드백을 바로바로 받을 수 있어서 개발을 빨리 할 수 있었고 나의 커뮤니티 범주를 키울 수 있어 의미 있었다”라고 말했다.


페이스북 해커톤인 만큼 페이스북 개발자 툴(그래프 API, 메신저, 파이토치, 스파크 AR) 사용을 권장한다. 1차 스테이지에서 심사위원 평가가 이루어진다. 최고 득점을 올린 8개 파이널리스트 팀이 피치 스테이지로 진출한다.


파이널리스트 팀은 이벤트에 참석한 관중들과 심사위원 앞에서 팀이 제작한 앱을 소개하는 피치를 한다. 1, 2, 3등은 각각 미화 1만5천달러, 1만달러, 5천달러의 상금을 수여받는다. ‘더 시티 워치’와 ‘코드 카나리’는 파이널리스트에 들었다.


이번 해커톤에는 특히 한국인이 많았다. 50개국에서 온 180명 개발자 중 20명이 한국인이었다. 특징도 뚜렷했다.


안미진 개발자는 “한국인 개발자들은 개발하다 진도가 안 나가면 밤을 새고 본인을 챙기는데, 외국 개발자들은 본인 컨디션을 중시하는 모습이 달랐다”라고 말했다. “다양한 분야의 개발자와 네트워킹하면 여러모로 자극을 받게 된다. 각자 개발 분야도 다르지만, 문화도 살아온 환경도 다르기 때문에 색다른 아이디어가 많이 등장하는 것 같다”라고도 덧붙였다.

홍승환 개발자는 “일을 하다 보면 책임감이 있거나 손이 빠르거나 둘 중 하나다. 한국인 개발자는 ‘내가 다 만들겠다’는 식이다. 책임감도 있고 실력 좋다”라며 “밤샐 때 주변을 둘러보면 팀마다 한국인만 남아 있었다. 20명 이상이 갔는데 15명 이상은 남아 있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농담으로 지난번보다 한국인이 많이 뽑힌 이유가 ‘개발용역’으로 쓸 만해서 그런 것 아니냐는 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신정아 개발자도 “제출할 때 차이를 확실히 느꼈다. 한국인 개발자들은 계속 시간을 쪼개서 뭔가를 하려고 한다. 15분 안에 뭘 더 만들어 볼까, 이러면 외국인 개발자들은 그러지 말자고 한다. 한국인은 데드라인에 있어서 더 완벽히 하려고 하는 근성이 있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정욱재 개발자는 “페이스북 API를 모르면 페이스북 개발자가 지나가다 직접 알려줬다. 서브젝트 매터 엑스퍼트들도 다른 팀을 돌아다니면서 “이렇게 해보는 건 어때?”라며 더 좋은 방향을 알려주기도 했다”라며 “개발자 입장에서 페이스북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배우고, 또 활용해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해커톤을 통해 이들은 많은 것을 얻었다. 홍승환 개발자는 “전세계 개발자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소속감을 만들어주고, 전세계에서 모인 개발자들의 ‘다른 관점’을 들어보며 직접 체험할 수 있던 기회였던 것 같아 의미 있었다”라고 말했다. 안미진 개발자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고여 있지 않고, 다양한 나라, 다양한 분야의 개발자들과 네트워킹하면 여러모로 많은 자극을 받게 된다”라고 말했다.


※해당 프로젝트를 누르면 링크로 연결됩니다. 포털 사이트에 따라 지원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더 시티 워치/코드 카나리/에듀케이션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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