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터져서 속 터진다" 5G 상용화를 둘러싼 논란

조회수 2019. 4. 16. 08: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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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상용화는 도둑처럼 찾아왔다. 이동통신 3사는 4월3일 밤 11시를 기점으로 최초 가입자를 대상으로 5G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했고, 5일 삼성 ‘갤럭시S10 5G’ 출시와 함께 일반 가입자를 받았다. 5G 서비스 시작 전후로 각 이동통신사는 치열한 마케팅 전쟁에 들어갔다. 5G 기술 방식이나 요금제를 놓고 이동통신 3사는 서로 견제하며 자사의 우수성을 홍보하기 바빴다. 5G 서비스 개통 시작일부터 단말기가 동났다는 소식이 실시간으로 통신사를 통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가입자들의 불만도 쏟아지기 시작했다.


속 터지는 5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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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요금 내고 LTE 쓰는 호구가 됐다.


가장 큰 불만은 5G가 제대로 안 터진다는 문제다. 5G를 사용하는 이용자들은 좁은 커버리지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는 예견된 문제다. 이동통신 3사가 기지국을 충분히 준비하지 않은 채 서비스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각 통신사의 5G망은 수도권 및 전국 주요 도심에 몰려있다. 지난 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로부터 제출받은 ‘5G 기지국 신고 장치 현황’에 따르면, 3일 기준 5G 기지국은 전체 8만5261개가 설치됐다. 이 중 서울 및 수도권에 설치된 기지국만 따져보면 5만4899개(64.4%), 5대 광역시에 설치된 기지국은 1만8084개(21.2%)다. 5G 기지국 85%가 대도시에 집중됐다.

| KT 5G 기지국 설치 현황 (사진=KT 5G커버리지맵)

5G 전국망 구축에 필요한 기지국을 12만개로 계산했을 때 SK텔레콤은 17.7%, KT는 18.9%, LG유플러스는 9.2% 수준의 5G 기지국 설치율을 나타내고 있다. 안 터지는 게 당연한 셈이다.


기지국만 많으면 잘 터질까? 꼭 그렇지도 않다. 5G망이 깔린 대도시 안에서도 생각외로 건물 내부에 들어가면 신호가 터지지 않는 등 음영 지역이 나타난다. 높은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해 무선 신호를 전달하는 5G 서비스 특징 탓이다. 멀리 가고 건물 등에 의한 회절이 적어 상대적으로 멀리 신호가 닿는 저주파 대역과 비교해 고주파는 신호 도달거리가 짧다. 기지국이 많아도 건물벽 등에 막혀 신호 전달이 약해질 수 있다. 기지국 양 못지않게 질도 중요하다.


5G에서 LTE로 전환됐을 때 데이터가 끊기는 현상이 모든 통신사에서 발생하는 점도 문제다. 갤럭시S10 5G 사용자들은 5G 망 커버리지에서 벗어났을 때 LTE망으로 통신 전환이 끊김 없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먹통 현상 일어난다고 호소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했지만, 여전히 관련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 SK텔레콤 5G 상용망 구축 현장 (사진=SK텔레콤)

갤럭시S10 5G를 사용하는 이종철 씨는 “번화가인 홍대, 여의도, 강남 지역에서 주로 활동해서 5G망은 잘 잡히는데, 속도는 잘 나오지 않는다”라며 “먹통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도 좀 있다”라고 불편을 호소했다.


각 통신사는 이 같은 5G 품질 논란을 두고 고심 중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10일 오후 긴급 임원 회의를 열고 “오랫동안 5G서비스를 기다려온 고객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라며 “5G 커버리지, 속도, 콘텐츠, 고객 서비스 등 모든 영역에서 고객의 목소리를 엄중하게 받아들여 서비스 완성도를 빠르게 높여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사장은 “LTE도 현재와 같은 촘촘한 커버리지를 갖추기까지 수 년이 걸렸는데 중요한 것은 고객과의 솔직한 소통이다”라며 “5G 시대 초기 커버리지와 서비스 제반 사항 안내를 통해 고객이 정확하게 이해하고 합리적 의사 결정을 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2022년까지 5G 전국망을 조기에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5G 망투자 세액공제를 기존 1%에서 2~3% 수준으로 확대 지원하고, 5G 생태계 구축을 위해 민간과의 협력을 통해 30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오락가락 무제한 요금제

무제한 요금제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각 통신사는 5G 상용화를 앞두고 5G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요금제를 출시했다. 하지만 ‘완전 무제한’이라는 상품명이 무색하게 속도나 기간에 제한이 있어 불평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KT는 데이터 FUP(공정사용정책) 규정에 이틀 연속 일 53GB를 초과하여 사용하는 경우, 데이터 이용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조항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져 비난의 화살을 받았다. LG유플러스 역시 FUP에 연속으로 일 50GB를 초과해 사용하는 경우 데이터 이용을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두 통신사는 비난이 쏟아지자 최근 과기정통부에 해당 조항을 삭제한 서비스 이용 약관 개정을 신고했다.

| LG유플러스 5G 완전 무제한 요금제 홍보 사진 (사진=LG유플러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무제한 요금제를 프로모션 형식으로 발표했다. 6월30일까지 가입하면 올 연말까지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한다는 조건이다. 두 통신사는 현재 24개월 동안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으로 기간을 변경했다.


세계 최초 논란

문재인 대통령은 4월8일 5G 상용화 기념행사에서 “이동통신 3사가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함으로써 우리는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에 성공했다”라며 “세계 최초 초고속인터넷 상용화에 이은 또 하나의 쾌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반 가입자를 받는 시기가 미국 이동통신사 버라이즌보다 늦어 뒷말이 나오고 있다. 버라이즌은 한국시간으로 4월4일 시카고와 미니애폴리스 일부 지역에서 5G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 이동통신 3사는 이보다 55분 빠른 3일 밤 11시 각사의 5G 최초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갤럭시S10 5G’를 개통했다. 애초 국내 5G 상용화는 5일로 예정돼 있었지만, 버라이즌의 5G 상용화 계획이 앞당겨지면서 ‘세계 최초’ 타이틀을 사수하기 위해 벌어진 촌극이다.


버라이즌은 4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한국 이동통신사는 셀럽 6명에게 서둘러 폰을 나눠주고 5G를 개통했다고 홍보하고 있다”라며, “우리는 5G 단말기를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건네고 5G 서비스를 시작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버라이즌도 5G 전용 단말기가 없는 상태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점, 서비스 범위가 좁다는 점이 지적된다. 버라이즌은 5G 전용 스마트폰이 아닌 4G용 ‘모토로라 모토 Z3’에 5G 모뎀칩이 달린 모듈 ‘디바이스 모토모드’를 추가로 장착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 시카고와 미니애폴리스 등 2개 도시 도심 지역 일부에서만 서비스를 제한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 한국은 5G 전용 단말기로 삼성 갤럭시S10 5G가 출시됐으며, LG V50 씽큐 5G가 4월19일 출시될 예정이다.

외신들은 한국과 미국 어느 한쪽의 편을 들어주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초가 불확실하다고 보도했고, <비비씨(BBC)> 는 “한국과 미국이 세계 최초 5G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했다”라고 전하며 양쪽 모두를 세계 최초라고 표현했다. 이 때문에 세계 최초에 대한 공인은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의 판정을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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