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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잡스, "언젠가는 평양에 인민잡스 내는 게 꿈이죠"

조회수 2019. 2. 25. 12: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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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물건은 고치고 허름한 것은 손본다. 서강잡스 김학민 대표의 유년시절 취미는 전자제품 수리였다. 전자제품을 뜯고 그 속을 들여다보면, 신세계가 펼쳐졌다. 취미로 계속 수리를 하다보니 동네에서는 ‘꼬마 수리공’으로 이름을 날렸다. 중학교 때부터 수리를 업으로 삼을 정도였다. 한국 드라마를 몰래 보며 자유를 갈망하던 그는 스물 다섯에 탈북을 감행했다. 2년 정도 적응을 못하고 방황했다. ‘이러려고 남한에 온 게 아닌데….’ 정신을 차리고 공부에 매진해 서강대학교에 입학했다. 그러나 대학생활도 쉽지만은 않았다. 며칠 걸려 하는 과제도 남들은 뚝딱 해냈다. 일평생 공부하던 친구들과 수리에 파묻혀 있던 그는 많은 것이 달랐다.

시작이 다르고 시간의 공백이 있다는 걸 느끼게 되더군요. 아이폰 액정을 혼자 교체하는 모습을 보고 룸메이트가 알바 대신 수리를 하라고 했습니다. 3일 동안 고민하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해보자, 그랬습니다.

온성의 ‘꼬마 수리공’에게는 서강대 스티브잡스, 일명 ‘서강잡스’라는 새로운 별명이 생겼다. 김학민 대표는 자신의 별명을 따서 사업장의 이름을 지었다. 전자제품 수리점 서강잡스는 국내 수리업계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한다. 2018년 5월 법인을 설립해 현재 직원수는 셋, 대표인 김학민 씨를 포함하면 총 4명이다. 규모는 작지만 지난해 연 매출 5억을 기록했다. 올해는 이화여대에 2호점 ‘이화잡스’를 내고, 판교에도 문을 열 계획이다.


수리를 할 줄 안다는 것의 중요성

서강잡스는 애플 제품 대부분을 취급하고 있다. 이름도 스티브 잡스에서 따왔지만, 정작 애플은 사설수리를 반기지 않는다. 김학민 대표는 “제조사의 입장에서 사설수리를 보증할 경우 책임지기 어렵다는 문제는 이해가 된다. 우리도 남이 수리하던 것을 가지고 오면 수리하기가 몇 배로 어려워서 비용도 많이 청구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설수리를 막으려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그럴 거라면 넓은 범위까지 수리를 해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세 가지만 합니다. 액정, 배터리 교체, 그리고 나머지는 리퍼죠. 환경오염과 제조 공정의 문제를 전부 고려했을 때 한 두가지 고장을 적은 비용으로 고치면 소비자도 쓰던 제품을 쓸 수 있고 환경, 에너지 절약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우리 같은 기업이 그런 일을 하는 거지요.”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불안하다. 사설수리라 하면, 마진을 남기기 위해 부품을 속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 김학민 대표는 수리업에 몸 담은 입장이지만, 되려 소비자도 수리에 필요한 기본상식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내가 확실히 알면 다른 데 가서 속을 일이 없지만, 모르는 것은 남을 믿어야만 한다. 대부분 믿고 싶지만 안 좋은 사례가 많다”라며 “(본인도) 모르는 척하고 다른 가게에 가보기도 하는데 아는 체를 하면 대하는 게 달라진다”라고 말했다.


“소비자의 경우에는 자가수리를 알면 헛걸음을 줄일 수 있습니다. 사실 스스로 문제를 진단할 수만 있어도 엄청난 겁니다. 저도 자가수리로 일을 시작했지 않습니까. 관심이 커지고 취미가 업그레이드되면 취직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겁니다.

연장선상에서 신생 수리업체들이 2-3년 만에 사업을 접는 이유도 제대로 된 교육체계가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김학민 대표는 말했다. 전자제품 수리 기술은 대학에서도 가르쳐주지 않고, 번듯한 학원이나 교육 기관이 거의 없다시피한 상황이다. 얕은 지식으로 사업에 뛰어드는 이들이 있어 안타깝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그는 “사업은 커질 때를 대비해야 한다. 한두 개 고칠 줄 아는 것으로 사업을 시작하면 수요가 늘어도 못 고쳐주는 게 많다”라며 “잘 배우지 못한 것으로 사업을 하면 안 된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수리공은 오랜 경험과 노하우가 쌓여야 합니다. 내 몸과 제품이 하나가 되는, 날카로운 집중력을 동반해야 합니다. 저는 15년 동안 수리를 해왔는데요. 사실 1, 2년 경력 수리공은 수리공도 아닙니다. 수리공은 소비자가 무슨 말을 했을 때 바로 문제점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이런 엔지니어 한 명을 양성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죠.

지금은 애플 제품을 취급하고 있지만, 북한에서 그는 가전제품을 두루 수리했다. 물건이 고장나더라도 새 것을 사는 게 어려운 상황이니, 수리공의 기술이 다른 어느 곳보다도 중요하고 필요한 시장이었다. 수리 지식은 값비싼 금액을 지불하고 수리하러 갈 수 없는 이들에게 더더욱 중요하고 필수적이다. "사실 (수리) 사업이 가장 필요한 사회는 북한 사회"라는 그는, 그간 깨우친 수리 지식의 30% 정도를 오픈소스로 공유할 계획이다.


첫 번째 활동으로 2월21일 코엑스에서 열리는 크리에이터스 그라운드에 참석해, 애플 제품을 구매하는 데 필요한 팁을 공유하고 자가수리 방법 및 전문적 수리과정 등을 라이브로 중계한다.


레드오션에서 ‘스타벅스’ 같은 수리점을 꿈꾼다

기술력이 좋은 수리공은 성공한 사업가가 될 수 있을까. 수리 기술과 회사 운영은 또 다른 문제다. 김학민 대표는 “수리는 기술이고 사업은 예술의 영역”이라 단언했다. 그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왜 아직 학생인 나에게 수리를 맡기러 오는 걸까’ 고민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사람들은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에게 얽힌 이야기, 배경, 철학, 성격 등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와 더불어 서강잡스가 가진 장점도 명확했다. 학생 신분이 주는 신뢰감과 10년간 쌓은 기술력이 주효했다.

그는 신뢰감을 강화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서강잡스 수리비는 동종업계 대비 1-2만원 정도 비싸다. 수리비를 너무 저렴하게 책정할 경우, 무언가 줄일 수밖에 없다. 사람이 일자리를 잃거나 품질을 낮추는 방법뿐이다. 그렇다고 부품에서 마진을 남기면 빠르게 성장할 수는 있더라도 장기전에 접어들었을 때 고꾸라진다는 게 김학민 대표의 생각이다.


이와 더불어 ‘오고 싶은 곳’을 만들기 위해 사업장도 깔끔하게 꾸몄다. ‘전파상’하면 연상되는 다소 허름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수리점이라는 문구나 ‘수리한다’는 설명도 없다. 치과로 오인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요즘 사람들은 다 똑똑합니다.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이 회사가 얼마나 마진을 내는지도 다 알 수 있습니다. 1-2만원 더 들더라도 ‘고퀄리티’로 해주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회사를 방문한 고객들이 서비스뿐만 아니라 수리공의 태도와 이야기를 공유하고는 하는데요, 수리도 잘하면서 그런 스토리를 형성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래도 대학은 졸업해야지. 한국 사회에서 학벌은 있어야 한다. 핸드폰이나 수리하려고 삼팔선 넘어왔냐. 납땜은 해봤자 전파상이다….’


창업을 결심했던 당시 김학민 대표가 들었던 말들이다. 그는 스티브 잡스가 남긴 고집스러운 말을 보며 생각을 다잡았다. 타인의 인생을 살지 마라. 네 인생을 살아라.


잡스가 스승이라는 김학민 대표의 꿈은 서강잡스를 글로벌 수리기업으로 키우는 것이다. 우선 대학마다 지점을 낼 계획이다. 강의자료를 만들고, 과제를 제출하고, 팀플을 하는 등 대학생활에 IT제품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그는 “교내에는 카페나 식당만큼 IT기기 수리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2호점인 이화잡스처럼, 대학마다 해당 대학의 이름을 단 수리점을 여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꾸준히 사업을 확대해, 전세계 대학과 번화가에 진출하는 게 목표다. 마치 ‘스타벅스’처럼 말이다. B2B로 대기업과 MOU를 체결하는 것도 바라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 평양에는, ‘인민잡스’를···.

도전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런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사람들은 이뤄내면 인정합니다. 꾸준히 해야만 답이 나옵니다. 누가 그 끝을 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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